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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잡이 길잡이 [교사의 책] 함께 행복하기를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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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11-12 18:50 조회 5,56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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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연 서울 효제초 사서교사
모든 도시가 태생적 한계를 가지겠지만, 특히나 서울은 ‘소비만을 위해’ 이루어진 대표적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자산과 개인의 능력이 일치되기에, 돈을 기준으로 타인에 대해 끊임없이 비교논리가 작동한다. 그리고 이 사실은 슬프게도 철저히 나의 고통과 너의 고통을 분리시킨다. 우리에겐 길거리의 노숙자는 없어져야 할 존재이고, 지금도 흘러나오고 있을 용산 참사 현장의 <님을 위한 행진곡>은 소음일 뿐이다. 그리고 벌써 세월호는 잊혀 간다.
 
『교육을 바꾸는 힘, 감성교육』홍명미 외 지음|즐거운학교|2013
 
타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 감성교육

이렇게 내가 너를 알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어찌 보면 윤 병장 사건도 고교생의 살인사건도 그리 이상해 보이지가 않는다.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공감할 수 없고 오로지 내 것만이 존재하는데,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 어떻게 탈이 없겠나. 『교육을 바꾸는 힘, 감성교육』의 저자 홍영미 한국감성교육연구소 소장은 이것을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의 부족”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감성의 메마름과 왜곡이 학교폭력과 자살의 표면적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그 대안으로 ‘감성교육’을 제시한다.
감성교육은 크게 공감능력 테스트와 영상물을 통한 교육으로 구성된다. 공감능력 테스트는 쉽게 말해 학생의 상태가 어떠한지를 대강 알려주는 것이다. “학생의 특성과 상황을 이해”한다고 그 학생이 사고를 안 치느냐? 그건 아니다. 하지만, 학생을 이해하고 있는 교사라면 문제 상황에서 “무턱대고 화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사실은 상황을 푸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3단계로 이루어진 이 테스트는 부록자료로 딸려 있어 바로 복사해서 사용할 수 있고, 해석 방법도 본문에 담겨 있어 활용이 손쉽다.
영상물을 통한 감성교육이 이 책의 진짜 핵심이다. 영상매체 교육이 새로운 게 있을까 싶지만, 선정된 영상물의 수준이 꽤 높아주목할 만하다. 주로 TV를 통해 방영된 방송 중에서 적합한 것을 뽑았고, 자투리 시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5분 내외로 편집되어 있어 유용하다. 이 자료는 2013년 티처빌에서 <학교폭력예방 감성교육프로젝트>라는 이름의 DVD 자료로도 나와 구입이 가능하니 학교에 하나씩 비치해 놓으면 좋을 듯하다. 저자의 감성교육이라는 접근도 새롭지만, 무엇보다 이 내용을 현장의 교사들과 함께 고민해 엮어 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불어 삶의 가치를 알려 줄까 고민하는 선생님들은, 감성교육을 현장에 적용하며 깨닫는다.
 
“우리 아이들이 처음부터 개인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몰라서, 타인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없어서 그런 것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38쪽)
 
비슷한 맥락에서 생활지도 사례를 담은 마지막장은 감동적이다.
필자는 ‘참여소통교육모임(http://www.chamtong.org)’을 이끌고 있는 송형호 교사로, 전체적인 구성에서 3장만 성격이 달라 이 부분만 별도로 출판되어도 좋을 것 같다. Q&A 형식을 빌려 실제 본인의 생활지도 사례를 담았는데, 생각도 행동도 일관되게 “교육이 아이의 변화를 목표로 한다면 교사의 ‘인정’은 교사 역할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지각생을 줄이기 위해 잔소리가 아니라 Early Bird제도를 택했고, 두발검사 대신 생기부에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즉시 수정하는 태도를 지님’이라고 기록한다는 것을 알린다. 그래, 교사는 학생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 마음, 네 마음 모두 흔들기

또 다른 교실을 엿본다. 대한민국 학교인데, 그곳에서도 갈등은 늘 일어난다. 친구를 때리고 욕설을 퍼붓고 흉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선생님. 서준호 교사는 문제를 일으킨 아이를 탓하기에 앞서, 그 아이 마음속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가 있나 빼꼼히 바라본다. 그리고 그마음을 나누려 한다.
 
『서준호 선생님의 마음 흔들기』서준호 지음|지식프레임|2013
 
그는 “교사가 아이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하고, 결국 “교사는 치료사나 원자가 아니다.”라는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마음과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고, 이런 고민을 담아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천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아이들의 후기와 함께 엮었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이러한 서 교사의 이해와 기다림이 교실 안에서 참으로 역동적으로 형상화된다는 사실이다. 겉표지에 실린 저자의 얼굴만 봐도 수업이 어떨는지 감이 온다. 코미디언이 떠오르는 개구진 모습, 끼가 있는 사람이다. 그는 도대체 어떤 수업으로 아이들에게 다가서는 걸까? 어떻게 마음을 흔들어서 소통을 이뤄내는 걸까?
본문에 남에게 보이기 위한 이론이나 설명은 담지 않았다. 1장부터 바로 서교사의 ‘마음 흔들기’ 수업을 소개한다. 스펙터클 인생 그래프 그리기, 눈 마주치기, 달걀돌보기, 대왕그림 그리기 등등 각각의 활동 과정을 읽고 있자니, 한편의 화려한 공연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연극치료나 상황극 등에도 익숙한 그는 정말 노련하게 아이들을 몰입시킨다. 프로그램 구성뿐 아니라 중간 중간 추임새로 들어가는 멘트 하나, 발문 하나가 놀랍다.
하지만 아이를 이해하고자 마음먹은 교사의 글에 방법만 담겨 있겠는가. 때론 자신을 힘겹게 했던 아이와의 갈등을 풀어놓고, 때론 어른이 되어서도 이겨내지 못했던 어릴 적 상처를 조심스레 꺼내 놓는다. 그래서 읽다 보면 슬프다. 아이들의 마음뿐아니라 내 마음이 보여서 그렇다. 어찌 보면 유치하게 볼 수 도 있을 치유 사례들이 어느 순간엔가 마음에 박힌다. 나를 아프게 했던 이들의 얼굴과 내가 상처 준 이들의 뒷모습이 떠오르며 눈물이 고일 때쯤, 당연한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는 교사이기에 앞서 상처받기 쉬운 또 한 명의 인간일 뿐이란 걸. 이렇게 책은 선생님들의 마음을 흔들어 버린다. 그래, 됐다. 선생님의 마음이 흔들렸으니, 아이들의 마음에 들어갈 준비가 된 것이다.
 
나눔의 이유, 불쌍해서가 아니라 불평등해서입니다
 
앞의 두 권이 도서관 서가에 꽂힌다면 어떤 소분류에 적합할까. 아마 인성교육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도 아마 그 옆에 꽂힐 것 같다. 하지만, 그 무게는 조금 다르다. 우리 사회의 폭력성을 개인적 차원에서 극복하려 한 점은 비슷하지만, 사회 구조적 모순을 정확히 지적하며 본문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것은 굉장히 다른 논리입니다. 불쌍해서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과 불평등하기 때문에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40쪽)
 
이 시각은 큰 차이를 만든다. 삶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실천으로 살아내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은 실천이 모이면 결국 세상이 바뀐다. 저자도 이 점을 잘 알고 있기에 나눔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경제적 순환”까지 이룰 수 있다고 말했을 것이다. 더욱이 이 나눔은 소통을 전제로 하기에 힘이 있다.
 
“나눔은 일방적인 거래가 아닙니다. 나눔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입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나눔은 소통이라 생각합니다. 상대방과 소통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나눈다는 것은 마음 없이 물건만 전달하는 일회성의 나눔이 될 수밖에 없습니
다.”(34쪽)

 
그래서 전성실 교사가 말하는 나눔은 단순히 돈에 국한되지 않고, 재능과 시간・가치 등의 개념까지 범주가 넓어진다. 다시 말해 나눔이란 물질적 의미에서 나눔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뜻하는 것이다. 보통 철학이 아니다. 나눔이라는 평범한 단어를 사용했지만, 혁명을 꿈꾸는 것이다.
본문은 이런 나눔을 수업에 도입한 실례를 성실히 담았다. 얼굴나눔・실수데이・베개친구・지식시장・기부촌지 등 아이디어는 신선하고 배울 것이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냥 재미있는 활동이 아니라, 다음과 같이 본질을 꿰뚫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기에 반갑다.
 
“학교는 수업만을 하기 위한 공간이기보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인정받고 서로 이해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그 안에서 자연스런 배움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선생님이나 아이들이나 서로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어야 합니다.”(70쪽)
“가르치려고 하면 활동 결과가 정확히 나오기 힘듭니다.”(121쪽)

더불어 저자는 가장 불편한 정곡을 찌른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함께 가자고 말한다.
 
“모두가 행복한데 한 사람이 불행하다면 진짜 행복한 게 아닙니다. (중략) 모두가 행복한데 너만 불행하니까 너만 없으면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생각보다는, 너도 행복해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우리도 너를 위해 조금 기다려줄 수 있다는 생각이 필요합니다.”(119쪽)
 
『아름다운 나눔수업』전성실 지음|착한책가게|2012

마음이 먹먹해진다. 대학 합격 소식에 기뻤지만 찜찜했던 기분이 다시 생각나고, 서울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시점이 생각난다. 같은 꿈을 꾸는 남편과 새롭게 자리 잡은 이곳에는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마을이 그들을 끌어안고 가고, 소비는 하되 흙을 밟고 농사짓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조금은 더 행복하다. 하지만 마음이 조금만 흐트러지면 그 생각들을 놓친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두렵다. 이제 나도 세상에 나아가 나누어야 할 때인 것 같다.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것들을 기꺼이 되돌려 줄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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