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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함께 [세계의 십대와 함께 즐기는 문학] 핵폭탄을 안고 사는 지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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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1-31 05:56 조회 6,30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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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작가. 번역가

1914년, H. G. 웰스는 자신의 소설 『해방된 세계』에서 원자폭탄과 핵전쟁을 예언했다. 1920년대에는 원자핵을 연구하는 새로운 과학 분야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1939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독일이 ‘가공할 군사 무기’인 원자폭탄을 제조할 능력이 있다고 경고했다. 삼 년 뒤에는 원자폭탄 제조로 이어질 수 있는 핵분열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미 육군 공병단에 ‘맨하탄 관구’를 창설했다. 그리고 1945년 7월 16일 오전 5시 30분, 미국 뉴멕시코 주의 트리니티 플래츠에서 지구 역사상 최초의 원자폭탄 폭발 실험이 실시되었다. 그해 8월 6일에는 미국 공군 B–29 폭격기 에놀라 게이호가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리틀 보이’를 투하했다. 폭발지점 반경 4킬로미터 이내 건물은 모조리 파괴되고, 사망자는 최소한 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인 1945년 10월, 전후 원자폭탄 실험인 ‘교차로 작전’이 미국에 의해 은밀히 시작되었다. 세계 역사상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원자폭탄 투하 과녁으로 서태평양에 위치한 비키니 섬이 선정되었다. 전쟁 중 점령군이던 일본군이 빠져나간 섬의 순박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고향이 머지않아 하룻밤 사이에 불바다가 될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
1946년 1월 초에 미국 국방부의 훈련으로 시작된 작전이 결국에는 250척이 넘는 배와 150대가 넘는 항공기, 42,000명의 인원, 25,000대의 가이거 방사선 계수기, 수백 대의 스틸 카메라와 영화 카메라가 동원되는 엄청난 사태로 번졌다. 이들은 1946년 7월 1일, 오전 8시 반에 폭탄을 투하할 예정이었다. 여기까지가 실제 있었던 ‘교차로 작전’의 개요라면 다음은 시어도어 테일러가 지은 『비키니 섬』의 내용이다.
1944년 3월 말 어느 이른 아침, 비키니 섬에 하늘과 땅을 흔드는 굉음이 울려 퍼진다. 잠자리에 있던 14세 소년 주인공 쏘리 네 식구들은 겁을 집어먹고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하늘에서는 비행기들이 날다가 섬 북쪽 끝에서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쏘리는 비행기들이 포탄을 투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미국 비행기임을 알아본 섬사람들은 일본군의 점령 하에 있던 섬이 마침내 미군에 의해 해방되는 것으로 착각했다. 재작년, 일본군이 쳐들어와 초호 어귀에 수뢰를 설치할 때까지 비키니 환초는 평화를 누리고 있었다. 총을 가진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그런 순박한 이들에게 일본군의 약탈은 지긋지긋하고 끔찍한 것이었으니, 미국군은 마치 해방군 같았다.
일본군이 물러나고 두 달 뒤, 전통에 따라 성인식을 치른 쏘리는 오래전 섬을 떠나 상선을 탔던 생면부지의 외삼촌 아브람과 인사하게 된다. 오랜 해외 체험으로 개화된 아브람은 미국을 구원국으로 여기는 쏘리에게 진실을 알려준다. “미국인들은 이제 환초 전체를 지배하고 있고, 영원히 환초를 돌려주지 않을지도 몰라. 그들의 깃발이 영원히 우리 비키니 섬 위에 나부낄 수도 있어. 우리는 조심해야 돼.”
외삼촌 아브람은 저녁마다 콰잘린 섬에서 미군 무선 통신망을 통해 방송되는 뉴스를 듣고 주민들에게 알려줬다. 그러던 어느 날에는 미국이 원자폭탄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린 무시무시한 뉴스를 전한다.
이듬해 2월 초, 미국 군함 섬너호가 다가온다. 아브람이 유창한 영어로 섬에 온 이유를 묻자, 해군 소위는 초호의 수심을 잰 다음 커다란 산호초를 몇 개 폭파할 예정이라고 둘러댄다. 하지만 마을 회의를 요청한 해군 군정 장관은 추장에게 자신들이 비키니 섬을 원자폭탄 실험 장소로 선정했다고 전한다. 아브람은 흥분하여 반대를 하지만, 추장은 뜻밖에도 수용적이다. 이어 군전장관이 핵 실험이야말로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것이라 설명하자, 순진한 섬 주민들은 마을 투표를 통해 다른 섬으로 이주할 것을 결정하고야 만다. 아브람은 이건 잘못된 선택이라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 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일부 마을 청년들은 미국이 조만간 돈을 주고, 새 섬에서 주민들이 살 수 있도록 잘 돌봐줄 거라고 말한다. 식량과 약의 무상 제공은 물론이고.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를 결사반대하는 아브람은 방해 작전을 펼 계획을 쏘리한테 말한다. 카누의 돛과 배를 빨갛게 칠해서 원폭 목표 지점까지 접근해, 비키니 초호에서 원자폭탄을 투하할 비행기 조종사의 눈에 띄게 하려는 것이다. 그럼 미군도 폭탄 투하를 중단하고, 신문과 방송 기자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할 것이라는 생각이었으나, 자신이 앓던 심장병을 숨겨 왔던 아브람은 이 계획을 실천해 보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죽는다. 하지만 외삼촌 아브람이 못한 일을 이제 쏘리가 하려 한다. 타라 선생님도 죽은 연인 아브람을 위해 따라 나선다. 쏘리의 할아버지도 기도를 하겠다면서 따라 나선다. 셋은 빨갛게 칠한 카누에서 통조림 뚜껑으로 햇빛을 반사할 생각이었다. 그럼 하늘에 떠있는 비행기에서 섬광을 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폭탄을 실은 비행기의 조종사들은 자신들이 영점 표적물인 네바다호만을 주시했다. 원자폭탄은 이들을 녹였다. 백만 개의 태양에서 나오는 빛이 초호 위에서 번득였다. 이어 고막이 터질 만큼 요란한 우렛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얀 핵구름은 거대한 아이스크림콘이 되었다. 하얀 죽음. 동물들도 비명을 지를 시간조차 없었다.
역사적 실제 사실들은 책 속에서 작가가 꾸며낸 비키니 섬 원주민들에 의해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다. 역사소설도 르포르타주도 아니지만, 너무나도 구체적이라 손바닥에 땀이 나게 한다. 특히 원자 폭탄이 투하된 날의 상황은 실제 자료와 이야기를 교차 편집하여 구성했기에, 마치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보는 느낌이 든다. 세월이 흘러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은 비키니 환초가 인간이 다시 살기에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간 사람들은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린 살풍경에 분노를 터뜨렸다. 여전히 스쿠버다이버들은 초호 바닥에서 표적 함대의 잔해를 조사하고, 바다가 오염되어 있다고 전한다.
작가 시어도어 테일러는 1946년에 비키니 초호를 훑으며 산호초 작업을 하는 갑판 장교로 군에 복무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책의 말미에 덧붙인 ‘지은이의 말’로 원주민에 대한 슬픔과 죄책감과 더불어 미국인으로서 수치심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테일러는 섬뜩한 모험의 현장을 평화롭고 조용한 미크로네시아 전통 문화와 산업화한 서구 문명의 대조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보여주면서도 전쟁과 핵무기, 환경오염, 미국의 패권주의, 전통문화의 파괴 등의 묵직한 문제들도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논픽션 작가이자 반전평화운동가로 명성이 높은 히로세 다카시는 ‘지금 사람들이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지구는 끝장이다’라고 생각해, 실제 있었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소재로 이야기를 꾸리게 되었다고 전한 바 있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1986년 4월 26일 새벽 1시 30분, 거대한 폭발음이 우크라이나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열다섯 살의 소년 이반은 이 처참한 폭발의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는 점점 불길이 거세져 일 미터가량 되는 높이의 불꽃이 상공에 커다란 원호를 그리며 세력을 넓혀 가고 있다. 이반이 살고 있던 프리프야트 마을은 세문학계 제일의 원자력 기지를 꿈꿔 왔고, 동네 사람들은 거의가 발전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가족이었다. 이반의 아빠 안드레이 세로프는 발전소의 책임자로서, 설계에서부터 가동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담당자였다. 아버지는 이반과 여동생 이네사를 엄마에게 맡기면서 가급적 멀리 도망가라고 하고, 자신은 폭발이 일어난 현장으로 향한다. 폭발은 4호로에서 일어났으나 불길은 3호로로 무섭게 번지고 있었다. 문제는 핵반응에 대한 지식이 없던 소방대원들이 불길을 잡으려고 물줄기를 퍼부어댄 데 있었다. 4호로에서 솟아오른 불길은 점점 더 거세져 원자로 내부의 금속들을 모두 녹여 버리고 부글부글 끓어오른 쇳물을 상공으로 토해냈다. 주민을 위해 안전대책을 신속하게 강구해야 할 당국은 그때까지 언제, 어디로, 주민들을 대피시킬 것인지 명확한 계획이 없었다.
2만 명에 달하는 피난민들이 군용 트럭과 급조한 버스에 나눠 타고 안전한 지역으로 향하고 있는데, 이반의 여동생 이네사는 온몸이 아프다. 방사선의 피해는 아이들이 먼저 입게 마련인 법이다. 이들은 급히 마련된 농장에 피난민 수용소를 찾아 들었다. 하지만 농장에서 발전소까지는 불과 십 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에, 아직도 격렬하게 솟아오르는 불기둥이 저만치 보였다. 얼마 뒤 안드레이의 상관 콜리야킨이 헬기를 타고 이들을 찾아와 성인 남자 열세 명을 호명한다. 또한 호명된 이들은 자기 부하직원을 십여 명씩 차출해, 백 여 명의 결사대를 구성했다. 이들이 폭발한 원자로 뒤처리를 맡게 된다.
수용소의 생활은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불과 생후 8개월인 아이가 죽자, 의사는 병리학 증상을 살펴보려 했지만, 어디선가 나타난 군인이 아이를 재빨리 묻어 버릴 것을 명령한다. 사람들은 분위기가 살벌해진 걸 대번에 눈치채고 몸을 사린다. 이반의 엄마 타냐는 어둠 속에서 몸을 숙이고 급하게 움직이는 사람을 발견한다. 그는 차출되어 갔다가 화상을 입고 몰래 빠져나온 니콜라이였다. 그는 아내와 돌도 안 된 아이를 만나야겠다는 일념으로 탈출을 감행했던 것이다. 어린 딸이 죽은 줄도 모른 채. 그로 인해 타냐는 남편 안드레이의 안부를 전해 듣고, 사고 현장이 이미 방사능 측정기 바늘이 망가졌을 만큼 심각하게 오염된 걸 알게 된다. 차출된 작업자들은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모두 몸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했고 피를 토하며 픽픽 쓰러지는 사람도 속출했다. 사고를 은폐하고자 하는 정부 측을 대변하는 콜리야킨은 탈출한 니콜라이를 알아보고 그가 소문을 유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는 살해한다. 이제 이반도 방사능 낙진을 견디지 못하고 눈이 멀고, 엄마 타냐의 머리카락은 푹푹 빠진다. 다른 사람들도 처지는 마찬가지였다. 모두 피부 여기저기 울혈이 생기고, 살갗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과 현기증에 시달렸다. 강에는 동물의 사체가 넘쳐흐르고 인간의 시체까지 떠내려 오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있는 기간도 잠시. 군인들은 눈이 멀어버린 이반과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아픈 이네사를 끌고 가 각기 다른 버스에 태운다. 이제 가족 모두가 뿔뿔이 흩어졌다. 병원에서는 마취제를 주사하지도 않았다. 환자를 이용하여 의학 연구를 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체는 군인들이 일제히 관장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익명으로 불리고, 홀로 고통 받다 죽은 이네사의 시신도 결국엔 쓸쓸히 시체처리실로 실려 가게 되었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서로 떨어져 있는 이반과 이네사 그리고 엄마 타냐의 입장에서 서로를 그리고 안부를 걱정하는 서사가 이어진다. 작가 히로세 다카시는 모든 정보들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또한 모든 공식적 발표가 조작임을 작품 속에서 그려내고 있다. 마치 2011년 3월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을 밝히길 주저한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행위를 미리 예상이라도 했듯이. 이야기는 철저히 비극으로 끝난다. 결론은 온 가족의 죽음이다. 설령 살아남았다고 해도, 온전하게 살 수도 없다.



체코 동보헤미아 지방 비하슈타틀에서 태어났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가족과 함께 독일에 온 작가 구드룬 파우제방은 가난과 실업, 환경, 평화 등 크고 작은 사회적 문제를 다룬책을 많이 발표한 작가이다. 1983년에 발표한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보물창고)을 통해 핵폭발 후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원자병으로 신음하며 굶주림과 약탈로 죽어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해 냈다. 이 작품은 평론가들로부터 ‘인류의 양심을 뒤흔들어 깨운 이야기’라는 평을 받았지만, 그는 핵의 공포와 위험에 누구나 언제든지 노출될 수 있음을 더 강조하기 위해, 사 년 뒤인 1987년에 『구름』을 발표했다. 독일 청소년문학상, 독일 공상과학문학상, 크르트–라스비츠상 등을 수상한 이 작품은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전 세계 밀리언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우기도 한 작품이다. 또한 2011년에는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클라우드>가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에서 상영되지는 않았다.
앞서 소개한 두 작품이 20세기 역사에 실재했던 핵 사고를 다루고 있다면, 『구름』은 작가가 살고 있는 독일에서도 만약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가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1986년 4월 26일에 일어났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충격이 이 작품을 쓰게 된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는데, 이 작품에서 우리는 핵사고가 결코 어린이나 청소년들과도 무관한 현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인류에게 헌신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문명의 이기라는 것이 어떤 전쟁 무기보다도 끔찍한 악행을 저질렀고, 앞으로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는 사실에 온몸이 떨릴 뿐이다. 2013년 가을 현재, 2년 반 전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 원소들이 미국 서부 해안에까지 흘러갔다는 소문이 떠돈다. 저 멀리 독일 정부에서는 정례적으로 일본의 방사능 관련 보고를 받는다지만,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에게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는다. 옆 나라 이웃 나라 일본이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 땅에도 핵겨울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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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트다운』
오시카 야스야키 지음|한승동 옮김|양철북|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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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함미라 옮김|보물창고|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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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 때에』
레이먼드 브릭스 지음|김경미 옮김|시공주니어|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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