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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함께 [책 읽는 부모] 방학에 엄마랑 아이랑 뒹굴뒹굴 놀며 즐거움을 경험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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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04-13 22:22 조회 6,72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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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어린이책시민연대
 
‘방학’, 아이들은 손꼽아 기다리는 말이지만 엄마들에게는 기대보다 걱정이 따르는 말이다.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엄마의 평화는 깨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잔소리하고 씨름할 생각을 하면 두려운 마음까지 들 것이다. 엄마는 아이들이 방학에 부족한 공부도 하고, 꼼꼼히 계획을 세워서 생활하길 바라지만 아이들은 학교 다니느라 못 했던 것, 실컷 해 보고 싶은 것이 따로 있다. 실은 날마다 바쁜 생활에 쫓기는 엄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번 방학에는 엄마랑 아이랑 지금 이 순간에 하고 싶은 것을 실컷 해 볼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어른들이 강요하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보면서 배우는 것이 많아지는 책, 친구들이랑 신 나게 놀 때 힘이 나고 생각도 풍부해진다는 걸 알게 하는 책, 간절한 것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마음이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책을 부모와 아이가 뒹굴뒹굴하면서 함께 보면 좋겠다.

아이가 엄마를 보며 스스로 배울 때 기쁨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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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 곰의 가을 나들이』
데지마 게이자부로 지음 l 정근 옮김|보림|1996
 
『아기 곰의 가을 나들이』에서 엄마 곰은 겨울을 준비하려고 나무에 올라 머루를 따먹고, 강물에 가서 연어를 잡는다. 아기 곰도 엄마를 따라 자연스럽게 머루를 따먹고 나무 꼭대기에도 올라가 본다. 엄마 곰은 높은 곳에 올라간다고 위험하다고 소리치거나 끌어내리려 하지 않는다. 아기 곰은 멀리 흰 눈이 쌓인 높은 산도 보고, 처음으로 엄마와 연어를 잡으러 간다. 아기 곰은 연어를 잡고 싶어 앞발을 휘둘러보지만 물만 첨벙거리게 된다. 그렇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애를 쓰다가 엄마가 물속으로 뛰어들던 것을 생각해내고 자신도 물속으로 뛰어든다. 아이가 엄마랑 함께한 경험이 배움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가르쳐주고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관심을 가지면서 배우게 된 것이다. 아기 곰이 연어를 제 손으로 잡아서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온 세상이 축복을 주는 듯 물방울 축포가 쏟아진다. 함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 독자도 축하의 자리에 서게 된다. 아기 곰은 더 씩씩해졌고 자신감이 생겼다.

어려움을 해결하는 지혜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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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쿠베, 조금만 기다려』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l 초 신타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 l 양철북|2006
 
『로쿠베, 조금만 기다려』에서, 늘 함께 놀던 친구 같은 강아지 로쿠베가 깊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아이들은 엄마들을 불러오고 지나가는 아저씨한테 부탁을 하지만 어른들은 방법이 없다고 포기하고 돌아선다. 아이들은 로쿠베를 어떻게든 구해내려고 하면서, 로쿠베가 힘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아이들은 힘들 때 힘내라고 소리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로쿠베가 힘을 낼 때가 언제였는지 떠올리다가, 로쿠베가 비눗방울 놀이할 때 와락 달려들곤 했던 것, 여자 친구 쿠키랑 있을 때 좋아했던 것을 생각해 낸다. 그러고 나서 쿠키를 바구니에 담아 내려보낸 후, 로쿠베가 바구니에 올라타게 해서 끌어올렸다. 얼마나 창의적인 생각인가? 아이들은 화면 가득 환한 빛 아래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푹 빠져서 놀면 함께한 사람이나 동물, 주변 환경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되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함께하는 즐거움을 아는 것은 소중하다
『너하고 안 놀아』에서 똘똘이는 영이랑 소꿉놀이를 같이 하고 싶어서 온 마음을 기울이지만, 영이가 똘똘이에게 “너하고 안 놀아.”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뭔가 단단히 화난 일이 있는 모양이다. 똘똘이는 영이한테 자기가 잘해 주었던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같이 놀자고 하고, 영이가 좋아할 만한 것을 하겠다고 제안하지만 모두 거절당한다. 똘똘이는 포기하지 않고 주머니에 있는 유리구슬을 꺼내 보이며 “나하고 놀면 이것 줄게.”라고 한다. 영이는 그제야 소꿉놀이하는 금 안으로 똘똘이를 손님처럼 맞이한다. 그토록 같이 놀고 싶어 했던 똘똘이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똘똘이는 누구랑 함께 노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기 때문에 영이랑 놀고 싶었던 것이고, 같이 노는 방법도 스스로 찾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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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하고 안 놀아』
현덕 지음|송진헌 그림|창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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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훨 간다』
권정생 지음|김용철 그림|국민서관 l 2003
 
이야기를 즐기는 것은 서로를 이어주는 힘이 된다
『훨훨 간다』에서 늘 할아버지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던 할머니가 할아버지한테 장에 가서 이야기를 사오라고 정성껏 짠 무명 한 필을 내어 준다.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살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도 그 길로 장에 이야기를 사러 가지만, 사람들은 무명 한 필로 이야기를 바꾸겠다는 할아버지를 무시하거나 화를 낸다. 할아버지는 장터가 텅 빌 때까지 기다리다 할머니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구하지 못해 걱정스런 마음으로 터벅터벅 집을 향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을 어귀에서 만난 농부는 할아버지에게 어깨에 메고 가는 게 뭐냐며 말을 걸고, 이야기와 바꿀 무명이라는 것을 알고는 무명을 사겠다고 한다. 농부는 눈앞에 보이는 황새를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준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가져온 이야기에 밤새 웃는다. 좋아하는 것을 실컷 했을 때 에너지가 생긴다. 이야기가 얼마나 좋으면 정성껏 짠 무명으로 이야기를 살 생각을 하겠는가? 간절함은 창의적인 생각을 가능하게 한다.
말을 걸고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다. 우리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때 힘나는지 안다면 아이랑 언제까지나 이야기 나누며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 이번 방학에는 엄마랑 아이가 미래를 향한 조급함을 갖거나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닌 당장 하고 싶은 것을 실컷 해 보면 좋겠다. 소소하게 보낸 일상이 즐거움이 되고 천천히 경험한 것들이 필요할 때 지혜를 발휘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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