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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잡이 길잡이 [교사의 책] 학교, 참 힘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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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4-16 01:54 조회 5,91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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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연 서울 효제초 사서교사


매일 아침 교실 문을 열려 할 때 손을 떤다는 신랑과 함께 살고 있다. 자신이 ‘아이들 앞에 설 자격이 있는가?’라는 고민 때문에 말이다. 이게 복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단지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해지는 건 이 사람이 심각하게 공교육을 떠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앞에서는 당연히 사직만은 절대 안 된다고 펄쩍 뛰지만, 뒤돌아서서는 좀 안쓰럽고 미안하다. 한국의 공교육이라는 게 얼마나 모순 덩어리인지 모른다면 차라리 마음이 편할 텐데……. 그냥 남들처럼 교직을 최소한의 돈벌이로 생각해야 하는 걸까? 그러기엔 이놈의 ‘교육’이란 말이 마음에 걸린다. 도대체 학교는 왜 이리 힘든 곳인지, 작은 한숨이 나온다. 학교처럼 편한 직장이 어디 있냐는 사회의 보편화된 손가락질(?)에도 불구, 이곳이 얼마나 슬픈 직장인지 담아낸 책들로 마음을 다독여 보자.


교사는 학교의 섬이다


사실 학교는 마음만 먹으면 참 편할 수 있는 직장이 맞다. 동료들을 보아도 그건 사실이다. 학년 배정과 업무분장은 일 년에 단 한 번 ‘배 째라’는 정신으로 해결 가능하고, 초등학교의 경우 아직도 체육과 컴퓨터 시간 등을 아이들에게 자유 시간으로 부여해 선심 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마음먹기가 어디 쉬운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양심을 못 버려 바쁨을 선택한다.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 방광염까지 걸리고, 급식은 십 분 이내로 먹어 치우는(?) 신공을 보이는 이들에게 학교는 늘 바쁘다. 당일 보고 공문은 왜 이리 많고, 행사는 일 년 내내 왜 끝이 안 보이는지……. 무엇보다 초・중・고를 막론하고 수업보다 아이들을 ‘보육’하는 데 실질적인 에너지를 쏟2013아야 하는 게 사람 진을 뺀다. 하지만 교사를 진짜 지치게 하는 건 따로 있다. 아이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대화할 수 있는 단 십 분을 온전히 만나기 어렵다는 것. 수업종과 끊임없이 날아 오는 팝업과 전화벨 소리로 학교는 단절의 연속이다.

내가 예민한 걸까, 너무 삐딱한 거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에 씁쓸하던 찰나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를 만났다. 책을 쓴 이유부터 참 반갑다. 저자 엄기호는 “한국의 교육현장이 어떻게 폐허가 되어버렸는지를 보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한다. 그가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한국 학교 시스템이 안고 있는 자체적 한계이다.

“지금 처리하고 있는 일이 다음에 처리하는 일과 거의 상관이 없다. 그러다 보니 교사 업무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수업이나 학생들과의 만남도 산만하기 짝이 없다.”(140쪽)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 근무시간 중에는 단절적이 될 수밖에 없다. … 한 학생의 미래가 걸린 일에도 긴 시간을 집중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토막토막 만날 수밖에 없다.”(153쪽)

그래서 저자는 “학교는 그저 학생들의 육체적 생명을 돌보기만 하는 수용소”이며, “학부모와 교사를 묶어 주는 것은 아이지 교육이 아니”라고까지 말한다. 우리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하는 것은 “교실과 함께 교무실 또한 붕괴하였다.”라는 지적이다. 교무실 역시 “침묵의 공간”이 되었으며, “더 이상 무엇이 제대로 된 교육인지에 대해 동료 교사들과 토론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저자가 볼 때 이러한 변화는 다음과 같은 위기를 의미한다.

“교사로서의 삶에 자극을 주거나 버텨낼 힘을 주는 것이 사라졌다. 잡무나 성적 같은 기술적인 일들은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해치우는 것”에 가깝다. … 나는 교사인가,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게 된다.”(186쪽)

고민하지 않은 삶은 방향성과 건강함을 잃는다. 문제는 이런 것이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근본 원인으로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이 성과 중심 학교문화를 정착시킨 것을 지적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자본주의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지 않은가. 그러기엔 이 사회에 기득권이 너무 많다. 그냥 폐허가 된 학교현장을 확인하는 것에서 그쳐야 하는가 하는 답답함이 몰려올 즈음 저자는 이런 대안을 제시한다. “둥그렇게 모여 앉아” 옆 반 교사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자고”. 그러면 적어도 우리는 외롭지 않을 수 있다고 말이다.

“어떤 것에 대해 철저히 논의했다는 것,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 자체가 충분한 결과이다. 아렌트에 따르면 결론이 있어야만 의미가 있는 대화가 아닌 이런 대화가 우정의 대화이며, 우정은 그들이 공통으로 가진 것에 대한 이런 대화로 구축된다. 그럴 때에만 우리는 단속을 극복하고 결속할 수 있다.”(319쪽)

맞아, 이래서 연대가 필요한 거지!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마지막 장을 덮으며 조금 씁쓸하다. 이런 책은 공교육 교사가 써야 하는 건데, 그래야 우리 교육이 건강한 건데 말이다. 아마 저자는 국제단체와 하자센터 등 공교육 밖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고민해왔기에 현장의 아픔을 직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슬프게도 우리는 너무 지쳐버려 이곳이 폐허라고 말할 기운조차 없지 않은가.


교장, 그대는 학교의 제왕

어찌하다 이렇게까지 오게 되었을까. 교사에게 학교는 하루 중 잠자는 걸 빼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인데, 정작 그 안에서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오히려 영혼을 팔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란 표현이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성찰과 고민이 있으면 견디기 힘든, 이미 짜여진 틀에 따라 기계처럼 움직이는 하루살이 인생. 직장이 다 그런 거라는 냉소를 보이기에 앞서, 현실적이고 시스템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고민한 이들이 있었다.

현직 교사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정책 연구공동체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는 “교장제도 혁명”을 대안으로 내놓는다. 학교에서 “수업보다 행정 업무 처리가 더 중요한 능력으로 인식”하게 만든 원인을 ‘근무평정’이란 승진제도의 맹점에서 찾기 때문이다. 근무평정 점수가 전적으로 교장에게 달려있기에 그에게 절대 복종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더욱더 교장은 권력의 핵심이 돼 버리는 이 상황은 모순이요, 악순환의 반복이다.
승진을 준비하는 교사들에게는 이러한 지적이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겠다. 그러나 사실 저자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수업이 중심이 되고 구성원 간 소통이 가능한 “민주적인 학교”로의 회복이다. “민주적인 학교 운영은 단순히 학교 운영 방법의 일환이기보다 학교를 민주주의 학습장으로 만들기 위한 교육적 노력”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다음과 같이 현실을 지적한다.

“물론 학교를 민주적 공동체로 형성하기 위해서는 학교 안에 일상적인 민주주의가 자리 잡는 것이 교장을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교장 임용 시스템 하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번번이 장애에 부딪히고 만다.”(6쪽)

일반인은 교장제도가 그리 나쁜 제도인가, 사장 없는 회사가 없듯이 괜히 딴죽 건 거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1부 교장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담긴 초・중등학교 교장의 모습을 읽고 있자면 교사인 나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기간제와 초임교사에게 상납 요구, 시설공사 및 수학여행으로 리베이트 챙기기는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정도. 출장과 휴직 등 결재권 남용, 비정규직을 개인 비서화, 학교 물품과 시설을 개인 용도로 사용, 업무지 이탈 등 수치스러운 사례가 많아도 너무 많다. 수업은 물론 전교생의 출결관리 및 행정업무와 청소까지 담당하는 외국의 교장과는 참 판이하다. “교육이란 학생과 만나지 않고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교는 교육자가 아닐수록 서열이 높은 것이며, 그 정점에 교장이 있는 것이다.”(47쪽)라는 지적에서는 한숨이 나온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구체적 대안은 이러하다. 임기가 끝나면 교사로 돌아오는 교장의 보직화, 관리자가 주는 점수로 교장이 되는 게 아니라 공개 공모제를 통한 선발, 평교사에게 교장 자격을 부여, 수업 시수 배당, 교감 제도 폐지 등의 아이디어가 그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불가능한 이상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 치평중, 조현초, 흥덕고, 보평초 등 교장공모제를 통해 선발된 학교의 사례를 통해 우리 현실에서도 실현 가능함을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물론 현실은 좀 암담하다. 이미 교장은 그 세력이 권력화 되어 있어 교총과 함께 제도 개선에 대한 반대가 만만치 않고,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 법 자체를 개정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나도 한 번쯤은 “민주적인 의사소통능력”과 “학교공동체”에 대한 비전과 믿음이 있는 교장과 함께 근무해 보고 싶은 욕심은 버릴 수가 없다. 선생님도 그렇지 않으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 찾기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 예속화는 생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 틀 안에서 최근 교육부는 영어전문강사・스포츠강사에 뒤이어 시간제교사 도입까지, 노골적으로 ‘공교육의 학원화’를 꾀한다. 일자리 창출, 교사의 수업 지원 등의 탈을 쓰고 있지만, 사실 이 제도들의 본래 목적은 따로 있다. 교육공무원에게 지급되는 돈을 최대한 줄이자는 것. 사실 인건비로 지출되는 예산이 전체 교육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다. 정교사 1명을 채용할 돈으로 한 번 쓰고 버릴 수 있는 기간제 교사 여럿을 부릴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그들의 선택은 하나뿐이지 않은가.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덕담으로 쓰이는 대한민국에서는 학교 사회에서도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요구한다. 우리는 그 안에서 교사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슬프다.
그래도 희망을 말하는 이들이 있다. 현직 교사이기도 한 저자 윤지형은 월간 <우리교육>에 기고한 ‘윤지형의 교사탐구’ 글을 『나는 왜 교사인가』와 『다시 교육의 희망을 묻는다면』 두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저자는 전국 곳곳에 숨은 등불 같은 선생님 28분과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그들이 왜 캄캄한 현장을 지켜내고자 하는지를 열정적으로 풀어놓는다. 그 안에는 국가보안법과 일제고사로 해직된 이들도 있고, 혁신학교 구성원도 있고, 스스로 교직을 떠난 이들도 있다. 이렇듯 각기 다른 옷을 입고 있지만, 자신들이 어째서 교사라는 길을 가고 있는지 치열한 고민과 함께, 오늘 하루도 현장에서 살아내고 있다고 묵묵히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그 안에는 “‘선생들’ 집단은 믿지 않지만 삼천리강산 곳곳의 학교와 교실에 숨어 있을 ‘선생님’은 믿는다.”라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그래, 함께라면 외롭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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