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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함께 [세계의 십대와 함께 즐기는 문학] '해에게서 소년에게' 정신을 계승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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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4-16 02:07 조회 5,80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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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작가. 번역가
 
“텨–ㄹ썩, 텨–ㄹ썩, 텨–ㄹ썩, , 쏴아/따린다, 부슨다, 문허바린다/태산(泰山) 갓흔 놉흔 뫼, 집채 갓흔 바윗돌이나/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나의 큰힘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까지 하면서/따린다, 부슨다, 문허 바린다/텨–ㄹ썩 텨–ㄹ썩 , 튜르릉 콱” 요게 뭐긴, 우리나라 최초의 신체시로 알려진 「해에게서 소년에게」의 일부이다. 1908년 창간된 <소년>지 권두에 수록된 이 시에서 최남선은 세계 열강들의 이권 각축장인 조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청소년들에게 바다와 같은 기상을 품어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근대 문명의 개화(開花)는 ‘바다로부터’라고 생각한 개화기 천재 시인의 당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삼 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에서 바다야말로 세계로 나가는 관문이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우리의 영해는 바람 잘 날이 없다. ‘독도’를 ‘다케시마’로 부르면서 일본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이 최근에도 언론에 보도되었고, 중국은 이어도를 포함하는 방공식별구역(C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동아시아 3국이 우리의 바다를 두고서 서로 자기네 바다라고 우겨대고 있는 형국인데, 정작 우리는 체계적으로 이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피 끓는 십대여, 2014년은 갑오(甲午)년, 깃털 푸른 말이 이글거리는 태양을 향해 당당히 비상하는 형상의 해이다. 자, 청춘이여. 바다는 넓다. 힘차게 노 저을 준비가 되었는가?
 
 
마술사가 지은
바다 환상 협주곡
『바다 마법서』
장자화 지음|전수정 옮김|보림|2013
 
이 책의 추천서에서 광저우대학 전 아동문학연구소 소장인 반마(班馬)씨는 “장자화가 바다에서 일어난 기이한 이야기를 실제 이야기처럼 지극히 진지하게 쓸 때 나는 신비로움을 느낀다. 진지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면 그는 마치 마술사 같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바다 마법서』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고 덧붙이고 싶다. 왜냐하면 해양 과학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바다를 표현하는 아름다운 언어들, 그리고 심오한 사유를 행간에서 읽어낼 수 있었으니까. 비유하자면, 전체를 구성하는 일곱 편의 단편과 한 편의 중편은 바다를 무대로 펼치는 마술 공연 같았다.
돌고래 그림자를 종이에 접어 큰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열네 살 소녀 수시안의 이야기부터 시작되는 첫 단편이 상징적이라면, 거대한 유리 고래를 숭배하는 산 속에 사는 원주민을 다룬 두 번째 단편은 신화적이다. 해양연구학자 부 선생 일행이 목격한 유리 고래의 존재를 믿어주지 않는 현실 세계의 사람들과 달리 이들의 존재를 신뢰하는 원주민의 동굴에서 벌어지는 환상 여행은 시공간을 초월한다. 무엇에 홀린 듯 깊은 바다 세계를 커다란 화폭에 그린 화가 허시의 꿈 이야기를 다룬 세 번째 이야기, 사진기에 물의 요정을 담았다고 믿었지만 현상을 해보니 수초뿐인 사진에 실망한 사진작가 한창의 또 다른 꿈 이야기를 다룬 네 번째 이야기까지 내리 읽다 보면 공통적으로 ‘바다’와 ‘꿈’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하게 된다. 알다시피 장자화가 태어나 자란 대만은 섬이다. 섬에는 바다에 얽힌 많은 신화와 전설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바다에 대한 묘사는 매우 섬세하면서도 신화와 전설처럼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어진 다섯 번째 이야기는 황당하기까지 하다. 자신을 인어의 딸이라고 믿는 할머니가 주인공인 「바다로 보낸 편지」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를 차용한 이야기이다. 가족 구성원들과의 대화 없는 일상을 견디지 못해 상상 속 전생을 믿고 편지를 쓰는 할머니가 지상에서 보내는 마지막 나날들이 손녀의 시각에서 담담하게 전해지고 있다. 그러다 묘한 서사적 반전과 더불어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돌아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끝나는데, 이쯤 되면 애초의 황당한 느낌은 지워지고 깊은 울림이 파도소리처럼 들려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끌리는 단편인 여섯 번째 이야기 「떠 있는 배」는 유리 슐레비치의 그림책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와 하늘을 나는 배』의 몇몇 장면을 상상하게 한다. 그나저나 백화점 옥상 문을 몰래 따고 들어가 빨간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날게 된 형제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말은 당혹스럽다. 아니, 문학적 세련미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 지점에서, 1494년 제바스티안 브란트가 펴낸 『바보배Das Narrenschiff』를 새롭게 해석하여 마술적으로 재현한 결말이 얼마나 허무한지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바보가 누구냐고 되묻는 이 방식이 너무나도 철학적이고 지독히 인문적이란 사실만은 언급하겠다. 반마(班馬) 씨가 작가 장자화를 두고 마술사라 칭송한 그 이유를 확실히 납득하게 된 순간이다. 작가가 『바보배Das Narrenschiff』를 ‘오마주’하고 있다는 증거들은 일곱 번째 단편에서 목격된다. 목수의 아들 아쑤가 만든 파랑호를 타고 밀림에 배를 띄운 아이들은 몇날 며칠을 항해한다. 아쑤는 영영 얼이 빠져버렸는지 한마디 말도 할 수 없는 바보가 된다. 아쑤 일행을 태운 파랑호는 아이들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 진짜 바다를 향해 계속 나아간다. 이들이 향한 곳은 이 세상에 없는 바보들의 천국 ‘나라고니아’일까? 어떤 눈 밝은 독자도 그곳은 알 수 없다. 마술사는 절대로 자신의 마술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밝히지 않지 않던가? 장자화도 마찬가지이다. ‘동방 수계 마법’이 등장하는 중편 「바다 마법서」는 이 해양판타지의 표제작이기도 하다. ‘수계 마법’의 126대 전수자 아제가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마법서는 진정한 마법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혼자 힘으로 통과해야 할 ‘기이한 바다의 환상 세계’ 여행을 위한 지침서이다. 세상에는 스스로 직면해야 할 인생이 있음을 전하고 있는 이 판 타지는 ‘물처럼 부드러워야 어떤 그릇에든 담길 수 있다’는 노자(老子)의 사상이 밑바탕이 되어 있다. 이 이야기는 바다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귀환한 아제가 펼친 마법서 첫머리의 글귀를 보여주며 끝이 난다. “넓은 바다, 힘이 숨겨진 곳, 운용의 이치는 마음의 역량에 달려 있다.”
 
 
바이킹의 후손
펠레
『정복자 펠레』
마르틴 안데르센 넥쇠 지음|최창훈 그림
정해영 옮김|을파소|2009
 
고전 문학의 반열에 오른 덴마크 문학 작품 『정복자 펠레Pelle Erobreren』는 총 네 권으로 구성된 대하소설로, 1906년에서 1910년 사이에 차례로 발표되었다. 1869년, 덴마크 코펜하겐 빈민가의 어느 누추한 집에서 작가가 될 운명을 손바닥에 쥐고 태어난 넥쇠는 수많은 비평가들에 의해 북유럽의 막심 고리키로 비유된다. 여기서 소개하는 제1권에서는 펠레가 아버지 라세와 헤어지고 배를 타고 척박한 고향땅을 떠나는 장면까지만 다루었는데, 이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거머쥐었다. 당대 유럽의 많은 작가들처럼 넥쇠도 초창기에는 그 시절을 풍미했던 퇴폐적 염세관에 영향을 받지만, 점차 그의 작풍은 세상사에 관심을 드러내는 쪽으로 발전했고, 사회민주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작가의 정치적 성향이 반영된 『정복자 펠레』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작가의 유년 시절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리얼리즘 계열의 성장소설이라 하겠다. 그러면서도 이야기는 항구에서 시작되어 항구에서 끝나고 있다. 본격 해양소설의 범주에 넣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희망을 찾아 육지에서 바다로 첫걸음을 내딛는 주인공 소년 펠레의 도전기는 시인 최남선이 「해에게서 소년에게」에서 그리고 싶었던 소년의 이미지와 정확하게 겹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소설 속에는 “뱃사람들과 농부들은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들은 바다와 육지처럼 서로 달랐다.”라는 매우 의미심장한 구절이 있다. 바이킹의 전설이 남아 있는 덴마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라 그런지, 경계가 분명한 땅에서 소를 치거나 곡물을 가꾸며 살아가는 농부의 삶은 광활하고 거친 바다에 목숨 걸고 살아가는 뱃사람들의 삶보다 하찮아 보이는 것이 마땅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야기에서 바다는 언제나 용기 있는 자들의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야망이 큰 펠레에게는 바다의 안개 너머에서 대단한 기회가 손짓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따라서 ‘촌뜨기’에 ‘맥주병’이라는 놀림을 받아오던 펠레가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겨울바다로 뛰어든 것도 놀림에서 벗어나고 싶은 일차적 욕망뿐만 아니라 더 큰 세계로 향하고 싶은 야망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성난 바다는 바람과 파도를 일으켜 배들을 난파시키고, 마을에 위협을 가하기도 하지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바다에 목숨을 걸어야 된다는 사실을 펠레는 잘 알고 있다. 바다로의 모험을 선택한 펠레의 이마에는 드넓은 세상으로 떠나는 정복자의 패기가 빛난다. 이 야망 넘치는 젊은이는 곧 혼돈 속 미지의 세상으로 향하는 증기선에 오를 것이다. 그것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자의 운명이고, 바이킹의 후예로서 마땅히 취해야 할 진취적 기상이다.
넥쇠가 그리고 있는 척박한 덴마크의 현실은 그야말로 핍진해서, 농장 머슴, 목동, 신발 제조공 조수, 석공 보조 등의 허드렛일에 지쳐, 공부를 하고 싶어도 제대로 배울 겨를도 없이 일상이 이어진다. 작품을 읽는 내내 최남선이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했던 1908년 조선의 상황과 겹쳐 보이는 지점이 많았다.
 
 
바다 건너에서
희망이 기다리고
있을까?
『우리는 바다로』
나스 마사모토 지음|이경옥 옮김|보림|2007
 
이 책은 버블시대인 1980년 일본에서 출간되었다. 성적에 따라 색깔별로 나뉜 학생들, 주인공들은 모두 열두 살이지만 벌써부터 입시 경쟁에 시달린다. 아버지가 목수인 시로는 열등한 아버지처럼 자신도 열등하고 미래도 열등하리란 생각에 주눅 들어 있다. 한편 여러모로 월등한 구니토시 일행을 동경하면서도, 마음속에 자리 잡은 초조함 때문인지 무언가 해 보고 싶은 희망이 가득한 이사무는 배를 설계한다. 그리고 열등생 시로는 놀라운 솜씨로 배를 짓는다. 한데 평소 이들을 무시하던 사토시와 구니토시, 심지어 학교의 리더 격인 야스히코와 그의 단짝인 시게오까지도 이들이 만든 점보 시호스 호에 관심을 갖고 협조한다.
놀랍게도 작가는 엄청난 선박 지식으로 이들이 배 만드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열두 살 아이들이 항해 가능한 배를 만든다는 건 어찌 보면 터무니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덕분에 학교 성적만으로 우수한 아이와 열등한 아이의 경계가 무너지는 과정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마침내 이들은 공동의 과제를 통해 서로 의논하고 함께 목표를 공유함으로써 처음으로 상대적인 가치를 인정해 주는 덕목을 체득하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시로의 죽음 뒤로 급전환되어,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사토시와 구니토시만이 남아 세 번째 배인 시호스 3세 호를 완성하고 항해 준비를 한 뒤 바다로 떠난다.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왜 저자는 이들이 되돌아오는 장면까지를 작품 속에 포함시키지 않았을까? 왜 여느 청소년문학 작품처럼 ‘집–모험–귀환’ 구조로 안전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곰곰 생각해 보니, 이들의 경우 기성세대가 만든 기존 세계에서는 자신들의 어두운 미래가 명징하게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기실 이들에게는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필요한 건 아닐까 싶은 것이다. 기성세대가 보여준 허위와 위선에 벌써 지쳐 위험하지만 진실한 삶을 찾아 바다로 나선 이들의 행위는 무모하다면 무모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모험은 하나의 주제를 전달하는 메타포로 이해되어야 한다. 불안을 동반한 항해야말로 미래로 열린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진정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자의 몫이므로.
 
 
젊음의 오디세이아
삶은 출구를 찾아 미로를 헤매는 연속이다. 하지만 그 미로는 닫힌 미로가 아니라 무한히 열려 있다. 주어진 경로대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고, 취직을 하고, 이런 뻔한 경로마저도 방법은 사람 수만큼이나 많다. 하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조바심을 내고 두려움을 느낀다. 눈 먼 장님이 아닌데도, 벽을 치며 두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럴 때 세 권의 책을 읽기 권한다. 여러분 스스로가 여러분 이름을 단 배의 선장이고, 망망대해를 여행 중이라 생각해야 한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에서 여러분을 인도할 북극성을 찾아내는 지혜로움을 가져야 하고, 스스로 택한 경로로 향하는 배 위에서 자신의 선택을 믿어야 한다. 여러분은 지금 위대한 어머니 바다를 항해 중이다. 철학자 바슐라르는 ‘바다는 어머니이며, 바닷물은 그 어머니에게서 나온 기적의 우유’라고 표현한 바 있다. 여러분이 미지의 아틀란티스를 찾고 있다면, 여러분은 진정 오디세우스의 후예이다. 미래는 늘 아직 당도하지 않는 미지의 것, 그것은 수평선 너머에서 언제나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여러분의 항해는 앞선 자가 새겨놓은 이정표대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의 배에서 나온 여러분도 나도 드넓은 바다를 자기식대로 항해해야 한다. 이것은 태어난 자의 숙명이다. 우리 모두는 아직 젊다. 자, 준비되었는가? 푸른 깃발을 올려라. 청춘들의 당당한 오디세이아는 계속되리라.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판타지
『바다 속 왕국』
조안 에이킨 지음|얀 피엔코프스키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논장|2007
『해저 2만리』
쥘 베른 지음|김주경 옮김|시공주니어|2012

소설
『바다 아이』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오승민 그림
김주경 옮김|다림|2006

인문서
『관해기 1,2,3』
주강현 지음|웅진지식하우스|2006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
주강현 지음|웅진지식하우스|2005
『해변의 과학자들』
제임스 트레필 지음|이한음 옮김|지호|2001
『바다기담』
김지원 엮음|청아출판사|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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