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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함께 [영상 읽기]영화, 문학을 만나다 - 소설이 원작인 영화를 몇 권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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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3-10 21:33 조회 7,44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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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사년(癸巳年), 새로운 태양이 떠올랐다. 이제 막 솟아오른 새해의 출발선에 서서 다시금 각오를 다진다. 모든 사람들이 지
나온 날들과는 다른 올해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듯이 필자도 많은 것들이 올바른 길을 향해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는 새로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우리 학교와 독서 교육에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의 변화가 찾아오기를 기대해본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책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종이책의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들 화면 속의 글자와 그림, 영상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렇다고 이렇게 변해가는 세태를 탓만 하기에는 독서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역할이 아니란 생각도 앞선다. 그래서 이번에는 문학과 영화의 만남을 주제로 삼아보았다.

모든 예술의 출발은 인간의 창조적인 이야기들이 활자로 찍힌 글에서 출발한다. 특히, 재미와 감동이 큰 문학 작품들은 늘 연극, 영화로 각색되는 경우가 많았다. 활자에서 느꼈던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영화도 있었고, 반대로 영화의 감동이 더 크거나 종이책의 감동이 더 큰 경우도 많았다. 분명, 두 영역이 함께 하는 경우 장단점은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이제 학교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단순히 책을 빌리고 읽는 공간이 아니라 책과 다른 매체의 연결고리가 되어주고 그를 통해 예술적 감수성과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길러주는 공간으로 그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들은 가급적 책과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싶다.

1984년 권정생 선생이 발표한 후 지금까지 100만 부 이상이 팔린 이 소설은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읽어도 그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광복 후 분단과 전쟁을 겪으면서도 처해진 환경을 탓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남다른 가족애와 사랑으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몽실이는 감동과 함께 ‘인간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전해준다. 권정생 선생이 돌아가시기 한 달 전, 그 소설에 감동을 받은 이지상 감독은 직접 농사를 지은 쌀 한 포대를 짊어지고 가서 영화화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후 일본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돈을 벌러 떠나고, 어머니가 새아버지와 살림을 차린 후 몽실이는 절름발이가 된 채로 전쟁터에서 돌아온 친아버지에게 온다. 전쟁 후의 처참한 가난 속에서도 죽은 새엄마를 대신해 이복동생 난남이를 돌보는 몽실이의 모습은 우리 현대사의 아픈 장면으로 읽힌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소설과 영화를 통해 우리는 아버지와 어머니, 새아버지와 새엄마 등 복잡한 가족관계에 대한 아픔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힘든 처지 속에서도 동생을 위해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몽실이의 삶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을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좀머 씨 이야기』, 『깊이에의 강요』 등 문제작 등을 쏟아내며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 선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모든 문학상 수상도 거부하고 세상에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18세기 프랑스의 더러운 생선 시장에서 태어난 그루누이는 그런 면에서 쥐스킨트와 닮아있다. 모든 사물을 향기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비상한 능력을 지녔으나 자신의 체취는 가지지 못한 남자. 그런 천재적인 향기에 대한 능력은 그를 곧 향수 제조사인 주세페 발디니의 제자가 되게 만든다. 그러나 그는 보통의 향수가 아닌 자신에게는 없는 ‘사람의 체취’를 만들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결국 모든 향기를 보관하는 법을 터득하고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향수를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여인들을 차례로 살인해 가는 악마적인 집착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이 충격적이고 놀라운 스토리가 20년이 흘러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원작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텍스트로는 충분히 담아 낼 수 있는 ’후각적인 이미지‘가 영화 속에서는 시각적으로 그려지면서 글을 읽을 때의 상상력을 감소시킨다는 점이다. 그러나 냄새가 곧 권력이 되고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좌우할 수 있다는 뛰어난 상상력은 책을 읽든 영화를 보든 똑같은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1987년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중편소설로 중・고 국어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작품이다. 작가에 대한 호불호는 그 이후 작가의 사회적 발언 때문에 극명하게 엇갈리지만, 이 작품의 우수성만은 아직까지도 인정을 받고 있다. 민주화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87년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지나온 독재정권과 권위에 짓눌려 살던 기회주의적인 지식인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보여준 이 작품은 1992년 박종원 감독이 영화로 만들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60년대 초 시골 초등학교 5학년 교실, 아버지의 좌천으로 시골 학교에 전학을 오게 된 한병태는 잘못된 권위와 무력 앞에 비굴하게 순종하는 교실의 분위기를 바꾸고자 노력하지만, 결국 그 비굴이 가져다주는 잠시의 안위와 달콤한 권력의 맛을 느끼고 엄석대와 한 패거리가 된다. 초등학교 교실을 우리 사회에 빗대어 우상은 군림하는 자가 있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복종하는 자가 있기에 가능한 것임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하지만, 모든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6학년에 올라가 새로 맞이한 담임은 아이들의 잘못된 점을 바로 잡은 후, “불의에 굴복하고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너희들이 만들어갈 미래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라고 꾸짖는다. 그 말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화두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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