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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잡이 길잡이 [교사의 책] 수업, 그 끝나지 않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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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8-15 01:42 조회 6,20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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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연 서울 효제초 사서교사
 2008년이었나? 유독 힘들었던 6학년 2반 그 아이의 얼굴은 아직도 생생하다. 수업을 땡땡이 친 것에 대해 담임이 공개적인 망신을 주었고, 거기에 동조했던 내가 참 싫었을 것이다. 경멸과 비난이 가득한 그 눈빛은 지금 생각해도 많이 아프다.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에 그쳤다면 좀 덜 힘들었을 텐데, 그 아이는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수업시간 내내 모든 말과 표정, 제스처를 과장되게 따라하며 말대꾸를 더했다. 그렇게 2반의 수업은 일 년 내내 쉼 없이 흔들렸다. 그리고 학생과의 소모전에서 패배한 나는 더 이상 교사가 아니었다.
그렇게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것은 ‘감정을 배제하고 잔소리하기’였다. 쉽게 말해 적당히 내가 할 말만 짧고 굵게 하고 교실 밖으로 내보내는 것. 그래, 일종의 회피다. 이렇게 아이들과 거리 두기가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그 상황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
학생과 감정 싸움에 휘말리지 않더라도 수업은 만만치 않았다. 뭔가 ‘이건 아닌데’의 연속이랄까. 교사의 권위에 도전하는 아이들도 쉽지 않지만, 가장 마음을 꽉 막히게 하는 것은 자기 목소리만 중요하다고 온몸으로 내뿜는 녀석들이다.

 
『수업 딜레마』
이규철 지음|맘에드림|2013
 
나만의 고민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수업 공간에서 함께하는 모든 이들의 생각이, 거미줄 같이 얽히고설킨 모습이길 바랐다. 화살처럼 한 번 쏘면 끝나는 게 아니라, 주고받고 생각을 키우는 모습. 생각의 궤적을 따라 그려 보면 커다란 공이 되는 교실을 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연구수업에나 어울릴 법한 통제와 순응, 활동이 나열된 수업일 뿐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선생님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교사이면서 수업에 대한 딜레마가 없을 수 있을까. 남에게는 차마 부끄러워 드러내지 못하고 맘으로만 끙끙 앓고 있는 고민들. 때론 창피함에 고민을 외면하기도 하고, 더 센 척 굴기도 하지만, 우리 마음은 알고 있다. ‘뭔가 이건 아닌데… 내가 진짜 바라는 수업은 이게 아니었는데…’라고 여기는 슬픔 말이다. 이 슬픔을 모두 드러내 보이자는 이들이 있다.
먼저 만날 책은 『수업 딜레마』다. 오랫동안 좋은교사운동에 몸담았던 저자 이규철 교사는 “언제나 수업이 흔들리는 교사”라는 고백으로 말문을 연다. 그리고 수업코칭을 통해 만난 70여 명의 선생님들 역시 “누구에게도 털어 놓지 못했던 수업의 어려움들 즉, 딜레마” 속에서 힘들어 했음을 말한다. 저자는 이렇게 우리 모두가 교사라는 이름 아래 “상투성이”가 되어버렸다는 걸 지적하며, 실제적 도움을 주고자 한다.
1장에서는 교사라면 당연히 알 것이라 생각하는, 각 교과 시간에 무얼 가르쳐야 하는지부터 짚어 본다. 국어의 최종 표가 무엇인지, 수학은 도대체 왜 배우고 가르치는 것인지, 우리는 그 철학에 얼마나 부합한 수업을 해왔는지 묻는다. 이렇게 근본을 흔들어 버리니, 숨이 턱 막힐지도 모르겠다. 2~4장도 만만치 않다. 학습욕구, 수업방법, 수업 규범 세우기를 주제로 수업의 어려움을 비슷한 성격끼리 묶어 대안을 제시하는데, 대안은 간단하나 그것에 이르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거의 매 페이지마다 동료교사들의 인터뷰 내용을 실었을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답을 찾아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저자와 인연 닿은 그들의 내공은 참 깊다. 얼마나 깊은 성찰과 철학적 고민을 통해 수업에 맞서고자 하는지, 각 교과의진수를 맛본 느낌이랄까. “학생들에게 미술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일상의 삶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게 도와주어야”(8쪽) 하며, “수학에서 생각하는 것이 논리적인 사고를 기르는 것이라서 국어시간에 원인과 결과를 찾는 것이나 사회과의 탐구학습에서 자료를 수집, 분석, 해석하는 기능과도 연관되는 중요한 요소”(61쪽)라는 지적들은 교과의 이해를 벗어나,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 준다.
저자가 고등학교 국어교사이다 보니, 아무래도 중등 교사들의 몰입도가 클 것이다. 그러나 초・중등을 막론하고 사서선생님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협력수업의 첫 단계는 자료 활용이 가능한 주제 선정이나 교과교사에게 협력수업의 장점을 어필하는 것이 아니다. 옆 반에서 수업하는 교과교사가 무얼 고민하는지를 공유하고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이다. 교과 수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없다면, 철학이 있는 도서관 수업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
김태현 지음|좋은교사|2012
 
내 수업이 학생의 삶을 결정합니다
수업으로 지친 어깨를 두드려 주며 “괜찮아”라고 말하는 또 한 명이 있다. 좋은교사운동의 수업코칭연구소를 운영하고있는 김태현 교사가 그 주인공. EBS 프로그램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에 수업코칭 전문가로 출현해 얼굴이 익숙하다. 그는 “교사의 무너진 내면을 회복”하기 위해 수업을 가만히 들여다보자고 말을 건넨다. 명확히 “수업성찰”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이 개념은, 다시 말해 나만의 수업 정체성을 찾자는 것.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업의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의 내면이 바로 서 있어야 한다. 수업의 근본적인 변화는 ‘질’이 아니라 ‘속’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에, 수업 속 신념을 살피는 일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지점이다. 나만의 수업 정체성을 확립하고,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수업 철학을 우리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67쪽)
이러한 내적 성찰이 사라지면, “교수기술 몇 가지만을 익히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따끔한 지적도 이어진다. “수업의 본질을 바꾸지 않은 채 외형만을 바꾸려고” 하다 보면, 수업방법과 자료 몇 가지에 집중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방향을 찾지 못한 채 학생들에게 지식만 전달하는 수업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맥락이다.
그렇다면 수업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어찌해야 하는 걸까? 김태현 교사는 단순히 수업을 들여다보자고 모호하게 말하지 않는다. 먼저 그동안의 수업 분석과 비평 분야에서 이루어졌던 학문적 성과와 현장의 노력들을 꼼꼼히 정리한 후, 내일 당장 학교에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그만의 대안을 제시한다. ‘이혁규 교수의 수업비평’, ‘서근원 교수의 아이의 눈으로 수업보기’, ‘사토마나부의 배움의 공동체’를 평교사가 이토록 꿰뚫고 있다니 놀랍고, 그가 제시한 “수업친구”라는 대안이 너무도 현실적이고 실제적이라 더욱 놀랍다. 김태현 교사는 마음이 맞는 동료교사를 찾아 수업을 공개하고 함께 고민하자는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어떤 관점에서 수업을 보아야 하고, 어떤 질문을 해야 하며, 어떤 방향으로 생각을 나누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이 모든 내용이 저자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된 이야기들이라 더욱 공감이 간다.
물론 대학 입시가 최종 목표인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저자 역시 이를 인정하면서도 용기 있게 한 걸음 더 나아가자고 이야기한다.
“입시주의 교육이라는 상황은 분명 나쁘다. 하지만, 배움과 입시가 같이할 수 없다는 상황 인식이 사라지지 않으면, 교사는 늘 배움과 입시 사이에서 방황하게 되고 수업의 정체성은 흔들리게 된다. 교사가 새로운 수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내적 신념이 바뀌어야 한다.”(80쪽)
그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까닭은 “수업이 학생들의 삶을 결정한다.”라는 굳건한 믿음 때문이다. 너무도 확고한 신념이기에, 수업이 바뀌는 것은 부수적인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더불어 각주를 일일이 다 찾아 읽게 하는 저자의 성실함과 정열에 감탄했다. 본문에 소개된 수업 사례들 역시 배울 점이 많고, 책 중간중간에 삽입된 시들도 제법 맛나다. 그저 아름답기만 했던 시들이 수업과 이토록 닿아 있다니 놀라울 뿐. “수업을 통해 나를 만나고, 너를 이해하고, 세계를 탐구”하고자 하는 국어교사답다.

 

『아이들의 배움은 어떻게 깊어지는가』
이시이 쥰지 지음 방지현, 이창희 옮김|살림터|2014
 
방법만으로는 배움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수업 도중에 ‘내가 섬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 교사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열심히 설명하고 있고 아이들도 열심히 앞을 보고 있는데도, 휑한 바람이 지나간 듯한 느낌말이다. 사토마나부와 함께 “배움의 공동체”를 공부하는 전직 초등교사 이시이 쥰지는 이 원인을 “함께 배우는 배움”의 결여에서 찾는다. 그의 진단은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바로 교사가 아니라 학생이 배움의 주체가되어야 한다는 것. 시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더불어 배워나가는 수업이 구현되기 때문에, 이 당연한 말이 주는 울림은 생각보다 강하다.
저자는 “무언가에 몰두하고 진지하게 도전해 본 경험”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길러 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에 따르면 이 경험은 친구와 함께 배우는 탐구 과정 중 “다른 사람의 생각에 자신을 비추어 볼 때” 이루어진다. 따라서 책은 일관되게 “교사는 탐구가 일어나도록 수업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더불어 저자는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교사는 “어떻게 가르칠까”가 아니라 “그 아이라면 어떻게 생각할까”를 고민해야 하고, “아이가 안심하고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말하기보다는 “듣는 것과 연결을 중시”하자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러한 “함께 배우는 배움”을 교실에 실현해 보려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부딪히는 벽이 있으니, 바로 “아이들이 함께 이야기한다고 해서 배우는 것은 아니”라는 불편한 진실이 그것. 모둠학습을 해도, 아이들에게 대부분의 발언권을 주어도 무언가 막힌 느낌말이다. 이것에 대한 저자의 진단을 들어보자.
“그것은 교사가 배움의 내용에 신경을 쓰고 있지 않기때문입니다. 아이들의 대화를 듣고 지금 아이들의 대화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은 과제를 심화시키는 데 어떤 의미가 있으며 여기서 어떠한 배움이 가능할 것인지를 섬세하고엄밀히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략) 즉 이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삼아 아이들의 말은 단순한 진열품처럼 되어 버리고 말며 (중략) 원인은 활발한 대화 같은 형태밖에 보지 않는 교사의 수업관에 있는 것입니다.”(61쪽)
그래서 저자는 “방법만으로는 배움이 생겨나지 않는다.”라고 일침을 가하며, “배움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배움의 질을 높이는 수업에 대한 구체적 감은,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길러진다. 아이들이 언제 배움의 도약을 하는지, 이를 위해 교사가 어느 순간 어떤 식의 개입을 해야 하는지를 일깨워 준다. 이런 게 저자가 말한 “함께 배우는 것은 함께 생각한다는 것”이구나 싶어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 가지 덧붙인다. 앞에서 소개한 모든 책들은 교육과 학교의 본질을 논하고 있지는 않다.삐딱하게 말하자면 상당히 순응적이고 모범적인 교사를 위한 책들이라고 할까. 교사가 무엇이고, 수업이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우리 시대에 있어 공교육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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