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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잡이 길잡이 [책 읽는 부모]아이와 어른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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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8-15 02:07 조회 69,40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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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용희 어린이책시민연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는 두 마음이 있다. 두 마음이 같다면 문제없겠지만, 다를 때는 서로 상대의 말을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상대를 이해하는 정도의 차이는 크다. 특히 어른과 아이의 마음이 만났을 때 그런 차이는 더하다. 어른은 아이를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키워야 하는 대상으로만 볼 때가 많다. 아이보다 경제력이 있고 경험도 많다는 것이 오만함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돈이 있으니 물질적인 욕구를 채워 주면 되고, 경험과 지식이 있으니 가르치면 된다고만 여길 때 관계는 틀어질 수밖에 없다. 좋은 관계는 서로의 말에 경청하고 마음을 나눌 때 가능하다. 어른이 부모로 교사로 또 이웃한 어떤 사람으로 아이들에게 저지르고 있는 오류를 어린이책을 통해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책들을 통해 어른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을 배우게 되었다.
 
『줄어드는 아이 트리혼』
플로렌스 패리 하이드 지음
에드워드 고리 그림|이주희 옮김|논장ㅣ2007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어른들
『줄어드는 아이 트리혼』에서 트리혼은 키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트리혼은 엄마한테 바지가 너무 늘어나는 것 같아 자꾸만 발에 걸린다고 말한다. 트리혼이 그 말을 하거나 말거나 엄마는 오로지 케이크가 잘 부풀어야 하는 게 큰일이라며 오븐만 들여다보고 있다. 아빠는 저녁 식사 식탁에서 키가 줄어드는 것 같다는 트리혼 말에 머리가 잘 안 보인다며 똑바로 앉으라고 말한다. 가족이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서 아이의 어떤 말도 들을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
학교버스 운전사 아저씨는 “작아지는 사람은 없어. 넌 트리혼 동생인가 보구나.”라고 말하고, 담임선생님은 우리 반에서는 줄어들면 안된다고 말하고, 교장선생님은 자기는 지도하는 일을 한다며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트리혼한테 도리어 문제가 뭐냐고 묻는다. 어른들은 어느 누구도 트리혼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눈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아이를 미숙한 존재로 보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무시하고 자기가 생각한 범주 안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도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결국 어른들은 아이와 소통할 의지가 없다. 트리혼은 얼굴을 비롯해 온몸이 연두색으로 변했을 때에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는다. 어차피 어떤 말을 해도 듣지 않고, 잘 살펴보지도 않고 어른들 마음대로 판단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
아이에 대한 어른의 일방적인 행동들은 부모와 자녀 그리고 교사와 학생이라는 무늬만 있는 관계 그 이상의 관계를 담보할 수 없었다는 것에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진, 서로 말을 하고 생각을 나누는 관계가 아닌 것이다.
하루하루가 쌓여 사람의 인생이 된다. 어떤 누구도 어린 시절을 뺀 채 인생을 이야기할 수 없다. 어른은 어린이와 관계를 맺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고, 같이 살면서 예측할 수 없는 별의별 일이 다 생길 때 같이 해결하면서 지혜가 생기고 배움이 일어난다. 해결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잔소리 없는 날』
안네마리 노르덴 지음|정진희 그림
배정희 옮김|보물창고|2004

어른들이 잔소리 대신 할 수 있는 일
『잔소리 없는 날』에서 엄마, 아빠가 끊임없이 “이거 해라”, “저거 하지 마라”, “너 또 그러는 구나.” 하는 잔소리에 푸셀은 기분 나빠 못 참겠다고 한다. 급기야 푸셀은 엄마 아빠의 잔소리를 하루쯤 듣지 않는 날을 갖고 싶어 ‘잔소리 없는 날’을 제안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왜 잔소리를 하는 걸까? 푸셀의 부모는 위험한 일에 대해서는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집 안도 그렇지만 집 밖으로 나가면 온갖 위험한 것들이 도처에 있다.
푸셀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잠깐 딴 생각을 하느라 신호등을 못 봐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했다. 아이에게 위험한 일은 어른에게도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어른은 차에 치일지도 모르는 일이 위험한 일이라고 말하면서, 집밖으로 나간다.
잔소리는 아이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미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한 일을 부모의 잔소리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부모의 잔소리를 위험한 일에 부딪칠 때마다 수학 공식처럼 하나씩 적용해서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로 배워서 몸에 익히는 것도 있지만 생활하면서 스스로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게 더 큰 배움이다. 푸셀은 밤 열두시가 될 때 까지 공원에서 자고 싶다고 말한다. 처음에 엄마 아빠는 무작정 “안 돼!”를 외친다.왜 안 되냐는 푸셀의 질문에 차가운 밤공기를 맞으면 얼어 죽을 수도 있고 나쁜 강도를 만나면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엄마 아빠 말대로라면 푸셀은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 푸셀은 텐트를 치면된다며 허락해 달라고 해서 엄마 아빠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손전등을 챙기라고 한다. 엄마 아빠는 먼저 경험 한 것들을 토대로 어떤 위험이 생길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그것에 최대한 대비하는 것을 푸셀과 같이 이야기하고 준비한다. 푸셀은 새로운 일을 앞두고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갖는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친구를 불러 동행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엄마 아빠는 푸셀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억누르지 않는다. 아이들이 공원에서 잘 때 손전등으로 막을 수 없는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아빠는 아이들이 눈치 채지 않도록 멀리서 지켜본다.
아이는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행동할 때 성장한다. 아이가 성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부모는 잔소리보다 어떤 위험이 생길 수 있을까에 대해 충분히 대화하고 그것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야 한다. 그랬을 때 아이는 자신이 엄마 아빠의 부속물이 아닌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게 된다.
 
『마법의 설탕 두 조각』
미하엘 엔데 지음|진드라 케펙 그림
유혜자 옮김|한길사|2001

어른과 아이, 더불어 사는 것의 소중함

『마법의 설탕 두 조각』에서 렝켄은 마법의 요정을 찾아가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는 엄마 아빠에게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한다. 아이들에게 어른은 그 자체로 극복하기 힘든 대상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이 부모에게서 꺾일 때마다 위축되거나 좌절한다. 그게 이어지면 아이에게 부모는 분노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렝켄은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을 각각 엄마 아빠에게 먹여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키가 줄어들게 하지만, 키가 작아졌다고 아이의 말을 듣는 어른들이 아니다. 몇 번을 거듭 렝켄의 말을 듣지 않은 엄마 아빠는 장난감 침대에 누울 정도로 작은 키가 되었다. 그제야 렝켄은 모든 것을 자기 혼자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한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 좋을 수 있는 건 누군가와 함께 살아갈 때다. 엄마 아빠는 너무 작아져 버려 어떤 것도 함께할 수 없다. 렝켄은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를 알게 된다.
엄마 아빠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렝켄은 슬프고 비참함을 느꼈다. 렝켄은 다시 요정을 찾아 엄마 아빠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 대신 자신이 마법의 설탕을 먹기로 한다. 마법의 설탕으로 작아지지 않기 위해서는 엄마 아빠의 말을 절대로 거역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 엄마 아빠의 말에 거역하지 않겠다는 것은 렝켄에게는 ‘자기 자신과의 힘겨운 투쟁’을 하는 것이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엄마 아빠는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렝켄이 자기의 생각 없이 부모의 말을 잘 듣는 것을 아주 심각한 일로 받아들인다. 예전과 다른 렝켄에게 네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게 없냐며 자기 생각을 이야기해야 정상적이라고 한다.
아이는 부모와 대화하면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찾아가고 싶어한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아이가 어른의 삶 속으로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생각이 만나 더 풍성한 삶을 펼쳐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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