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잡이 길잡이 [책 읽는 부모]감정을 드러내야 우리가 함께 살고 싶은 세상에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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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03-16 22:33 조회 5,667회 댓글 0건본문
육용희 어린이책시민연대
주말 저녁에 군대생활을 보여 주는 TV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군인으로 살기 위해 받는 여러 훈련이 참 힘들어 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감정을 숨겨야 한다는 것이 힘들어 보였다. 훈련받을 때나 상급자가 이야기할 때 무표정하게 있어야 한다. 또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소리 내어 울 수도 있을 텐데, 힘드냐고 교관이 물으면 힘들지 않은 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게 자기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못하게 하고 있었다.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 다른데, 통제와 억압으로 모든 사람의 감정을 하나로 조절하려 하고 있다.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까봐 그럴까? 그렇게 자기감정을 계속 부정하게 된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자기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을 때 자기가 어느 상황에 기뻐하는지를 스스로도 더 확신하게 되고, 그 기쁜 상황을 더 많이 만들어 가려고 노력할 것이며, 혹여나 슬프거나 분노할 상황에서는 변화를 꿈꾸게도 된다. 자신의 감정을 아는 것처럼 상대의 감정을 명확히 알았을 때에는 소통이 가능해져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자기감정 표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들을 소개한다.
어른들이 주는 벌이 아이들에게 자기감정을 스스로 억누르게 한다
『싸워도 돼요?』 고대영 지음|김영진 그림|길벗어린이|2013
자기감정을 숨기고 스스로 억누르게 하는 게 군대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었다.『싸워도 돼요?』에서 병관이는 우진이가 자신과 같은 편인 한솔이를 축구를 못한다는 이유로 대놓고 구박해서 화가 난다. 한솔이는 우진이가 밀어도 움찔할 뿐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다. 그 모습을 옆에서 반복해서 본 병관이는 우진이에게 왜 한솔이를 괴롭히냐며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고, 결국 병관이와 우진이의 다툼으로 이어진다. 우진이는 병관이를 주먹으로 때리려했고 병관은 순간 그런 우진의 팔을 세게 비튼다. 병관은 순간적으로 든 분노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우진이 역시 아픈 감정을 바로 드러내서 병관이는 팔을 놓았다. 서로가 순간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기 때문에 싸웠고, 그런 경험을 통해 누군가 아파할 수도 있고, 미안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함께 살아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담임선생님은 이런 아이들의 감정을 한순간에 부정한다. 담임선생님은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감정을 전혀 알려고 하지 않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아이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감정으로 갈등이 생겨 그것을 해결하고자 했던 싸움을 폭력으로 단정하고 잘잘못만을 따진다. 더구나 무슨 일이 생기면 선생님한테 말하라고 훈계하며 벌까지 준다. 이때 병관과 우진은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아이들은 아무 말도 안하고 벌을 받는다.
아이들은 자기감정을 정직하게 표현했을 뿐인데 불이익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아이들의 감정을 죽이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아이들이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 순간 드는 감정을 스스로 의심하게 되고, 혹은 이후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어 감정을 억누르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선생님이 동료들 사이에서 병관이와 유사한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감정이 들고 어떻게 행동할까?
병관이가 벌을 받고 나오니 기다리고 있던 한솔이가 고맙다고 한다. 한솔이는 병관이가 자기 때문에 선생님한테 벌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한솔이를 보며 병관이는 뿌듯해한다. 병관이는 우진이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표현한 것인데, 반전이다. 선생님의 벌로 병관이는 한솔이를 위해 희생한 게 되었다. 행동에 대한 잘잘못은 양심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담임선생님은 이런 아이들의 감정을 한순간에 부정한다. 담임선생님은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감정을 전혀 알려고 하지 않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아이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감정으로 갈등이 생겨 그것을 해결하고자 했던 싸움을 폭력으로 단정하고 잘잘못만을 따진다. 더구나 무슨 일이 생기면 선생님한테 말하라고 훈계하며 벌까지 준다. 이때 병관과 우진은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아이들은 아무 말도 안하고 벌을 받는다.
아이들은 자기감정을 정직하게 표현했을 뿐인데 불이익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아이들의 감정을 죽이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아이들이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 순간 드는 감정을 스스로 의심하게 되고, 혹은 이후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어 감정을 억누르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선생님이 동료들 사이에서 병관이와 유사한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감정이 들고 어떻게 행동할까?
병관이가 벌을 받고 나오니 기다리고 있던 한솔이가 고맙다고 한다. 한솔이는 병관이가 자기 때문에 선생님한테 벌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한솔이를 보며 병관이는 뿌듯해한다. 병관이는 우진이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표현한 것인데, 반전이다. 선생님의 벌로 병관이는 한솔이를 위해 희생한 게 되었다. 행동에 대한 잘잘못은 양심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자기감정이 드는 만큼 확신을 가지고 행동했을 때 자기를 발견하게 된다
『엄마 마중 -겨레아동문학선집1』방정환 외 지음|김종도 그림|보리|1999
「만년 샤쓰」(방정환 지음, 『엄마 마중』 중)에서 창남이는 자기감정을 참 잘 표현하는 아이다. 창남이네 동네에 큰불이 났다. 이웃집들이 많이 탔는데 창남이의 집은 그나마 반만 타서 세간을 건져서 먹을 수도, 잘 수도 있다. 창남이와 어머니는 두 식구가 당장 입을 옷 한 벌씩만 남기고 모두 동네 사람들에게 줘서 어려움을 같이 나눈다. 창남이는 학교에 입고 가는 양복 한 벌만 남겼는데 옆집 영감님이 병이 들어 누워 있는 것을 보게 되고, 입고 있던 양복바지를 영감님에게 벗어 주고 자신은 얇고 해진 겹바지를 입는다. 창남이는 추위도 견뎌야 했을 뿐더러,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창남이가 이런 일들을 스스로 감수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에게 저절로 생긴 감정 그대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창남이의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은 창남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공감했다. 그래서 자기감정에 확신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만약에 교복인 양복바지를 입고 오지 않고, 맨발에 짚신을 신고 온 창남이를 학교에서 나무라고 벌을 주었다면 어땠을까? 자기감정대로 행동한 것을 후회하고 자신이 가졌던 딱한 감정을 존중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의 감정은 또 다른 감정을 낳고 행동으로 이어져 자기 고유한 삶을 만들어 간다. 자기감정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일이 불안하고 죄책감마저 든다면 그 다음엔 숨길 수밖에 없다. 자기감정에 확신이 없고 불이익을 염려한다면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외면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쉽다.
창남이가 이런 일들을 스스로 감수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에게 저절로 생긴 감정 그대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창남이의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은 창남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공감했다. 그래서 자기감정에 확신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만약에 교복인 양복바지를 입고 오지 않고, 맨발에 짚신을 신고 온 창남이를 학교에서 나무라고 벌을 주었다면 어땠을까? 자기감정대로 행동한 것을 후회하고 자신이 가졌던 딱한 감정을 존중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의 감정은 또 다른 감정을 낳고 행동으로 이어져 자기 고유한 삶을 만들어 간다. 자기감정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일이 불안하고 죄책감마저 든다면 그 다음엔 숨길 수밖에 없다. 자기감정에 확신이 없고 불이익을 염려한다면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외면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쉽다.
내 감정을 정직하게 표현할 때 소통의 길이 열린다
가깝게 지내는 분이 자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같은 반 아이한테 놀림을 당하면서도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꾹 참고 있다가, 집에 와서 짜증을 내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아이는 수치스러울 수도 있고, 분노도 느꼈을 수 있다. 이런 감정은 자기비하와 피해의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가깝게 지내는 분이 자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같은 반 아이한테 놀림을 당하면서도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꾹 참고 있다가, 집에 와서 짜증을 내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아이는 수치스러울 수도 있고, 분노도 느꼈을 수 있다. 이런 감정은 자기비하와 피해의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강아지똥』 권정생 지음|정승각 그림|길벗어린이|1996
『강아지똥』에서 조그만 흰둥이가 눈 강아지똥한테 흙덩이는 똥 중에서도 제일 더러운 개똥이라고 하니 강아지똥은 서럽고 화가 나서 크게 운다. 흙덩이는 순간 놀란다. 그러더니 한참을 우는 강아지똥한테 미안하다며 달랜다. 소통의 길이 열리는 순간이다. 그리고는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만약 강아지똥이 울지 않았다면 흙덩이는 자기가 한 말이 상대를 서럽게 하거나 화나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몰랐을 거다. 흙덩이 이전에 참새는 강아지똥에게 더럽다며 콕콕 쪼다가 날아갔다. 강아지똥은 서러워 눈물이 나왔지만 이미 참새는 강아지똥에게 일어난 감정을 모른 채 날아가 버렸다. 어떤 상황에서 내 감정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대의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하는데 참새는 그럴 기회를 놓쳤다.
강아지똥이 흙덩이의 더럽다는 말에 서러움을 정직하게 드러내며 울었을 때 그 마음이 흙덩이에게도 전해져 자신의 아픔을 강아지똥에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가뭄이 들었을 때 아기 고추를 살리지 못하고 죽게 했다는 아프고 슬픈 흙덩이의 감정은 또 다시 강아지똥에게 착하게 살고 싶다는 울림으로 전해진다. 서로가 자기감정을 정직하게 드러냈을 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
강아지똥이 흙덩이의 더럽다는 말에 서러움을 정직하게 드러내며 울었을 때 그 마음이 흙덩이에게도 전해져 자신의 아픔을 강아지똥에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가뭄이 들었을 때 아기 고추를 살리지 못하고 죽게 했다는 아프고 슬픈 흙덩이의 감정은 또 다시 강아지똥에게 착하게 살고 싶다는 울림으로 전해진다. 서로가 자기감정을 정직하게 드러냈을 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