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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잡이 길잡이 [책 읽는 부모] 부모에게 상처 받은 이들을 위한 치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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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1-31 05:49 조회 6,09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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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석 북칼럼니스트

“당신은 어떤 부모 아래서 자랐습니까?”라고 묻는 『부모의 자존감』은 도발적인 책이다. ‘독자에게’라는 글 첫 대목에서 ‘부모’를 “당신의 어린 시절을 가장 심각하게 통제했던 어른들”이라고 규정할 정도다. 다 “자식 잘 돼라”는 마음에서 했던 수많은 말과 행동이 결국 ‘통제’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발끈할 것까지는 없다. 지은이가 말하는 통제는 ‘건강하지 않은 통제’ 즉 권위주의를 비롯한 완벽주의, 과잉보호, 독재, 과소평가 등의 부정적 형태를 이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양육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건강하지 않은 통제를 받고 자란 사람은 “인생의 의미와 자유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면서 살아갈 수 있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위를 숭배하는 억제적 부모
지은이는 문제에 이름을 붙이는 것으로 부모들의 건강하지 않은 통제를 정리한다. 가장 흔한 유형은 ‘억제적 부모’다. 억제적 부모는 과도하게 간섭한다. 자녀들에게 사생활이란 없기 때문에 자녀들이 획일적 가치관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억제적 부모들은 아이의 반대 의견을 ‘거부’로 받아들이고, 아이의 독립적 성향을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라고 받아들인다. 자신과 동떨어진 자녀를 억제적 부모는 견딜 수가 없다.
억제적 부모는 ‘완벽주의적 부모’가 되기 쉽다. 억제적 부모는 학업은 물론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잘’해야 하고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과에 대한 압박으로 자녀들은 “자신이 신체적, 정신적 혹은 정서적 얼간이인 것처럼 느끼면서” 자랄 수 있다. 억제적 부모는 자녀들이 어릴 때, 한때만 그러지 않는다. 학교, 취미 활동, 직업 등을 선택할 때 더 심하게 압박한다. 결함에 대한 경멸이 그 원인인데, 결국은 지위를 숭배하는 삶을 살기 때문에 억제적 부모의 자녀들은 그만큼 험난한 삶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억제적 부모와 완벽주의적 부모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혼돈적 부모’는 그 기준마저 없는 게 문제다. 자녀들에게 일관성 없는 규제와 복합적인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자녀들의 생활은 혼란 그 자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생각이 항상 흔들리기 때문에 자녀들은 삶을 일관성 있게 영위할 수 없다.

“혼돈적 부모의 아이들이 맞닥뜨리는 가장 큰 문제는 자율성과 친밀함에 대한 욕구를 어떻게 달랠 것이냐이다. 아이가 집에 있는 대신 친구네 놀러가고 싶어 하면 혼돈적 부모는 거부당하고 상처를 입은 것처럼 행동한다. 아이가 집에 있으면 혼돈적 부모는 아이를 비판하거나 거부한다. 그 결과 혼돈적 부모의 아이들은 독립성이나 친밀함 둘 중 하나를 욕망하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을 느낀다.”

박탈적, 광신도적, 이용적, 학대적 부모 등을 설명한 지은이는 마지막으로 ‘유아적 부모’에 대해 밀도 있게 다룬다. 유아적 부모의 경우 오히려 아이들이 부모를 돌본다. “애정에 굶주리고 겁에 질려 있는” 유아적 부모들은 “가정을 돌보는 역할을 아이에게 떠넘긴 채 자신이 아이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아적 부모의 경우 “학대하는 사람에게 맞서거나 학대를 멈추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자녀들은 그만큼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는
대물림 된다
유형을 분류했으니 이제 문제를 이해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첫 단계는 과잉 통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피는 것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과잉 통제는 12가지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지은이는 이를 “비열한 12가지 통제 방식”으로 명명한다. 언제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통제하는 섭식 통제, 옷 입는 것과 꾸미는 것까지 지시하는 신체 통제 등을 통해 자녀들의 기본적인 삶마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사고 통제와 괴롭히기, 박탈하기, 혼란시키기, 조종하기 등 부모라면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 그러나 실제로 삶에서 그렇게 하고 있는 일들을 부모들이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가 두 얼굴로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아이는 부모가 자신에게도 그러는 것은 아닌지 자연스레 의문을 품게 된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다음과 같은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게 된다. ‘엄마 아빠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을 땐 잘해 주다가도 없을 땐 업신여기는데, 내가 주위에 없을 때면 과연 어떨까.’”

통제적 가정이 해로운 이유는 자녀들이 자신을 위해 자라지 못하는 데 있다. 스스로 최고로 성장하거나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자란 것이 아니라 “오직 부모를 기쁘게 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 힘들다.
부모가 건강하지 않은 통제를 하는 이유는 자녀가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사건에 있을 때가 많다. “통제적 부모들은 그 자신 또한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겪은 경우가 많다”는 말은 결국 통제적 부모가 대물림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도움을 받지 못한 트라우마 희생자들은 소중한 사람들을 앗아가 버리고, 의지하던 사람들이 배신하고, 예고 없이 재앙이 밀어닥치는 세상을 믿지 못한다”는 지은이의 말은 통제적 가정이 우리 사회에 치명적인 영향력을 준다는 점을 시사한다.

“어릴 적 결핍을 느꼈다면 주위 사람들에게 만족을 얻으려는 데 일생을 몰두할 수 있다. 혹은 반대로 아무 만족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해 모두 포기한 채 초연하게 굴 수도 있다. 만약 아기 때 반복적으로 위협을 느꼈다면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 배우자, 아이, 상사, 친구들을 잠재적인 적으로 여길 수도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강하지 않은 가정에서 독립하기”를 시작해야 한다. 집에서 정서적으로 독립한다는 것은 부모와 과거, 혹은 자신의 가정 내 역할 같이 해롭거나 역효과적인 관계에서 정서적으로 분리하는 것을 뜻한다. 또한 부모와의 관계에 균형을 찾아야 한다. 부모와 맞서지 않으면서도 현명한 방법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지은이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보여준다.

‘가족’은 가슴 따뜻한 말이기도 하지만, 아프게 혹은 불편하게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했던 모든 일들이 상처와 아픔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자존감』은 가족 간의 건강한 사랑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새로운 관점에서 부여하는 책이다. 지은이가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가 큰 울림을 남긴다.

“자신의 정서적 상처를 인정하고, 어떻게 그러한 상처가 생겼는지 이해하고, 그 상처가 자신을 어떻게 아프게 하고 어떻게 제한하는지 관찰하고, 치유법을 찾을 때에야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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