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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잡이 길잡이 [영상 읽기] 가슴 아픈 현대사를 영화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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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9-29 15:12 조회 7,42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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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돈 부산국제영화고 교사, 전국영상미디어교육협의회 회원

얼마 전, 한 단체에서 만든 한국근현대사 검정교과서가 역사를 왜곡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 현장에서는 국사 과목이 축소되어 자라나는 아이들의 역사의식이 얕아져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과 거리가 먼 역사가 버젓이 교과서에까지 실린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요즘 들어 일본의 극우 세력이 근현대사에 대한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신사참배를 하고 위안부에 대한 망발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거기다 중국은 급성장하는 경제력을 앞세워 동북공정을 주장하며 우리나라의 오랜 역사마저 부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나라 안의 근현대사에 대한 인식마저 이렇듯 따로 간다면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점차 힘들어지지 않을까 심히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는 일찍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런 우리의 현실을 미리 걱정하신 것은 아닌가 싶다. 자국의 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튼튼한 징검다리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고 보다 나은 역사가 미래에 펼쳐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살아 있는 역사와 그 시대를 담아내는 예술이라고 볼 때 역사적 사건만큼 영화의 단골 소재로 삼기에 적당한 이야깃거리도 없다. 그러나 단순한 흥미 위주가 아니라 역사 속에 숨겨진 사건들을 진지하게 접근하여 감동과 교육적 효과를 던져주는 작품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영상에 담아 교육적 효과(비록 18세 관람이 포함되었어도)까지 줄 수 있는 영화들을 중심으로 작품을 골라 보았다.

현대사의 비극, 제주 4・3에 대한 새로운 접근 <지슬>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 2
2013년 개봉|드라마|한국|108분|감독: 오멸
출연 : 이경준, 홍상표, 문석범|15세관람가

우리는 가끔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사실들에 대해 주변에서 주워들은 이야기에 의존해 해석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역사적으로 크게 다뤄져야 마땅하고 아직도 그 역사의 한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도 잘못된 정보를 사실인 양곡해해서 그 사람들에게 씻지 못할 더 큰 죄를 짓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슬>은 교과서가 아닌 영화를 통해 제주의 아픈 ‘한’을 더욱 진하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해준다. 2000년 1월 제정・공포된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는 제주 4·3 사건을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봉기사태와 그로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양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1945년 8월 15일, 일제치하 36년간의 오랜 굴레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이한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미・소의 신탁통치 아래 놓인 채 남과 북으로 갈리게 된다. 1948년 8월 15일 미군정 하에서 남한만의 단독 정부를 수립하고 대통령이 된 이승만 정부는 11월 17일 제주도에 계엄령을 선포한다. 그리고 해안선에서 5km 내의 주민은 공산 폭도로 간주해서 사살한다는 초토화 작전을 벌인다. 그날 이후, 제주의 중산간 마을에서는 매일 수많은 주민들이 토벌대의 총에 맞아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다. 아직도 당시의 생존자 중에는 “좌익도 우익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구잡이로 죽였던, 완전히 미친 세상이었다.”라고 회고하는 사람이 있는데 실재했던 그때의 상황을 아직까지도 이데올로기로 편 가르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서글픈 아이러니다. <지슬>은 그 당시 정방폭포에서 죽어간 120명의 마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신위(神位)’, ‘신묘(神廟)’, ‘음복(飮福)’, ‘소지(燒紙)’ 네 개의 시퀀스 별로 소제목을 달아 제사 의식을 치르듯 영화를 전개시킨다. 영화는 줄곧 흑백 톤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내고 있는데 아름다움 속에 숨어있는 비극과 아픔을 진지하게 보여주고자 하는 오멸 감독의 생각이 깊게 투영되지 않았을까 싶다. 제주의 한 오름 구덩이 속에 모여든 사람들은 후반부에 벌어질 비극적인 살육을 모른 채 웃고 부대끼며 이야기를 나눈다. 제목인 ‘지슬’은 제주방언으로 ‘감자’라는 뜻을 지닌다. 영화 속에는 그 감자를 품에 안은 채 토벌대의 총에 맞아 죽어가는 노인과 처녀에게 감자를 건네다 죽음을 맞는 군인의 모습들이 그려진다. 그만큼 감자는 제주민들에게 있어 양식이자 눈물이며 생명과도 같은 식물인 것이다. <지슬>은 4・3의 어두운 역사를 그리면서도 죽어간 사람이나 죽인 사람 모두가 동일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과거의 삐뚤어진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 역사 속에서 꿈틀거리며 버텨낸 민초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투박한 제주도 사투리와 과장되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잔잔한 영상으로 풀어내고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좌우익의 대립. 영화 속에서 답을 찾다 <태백산맥>

태백산맥
1994년 개봉|드라마|한국|168분|감독: 임권택
출연: 안성기, 김명곤, 김갑수, 오정해|18세관람가

역사를 뜻하는 History와 이야기를 뜻하는 story의 어원은 둘 다 그리스어 ‘historia’로 같다. 이것을 볼 때 역사는 곧 과거의 의미 있는 사건들을 연결시켜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아울러 이런 역사는 작가들에게도 좋은 소재가 된다. 영화 <태백산맥>은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작가 조정래가 창작한 10권짜리 같은 제목의 원작 대하소설을 각색하여 한국 영화의 거장인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원작은 200쇄를 돌파하고 1천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으며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라는 조정래 작가의 말처럼 『아리랑』, 『한강』과 함께 한국인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민족문학으로 평가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한반도의 해방과 분단이 되는 1948년부터 6.25를 거쳐 휴전과 다시금 분단이 고착화되는 1953년까지를 다루면서 30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원작 소설과 달리 임권택 감독의 영화 속에는 해방 후, 좌파와 우파의 사상 대결이 심화되어가는 와중에 1948년 10월 19일, 2,000여 명의 군인을 데리고 남로당 계열의 장교들이 주동하여 일으킨 여순사건을 중심에 두고 1950년까지만 다루고 있다. 원작이 워낙 방대한 양이다 보니 2시간 30분이 넘어가는 러닝타임으로도 제대로 담아내기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해방 후, 염상진(김명곤 분)은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남로당 리더로서 여순사건을 계기로 그를 따르는 좌파 인사들을 결집하여 벌교를 장악한다. 그리고 지주와 우익 인사들에 대해 무자비한 숙청작업을 벌인다. 하지만, 머지않아 군과 경찰에게 패하여 조계산으로 도망을 치게 된다. 염상진 일당이 물러간 후 경찰과 우파 세력은 좌파에 연루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보복을 하게 되는데 특히 형 염상진에 대한 증오심에 가득 찬 염상구(김갑수 분)는 대동청년단 감찰부장이라는 직함을 차고서 빨치산 남편을 두었다는 것을 빌미로 강동식의 아내를 겁탈하고 온갖 못되고 잔인한 짓을 다 저지른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이지숙, 민족주의자 김범우(안성기 분), 염상진의 동조자 하대치, 안창민 등은 당시의 시대 상황에서 좌익이 될 수밖에 없었던 나름의 아픔을 간직한 채 계엄군 사령관 심재모 중위(최동준 분)와 쫓고 쫓기는 혈전을 벌이며 빨치산 활동을 이어간다. 그러나 곧 6.25가 발발하고 토벌대에게 포위 당한 염상진 일당은 수류탄을 터뜨려 목숨을 끊게 된다.
또한 이 영화 속에는 정하섭(신현준 분)과 무당 소화(오정혜 분)의 애틋한 사랑과 당시를 살아내던 수많은 민초들의
삶과 아픔이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소설이 주는 감
동을 먼저 느껴볼 것을 권하고 싶은 것은 필자의 지나친 욕심일까.

신화가 되어 버린 한 청년의 눈물겨운 삶과 죽음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1995년 개봉|드라마|한국|96분|감독: 박광수
출연: 홍경인, 문성근|15세관람가

6.25의 폐허 속에서 한국은 G20에 해당하는 경제성장의 기적을 이룬 국가로 우뚝 섰다. 하지만, 그 경제성장의 공
이 소수 정치인과 경제인의 몫이라 할 수 있을까. 60, 70년대를 거쳐 지금까지 밤낮없이 일한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없고서야 지금의 발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발전 속에서 한 젊은 노동자의 죽음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 노동자들의 삶과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은 70년대의 수준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수많은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다룬 영화들을 뒤로 하고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이번 꼭지에 소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칠수와 만수>, <그 섬에 가고 싶다>, <여섯 개의 시선> 등 사회적인 화제를 몰고 온 작품을 만들었던 박광수 감독은 이 영화에서 흑백과 칼라의 화면을 양분하여 대과거와 과거를 자연스럽게 중첩시켜 보여준다. 때는 1975년, 대기업 우대와 불법적인 노동 착취가 만연했던 박정희 정권 때 법대를 졸업한 후 운동권에 몸담았다가 수배 중이던 지식인 영수(문성근 분, 고 조영래 변호사)는 몇 년 전에 죽은 젊은 노동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서 그의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전태일(홍경인 분)이 적어 놓은 일기를 읽으면서 더욱 그 인물에 빠져들어 간다. 대물림된 가난의 짐을 지고 17살에 평화시장 시다로 일하게 된 전태일은 자신의 삶에 대한 아픔보다는 어린 나이에 하루 14시간 이상의 살인적인 노동과 온갖 직업병에 시달리는 주변 직공들의 열악한 삶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으면서 어린 직공들에게 부당한 처우를 일삼는 공장장, 그것을 묵인하는 듯한 정부에게 처우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바보회’라는 재단사들의 모임을 조직한다. 하지만, 노동청이나 언론사 기자들을 만나 진정을 해봐도 돌아오는 것은 무시와 조롱뿐이다. 결국 그는 1970년 11월 13일, 한 손에 근로기준법을 든 채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나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며 죽어간다. 그리고 한 지식인에 의해 22살의 꽃다운 청년 전태일의 삶은 다시금 위대한 열사로 재조명된다.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한 인물의 삶을 전기적인 구성으로 단순하게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수라는 지식인이 동시대를 살면서 느끼는 고뇌를 교차하여 그리면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전태일의 파란만장한 삶만큼이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요즘처럼 개인주의에 매몰되어 가는 20대와 어린 학생들이 이 영화를 보고서 지금 자신들이 누리는 민주주의와 경제적인 혜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불의를 보고서 침묵하기보다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싸우고 외쳤던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5.18 광주의 아픔을 담아낸 영화 <박하사탕>, <화려한 휴가>

박하사탕
2000년 개봉|드라마|한국|127분
감독: 이창동|출연: 설경구, 문소리,
김여진|18세관람가


화려한 휴가
2007년 개봉|드라마|한국|118분|감독: 김지훈|출연: 안성기, 송재호, 김상
경, 문소리, 이준기|12세관람가

우리 현대사 중 가장 비극적인 사건을 꼽으라면 바로 1980년 5월 광주의 아픔일 것이다. 수많은 시민을 죽이고 권좌에 올랐던 장본인은 아직도 떳떳하고 당당하다. 그에 대한 추징금 시효가 몇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연일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18을 다룬 영화는 <꽃잎>, <26년>, <스카우트> 등이 있었고, 수많은 작가들이 그날의 아픔을 표현한 문학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는 영화는 바로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과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다. 두 작품은 그날의 현장에 있었지만 각자 적이 되어야만 했던 진압군과 시민군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먼저 <박하사탕>은 첫 사랑 순임(문소리 분)에게서 받은 박하사탕을 순수의 상징처럼 좋아하는 영수(설경구 분)가 어떻게 철로에 올라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치며 죽어야 했는지를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식으로 표현한다. 이 뛰어나고 참신한 구성은 주제를 확실하게 드러내기 위해 감독이 치밀하게 짜놓은 것으로 일곱 개의 각 챕터는 기찻길을 거슬러 달리는 열차를 통해 구분된다. 그날 여고생에게 실수로 총을 쏘는 순간부터 영수에게 광주는 트라우마가 되고, 점차 순수를 잃어가며 자신 안에 잠재된 폭력성을 남발하며 인간성이 파괴되어 간다. 한 인간의 순수를 파괴하고 사랑했던 사람을 잃게 만들며, 잔인한 악마로 탈바꿈시킨 그날의 잔인했던 살육의 현장은 당시의 위정자를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2007년 개봉하여 700만 이상의 관객몰이를 한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의 전반부에 나오는 선량한 다수의 광주 시민들이 보여주는 삶의 모습은 서글픔으로 다가온다. 안성기, 송재호, 김상경, 이요원, 이준기 등이 열연한 시민들은 앞으로 닥칠 불행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때론 웃고 때론 애틋한 사랑을 엮어가며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진압군의 무차별적인 발포로 가족, 동료, 애인이 죽어가는 것을 목도하면서 그들은 시민군이 되어 저항하게 된다.
혹자는 영화보다 더 잔인했던 진압과 영화보다 더 아름다웠던 시민들의 질서 정연했던 해방구 광주의 모습이 보다 순수하고 리얼하게 그려지지 않음에 서운하다고도 했지만, 광주민주화운동 3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보아도 평범한 시민들이 보여줬던 아름다웠던 저항과 삶의 모습은 진한 감동과 함께 현대사에 대한 진실을 아로새겨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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