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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만화 [교사의 시]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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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6-10 16:56 조회 8,75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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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 되나
토란잎이 간지럽다고 흔들어대면
궁글궁글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그 둥근 표정
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
하늘 빛깔로 함께 자고선
토란잎이 물방울을 털어내기도 전에
먼저 알고 흔적 없어지는 그 자취를
그 마음을 사랑이라 부르면 안 되나

시인의 말
토란잎은 연잎과 같이 널따랗다. 연잎이 그렇듯이 잎 표면에 물방울이 스며들거나 묻지 않는다. 줄기가 받치고 있는 한가운데가 오목하여 물방울이 거기에 구슬처럼 모이기도 한다. 물방울은 토란잎에 떨어져 뒹굴 때 다른 그 어떤 곳에 떨어진 것보다 영롱하고 투명하고 아름답고 맑다. 토란잎은 물방울로 하여 작은 솜털까지 비칠 정도로 선명하다. 푸르다. 아름답다. 바람이 살짝 불면 토란잎이 흔들리고 물방울은 춤을 춘다. 출렁거리며 투명한 물방울은 아름다운 리듬을 빚어낸다. 토란잎으로 하여 물방울이, 물방울로 하여 토란잎이 서로 아름답고 서로 행복하다. 어느 순간 물방울은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물방울이 다녀간 토란잎은 다시 토란잎으로 돌아가, 아니 이전보다 더 싱싱한 푸르름을 빛내며 서 있다. 흔적도 상처도 남지 않는다.

아, 우리 사랑은 어떤가? 처음엔 온 우주를 안겨줄 것처럼, 상대가 가진 고민과 갈등을 모두 해결해줄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해줄 것처럼 하다가 시간이 흐르고 사랑에 익숙해져버리면 서로를 구속하려들고 소유하려들고 이용하려들고 돌아서면 피 흘리는 상처만 남기지는 않던가? 서로를 위한 배려, 사랑의 가장 중요한 성분은 아닐까?

복효근 남원 금지중 교사.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목련꽃 브라자』, 『마늘촛불』, 시선집 『어느 대나무의 고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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