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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만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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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8 12:33 조회 5,23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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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머리 위로 봄 햇살을 받으며 짱샘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오고 있다.
축구를 한판 끝내고 심심해하던 아이들 눈이 반짝 빛난다.

“짱샘 머리가 왜 저래?”
“방학 내내 절에서 마음공부했대.”

“아직도 남친이 없나?”
“법성사에 가면 부씨 계시잖아.”

“남친이 돈은 많을까?”
“당연하지, 황금빛 나잖아.”

“꽃다발은 받아봤을까?”
“해마다 연등 달아놓잖아.”

“백일 선물은 뭐였을까?”
“공양미.”

아이들은 키득거리고
짱샘은 자기 얘긴 줄도 모르고 멈춰 서서 따라 웃고
아무튼 기분 좋은 봄날.

시인의 말
제천 간디학교에 가면 아이들에게 짱샘이라고 불리는 장희숙 선생님이 계시다. 한때 백일 출가해서 절에서 살다 왔다. 이제는 다 자랐지만 박박 머리였을 때는 동자승 같기도 하고, 오랜 수행자 같기도 했다. 이런 모습이 아이들 보기에도 신선했던 모양이다. 아이들은 그렇다. 살아 있는 아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작은 자극에도 바로 반응하고 활짝 깨어난다. 예쁜 여선생님이 자기들 앞에 박박 머리로 나타났을 때 아무 감흥이 없다면 어찌 아이들이겠는가.

그런데 아이들의 말과 행동은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나름대로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고 하산한 선생님을 이렇게 한 방에 희화화해버리기도 한다. 발랄이 지나쳐 발칙하기까지 하다. 아이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자기를 놀린다고 정색해버리면 짱샘이 아닐 터. 봄날 피어나는 꽃처럼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 뻔하다. 절에 다녀온 뒤로 더 잘 웃고 더 맑아진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가 봄 햇살보다 따스하게 느껴진다.

남호섭 ◉ 동시집 『타임캡슐 속의 필통』, 『놀아요 선생님』을 냈다. 지금 산청 간디학교 교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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