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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함께 [교사 교사의 책]학생인권, 학교의‘쌩얼’을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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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9-05 20:51 조회 7,01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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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권적인, 가장 교육적인』은 2011년 창간 이후로 교육에 대한 진지하고 날카로운 비평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격월간 <오늘의 교육>의 총서 시리즈 중 하나다. ‘학생인권이 교육에 묻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에는 최근 몇 년 동안 교육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학생인권’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낱낱이 살펴본 학교의 맨 얼굴, 그리고 학생인권에 대한 분석과 이를 현장에서 실현하기 위한 시도와 제언들이 담겨 있다. 교사, 인권 활동가, 청소년, 학자 등 다양한 입장에서 학생인권이라는 이슈를 경험하고 고민해 온 흔적이 묻어나는 책이다.

1부 ‘혼란을 통한 성숙’에는 체벌 금지 조치와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학교 현장의 모습에 대한 현직 교사들의 목소리와 인권 활동가들의 시선이 담겼다. 맨 먼저 현직 고등학교 교사 조영선은 ‘과연 체벌 금지 이후 학교에서 정말로 문제 학생이 증가하고, 교사들이 교육을 포기하고 있는가?’라고 물으며 ‘체벌 금지는 교권의 실추를 가져와 교실이 붕괴되고 있다’고 ‘믿고 있던’ 교직 사회 스스로를 되돌아볼 것을 제안한다. 교사들이 매를 놓으면 무능해지는 것이 아니라 실은, 교사 개인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역부족인, 훨씬 더 복잡하고 구조적인 문제, 그래서 심리적, 의학적, 사회학적, 정치적으로 접근해야 할 여러 문제들이 꼬여 있는 공간이 바로 학교였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직 교사들의 인권 의식을 인터뷰한 글에서는 교직 사회 인권 의식의 이중성을 지적하고 있는데, 교사들이 인권을 필요한 것으로 인지하고는 있으나 막상 학생인권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는 이를 ‘인권 문제’라 인지하지 못하는 점에 주목했다. 글쓴이는 이것이 교사들의 왜곡된 의식 구조 탓이라고 분석하고, 교사들은 특히 교육을 ‘사회화’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학생들을 성장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훈육과 교정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글쓴이는 학교를 배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 다시 바라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인권교육센터 ‘들’의 활동가들은 교사들에게 작금의 학교 교육의 문제를 과연 말썽을 일으키는 소수 학생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인지 집요하게 묻고 있다. 오히려 대다수의 학생이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교육 내용, 차별과 억압이 일상이 된 학교 문화, 나아가 교사들에게 주어져 있는 과도한 권력 탓은 아닌지 묻는 것이다.

2부 ‘교육과 인권, 그 사이’에는 인권을 만나며 딜레마를 느끼고 있는 교사들의 목소리, 그리고 학생인권과 교권 개념에 대한 학자들의 분석이 담겼다. 좋은 교사, 훌륭한 교사임을 자부하며 살아온 선생님이 인권을 만나 느끼는 딜레마들, 조는 학생은 깨우는 것이 좋은지, 학생에게 학습을 강권하는 것이 옳은지 등에 대한 고민은 교사로서 매우 공감하게 되는 딜레마들이다.
특히 눈여겨본 부분은 법학자 오동석의 눈으로 본 ‘법으로 본 학생인권’에 대한 분석이다. 여기서는 ‘교육을 위해 인권을 제한한다’는 의견에 대한 법률적 검토가 이루어졌다. 권리의 제한에는 목적정당성, 수단적정성, 피해최소성, 법익균형성 등 네 가지 요건이 필요한데, 이러한 점에 비추어보았을 때 학생의 두발에 대한 제한이나 소지품 검사, 교복의 착용 등은 위의 요건을 갖추지 않은 부당한 권리의 침해라는 것이다. 또한 막연했던 개념 ‘교권’에 대하여 그 개념을 직무상 권한, 교사의 권위, 교사의 인권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검토하면서 교권 개념을 재정립할 것을 제안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오 교수는 이를 통해 학생인권과 대척점에 선 것으로 보이는 ‘교권’이 학생인권과 연대할 가능성이 있음을 말한다.

3부 ‘인권적인 학교는 어떻게 가능한가’에는 인권을 인권답게, 인권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이 담겼다. 요식적 행위에 그치고 있는 일회성 인권 교육에 대한 씁쓸한 자화상부터, 인권친화적 학생부장이 되어 학교 전체의 생활지도 분위기를 인권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 또 대안학교에서의 인권 교육 시도 등 가지각색의 인권 교육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박복선 선생님의 ‘학생이 최소한의 존엄을 누리지 못하는 곳에서는 교사들도 존엄할 수 없다’는 목소리는 준엄한 꾸짖음처럼 들리면서도 학교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교육 불가능 시대’라 불리는 요즈음의 학교에서 학생인권을 고민하고 시도함으로써 학교의 가능성을 열어젖혀야 한다는 것이다.

짧은 서평으로는 담을 수 없으나 책 속에는 또한 학생과 교사 사이에 오고가는 낯 뜨거운 욕지거리부터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인권 교육의 시도까지, 인권의 관점으로 바라본 학교의 ‘쌩얼’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실상, 학교는 학생들 사이의, 교사들 사이의, 그리고 학생과 교사 사이의 권력 투쟁의 공간이다. 인권도 또한 우아함과 질서와는 거리가 먼, 끊임없는 싸움의 과정 속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다움을 되찾기 위한 그 싸움의 존엄함을 가르치는 것, 그것이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중 한 가지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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