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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책 그리기]아버지의 사랑은 피보다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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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05-04 14:06 조회 4,00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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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인기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피땀눈물>이라는 노래 아시나요? 그 노래를 듣고 있으면 피와 땀, 눈물이라는 것이 얼마나 애절할 만큼 큰 희생이고 노력인지 느껴질 겁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을 때 ‘피땀 흘렸다’는 말을 씁니다. 여기 그만큼 소중한 자신의 피를 팔아 일생을 살아온 한 남자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남자, 허삼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는 말 그대로 허삼관이라는 사람이 매혈, 즉 피를 판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1950년부터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를 지나기까지 중국의 근현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허삼관은 중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지만 우리는 그 평범한 한 남자의 생을 통해 인생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볼 수 있고, 한 사람의 삶의 애환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중국 소설이라 중국의 문화나 풍습, 가치관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문화의 차이를 감안하여 읽는다면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중국의 결혼 문화, 가정에서의 성 역할의 차이, 문화대혁명 사회주의 시기의 중국의 모습을 엿볼 수 있지요.
<허삼관>은 위화의 소설을 각색하여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다듬어 만든 작품이지만 영화의 큰 모티브와 이야기, 대사는 원작에 충실하려 노력했습니다. 소설이 주인공 허삼관이 늙어 할아버지가 되기까지 긴 여정을 그려내고 있다
면, 영화는 허삼관이 아직 젊은 아버지인 시절까지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화의 차이, 플롯의 차이를 넘어서 두 작품이 허삼관을 통해 보여 주는 공통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피보다 진한 것이 있다면?
위화의 소설 속에서 허삼관은 누에고치를 나르는 짐꾼(영화에서는 공사장의 노동자)입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입니다. 어느 날 허삼관은 주변 사람들에게 피를 팔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애 처음으로 피를 팔러 갑니다. 피를 팔아 번 돈은 35원. 자신이 일 년 내내 땅을 파서 버는 돈보다도 많았습니다. 처음 피를 팔아 돈을 번 허삼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에서야 피땀 흘려 번 돈이 어떤 거라는 것을 안 셈이지요. 제가 공장에서 번 돈은 땀으로 번 돈이고, 오늘 번 돈은 피 흘려 번 돈이잖아요. 이 피 흘려 번 돈을 함부로 써 버릴 수는 없지요. 반드시 큰일에 쓰도록 해야지요."
 
허삼관은 어떤 큰일에 그 돈을 썼을까요? 허삼관은 첫 번째 피를 판돈으로 장가를 가기로 합니다. 허삼관에게는 사실 마음에 점찍어둔 여인이 있었습니다. 바로 일터에서 먹을 것을 파는 허옥란이라는 여인입니다. 자신이 장가를 간다면 허옥란에게 가리라 다짐하지요. 그리고 피를 팔아 얼마만큼의 돈을 마련한 허삼관은 드디어 허옥란에게 청혼하지만 허옥란은 이미 사귀는 남자가 있다며 그의 청혼을 거절합니다.
 
그러나 허삼관은 이에 굴하지 않고 옥란의 아버지를 찾아가 데릴사위로 자신을 삼아달라며 거듭 설득을 합니다. 결국 아버지는 이를 허락하고 허옥란은 사귀던 남자인 하소용과 헤어지고 허삼관과 결혼하게 됩니다. 허삼관은 자신의 피를 흘려 번 돈으로 예쁜 아내를 얻어 자신이 원하던 소중한 가정을 이룬 것이지요.
 
그리고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아버지 허삼관을 닮아 남자답고 듬직한 첫째 아들 허일락, 엄마를 닮아 살가운 둘째 아들 허이락, 장난꾸러기 막내 허삼락, 이렇게 세 아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그런데 세 아들 중 첫째 아들 일락이는 어찌 된 일인지 점점 얼굴이 아버지 허삼관이 아니라 엄마의 처녀시절 남자친구인 하소용을 닮아갑니다. 급기야 일락이가 아홉 살(영화에서는 11살)이 되는 무렵에는 동네에 허삼관의 첫째 아들 일락이가 사실은 하소용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집니다.
 
허삼관은 처음에 이를 부인하지만 허옥란에게 자초지종을 캔 결과, 첫째 아들 일락이가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 하소용의 아이임을 알게 됩니다. 두 사람도 모르게 허옥란이 결혼 전 처녀 시절, 하소용과의 하룻밤의 실수로 아이가 생겼던 것이지요. 그때부터 허삼관은 일락이를 밀어내기 시작합니다.
 
남의 자식을 여태 키워줬다며 이제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기도 하고, 아내가 혼자 집안일을 다해도 손끝 하나 도와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락이를 친아버지 하소용에게 보내도 보지만, 하소용은 일락이가 자신의 친아들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모르는 일이라며 잡아뗍니다. 하는 수 없이 키우기야 하지만 자신의 친자가 아님을 알고 나니 일락이가 곱게 보일 리 없습니다. 일락이는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에 큰 가뭄이 오고 식량이 없어 온 가족이 오랫동안 옥수수죽만 먹게 되자 허삼관은 다시 한 번 피를 팔러 갑니다. 그리고는 피 판 돈으로 아이들에게 국수를 먹으러 가자고 합니다. 매일 멀건 옥수수죽만 먹던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일락이도 신이 났지요. 그런데 웬일인지 허삼관은 일락이를 따로 불러내 너에게는 국수를 사줄 수 없으니 너는 군고구마를 사 먹으러 가라고 말합니다. 국수가 너무나 먹고 싶은 일락이는 하루만 친아들 시켜달라고 사정해 보지만 허삼관은 일락이에게 말합니다.
“일락아, 내가 평소에 언제 너를 홀대한 적 있었니? 이락이, 삼락이가 먹는 거면 너도 같이 먹었잖니. 하지만 오늘 이 돈은 내가 피를 팔아 번 돈이라구. 이 돈은 쉽게 번 돈이 아니에요. 내 목숨하고 바꾼 돈이라구. 내가 만약 피를 팔아서 너에게 국수를 사 먹인다면 그 천하의 죽일 놈 하소용이를 너무 봐주는 게 되잖니.” (170쪽)

우리네 정서로 쉽게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허삼관에게 피를 판다는 것은 그만큼 숭고한 희생인 것입니다. 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일락이는 말합니다.
“아버지, 만약에 내가 아버지 친아들이었으면, 국수 먹으러 데리고 가는 거였죠. 그죠?”
“만약에 네가 내 아들이었으면 널 제일 좋아했을 거다.”
일락이는 이 말을 듣자, 입을 쫙 벌리며 활짝 웃고는 왕 털보네 가게로 갔다. (170쪽)

그러나 그렇게 웃고 간 일락이도 군고구마 한 개를 먹고 허기를 느끼자 갑자기 온 세상이 서러워지기 시작합니다. 배고픔에 자신만 빼놓고 외식하러 나간 가족들이 그립고 서러워 한참을 울지요. 그리고 ‘이제 나는 친아들이 아니니 집을 나가야겠다.’ 생각하고는 가출을 감행합니다.
집으로 돌아온 허삼관 부인은 밤이 깊어도 일락이가 돌아오지 않자 일락이를 찾아 나섭니다. 허삼관도 걱정스런 맘에 일락이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남의 집 문간에 앉아 있는 일락이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날 밤 욕설을 퍼부으며 일
락이를 등에 업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 쪼그만 자식, 개 같은 자식, 밥통 같은 자식……. 오늘 완전히 날 미쳐 죽게 만들어 놓고는……. 가고 싶으면 가, 이 자식아. 사람들이 보면 내가 널 업신여기고, 맨날 욕하고, 두들겨 패고 그런 줄 알거 아냐. 널 11년이나 키워 줬는데. 난 고작 계부밖에 안 되는 것 아니냐. 그 개 같은 놈의 하소용은 단돈 1원도 안들이고 네 친아비인데 말이야. 나만큼 재수 옴 붙은 놈도 없을 거다. 내세에는 내 죽어도 네 아비 노릇은 안 할란다. 나중에는 네가 내 계부 노릇 좀 해라. 너 꼭 기다려라. 내세에는 내가 널 죽을 때까지 고생시킬 테니…….”
일락이 눈에 승리반점의 환한 불빛이 들어오자 아주 조심스럽게 허심관에게 물었다.
“아버지, 우리 지금 국수 먹으러 가는 거예요?”
허삼관은 갑자기 욕을 멈추고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해 주었다.
“그래.” (187쪽)
이 부분은 허삼관이 일락이를 미워하는 마음과 화해하고 일락이를 자신의 진짜 아들로 받아들이는 대목입니다. 자신의 피를 팔아 번 돈으로는 국수도 사 먹일 수 없다고 하더니, 마침내는 일락이를 데리고 국수를 먹으러 가지요. 자신의 피를 판돈으로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피보다 더 진한, 아들을 향한 허삼관의 사랑을 느낄 수 있지요.
허삼관이 일락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진심으로 자신의 아들로 받아들이는지 우리는 이야기의 뒷부분에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들들을 다 키운 허삼관이 50세를 넘었을 무렵 일락이가 큰 병에 걸려 아프게 됩니다. 일락이는 쓰러져 상해에 있는 큰 병원으로 옮겨지고 허삼관은 일락이를 살리기 위해 병원비를 마련하러 또 피를 팝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 번으로 병원비가 충당되지 않자 상해로 가는 동안 거쳐 가는 도시마다 병원에 들러 매혈을 합니다.
 
사실 피는 한 번 뽑으면 석 달은 쉬어야 합니다. 계속해서 피를 뽑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허삼관은 병원을 돌며 계속 피를 팔아 돈을 모읍니다. 급기야 한번은 쇼크가 와서 쓰러지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아들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갖은 고생을 하며 일락이가 입원한 상해의 병원까지 오게 되지요. 그리고 병원에서 일락이가 살아있음을 확인한 순간 안도의 마음에 눈물을 펑펑 쏟습니다.
우리 속담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혈육에 대한 정이 그만큼 크고 깊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통해 우리는 피보다 더 진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입니다.
 
허삼관이 자신의 인생을 살면서 고비를 만날 때마다, 가족을 위해 그때마다 팔아서 그 어려움을 해결했던 피. 자신의 목숨이자 돈이자 힘이었던 피. 그러나 허삼관에게는 끝내는 그 피 흘려 번 돈보다 소중한 것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정들여 키워온 아들, 일락이었던 것입니다. 허삼관이 아들을 살리기 위해 덜덜 떨리는 몸을 붙여 잡고 피를 팔러 가는 장면에서 우리 모두는 눈시울이 붉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정의 달이라는 5월. 『허삼관 매혈기』를 읽으며 <허삼관>을 보며 한 남자의 삶을 반추해보고 피보다 진한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한가득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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