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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잡이 길잡이 [지은이가 독자에게]우리 땅에서 나고 자라는 나물, 재미있게 관찰하고 소중히 여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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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9-29 00:31 조회 6,21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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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식 농민신문사 기자, 『산에 가면 산나물 들에 가면 들나물』 저자
 
어린이를 위한 산나물과 들나물 책을 만들어 보자는 제의를 받고 처음에는 망설였습니다. 어른도 산나물과 들나물을 잘 모르는데, 아이들이 관심조차 가질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우리 땅에서 나고 자라는 산나물과 들나물을 영원히 알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린이가 나물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하고 많이 고민을 했습니다. 우선 나물 이름만이라도 기억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나물 이름만 알아도 자연 체험학습이나 여행갈 때 관심 있게 숲을 관찰하고, 언젠가 흥미를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하지만 어른조차 나물 이름을 잘 모르고 관심이 적었습니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에서 살면서 계절에 따라 전국 방방곡곡에서 나는 나물을 직접 볼 기회가 없기 때문이죠. 게다가 나물은 대부분 데쳐서 말린 상태로 마트나 시장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본모습을 볼 기회가 거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나물 이름과 특징을 익히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산이나 들로 탐방을 가면 그 나물이 그 나물 같고, 나물 이름이 입안에서 맴돌 뿐 금방 떠오르지 않아 안타까웠던 적이 한두 번 아니었습니다. 기존의 식물도감은 사진 한두 컷에다 어려운 용어로 설명해 놓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십상이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나물 책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어린이의 호기심을 끌도록 나물의 신비한 모습을 카메라로 찍기 시작했습니다. 나물이 자라는 모습, 즉 한살이를 사진으로 보여주려고 새싹이 올라오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전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나물을 찍기 위해 전국을 여행하면서 뜻밖의 수확도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나물을 채취하고 요리하고 먹어 온 할머니들로부터 나물과 관련한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할머니들의 구수한 나물 이야기는 여느 식물도감보다 귀에 쏙쏙 잘 들어오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때 무릎을 쳤습니다. 나물을 재미있게 스토리텔링하자!
나물과 관련한 사진과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신이 났습니다. 쑥은 쑥쑥 잘 자란다고 해서 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곰취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이 잘 먹는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를 엮다 보니 어느새 책 한 권 분량의 글이 되었습니다. 봄에 학교나 아파트 화단에 1원짜리 동전만 한 노란색 작은 꽃을 피우는 것은 대부분 고들빼기 아니면 씀바귀라는 사실을 조곤조곤 말해 주었습니다. 이처럼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게 나물입니다.
고사리가 자라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저도 감탄했습니다. 대부분 나물은 잎이 먼저 나오고 줄기가 나중에 자라지만 고사리는 달랐습니다. 줄기 가운데 부분이 땅 위로 먼저 나오고, 줄기 끝에 달린 잎은 땅속에 처박고 있다가 줄기가 허리를 펴듯이 서서히 일어나면 그제야 모습을 드러냅니다. 또 눈개승마는 어릴 때 불그스름해 독초처럼 보이지만 자라면서 점차 녹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정말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전남 남원 매동마을) 땅에 박고 있던 고사리가 줄기가 펴지며 자라나는 장면

접사 사진을 찍으면서 나물에 잔털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나물의 잔털은 엎드려서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눈에 잘띄지 않습니다. 이 같은 잔털은 긴 주둥이를 이용해 주로 나물의 즙을 빨아먹고 사는 곤충에게 여간 성가신 게 아닙니다. 이처럼 나물은 저마다 몸을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어린이들에게 과학 상식뿐만 아니라 관찰력을 높여 줄 것이라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
나물은 좋은 영양원이자 먹을거리입니다. 특히 나물은 우리 식단이 육류 중심으로 서구화되면서 부족해지기 쉬운 칼슘과 비타민 등과 필수 영양소를 공급해 주는 훌륭한 식품입니다. 게다가 오염물질이 없는 깊은 산속에서 나고 자라니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랍니다. 나물의 가치가 아무리 높다 해도 먹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겠지요. 그래서 나물을 요리하는 법을 그림과 함께 설명해 놓았습니다. 나물은 오래전부터 선조들의 먹을거리이었기에 잘 활용하면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해 줍니다. 게다가 한류 열풍 덕분에 한식이 점차 세계에 알려지고 있어, 전통 나물 요리는 도전해 볼 분야라는 것을 어린이에게 넌지시 말해 주었습니다.
어린이와 엄마 아빠가 함께 읽어도 손색이 없도록 나물의 특성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그림과 재미있는 이야기, 식물 상식 및 정보 등을 담는 데 땀을 쏟았습니다. 엄마 아빠에게는 어릴 적에 자주 봤지만 오랜 도시 생활로 까맣게 잊고 살던 나물에 대한 추억을 되살려 주고, 어린이에게는 우리 땅에서 나고 자라는 나물을 재미있게 관찰하고 소중히 여기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작은 소망을 품고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산에 가면 산나물 들에 가면 들나물』
오현식 지음|박은지 그림|논장|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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