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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잡이 길잡이 [교사의 책] 혁신학교, 그거 정말 희망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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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3-17 22:25 조회 6,22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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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연 서울 효제초 사서교사
 
벌써 12월이다. 20대에는 시간이 그토록 안 가더니 서른이 훌쩍 넘어서니 총알이 따로 없다. 하루는 긴데 1년은 짧다. 그런데 지난 한 해 동안 교육계에는 무슨 일들이 있었더라? 자살, 학교폭력, 역사교과서 논란, 전교조비합법화 등 떠오르는 것들이 어째 다 우울하다. 교사를 기운 나게 하는 일이 좀 있어야 하는데, 설마 하나도 없을까 조바심이 난다.
아! 다행히도 제법 큰 게 생각났다. 바로 혁신학교. 많은 이들이 여기에서 의미를 찾고, 공교육의 현실적인, 유일한 희망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근데 나를 포함해 막상 이 혁신학교가 기존의 연구학교랑 뭐가 다른지, 두려움이란 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이들도 많다. 그래, 이번에는 혁신학교가 뭔지, 혁신교육이 정말 희망 맞는지 책을 뒤져 보자.
 
 
혁신학교가 이뤄 낸 기적들, 혁신학교 중등 이야기
‘혁신학교’, ‘혁신교육’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참 많다. 진보 성향 교육감, 배움의 공동체, 소통, 학교문화 개선 등등. 또 서울형혁신학교(서울), 혁신학교(경기도), 행복더하기학교(강원도), 무지개학교(전남) 등 각 시도 교육청마다 이름도 참 다양하다. 이제는 전국구 열풍을 타고 있는 혁신학교는 2009년 경기도에서 김상곤 교육감의 공약으로 처음 시작되었다. 입시 위주의 주입식 공부에서 벗어나 공교육을 정상화시키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시범학교 사업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사실 취지만 보자면 기존 사업들도 언제나 ‘공교육 정상화’를 내세웠기에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초기에 성공을 거두었던 혁신학교 모델이 관이 아니라 ‘교사’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아래로부터의 움직임은 그 파급력이 상당하다. 실제 아이들과 부대끼는 주인공은 교장이 아니라 교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평교사’의 2013문제의식과 고민이 모아지면 학교 현장에 기적이 일어난다. 교장 중심의 서열식 학교 문화와 주입식 수업 관행이 아예 깨질 수 있는 것이다.
이 놀라운 변화들이 슬슬 단행본으로 출판되고 있다. 혁신학교가 시작된 지 벌써 5년이니 지금쯤 한 학교의 사례만으로 책이 엮일 만큼 자료가 모였을 법하다. 게다가 반갑게도 저자는 초창기 혁신학교인 경기도 시흥 장곡중학교에서 혁신부장을 지낸 박현숙 국어교사이다.
박 교사는 “어느 순간부터 학생들이 내 수업을 듣고 있지 않았다”라는 용기 있는 고백으로 머리말을 연다. 그녀는 이 고민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과감히 혁신학교를 선택, 신입 때보다 더한 열정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직접 체험한 현장의 변화를 160여 쪽에 걸쳐 속도감 있게 풀어 놓는다. 간간히 “~해야 한다”는 관리자적 마인드가 아쉬울 수 있지만, 저자가 혁신학교에서 이루어낸 기적은 그만큼 컸다.
단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루어 낸 학력 향상과 학교 폭력 감소는 그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였을 뿐이다. 장곡중은 수업이, 학교 문화 자체가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다. “단순지식을 암기해서 시험을 보도록 하는 수업은 우리학교에서는 이미 2010년에 버렸다.”(75쪽)라고 단호히 말할 만큼, 단 한 명의 학생이 수업에서 소외되는 장면이 관찰되면 즉시 학년협의회가 열릴 만큼, 장곡동 학원들을 아노미 상태에 빠트릴 만큼 바뀐 것이다. 읽고 있자면 가슴이 다 쿵쿵 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은 단순히 수업에 모둠활동을 도입했다고, 학습참가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교사 회의를 자주 연다고, 학생자치회를 활성화시켰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이 핵심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문화란 삶의 방식이므로 결국 존재하는 모든 것의 운영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31쪽)
“사람들은 흔히 수업을 바꾸는 일을 교사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깨닫게 되는 점은 수업을 바꾼다는 것은 학교에서 어느 한 분야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학교의 문화가 바뀌어야 바뀐 수업이 정착되고 지속된다.”(56쪽)
“그러나 사실은 프로그램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런 일련의 과정에 담긴 학교와 교사들의 철학이다.”(66쪽)
 
그래,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 “아이들이 없는 수업과 학교”가 너무도 괴로웠다는 박 교사의 고백이 다시 생각난다. “요즘 애들은… 쯧쯧” 하며 학생 탓으로 돌릴 수도 있는데, 그녀는 힘든 길을 선택했다. 이런 이들이 아직 현장에 많다는 사실이 큰 위로로 다가온다.
 
 
수업은 저절로 바뀌는 것이다,
혁신학교 초등 이야기
이번에는 혁신학교 초등 이야기를 풀어 볼까 한다. 우리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줄 저자는 현재 서울강명초등학교 혁신부장을 맡고 있는 이부영 교사다. 이 교사는 올해 교직 32년 차로, 52세라는 나이는 새로운 도전보다는 명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저자는 명퇴를 준비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을 돌려 놓은 것이 있으니, 바로 혁신학교다. 혁신학교를 접하면서,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꿈에 그리던 행복한 학교를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것이다.
학교를 외면하며 살았다던 저자가 학교 귀신이 된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교사의 헌신적인 모습보다도, 교육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읽는 이의 마음이 움직인다. 무엇보다 저자는 불편한 이야기도 서슴지 않는다. 우리나라 학교에는 확실하게 민주주의가 없다고 말할 수 있으며, 초등교육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파블로프의 개라는 지적은 우리 모두가 암묵적으로 모른 척해 온 불편한 진실이었다. 교사와 학생이 빠져 버린 학교 건축의 현실, 근무평정과 승진제도의 문제점, 교장의 사유화가 되어 버린 학교 등의 고발 역시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 모든 것을 내치지 않고 품에 안으면서 ‘희망’을 말한다. 혁신학교라는 이름 아래 모인 강명초 선생님들은 저자와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고민을 했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만들기 전에 아닌 것을 없애”는 노력을 한다. 방송조회를 없애고, 아침 자율학습 시간을 없애고, 모든 행사와 시상을 없앴다. 부장회의도 스티커 제도도 일제고사도 버렸다. 학부모회도 자발적으로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교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교장실도 건물 구석 작은 방으로 옮겼다.
그리고 제일 먼저 교사회를 활성화시켰다. 이 안에서 학교 운영의 모든 일을 의논하고 결정한다. 교사회에서 다수결로 결정하는 일은 드물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진짜 토의를 한다. 그들이 치열한 고민 끝에 도달한 결과물은 봄・여름・가을・겨울 4학기제, 문예체 교육, 대통령이 오더라도 준비 안 하는 진짜 수업 공개, 전 교사가 참여하는 학교 교육과정 평가회, 포스트잇으로 담임 정하기 등등 다양하다.
하지만 저자가 글 속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왜 그런 결과에 도달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것이다. 즉, ‘교육은 소통과 관계’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학교 문화를 민주적으로 바꾸고자 한 과정 말이다. 이것이 빠지면 “가짜 혁신학교”가 된다는 정확한 지적과 함께, 이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교사가 민주적인 생활 태도가 몸에 배어 있지 않으면, ‘배움의 공동체’라는 근본 철학은 온데간데없고 결국 ‘ㄷ자 좌석 배치’와 ‘3분 이상 교사 설명금지’, ‘모둠수업’, ‘학습지 활용’이라는 식의 수업 방법만 남게 된다.”(244쪽)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뀌는 게 아니라, 학교가 바뀌면 수업은 저절로 바뀐다.”(268쪽)
 
이렇듯 군데군데 다소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문체의 빠른 호흡 덕분에 300쪽이 넘는 분량이 속도감 있게 읽힌다. 글의 긴장감은 저자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연재했던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 기사 글을 재구성하여 엮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본 글들은 <오마이뉴스> 홈페이지에서 검색이 가능하다.
 
 
혁신교육은 어디로 가야 하나?
위의 두 학교는 다행히 소통이라는 교육 철학 위에 혁신학교를 이뤄 냈지만 사실 모든 혁신학교가 그러한 것은 아니다. 가짜 혁신학교와 진짜 혁신학교를 구별하는 감별법이 생겼을 만큼, 적지 않은 교사들이 혁신학교를 빨리 뜨고 싶어 할 만큼 다양한 모습이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 현장에서는 혁신교육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들로 혁신교육의 방향성과 가치를 담은 책을 하나 더 소개한다. 혁신교육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또렷이 보인다면,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경기도교육청 산하 경기도교육연구원 정책개발팀원이다. 팀원 중에는 좋은교사운동의 김성천, 독서교육의 대가(?) 송승훈 등 교사들의 세계에서는 제법 전국구로 알려진 이들의 이름도 눈에 띈다. 이들을 포함한 현장교사 출신 6명이 정책개발팀에서 일하며 매달 관련 기관에 <이슈리포트>라는 소식지를 보냈는데, 이 책은 이 글들을 정리해 다시 묶은 것이다.
“혁신교육 미래를 말한다”라는 제목을 보고 혁신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담았구나 싶다가 목차를 보면 다소 아리송해질 수도 있겠다. 복합성 철학, 듀이의 프래그머티즘, 역량중심 교육, 변혁적 리더십, 고교평준화 등 상당히 이론적이면서 포괄적인 교육 전반의 이야기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미래상을 제시했다기보다는 혁신교육이 내포한 다양한 가치와 의미를 담았다는 소개가 정확할 듯싶다.
복합성 철학에서는 교사 간 소통과 배움중심 수업의 중요성을 읽어 낼 수 있고, 듀이의 철학에서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역량중심 교육에서는 숫자로 표기되는 성적이 아니라 창의력・사고력 등 실제 학업 능력 향상이 본질임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교육과정 재구성 사례와 절차 및 각 학교별 차별화된 교육과정으로 업그레이드된 고교평준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현장 교사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줄 것이다. 독서교육을 다룬 글 또한 상당히 실제적이고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렇듯 각각의 장은 전혀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는 듯싶지만,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안목을 길러 주고, 나아갈 방향을 일러 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보다 이론과 정책을 설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다소 딱딱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모두 교사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해 주었으면 좋겠다. 학교 현장의 답답함을 너무도 잘 아는 만큼, 학교조직과 교육정책 개편에 얼마나 관심이 많았겠는가. 아마도 어둡고 긴 터널에서 한 줄기 빛, 출구를 찾는 기분으로 혁신교육에서 답을 찾고자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학계에서만 의미 있는 교육학 이론쯤으로 치부할 수가 없다. 교육청이 실적을 위해 제작한 자료집이 아니라, 평교사의 고민 속에서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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