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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만화 저 푸른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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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8-04 16:21 조회 5,27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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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뙤약볕 아래
풀 뽑기할 때
끝까지 땅을 움켜쥔 채
투두둑 제 잎사귀 다 뜯기우던 잡초들
오늘 비 오자
운동장 풀 솟는다
여기저기 쑥쑥
보란 듯이 쑥쑥
떠든다고 혼나고
틀린 문제 또 틀렸다고 혼나고
복도에서 뛰었다고 혼나도
아랑곳 하지 않는 아이들처럼
요새 아이들 싸가지가 없어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는지 몰라
한숨 내쉬어도
곰실곰실 코 밑에 자라는 털처럼
어찌해 볼 도리 없이
보란듯이 쑥쑥
약오르지 쑥쑥
어릴 적 내가 그랬듯이
네가 또 그랬듯이

시인의 말
언제부턴가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놀지 않는다. 강당에서 놀든가 아니면 방과 후가 되면 학원에 가든가, 아이들이 운동장에 보이질 않는다. 공부하느라 학원에 다니느라 운동장에서 놀 틈이 없는 탓도 있을 테고, 시골 학교에는 아이들이 줄어들어서 운동장에 놀 아이들이 없는 탓도 있을 터이다.

그나저나 아이들이 없으니 풀이 운동장의 주인이 되었다. 며칠이면 쑥쑥 자라서 풀밭이 된다. 그래도 운동장인데, 잡초가 자라서야 되겠나? 제초제를 뿌리는 일은 아이들 건강 문제와 직결되는 일이어서 다행히 언젠가부터 금지되었단다. 아이들 봉사활동으로 잡초를 뽑기도 하고 그것으로도 안 되니 인력을 사서 뽑기도 한다. 잡초들은 쑥 뽑혀 올라오지 않고 버틴다. 그러다가 윗부분 줄기와 잎만 투두둑 떨어져 나오기 십상이다. 뿌리는 살아남았다가 며칠 비라도 내릴라치면 어느새 다시 쑥쑥 자라나기 시작한다.

우리 아이들은 그 잡초를 닮았다. 뛰고 떠들고 싸우고 야단이다. 선생님이 지도하고 소리 지르고 나무라면 어느 순간 잠잠한 듯하다가 어느 틈에 다시 개구리처럼 울고 뛰고 야단이다. 그걸 어쩌겠나? 아이들이 원래 그런 걸, 그걸 나무라는 어른들도 아이 때는 그랬던 걸….

복효근 남원 금지중 교사.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목련꽃 브라자』, 『마늘촛불』, 시선집 『어느 대나무의 고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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