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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함께] [영화 읽기 책 그리기] 완벽한 세상, 유토피아를 위하여
<학교도서관저널 , 2019년 07+08월호> 19-07-04 17:15
조회 : 48  


완벽한 세상, 유토피아 건설을 위한 비밀
여러분은‘ 유토피아’라는 단어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1516년 영국의 작가 토마스 모어가 쓴 책에서 처음 등장한 유토피아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 또는 이상향’이라는 뜻입니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인 세계이지요.『 기억 전달자』는 유토피아를 미래 세상으로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이 책과 영화에 등장하는 마을은 미움과 시기, 질투 등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입니다. 사람들은 잘 정돈된 도시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살아갑니다. 모두가 평등한 세계이므로 사람들은 누구를 질투하거나 뛰어넘으려 하거나 지배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 마을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모두 동일한 교육을 받고 동등하게 자라나며 서로 경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마을이 이렇게 평화롭게 유지되는 데에는 놀라운 비밀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바로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기억’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억’이란‘ 어제 누구랑 무엇을 했다’와 같은 단편적인 기억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은 소소한 어제의 기억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기억’입니다. 여기서의 기억은 과거 세대에 인류가 만들어온 역사 전체를 뜻합니다. 이 마을을 이끌어 온 원로들(지도자들)은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 인류의 기억을 소멸시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평등과 시기, 질투에서 벗어나 모두가 동등하고 평화로운 사회에서 살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로들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모든 기억들을 사람들로부터 차단하고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통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납니다. 그것은 바로 성욕, 감정, 직업입니다. 원로들은 이상적인 사회를 위해 매년 태어나는 아이의 수를 50명으로 제한합니다. 이를 통해 폭발적인 인구 증가가 가져오는 문제점들을 미리 통제할 수 있죠.(맬서스의 『인구론』에 따르면 폭발적인 인구 증가는 식량 부족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그러려면 사람들의 성욕을 통제해야 합니다. 그래서 적정 나이가 된 사람들은 성욕을 억제하는 약을 먹습니다. 이를 통해 무분별한 임신과 출산을 막고 마을 전체의 인류 수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원로회가 정해 주는 대로 자신의 성격과 기질에 적합한 배우자를 선택받고, 아기도 보육원에서 길러진 50명의 아기 중 남자 1명, 여자 1명을 배정받아 가족의 형태를 꾸립니다.
인간의 감정도 통제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원하든 원치 않든 입버릇처럼“ 저의 무례함을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해야 하고 이 말을 들은 상대방은 조건반사적으로“ 사과를 받아들입니다.”라고 답변합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모든 가족들이 하루 동안 느꼈던 감정을 고백하는 느낌고백 시간을 갖습니다. 이를 통해서 각자 지난 시간에 느꼈던 화, 억울함 등 부정적인 감정을 토로하고 이에 대해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를 순화시킵니다. 분노라는 감정을 부정적인 것으로 보고 어떻게든 순화시켜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직업도 통제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마을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매해 12월이 되면 기념식을 갖는데, 열두 살이 되는 해의 기념식에서 아이들은 수석원로로부터 각자 미래에 가지게 될 직업을 부여받습니다. 이후 아이들은 학교를 떠나 각자의 직업에 맞는 훈련을 받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노인이 되어‘ 임무가 해제’될 때까지(임무 해제의 실체
는 영화의 후반부에 밝혀집니다.) 평생을 자신들의 직위에 따른 임무를 다하며 살아갑니다. 그 직위는 비행기 조종사가 될 수도, 보육사가 될 수도, 아기를 낳는 대리모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조너스는 바로 이 열두 살 기념식에서 특별한 지위를 부여받습니다. 바로‘ 기억 보유자’입니다. 원로회는 사람들로부터 과거 세대 인류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대신 단 한 사람에게만 그 기억들을 남겨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억 전달자를 통해 대대로 전하고 있습니다. 조너스는 기억 보유자로서 훈련받기 위해 매일 이전의 기억 보유자의 집을 찾아갑니다. 후계자가 생긴 기억 보유자는 기억 전달자가 됩니다.
 
늘 같음 상태=평등?!
이전 기억 보유자는 이 마을 원로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노인은 다른 원로들과는 다르게 어딘가 쓸쓸해 보였습니다. 그는 조너스의 등을 통해(영화에서는 손을 맞잡고) 매일 조금씩 인류의 기억들을 전달합니다. 그것은 행복과 같은 긍정적인 기억과 감정부터 시작해 전쟁과 살인 같은 끔찍한 기억까지 다양한 기억들이었습니다.
기억 전달자가 조너스에게 전달한 첫 번째 기억은‘ 눈’과‘ 썰매’입니다. 그때까지 살면서 한 번도 눈을 본 적도, 썰매를 타본 적도 없는 조너스는 깜짝 놀랍니다. 이것은 조너스에게 낯선 경이로움과 즐거움을 맛보게 합니다. 조너스는‘ 햇볕’이 주는 따사로움과‘ 음악’이 주는 즐거움도 경험합니다. 그리고 이 통제된 사회에서 만들어준 가짜 가족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가족의 사랑’이라는 기억과 감정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왜 원로들은 이런 기억들을 지워버렸는지, 왜 가둬버렸는지 말입니다. 조너스는 기억 전달자에게 묻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눈이나 썰매는 어떻게 된 건가요?”
“날씨를 통제한 거지. 눈이 내리면 식량들이 잘 자라지 않거든. 그러면 농사 기간이 짧아지지.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날씨가 되기 때문에 어떤 날에는 교통이 거의 마비 상태에 빠지기도 했단다. 그건 전혀 실용적이지가 않았지. 우리가‘ 늘 같음 상태’에 들어가자 눈은 쓸모없는 게 되었지.”(143쪽)

이 사회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게 위해 의도적으로 기억을 지운 것이었습니다. 이는 색깔을 지운 것과도 맥을 같이합니다. 영화는 조너스가 기억을 전달받기 전까지 모든 장면이 흑백입니다. 조너스는 기억 전달자로부터 인류의 기억을 넘겨받으며 차츰 색깔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영화에서도 그때부터 장면이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되죠.

조너스는 지혜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조너스를 매료시킨 것은 바로 색깔들이었다.
“왜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볼 수는 없나요? 왜 색깔들이 사라졌나요?”
기억 전달자가 어깨를 한차례 으쓱해 보였다.
“우리들이 그쪽을 선택했어‘. 늘 같음 상태’로 가는 길을 택했지. 내가 있기도 전에, 옛날 아주 오랜 옛날에 말이야. 우리가 햇볕을 포기하고 차이를 없앴을 때 색깔 역시 사라져 버렸지.”(163쪽)

원로회의 선택대로 색깔을 없앴기에 우리는 색깔로 인해 발생하는 차이(영화에서 예로 들면 인종차별)를 없앨 수 있었고 인류는 평등한 사회를 유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과 포기해야했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요?‘ 늘 같음 상태=평화’라는 공식은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요? 이 공식이 가져오는 모순점은 무엇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중요한 이유
이 작품을 읽다 보면 궁금증이 생깁니다. 유토피아적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인류의 기억을 모두 삭제했다면서 왜 원로회는 기억 전달자 한 사람을 남겨 두었을까요? 그리고 왜 대대로 기억 전달자를 선출하여 이 기억들을 보존하고 전달하는 것일까요? 영화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 않지만, 책에서 기억 전달자는 이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합니다.

“기억은 우리에게 지혜를 주기 때문이다. 지혜가 없었다면 원로 위원회에서 나를 불렀을 때 아무런 조언도 할 수 없었을게다.”(190쪽)
“원로들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무언가에 직면했을 때에만 내 조언을 원하지. 하지만 무척 드문 일이야. 때때로 원로들이 내 지혜를 더 자주 청했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어. 난 원로들에게 말해 줄 수 있는 것들이 무척이나 많고, 원로들이 내 말을 듣고 조금은 바뀌었으면 하기 때문이지.”(176쪽)

원로회가 가족 구성원 수를 늘릴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기억 전달자는 인류가 과거에 지닌 굶주림의 기억을 통해서 인류 증가가 가져올 미래의 식량 문제의 위험을 미리 조언해 주었습니다. 원로회는 인류의 기억에서 앞으로 닥쳐올 미래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죠. 우리는 그것을‘ 지혜’라고 부릅니다. 일찍이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고 그것이 현재의 우리를 만들고, 현재의 우리가 쌓아오는 매일매일의 발자국이 다음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지요. 아마 기억 전달자의 기억과 일맥상통하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조너스는 마침내 인류의 기억을 되찾아 사람들에게 돌려주기로 결심합니다. 이 사회의 경계선 너머로 가서 자신이 가진 기억들을 흩뜨려 놓기로 한 것이죠. 그리고 그 외롭고 힘겨운 싸움을 시작할 때, 기억 전달자는 조너스에게 마지막 에너지를 다해 인류의 소중한 기억을 불어넣어 줍니다. 그것은 바로‘ 용기’의 기억이었습니다. 용기와 도전!
조너스는 기억 전달자로부터 받은 이 마지막 기억을 가지고 길을 떠납니다. 갇혀 있는 기억들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조너스는 인류의 기억들을 다시 되찾아 올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기억들은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게 해 줄까요? 아니면, 다시 인류사회의 혼란을 야기하게 될까요? 어떤 결말을 택하든, 그것은 바로 인류 자신, 우리들의 몫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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