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만화 역사 만화, 어떻게 볼까? - 「만화조선왕조실록」_웅진주니어 과 「조선왕조실록」_휴머니스트 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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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4 17:52 조회 11,150회 댓글 0건본문
언제 2009년 11월 20일 저녁 7시 (금)
어디서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배움터
사회 조월례 _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장
주제 발표 김버들_ 추천위원, 서울여고 역사 교사
토론 성희옥 _ 추천위원, 전북 전주 용흥초 교사
참가자 김경숙, 김정숙, 박영옥, 박종호, 박혜경, 이동림, 이수종, 왕지윤, 정움, 최관의 _ 이상 추천위원
이대건 _ 편집위원, 이지수 _ 어린이 역사책 기획자, 유소영 _ ㈜휴머니스트 편집부, 남연정 _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조 월 례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만화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보는 만화에 대해서는 제한을 하지만 ‘학습만화’에 대해서는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권장하는 편입니다. 오늘 우리는 「만화조선왕조실록」을 중심으로 학습만화를 살펴볼 예정입니다.
<학교도서관저널> 창간 준비호를 내면서 역사인물 추천 분과에서 「만화조선왕조실록」을 추천했어요. 그런데 창간 준비호를 본 어떤 분이 이 책은 추천될 책이 아니라며 문제제기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추천하신 선생님과 문제제기를 하신 선생님을 모시고 관심있는 분들이 오셔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역사 만화를 제대로 보는 토론을 해보자고 해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그간 역사 만화에 대한 관심들에 비해 이러한 논의가 너무 부족했지요. 오늘 토론 대상으로 삼을 책은 ‘웅진주니어’와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된 책입니다. 처음 문제제기를 하신 분은 오늘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만화조선왕조실록」이 지닌 문제점
김 버 들 어디까지나 이건 저의 개인적인 견해라는 것을 미리 밝혀두고 시작을 하겠습니다. 먼저 본 책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었습니다. 작가가 밝히듯이 실록을 직접 보고, 그림을 그렸다는 데서 호감이 갔습니다. 단순히 만화로만 풀어낸 것이 아니라 그린이 자신의 의견과 더불어 현대와 비교하는 내용도 들어 있어서 잘 만들어진 만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실록에 등장하는 인물은 역시 왕이 중심이 되는 것이고, 왕과 그 주변의 권력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영웅 중심의 역사관이라든가 단종을 둘러싼 이야기들, 왕조에 대한 온정적인 시각이 많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소수 지배자들의 역사가 혹시나 어린 청소년들이나 학생들한테 전체 역사로 비춰지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박영규의 「만화조선왕조실록」에 대해서는 학습만화에 적합한가 또는 어린이가 읽을 만한가에 집중을 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작가는 만화 시나리오를 직접 공부했다는 것을 서문에 밝히고 있어요.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가치 있는 역사 만화다” 하고 자신감을 보이는 책은 처음 보았기 때문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1권을 봤는데, 장별로 들어가기 전에 짧게 왕의 역사 생애를 정리하고, 왕릉이라든가 이런 유적 설명이 나와 있고, 뒤에 실려 있는 부록 같은 것들이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썼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계속 읽다보니까 문장이라든가 나오는 용어들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 역사 용어는 초등학생들한테 생소하게 느껴질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2권의 경우는 워낙 왕조 초기에 위대한 왕들이 나오다보니까 업적만 간단하게 나열돼 있고, 신하들에 대한 얘기와 함께 위인들의 특이한 성장과정이 나와서 위인전 모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권에는 세종 초에 대마도 정벌이나 여진족과 문제가 나옵니다. 인물이 조금 기형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대마도 사람의 얼굴이 사람의 얼굴이 아닌 듯한 그런 모습이었어요. 일본 사람을 왜 굳이 이렇게 그려야 했나, 지나친 민족주의 역사관을 주입하지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가장 문제라고 본 건 3권이었습니다. 표지부터 인물 표정이 심상치 않고, 피가 튀고, 폭력적인 장면들이 굉장히 많이 나와요. 어린이 만화에 굳이 넣을 필요 없는,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라든가 그런 장면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충격을 받은 곳은 연산군이 엄귀인과 정귀인을 죽이는데, 그 아들을 시켜서 때려죽이는 장면이 여과 없이 그대로 그려져 있더라고요. 이런 장면을 굳이 그려 넣어야 하는가 싶어요. 또, 문제는 여성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궁중 암투와 관련된 여성들의 행동을 들 수 있는데요.
세조의 꿈에 나타난 현덕 왕후의 얘기는 정사에 실린 게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야사를 너무나 버젓이 실제 일인 것처럼 기술을 하고 있는 점이나 전설의 고향 분위기가 풍기는 그런 내용이라든가 폐비 윤씨의 사건 과정들…. 제가 알기로는 폐비 윤씨가 성종의 얼굴에 손톱자국을 냈다는 것은 실록에 나와 있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 내용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는 점이죠. 역사에 여성이 주체자로서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가끔 등장하는 그런 여성의 모습이 패악스럽고 정치적 사건을 일으키게만 보이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권에서는 또 그림 작가가 바뀌는데요.
어린 아이들 만화 그림체로 보였어요. 그런데 장마다 들어가는 곳에 문신들이 칼을 뽑고 싸우고 있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장면인데요. 이것은 역사적 사실과도 맞지 않을 뿐더러 아무리 신하들이 권력을 두고 싸운다고 하더라도 문신들이 칼을 들고 실제로 싸울 일이 없지 않습니까? 또, 조정 대신들의 역할이 대체로 정사를 돌보지 않고 자신들의 적수가 될 만한 정적을 죽이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그런 모습이 주로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서라면 친인척을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조 월 례 김버들 선생님 발표 감사합니다. 성희옥 선생님 발표를 마저 듣고 토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성 희 옥 선생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구구절절 옳은데 그때는 왜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어떤 점에서 그 책을 선정을 하게 되었는가 말씀 드리겠습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올라 있는 ‘조선왕조실록’이지만, 줄글로 되어 있어있으면 아이들은 거의 읽지 않거든요. 실제 만화로 주었을 때, 아이들이 만화 그림이나 표지라든지, 되게 끌려하면서 많이 보고 싶어 하더라고요. 그래서 1, 2권을 먼저 검토하고, 이 정도면 아이들에게 역사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한다면 박영규 씨가 서문에 썼던 정보만화 개념이라든지 직접 시나리오 구상을 했다든지, 이런 것들이 상당히 호감이 드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또한 굉장히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아이들이 흔히 접하는 말투와 그림뿐 아니라 색채 면에서도 아이들한테 익숙한 측면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 다음에 이미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으로도 어느 정도 정평이 있고, 많이 팔린 책이고 그런 면들이 검토 배경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문제제기가 들어왔다 해서 좀 더 자세히 살피면서 아이들한테도 읽혀봤거든요. 그런데 제가 주변 자료를 많이 찾아보면서 ‘아이들한테 재미와 흥미 위주로 상업적으로 이 책이 만들어졌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고백하자면, 먼저 1, 2권을 읽으면서 뒤로도 그런 식으로 나가리라 생각을 했고,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 그렇게 계속 바뀌는지 몰랐거든요.
3권은 문제제기 후에 읽었는데, 저도 굉장히 놀랐습니다. 곳곳에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너무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그림들이 난무하더라고요. 아까 김버들 선생님이 그런 부분들 다 이야기 했으니까 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역사 책을 읽는 것은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자, 어떤 방향을 갖고자 하는 것이지요.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부족하고 아이들한테 그런 사고를 하기보다는 감각적이고 충동적인 자극만 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미 이렇게 잔인하고 충동적이고 자극적인 그림들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이 그림 정도로 그림이 잔인하다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측면도 있지요. 그렇다고 해서 계속 그런 책들을 아이들한테 제공하거나 좋은 책이라고 선정하는 것은 너무나 문제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조 월 례 지금 두 분이 발표해준 것을 근거로 해서 자유롭게 의견을 주시지요. 보태고 싶거나 혹은 빠트렸거나 또 다른 의견들을 자유롭게 얘기를 해주셔서 역사 만화를 보는 관점을 세워보도록 하지요. 또한 학교도서관 저널이 학습만화를 추천할 것인가 여부까지도 한 번 점검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이 수 종 이 자리에서 하는 토론이 무엇을 하려는지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야 될 것 같아요. 저는 토론회 이야기를 처음 들을 때, 마치 ‘박영규 씨 책은 도저히 학습만화가 아니다. 그러니까 혼내주자’, 그렇게 느껴졌어요. 자료집에 있는 글의 흐름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거든요. 또 학습만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고요.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보완할 걸제시하는 논의가 되었으면 해요.
조 월 례 선생님이 ‘만화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건 문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물론이거니와 여기 계신 분들이 ‘만화이기 때문에 추천하면 안 된다’라고 생각은 안 할 거라고 봐요. 만화 내용에 따라 추천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것이지, 만화이니까 혼내주자는 건 결코 아닙니다. 이 책이 갖는 좋은 점과 비판할 점을 정확하게 짚어서 도서관 종사자들, 교사, 학부모들이 책을 선택할 때 관점을 제시해 주고, 상업성을 앞세우는 출판사에게는 독자들의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하여 책을 함부로 만드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줄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이 동 림 저는 초등학교에 있습니다. 교과서에서 역사에 관한 내용은 6학년 1학기에 나오는데 문제는, 이렇게 역사 만화가 조잡하게 나오는 것은 부모님들이 선행학습을 시키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6학년쯤 되어야 발달단계에 맞추어서 역사를 이해하고 왕을 이해하고 그 주변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 전부터 빨리빨리 뭔가를 시키려는 의도 때문에 아주 쉽게 접근하려다 보니 그림을 크게 그려야 되고 재밌게 그려야 되고 하는 그런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고요. 출판사는 그것을 교묘하게 잡아서 이런 만화책을 내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김 경 숙 저는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샀는데, 이것도 저자가 박영규고, 출판사는 들녘이에요. 보니까 이건 2003년 출간이에요. 내용도 보면 맨 처음에 서문을 읽었을 때 웅진주니어처럼 이렇게 말했어요. ‘신개념,만화 시나리오를 직접 썼다, 그 다음에 정보 만화다’, 이렇게 하고 들녘에서 만화를 낸 거예요. 그러니까 출판사를 바꾼 거예요. 바꾸면서 만화 작가가 바뀌었습니다. 제가 이 만화를 봤을 때도 문제가 되는 것이 비문이 많다는 거예요. 여기도, ‘고려군이 무서버.’ 초등학교용인데, 이렇게 했어요. 읽는 게 굉장히 힘들잖아요. 웅진주니어에서는 시장의 흐름을 읽은 거죠. 요즘 아이들은 이렇다, 아이들이 원하는 만화는 이런 거다, 그런데 아이들이 실제로 그런가요?
왕조 중심 역사를 만화로 보여주는 일이 적절한가?
이 동 림 아니에요. 저런 책을 읽으면서 변해가는 거예요.그대로 애들이 저런 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애들이 좋아할 것이란 생각을 하는 겁니다.
이 수 종 우리 학교에는 저자가 박영규이면서 줄글에 컷이 있는 책이 있어요. 또 다른 본이 또 있다는 거예요. 다양한 형태로 책을 내고 있는 거죠. 앞에서 피아제 인지발달론을 보면 구체적 단계가 낮은 애들한테 절대 상위의 형식적 조작기의 단계를 가르치면 안 된다는 개념이 있거든요. 그럼 왕조사를 과연 몇 학년부터 가르쳐야 될 까요? 이런 논의도 해 보면 좋겠어요.
김 경 숙 이수종 선생님 초등 3학년 아들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만화를 즐겨 본다하셨지요? 그 아이 발달단계에서는 지금 이 왕조사가 입체적으로 보였을까요? 그 아이가 이 책을 어떻게 봤을까? 그게 궁금하고요. 저희 아이들도 꼭 사주지 않아도 어디서 빌려서 읽든지 다 읽었어요. 저희 아이가 이 책 가져가니까 쭉 보더니 그저 흘러가는 거라고 그래요. 아까 얘기 했잖아요. 엄마도 재밌고, 아이도 재밌었다. 어른이 볼 때는 걸러 보면서 ‘정말 그때나 이때나’ 이러면서 보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자존감을 주거나 앞으로 우리 역사를 지켜 나가는, 아니면 그 역사를 바탕으로 지금 현재를 지켜나갈 힘을 주거나 이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아이들이 이런 책을 통해서 우리 조상들이 보여주는 모습, 닮고 싶지 않은부분을 보면서 알게 모르게 내면에 상처로 자리 잡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이 동 림 저희 집에 『한국사 이야기』라고 이이화 선생님이 글을 쓰고, 삼성당에서 나온 만화책이 있습니다. 역사는 글로 읽으면 초등학생 같은 경우 참 힘들거든요. 중학교 2학년 아들도 틈나거나 심심하면 삼국 편도 읽었다가 고려 편도 읽었다가 조선 편도 읽었다가 하구요. 글 읽으면서 좋았던 것은 왕조도 다루고 민중도 다루고 의복도 다루고 다양한 관점에서 역사를 다룬다는 거예요. 아이들에게 어려운 역사를 어떻게 바로 읽히게 해줄 것인가, 어떻게 대면하게 해줄 것인가, 하는 이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해야겠습니다. 단지 어렵기 때문에 조잡하든 그렇지 않든 너무 쉽게만 접근시키는 것은 정말아니다, 조금 어렵더라도 제대로 된 이야기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6학년을 가르치면서 고민하는 문제인데, 어머니들은 역사가 어렵다고 하기 때문에 대부분 만화로 접근시켜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왕 지 윤 저는 아까 이수종 선생님 얘기하실 때, 크게는 아니지만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비교하기에 좀 다른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김버들 선생님이나 성희옥 선생님 의견을 보니까 제 의견이랑 비슷하신 거 같아서, 두 책 말고 어린이도서관에 가면 무슨 책이 있나둘러 봤어요. 어릴 때, 보물섬에서 봤던 윤승운 선생님의 『맹꽁이서당』이 색을 입혀서 나오고, 아까 이동림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이이화 선생님이나 박영규 선생님처럼 역사 교양 집필가가 쓰신 책들도 있었고, 제가 좋아하는 만화가 이현세 씨가 그린 「만화 한국사 바로보기」 이런 것도 있고 다양하더라고요. 사실 중등학교에 있어서 학습만화를 눈여겨보지도 않았지만, 영화 비평하고 흥행이 일치하지 않듯이 내가 좋다고 생각한 만화가 혹시 어른의 잣대로만 너무 치우쳐서 재미를 무시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휴머니스트 책 중에 「어린이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가 있지요. 저는 그 책을 이 책하고 나란히 놨으면 좋겠어요. 그 책 또한 선도 굉장히 간결하면서 여러 가지를 다루고 있고 해서요. 오히려 박시백 씨 책에 너무 가려진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박 혜 경 저희 집에 이현세 만화가 책하고, 『어린이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두 가지가 다 있는데, 모두 다 애들이 조금 어렸을 때부터 잘 보고 있어요. 저는 이현세 작가의 책을 참 좋아하는데, 일단 그림이 굉장히 좋잖아요. 그림체나 그림의 예술성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리스로마신화』 같은 경우에 저질스럽잖아요. 그림이 남자들은 대부분 근육질이고, 여자들은 호리병 같고. 그런데 제가 “이런 책 왜 그렇게 좋아하냐?” 하면 우리 집 애들은 너무 멋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보고보고 또 보고 닳도록 보고 거기다가 자기들이 대사를 써놓고 그래요. 어른들은 교육적이다, 생각하면서 추천을 하는데, 아이들에게는 너무 답답하고 고리타분한 그런 책들을 추천할 수도 있단 거예요. 일본에서 나온 60권짜리 「삼국지」가 있어요. 거기는 조금만 방심하면 정말 뒤에서 목을 치는 그런 얘기들이 많은데, 이런 책이 ‘일생에 한번 꼭 읽어야 되는 필독서’로 권장되고 있잖아요. 「만화조선왕조실록」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런 강자, 이긴 사람들이 진리다, 정의다, 이런 가치관을 갖고 있는 데에도 문제가 있지, 이 출판사나 작가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거죠.
김 경 숙 「삼국지」도 십대한테는 폭력성과 감각적인 걸로 보는데, 또 20~30대 때 볼 때는 거기에서의 어떤 지략이나 사회생활의 힘을 배우고, 그 이후에 삶을 배우고 받아
들이는 양상이 계속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십대의 눈으로 그런 폭력적인 부분을 그림으로까지 굳이 보여줘야 되느냐 「삼국지」를 보고 싶으면 글자 책으로 보게 해주면 더 좋겠다는 거고요. 아이들은 평면적인 시각으로 보기 때문에 그게 잘 보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아까 말씀하셨는데, 그래서 역사 만화가 있어야 된다, 자꾸 그러셨는데, 저는 역사가 어렵다는 생각을 우리 어른들이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원작이 있는 책은 만화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가능하면 원작으로 만나게 해줘야지요. 『맨발의 겐』은 제2차 세계대전 히로시마 원폭피해를 주제로 한 원작만화인데 중학생들 가운데도 독서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잘 못 읽거든요. 우리도 힘들게 열 권을 봤는데요. 그런것처럼 만화도 초등학교에 맞게 새롭게 창작해 원작만화로 만들어서, 그 만화 매체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화로 만들면 쉬울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매체가 바뀌면 애초 의도가 분명히 굴절될 수밖에 없거든요.
조 월 례 그냥 뭔가 자유롭게 얘기를 하다보면 이러한 만화 학습만화, 특히 역사 학습만화를 보는 키워드가 있지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특히, 어린이 역사책 기획하고, 그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지수 선생님 얘기를 들어봤으면 좋겠어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지금 우리가 한 얘기가 맞는 건지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이 지 수 저도 이 책을 4권까지 구해서 봤는데, 요즘 역사학습만화 중에서는 ‘평년작’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박영규 선생님이 어른 책을 하셨던 분이라서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바꾸는 과정에서 만화 내용라든지 책의 뒷부분에 있는 정보 같은 경우 아이들이 익숙할 수 있게끔 잘 된 반면에, 임금에 대한 앞에 해석같은 경우에나 아니면 주석 같은 경우 어른 책과 다름이 없는, 연령대에 적합하지 않은 그런 책인 것 같고요. 그런 부분은 어린이 책으로 충분히 소화되지 않은 측면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이 책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은 신개념 만화라고 얘기를 하셨는데, 만화에 주석이 많이 들어갔다고 해서 새로운 개념이 도입됐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다만, 이전과 다르게 적극적으로 원작자가 여러 가지 개입을 했다는 것은 좋은 책을 위한 조건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어요. 원작자가 시나리오 쓴다고 해서 이책이 그만큼 더 공을 들이고 완성도 높아지는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출판 환경에서 가장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출판사에서 아이들 책으로『사씨남정기』, 『구운몽』, 같은 책이 끊이지않고 계속 나오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적당한 책이라고 생각되지 않거든요. 이런 부분들은 부모님들이 자신의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책에서 나왔던 책 제목이기 때문에 익숙하기 때문에 그 책을 골라준다고 생각되는데, 부모들이 다만 그 제목이 익숙하다는 점만 갖고 책을 선택하는 것은 아이들한테 폐해가 되지 않을까 싶고요. 지금 저 같은 경우는 이원복 선생님 만화라든지 아니면 이은홍 선생이라든지 새롭게 발전해간 면을 찾을 수 있는 만화들에 기대를 걸어야 되지 않나 생각하거든요.
작은 역사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도록 해야
조 월 례 조선왕조실록은 언제부터 읽혀야 되느냐, 라고 누가 말씀하셨는데, 언제부터 읽혀야 되나요?
이 지 수 우리 역사교육이 너무 통사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역사를 암기해야 되는 과목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볼 때는 더 작은 역사도 다양하게 해석하는 훈련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되는데요. 지금처럼 거대한 역사를 배우기 때문에 항상 뭐가 앞이고, 뭐가 뒤고 사건들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고민해야 하거든요. 실록이라는 것은 왕조가 정통성을 주장하는 하나의 자신의 이데올로기적인 책이기 때문에 그런부분을 충분히 작가가 해석을 해서 아이들한테 전달해야 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고 완전히 객관화되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처럼 서술되는 것들은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 월 례 휴머니스트에서 박시백 선생이 「조선왕조실록」을 내셨는데, 어떤 입장으로 이 책을 내셨는지, 독자 대
상은 누구로 삼았는지, 저 책에 대한 작가나 독자들의 의견이랄지 이런 것들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유 소 영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독자 분들 전화 받고, 인터넷 서평 보고 이런 정도로만 반응을 알았는데, 선생님들의견이 이렇구나, 하는 생각에 오늘 오길 잘했다 싶네요. 일단 이 책은 박시백 화백이 먼저 제안을 해주신 거였고 요. 출판사를 미리 정하지 않고서요. 이분이 원래 한겨레 신문사에서 만평을 그리시던 분이세요. ‘회사 도서관에서 보다보니까 이게 굉장히 재밌더라, 내가 알고 있는 건 티브이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 아는 야사밖에 없더라, 정사에는 어떻게 쓰여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진행하셨대요. 저도 교양만화를 내는 처지이지만, 예전에 어렸을 때 본 어떤 만화에 소현세자가 인질로 끌려오면서 아버지가 던진 벼루에 맞아 죽었다는 내용이 나와요. 얼마 전까지 정말 소현세자가 벼루에 맞아 죽은 줄 알았어요. 근데 「조선왕조실록」을 하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실제로 벼루에 맞아 죽었던 것이 아니라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에 걸려서 갑자기 죽었지요. 이런 것들이 제가 어렸을 때 읽었던 만화가 굉장히 많지만, 이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거든요. 물론 그냥 지나갈 수도 있죠. 어린아이에서 어른까지 만화가 가지는 파급력이 있기 때문에 그걸 조심해서 만드는 편이고요. 이 책은 만화지만, 인문서 편집자들이 직접 교정 교열을 보세요. 저희는 신경 써서 만들고 있는 편이고요. 선생님들께서 말씀해주신 ‘출판사의 독심술’에 대한 부분은 출판사에 있는 입장에서 출판사들이 많이 반성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조 월 례 앞으로 계속 그렇게 할 거예요(전체 웃음).
박 종 호 휴머니스트에서는 이것만이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내고 계시잖아요. 궁금한 거는 14권 나왔을 때, 독자들의 분포가 있을 것 아닙니까. 그 중에 어린이 청소년들이 얼마나 차지한다는 통계를 갖고 있나요?
유소영: 실제로 알 수 있는 건 없죠. 왜냐면 직접 저희는 책을 팔지 않고, 서점을 통해서 팔기 때문에 직접적인 통계가 들어오진 않아요. 그런데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시는 남녀 비율이나 지역 비율이나 성별 연령대 그게 정확하지 않은 게, 어린이들 같은 경우 부모님이 구입해서 주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실제로 저한테 전화가 많이 와요. 학부모들이나 3~40대 남성분, 초등학생들한테도 전화가 종종 옵니다.
조 월 례 지금까지 얼마나 나갔어요?
유 소 영 저는 여기 와서 박영규 선생님 「만화조선왕조실록」이 이백만 부 나갔다고 해서 놀랐는데요. 저희는 아직 독심술을 익히지 못해서 그랬는지 14권까지 했는데, 30만 부 좀 넘게 나갔습니다.
이 수 종 우리가 통상적으로 만화라고 하면 애들한테 보여주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토론회 시작부터, 그럼 조선왕조실록 언제 읽게 하느냐가 의문이었어요. 유사하게 과학에서 보면, ‘종속과목강문계’ 분류가 있어요. 6차 교육과정에는 중학교 1학년 때 있어요. 7차가 되면서 초등학교 4학년, 5학년으로 떨어져요. 그 이유가 뭔지 아세요? 교대에 대학원이 생기면서 중등 사범대 출신 선생님들이 엄청나게 많이 교육대학교 교수가 되었는데 그분들이 그렇게 만들어 놓은 거예요.
중고등학교 이상은 종속과목강문계, 용어에 의해서 계열 정리를 하고, 초등학교는 관찰에 의한 분류를 해요. 그러니까 자기 느낌이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분류를 할 수 있거든요. 분류한다는 게 중요하지 학문적으로 맞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거예요. 또 하나는 만약에 쭉 굳이 꿰뚫어 얘기하려면 먹을거리 변천사, 놀이 변천사 이런 식으로 해서 어린이들한테 읽히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해요.
박 종 호 제가 궁금한 건 아이들이 역사를 배우는 데 만화라는 재미나 그런 요소가 더해져서 다가가는 책은 잘 팔리는데, 정작 만화가의 창작 정신이 올곧게 반영된 작품들은 안 팔린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출판사도 4권을 냈는데, 거의 손익 분기를 넘지 못했다고 해요. 이게 학부모 문제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어린이책 출판에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될 지점 중에 하나가 아닐까요? 만화는 만화로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지 수 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주류는 학습만화인 것 같아요. 나머지 일부 잡지에서 만화가 등장하는 거 말고는, 별도로 만화가 시장에서 활성화 되어 있는 것 같진 않거든요. 아이들도 여러 가지 취향이랄까 이런 부분이 있는 것 같고요. 제가 볼 때는 이런 식의 만화 말고도 예를 들면 이은홍 선생님의 『역사야, 나오너라』 같이 생각할 거리를 주는 만화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그 시기가 주변 아이들한테 영향을 많이 받는 시기고, 이렇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일시적으로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에는 열병과 같이 지나가는 시기라고도 생각이 되거든요. 이런 부분들이 한꺼번에 바뀌거나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조 월 례 이지수 선생님은 역사 만화를 추천한다면 어떤걸 추천하고 싶습니까?
이지수: 저는 이은홍 선생님이 쓰고 그린 『역사야, 나오너라』가 가장 분량도 작고, 그 책 같은 경우는 역사를 쓰면서 맨 뒤에 자신의 할머니 할아버지 이런 얘기로 마무리를 짓거든요. 역사가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가까운 역사라는 부분들을 얘기해주는 것이 좋은 측면이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조 월 례 역사 만화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를 했는데, 우리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만화를 어떻게 봐야 하나? 그림 요소도 있고, 내용도 있고, 여러 가지 책을 보는 요소들이 있는데, 책을 보는, 학습만화를 보는, 역사 만화를 보는 어떤 방법이랄까 여기에 대해서 편집자 입장에서 이대건 편집위원 말씀해 주세요.
학습만화 기획 생산 과정의 차이를 눈여겨 보아야
이 대 건 만화에서 보는 글 요소와 이미지 요소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신데요, 저는 먼저 학습만화의 제작 환경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큰 시장을 가지고 있는 학습만화에서 근본 문제 가운데 하나는, 생산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야기하는 역사학습만화의 경우, 한 사람의 작가가 기획부터 참여해, 천천히 한권 한권 큰 흐름을 가지고서 만들어가는 저작물이 있는가 하면, 시장에 맞춰 기획하고 단번에 제작해 배포하는 형태가 있습니다. 「만화조선왕조실록」은, 판권을 보았더니 기획하는 팀이 외부에 따로 있어요.
기획팀이 밖에 있다는 것은 어떤 하나의 기획 아이템을 가지고 그 기획회사에서 제작 진행을 끌고 가는데, 아주 집중적으로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한권 한권내서 독자의 반응을 보면서 그 안에서 수정을 해가고 뭔가 오류들을 바로 잡아가기보다는, 열권을 기획했다 하면 여러 명의 그림 작가에게 시나리오 작가를 붙여주어 짧은 시간동안 전면적으로 밀고 나가는 방식이에요. 그런 생산시스템에서 생겨나는 차이가 결국은 독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나 생각해요. 이 생산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글과 그림의 문제에서, 저는 지금 「만화조선왕조실록」은 작가들이 여럿이다 보니까 편마다 그림의 연속성이 조금 떨어지는 것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아까 3권부터 갑자기 그림이 격해지고 있다 하셨는데,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요? 저도 칼로 사람을 베는 장면에서 칼과 베이는 상황이 날것으로 드러나 있어서 놀랐습니다. 캐릭터 문제도 이야기하셨던가요? 조선왕조실록이라면 등장하는 캐릭터도 한국적인 캐릭터여야 할 텐데, 그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있었을까, 좀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동 림 캐릭터가 복장만 옛 것이지 얼굴은 신세대예요. 이대건: 모든 출판사가 그런 시스템으로 생산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내부에서 진행하는 것하고, 외부의 독립된 새로운 단위에서 진행하는 것하고 다른 흐름이랄까요? 아웃소싱 체제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될 수도 있을 텐데요. 보통 학습만화는 스무 권 남짓 일정한 규모를 갖기 때문에, 전체 이야기를 끌어가는 캐릭터가 중요합니다. 그 캐릭터가 출판사의 편집자나 내부 기획자 의도대로 100% 갈까, 하면 제가 보기에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도 결국 생산시스템의 문제겠군요.
조 월 례 오늘 「만화조선왕조실록」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비판적인 의견이 많이 나왔는데 그러면 이 책에 대한 우리 도서추천위원회 의견을 어떻게 가져갈까요? 독자들에게 어떤 안내를 해주는 게 좋을까요?
박 종 호 저는 오늘 논의한 걸 정리해서 글로 써서 잡지에 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논의한 거는 절대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있는 대로 드러내놓고 출판사도, 그림 그린 사람도 할 말이 있다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야지요. 그렇다고 우리가 불매운동으로 나가자든가 여기 그것까지 얘기하시는 분은 없다고 보는데요.
이 동 림 그건 아니지만, 만약에 논의한 걸 실으면, 사람들이 ‘어쨌길래 그러지? 사보자!’ 이럴까 봐 걱정이 좀 드네요.
김 경 숙 우리가 추천위원회 선정 기준도 정하고, 그 부분에서 우리 의견이 분명해지면, 학습만화에 대해서 추천할 거냐 말 거냐를 정해서 분명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적어도 이런 만화가 학교도서관에 들어가는 것은 반대합니다. 왜냐면 학교 도서관에 이런 책이 있으면 이게 권장의 의미가 돼요. 아이들이 집에 가서 조르면 엄마들이 사주게 돼 있거든요. ‘학교에도 있어? 괜찮은 책이네.’ 이렇게 되거든요.
박 종 호 우리가 창간 준비호에서 「만화조선왕조실록」을 <학교도서관저널> ‘권장도서’에 올렸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후속 조치는, 이 논의를 정리하여 지면에다 공개하는 것으로 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만화조선왕조실록」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내용에 대해서 토론을 했으니까요. 또, 앞으로 우리 추천위원회가 추천할 때 ‘학습만화, 역사 학습만화를 넣을 것이냐 말 것이냐’는 좀 더 토론을 해서 전체 추천위원회에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할 거라고 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조 월 례 학습만화 전체를 넣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뭉뚱 그려서 말하는 것이 타당할까요? <조선왕조실록>을 굳이 읽혀야 된다면 휴머니스트의 「조선왕조실록」이다, 근데 그것도 우리가 좀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검증한 다음에 이런 한계가 있으니 이런 한계를 감안하고 봐라, 이럴 수는 있겠다는 거잖아요?
김 경 숙 저는 다르게 생각해요. 「만화조선왕조실록」은 초등학생을 겨냥해서 나왔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한 목소리로 초등학생이 읽으면 무리다, 라고 비판했는데, 그래도 꼭 추천해야 한다면 만화가 아니어도 관심이 있는 아이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대안이 되는 책을 추천하면 좋겠어요.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읽힐 수 있는 글줄로 된 책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면 해요.
조 월 례 그러면 엄마들은 역사지식을 알아야 된다고 「조선왕조실록」을 사 주는데 <학교도서관저널>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경 숙 그걸 정해야 해요. 우리가 텔레비전 역사 드라마에 익숙하잖아요. 그에 관한 책이 나왔다니까 역사책을 빨리 읽게 하고 싶어 해요. 1학년인데, 어떤 역사전집을 사주냐 묻기도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일찍이 역사이야기 인물이야기가 다 만화전집으로 나왔어요. 그게 우리가 역사를 어렵게 여겨서 그렇고, 더 내려 미리 읽히고 싶은 엄마들의 선행 학습 욕심 때문이기도 해요.
조 월 례 저도 ‘백일 지난’ 아이한테 어떤 출판사 위인전이 좋으냐, 서너살 아이에게 어떤 출판사 위인전이 좋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러면 <학교도서관저널>에서는 「만화조선왕조실록」은 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어떻게 할까에 대한 의견을 주시지요.
김 버 들 저는 발제문에 밝혔듯이 왕조실록 자체를 권장도서로 넣을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어요. 권할 만한 역사책은 많은데, 왜 하필 왕조실록이냐? 그런 의문이 들거든요. 저희 추천위원회 이름으로는 권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이 수 종 저는 여기서 많은 것을 배우는데, 만화는 원작이 있는데 시스템으로 창작을 한다는 게 충격이었어요. 또 하나는 종적 기획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횡적기획을 만들어진 책은 상업적인 거다, 이런 것들을 제시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고, 조선왕조실록에 대해서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예요. 굳이 조선왕조실록을 초등학교 어린이들한테 권하기보다는 오히려 발달단계에 맞추려면 아까 말한 문화사나 작은 역사를 읽게 해주는 게 좋다고 봐요.
왕 지 윤 눈 가리고 아웅인지 모르겠지만, 아까 ‘노이즈마케팅’에 대한 염려도 있고, 특정 출판사에 대한 호의나 엄밀한 엄정한 잣대로 평가해 막연한 관심을 일으키기 보다는, 오히려 그런 책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논의했던 책 중에 역사 만화 이런 흐름이 있었는데, 이런 의견이 있었다, 정도만 밝혀도 뜻은 전달되지 않을까요.
김 경 숙 우리 잡지는 학교도서관을 운영하고 수서하시는 분들이 집중적으로 읽을 거니까 그분들에게 의견을 전해야 합니다. 그 분들은 학습만화를 사면서도 이용자들이 원해서 산다는 쪽이잖아요. 학교도서관에서 사주는 것만이라도 막아서 전체 파급을 줄여야 해요. 학교도서관에서 선택한 책들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보이고 바람직하게 나가는 걸 우리가 봐왔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저는 출판문화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조 월 례 우리가 지금까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만화조선 왕조실록」이 권할 만한 책인가를 두고 토론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고 갔는데 대체로 학교도서관에 이 책을 넣지 않도록 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지만 대안을 분명하게 제시하지는 못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이점은 앞으로 과제로 안고 풀어가야 하겠습니다. 다만 오늘 우리가 논의한 역사 만화에 대한 토론은 학교도서관에 놓여야 할 책을 어떤 관점으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 거리를 던져주었다고 봅니다. 앞으로 더 논의를 이어가면서 신중한 책 선정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학교도서관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토론회 참석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어디서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배움터
사회 조월례 _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장
주제 발표 김버들_ 추천위원, 서울여고 역사 교사
토론 성희옥 _ 추천위원, 전북 전주 용흥초 교사
참가자 김경숙, 김정숙, 박영옥, 박종호, 박혜경, 이동림, 이수종, 왕지윤, 정움, 최관의 _ 이상 추천위원
이대건 _ 편집위원, 이지수 _ 어린이 역사책 기획자, 유소영 _ ㈜휴머니스트 편집부, 남연정 _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조 월 례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만화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보는 만화에 대해서는 제한을 하지만 ‘학습만화’에 대해서는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권장하는 편입니다. 오늘 우리는 「만화조선왕조실록」을 중심으로 학습만화를 살펴볼 예정입니다.
<학교도서관저널> 창간 준비호를 내면서 역사인물 추천 분과에서 「만화조선왕조실록」을 추천했어요. 그런데 창간 준비호를 본 어떤 분이 이 책은 추천될 책이 아니라며 문제제기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추천하신 선생님과 문제제기를 하신 선생님을 모시고 관심있는 분들이 오셔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역사 만화를 제대로 보는 토론을 해보자고 해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그간 역사 만화에 대한 관심들에 비해 이러한 논의가 너무 부족했지요. 오늘 토론 대상으로 삼을 책은 ‘웅진주니어’와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된 책입니다. 처음 문제제기를 하신 분은 오늘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만화조선왕조실록」이 지닌 문제점
김 버 들 어디까지나 이건 저의 개인적인 견해라는 것을 미리 밝혀두고 시작을 하겠습니다. 먼저 본 책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었습니다. 작가가 밝히듯이 실록을 직접 보고, 그림을 그렸다는 데서 호감이 갔습니다. 단순히 만화로만 풀어낸 것이 아니라 그린이 자신의 의견과 더불어 현대와 비교하는 내용도 들어 있어서 잘 만들어진 만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실록에 등장하는 인물은 역시 왕이 중심이 되는 것이고, 왕과 그 주변의 권력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영웅 중심의 역사관이라든가 단종을 둘러싼 이야기들, 왕조에 대한 온정적인 시각이 많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소수 지배자들의 역사가 혹시나 어린 청소년들이나 학생들한테 전체 역사로 비춰지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박영규의 「만화조선왕조실록」에 대해서는 학습만화에 적합한가 또는 어린이가 읽을 만한가에 집중을 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작가는 만화 시나리오를 직접 공부했다는 것을 서문에 밝히고 있어요.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가치 있는 역사 만화다” 하고 자신감을 보이는 책은 처음 보았기 때문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1권을 봤는데, 장별로 들어가기 전에 짧게 왕의 역사 생애를 정리하고, 왕릉이라든가 이런 유적 설명이 나와 있고, 뒤에 실려 있는 부록 같은 것들이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썼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계속 읽다보니까 문장이라든가 나오는 용어들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 역사 용어는 초등학생들한테 생소하게 느껴질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2권의 경우는 워낙 왕조 초기에 위대한 왕들이 나오다보니까 업적만 간단하게 나열돼 있고, 신하들에 대한 얘기와 함께 위인들의 특이한 성장과정이 나와서 위인전 모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권에는 세종 초에 대마도 정벌이나 여진족과 문제가 나옵니다. 인물이 조금 기형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대마도 사람의 얼굴이 사람의 얼굴이 아닌 듯한 그런 모습이었어요. 일본 사람을 왜 굳이 이렇게 그려야 했나, 지나친 민족주의 역사관을 주입하지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가장 문제라고 본 건 3권이었습니다. 표지부터 인물 표정이 심상치 않고, 피가 튀고, 폭력적인 장면들이 굉장히 많이 나와요. 어린이 만화에 굳이 넣을 필요 없는,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라든가 그런 장면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충격을 받은 곳은 연산군이 엄귀인과 정귀인을 죽이는데, 그 아들을 시켜서 때려죽이는 장면이 여과 없이 그대로 그려져 있더라고요. 이런 장면을 굳이 그려 넣어야 하는가 싶어요. 또, 문제는 여성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궁중 암투와 관련된 여성들의 행동을 들 수 있는데요.
세조의 꿈에 나타난 현덕 왕후의 얘기는 정사에 실린 게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야사를 너무나 버젓이 실제 일인 것처럼 기술을 하고 있는 점이나 전설의 고향 분위기가 풍기는 그런 내용이라든가 폐비 윤씨의 사건 과정들…. 제가 알기로는 폐비 윤씨가 성종의 얼굴에 손톱자국을 냈다는 것은 실록에 나와 있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 내용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는 점이죠. 역사에 여성이 주체자로서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가끔 등장하는 그런 여성의 모습이 패악스럽고 정치적 사건을 일으키게만 보이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권에서는 또 그림 작가가 바뀌는데요.
어린 아이들 만화 그림체로 보였어요. 그런데 장마다 들어가는 곳에 문신들이 칼을 뽑고 싸우고 있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장면인데요. 이것은 역사적 사실과도 맞지 않을 뿐더러 아무리 신하들이 권력을 두고 싸운다고 하더라도 문신들이 칼을 들고 실제로 싸울 일이 없지 않습니까? 또, 조정 대신들의 역할이 대체로 정사를 돌보지 않고 자신들의 적수가 될 만한 정적을 죽이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그런 모습이 주로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서라면 친인척을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조 월 례 김버들 선생님 발표 감사합니다. 성희옥 선생님 발표를 마저 듣고 토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성 희 옥 선생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구구절절 옳은데 그때는 왜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어떤 점에서 그 책을 선정을 하게 되었는가 말씀 드리겠습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올라 있는 ‘조선왕조실록’이지만, 줄글로 되어 있어있으면 아이들은 거의 읽지 않거든요. 실제 만화로 주었을 때, 아이들이 만화 그림이나 표지라든지, 되게 끌려하면서 많이 보고 싶어 하더라고요. 그래서 1, 2권을 먼저 검토하고, 이 정도면 아이들에게 역사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한다면 박영규 씨가 서문에 썼던 정보만화 개념이라든지 직접 시나리오 구상을 했다든지, 이런 것들이 상당히 호감이 드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또한 굉장히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아이들이 흔히 접하는 말투와 그림뿐 아니라 색채 면에서도 아이들한테 익숙한 측면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 다음에 이미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으로도 어느 정도 정평이 있고, 많이 팔린 책이고 그런 면들이 검토 배경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문제제기가 들어왔다 해서 좀 더 자세히 살피면서 아이들한테도 읽혀봤거든요. 그런데 제가 주변 자료를 많이 찾아보면서 ‘아이들한테 재미와 흥미 위주로 상업적으로 이 책이 만들어졌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고백하자면, 먼저 1, 2권을 읽으면서 뒤로도 그런 식으로 나가리라 생각을 했고,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 그렇게 계속 바뀌는지 몰랐거든요.
3권은 문제제기 후에 읽었는데, 저도 굉장히 놀랐습니다. 곳곳에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너무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그림들이 난무하더라고요. 아까 김버들 선생님이 그런 부분들 다 이야기 했으니까 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역사 책을 읽는 것은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자, 어떤 방향을 갖고자 하는 것이지요.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부족하고 아이들한테 그런 사고를 하기보다는 감각적이고 충동적인 자극만 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미 이렇게 잔인하고 충동적이고 자극적인 그림들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이 그림 정도로 그림이 잔인하다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측면도 있지요. 그렇다고 해서 계속 그런 책들을 아이들한테 제공하거나 좋은 책이라고 선정하는 것은 너무나 문제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조 월 례 지금 두 분이 발표해준 것을 근거로 해서 자유롭게 의견을 주시지요. 보태고 싶거나 혹은 빠트렸거나 또 다른 의견들을 자유롭게 얘기를 해주셔서 역사 만화를 보는 관점을 세워보도록 하지요. 또한 학교도서관 저널이 학습만화를 추천할 것인가 여부까지도 한 번 점검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이 수 종 이 자리에서 하는 토론이 무엇을 하려는지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야 될 것 같아요. 저는 토론회 이야기를 처음 들을 때, 마치 ‘박영규 씨 책은 도저히 학습만화가 아니다. 그러니까 혼내주자’, 그렇게 느껴졌어요. 자료집에 있는 글의 흐름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거든요. 또 학습만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고요.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보완할 걸제시하는 논의가 되었으면 해요.
조 월 례 선생님이 ‘만화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건 문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물론이거니와 여기 계신 분들이 ‘만화이기 때문에 추천하면 안 된다’라고 생각은 안 할 거라고 봐요. 만화 내용에 따라 추천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것이지, 만화이니까 혼내주자는 건 결코 아닙니다. 이 책이 갖는 좋은 점과 비판할 점을 정확하게 짚어서 도서관 종사자들, 교사, 학부모들이 책을 선택할 때 관점을 제시해 주고, 상업성을 앞세우는 출판사에게는 독자들의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하여 책을 함부로 만드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줄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이 동 림 저는 초등학교에 있습니다. 교과서에서 역사에 관한 내용은 6학년 1학기에 나오는데 문제는, 이렇게 역사 만화가 조잡하게 나오는 것은 부모님들이 선행학습을 시키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6학년쯤 되어야 발달단계에 맞추어서 역사를 이해하고 왕을 이해하고 그 주변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 전부터 빨리빨리 뭔가를 시키려는 의도 때문에 아주 쉽게 접근하려다 보니 그림을 크게 그려야 되고 재밌게 그려야 되고 하는 그런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고요. 출판사는 그것을 교묘하게 잡아서 이런 만화책을 내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김 경 숙 저는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샀는데, 이것도 저자가 박영규고, 출판사는 들녘이에요. 보니까 이건 2003년 출간이에요. 내용도 보면 맨 처음에 서문을 읽었을 때 웅진주니어처럼 이렇게 말했어요. ‘신개념,만화 시나리오를 직접 썼다, 그 다음에 정보 만화다’, 이렇게 하고 들녘에서 만화를 낸 거예요. 그러니까 출판사를 바꾼 거예요. 바꾸면서 만화 작가가 바뀌었습니다. 제가 이 만화를 봤을 때도 문제가 되는 것이 비문이 많다는 거예요. 여기도, ‘고려군이 무서버.’ 초등학교용인데, 이렇게 했어요. 읽는 게 굉장히 힘들잖아요. 웅진주니어에서는 시장의 흐름을 읽은 거죠. 요즘 아이들은 이렇다, 아이들이 원하는 만화는 이런 거다, 그런데 아이들이 실제로 그런가요?
왕조 중심 역사를 만화로 보여주는 일이 적절한가?
이 동 림 아니에요. 저런 책을 읽으면서 변해가는 거예요.그대로 애들이 저런 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애들이 좋아할 것이란 생각을 하는 겁니다.
이 수 종 우리 학교에는 저자가 박영규이면서 줄글에 컷이 있는 책이 있어요. 또 다른 본이 또 있다는 거예요. 다양한 형태로 책을 내고 있는 거죠. 앞에서 피아제 인지발달론을 보면 구체적 단계가 낮은 애들한테 절대 상위의 형식적 조작기의 단계를 가르치면 안 된다는 개념이 있거든요. 그럼 왕조사를 과연 몇 학년부터 가르쳐야 될 까요? 이런 논의도 해 보면 좋겠어요.
김 경 숙 이수종 선생님 초등 3학년 아들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만화를 즐겨 본다하셨지요? 그 아이 발달단계에서는 지금 이 왕조사가 입체적으로 보였을까요? 그 아이가 이 책을 어떻게 봤을까? 그게 궁금하고요. 저희 아이들도 꼭 사주지 않아도 어디서 빌려서 읽든지 다 읽었어요. 저희 아이가 이 책 가져가니까 쭉 보더니 그저 흘러가는 거라고 그래요. 아까 얘기 했잖아요. 엄마도 재밌고, 아이도 재밌었다. 어른이 볼 때는 걸러 보면서 ‘정말 그때나 이때나’ 이러면서 보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자존감을 주거나 앞으로 우리 역사를 지켜 나가는, 아니면 그 역사를 바탕으로 지금 현재를 지켜나갈 힘을 주거나 이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아이들이 이런 책을 통해서 우리 조상들이 보여주는 모습, 닮고 싶지 않은부분을 보면서 알게 모르게 내면에 상처로 자리 잡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이 동 림 저희 집에 『한국사 이야기』라고 이이화 선생님이 글을 쓰고, 삼성당에서 나온 만화책이 있습니다. 역사는 글로 읽으면 초등학생 같은 경우 참 힘들거든요. 중학교 2학년 아들도 틈나거나 심심하면 삼국 편도 읽었다가 고려 편도 읽었다가 조선 편도 읽었다가 하구요. 글 읽으면서 좋았던 것은 왕조도 다루고 민중도 다루고 의복도 다루고 다양한 관점에서 역사를 다룬다는 거예요. 아이들에게 어려운 역사를 어떻게 바로 읽히게 해줄 것인가, 어떻게 대면하게 해줄 것인가, 하는 이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해야겠습니다. 단지 어렵기 때문에 조잡하든 그렇지 않든 너무 쉽게만 접근시키는 것은 정말아니다, 조금 어렵더라도 제대로 된 이야기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6학년을 가르치면서 고민하는 문제인데, 어머니들은 역사가 어렵다고 하기 때문에 대부분 만화로 접근시켜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왕 지 윤 저는 아까 이수종 선생님 얘기하실 때, 크게는 아니지만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비교하기에 좀 다른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김버들 선생님이나 성희옥 선생님 의견을 보니까 제 의견이랑 비슷하신 거 같아서, 두 책 말고 어린이도서관에 가면 무슨 책이 있나둘러 봤어요. 어릴 때, 보물섬에서 봤던 윤승운 선생님의 『맹꽁이서당』이 색을 입혀서 나오고, 아까 이동림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이이화 선생님이나 박영규 선생님처럼 역사 교양 집필가가 쓰신 책들도 있었고, 제가 좋아하는 만화가 이현세 씨가 그린 「만화 한국사 바로보기」 이런 것도 있고 다양하더라고요. 사실 중등학교에 있어서 학습만화를 눈여겨보지도 않았지만, 영화 비평하고 흥행이 일치하지 않듯이 내가 좋다고 생각한 만화가 혹시 어른의 잣대로만 너무 치우쳐서 재미를 무시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휴머니스트 책 중에 「어린이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가 있지요. 저는 그 책을 이 책하고 나란히 놨으면 좋겠어요. 그 책 또한 선도 굉장히 간결하면서 여러 가지를 다루고 있고 해서요. 오히려 박시백 씨 책에 너무 가려진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박 혜 경 저희 집에 이현세 만화가 책하고, 『어린이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두 가지가 다 있는데, 모두 다 애들이 조금 어렸을 때부터 잘 보고 있어요. 저는 이현세 작가의 책을 참 좋아하는데, 일단 그림이 굉장히 좋잖아요. 그림체나 그림의 예술성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리스로마신화』 같은 경우에 저질스럽잖아요. 그림이 남자들은 대부분 근육질이고, 여자들은 호리병 같고. 그런데 제가 “이런 책 왜 그렇게 좋아하냐?” 하면 우리 집 애들은 너무 멋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보고보고 또 보고 닳도록 보고 거기다가 자기들이 대사를 써놓고 그래요. 어른들은 교육적이다, 생각하면서 추천을 하는데, 아이들에게는 너무 답답하고 고리타분한 그런 책들을 추천할 수도 있단 거예요. 일본에서 나온 60권짜리 「삼국지」가 있어요. 거기는 조금만 방심하면 정말 뒤에서 목을 치는 그런 얘기들이 많은데, 이런 책이 ‘일생에 한번 꼭 읽어야 되는 필독서’로 권장되고 있잖아요. 「만화조선왕조실록」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런 강자, 이긴 사람들이 진리다, 정의다, 이런 가치관을 갖고 있는 데에도 문제가 있지, 이 출판사나 작가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거죠.
김 경 숙 「삼국지」도 십대한테는 폭력성과 감각적인 걸로 보는데, 또 20~30대 때 볼 때는 거기에서의 어떤 지략이나 사회생활의 힘을 배우고, 그 이후에 삶을 배우고 받아
들이는 양상이 계속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십대의 눈으로 그런 폭력적인 부분을 그림으로까지 굳이 보여줘야 되느냐 「삼국지」를 보고 싶으면 글자 책으로 보게 해주면 더 좋겠다는 거고요. 아이들은 평면적인 시각으로 보기 때문에 그게 잘 보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아까 말씀하셨는데, 그래서 역사 만화가 있어야 된다, 자꾸 그러셨는데, 저는 역사가 어렵다는 생각을 우리 어른들이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원작이 있는 책은 만화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가능하면 원작으로 만나게 해줘야지요. 『맨발의 겐』은 제2차 세계대전 히로시마 원폭피해를 주제로 한 원작만화인데 중학생들 가운데도 독서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잘 못 읽거든요. 우리도 힘들게 열 권을 봤는데요. 그런것처럼 만화도 초등학교에 맞게 새롭게 창작해 원작만화로 만들어서, 그 만화 매체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화로 만들면 쉬울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매체가 바뀌면 애초 의도가 분명히 굴절될 수밖에 없거든요.
조 월 례 그냥 뭔가 자유롭게 얘기를 하다보면 이러한 만화 학습만화, 특히 역사 학습만화를 보는 키워드가 있지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특히, 어린이 역사책 기획하고, 그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지수 선생님 얘기를 들어봤으면 좋겠어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지금 우리가 한 얘기가 맞는 건지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이 지 수 저도 이 책을 4권까지 구해서 봤는데, 요즘 역사학습만화 중에서는 ‘평년작’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박영규 선생님이 어른 책을 하셨던 분이라서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바꾸는 과정에서 만화 내용라든지 책의 뒷부분에 있는 정보 같은 경우 아이들이 익숙할 수 있게끔 잘 된 반면에, 임금에 대한 앞에 해석같은 경우에나 아니면 주석 같은 경우 어른 책과 다름이 없는, 연령대에 적합하지 않은 그런 책인 것 같고요. 그런 부분은 어린이 책으로 충분히 소화되지 않은 측면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이 책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은 신개념 만화라고 얘기를 하셨는데, 만화에 주석이 많이 들어갔다고 해서 새로운 개념이 도입됐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다만, 이전과 다르게 적극적으로 원작자가 여러 가지 개입을 했다는 것은 좋은 책을 위한 조건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어요. 원작자가 시나리오 쓴다고 해서 이책이 그만큼 더 공을 들이고 완성도 높아지는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출판 환경에서 가장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출판사에서 아이들 책으로『사씨남정기』, 『구운몽』, 같은 책이 끊이지않고 계속 나오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적당한 책이라고 생각되지 않거든요. 이런 부분들은 부모님들이 자신의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책에서 나왔던 책 제목이기 때문에 익숙하기 때문에 그 책을 골라준다고 생각되는데, 부모들이 다만 그 제목이 익숙하다는 점만 갖고 책을 선택하는 것은 아이들한테 폐해가 되지 않을까 싶고요. 지금 저 같은 경우는 이원복 선생님 만화라든지 아니면 이은홍 선생이라든지 새롭게 발전해간 면을 찾을 수 있는 만화들에 기대를 걸어야 되지 않나 생각하거든요.
작은 역사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도록 해야
조 월 례 조선왕조실록은 언제부터 읽혀야 되느냐, 라고 누가 말씀하셨는데, 언제부터 읽혀야 되나요?
이 지 수 우리 역사교육이 너무 통사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역사를 암기해야 되는 과목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볼 때는 더 작은 역사도 다양하게 해석하는 훈련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되는데요. 지금처럼 거대한 역사를 배우기 때문에 항상 뭐가 앞이고, 뭐가 뒤고 사건들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고민해야 하거든요. 실록이라는 것은 왕조가 정통성을 주장하는 하나의 자신의 이데올로기적인 책이기 때문에 그런부분을 충분히 작가가 해석을 해서 아이들한테 전달해야 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고 완전히 객관화되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처럼 서술되는 것들은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 월 례 휴머니스트에서 박시백 선생이 「조선왕조실록」을 내셨는데, 어떤 입장으로 이 책을 내셨는지, 독자 대
상은 누구로 삼았는지, 저 책에 대한 작가나 독자들의 의견이랄지 이런 것들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유 소 영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독자 분들 전화 받고, 인터넷 서평 보고 이런 정도로만 반응을 알았는데, 선생님들의견이 이렇구나, 하는 생각에 오늘 오길 잘했다 싶네요. 일단 이 책은 박시백 화백이 먼저 제안을 해주신 거였고 요. 출판사를 미리 정하지 않고서요. 이분이 원래 한겨레 신문사에서 만평을 그리시던 분이세요. ‘회사 도서관에서 보다보니까 이게 굉장히 재밌더라, 내가 알고 있는 건 티브이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 아는 야사밖에 없더라, 정사에는 어떻게 쓰여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진행하셨대요. 저도 교양만화를 내는 처지이지만, 예전에 어렸을 때 본 어떤 만화에 소현세자가 인질로 끌려오면서 아버지가 던진 벼루에 맞아 죽었다는 내용이 나와요. 얼마 전까지 정말 소현세자가 벼루에 맞아 죽은 줄 알았어요. 근데 「조선왕조실록」을 하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실제로 벼루에 맞아 죽었던 것이 아니라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에 걸려서 갑자기 죽었지요. 이런 것들이 제가 어렸을 때 읽었던 만화가 굉장히 많지만, 이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거든요. 물론 그냥 지나갈 수도 있죠. 어린아이에서 어른까지 만화가 가지는 파급력이 있기 때문에 그걸 조심해서 만드는 편이고요. 이 책은 만화지만, 인문서 편집자들이 직접 교정 교열을 보세요. 저희는 신경 써서 만들고 있는 편이고요. 선생님들께서 말씀해주신 ‘출판사의 독심술’에 대한 부분은 출판사에 있는 입장에서 출판사들이 많이 반성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조 월 례 앞으로 계속 그렇게 할 거예요(전체 웃음).
박 종 호 휴머니스트에서는 이것만이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내고 계시잖아요. 궁금한 거는 14권 나왔을 때, 독자들의 분포가 있을 것 아닙니까. 그 중에 어린이 청소년들이 얼마나 차지한다는 통계를 갖고 있나요?
유소영: 실제로 알 수 있는 건 없죠. 왜냐면 직접 저희는 책을 팔지 않고, 서점을 통해서 팔기 때문에 직접적인 통계가 들어오진 않아요. 그런데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시는 남녀 비율이나 지역 비율이나 성별 연령대 그게 정확하지 않은 게, 어린이들 같은 경우 부모님이 구입해서 주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실제로 저한테 전화가 많이 와요. 학부모들이나 3~40대 남성분, 초등학생들한테도 전화가 종종 옵니다.
조 월 례 지금까지 얼마나 나갔어요?
유 소 영 저는 여기 와서 박영규 선생님 「만화조선왕조실록」이 이백만 부 나갔다고 해서 놀랐는데요. 저희는 아직 독심술을 익히지 못해서 그랬는지 14권까지 했는데, 30만 부 좀 넘게 나갔습니다.
이 수 종 우리가 통상적으로 만화라고 하면 애들한테 보여주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토론회 시작부터, 그럼 조선왕조실록 언제 읽게 하느냐가 의문이었어요. 유사하게 과학에서 보면, ‘종속과목강문계’ 분류가 있어요. 6차 교육과정에는 중학교 1학년 때 있어요. 7차가 되면서 초등학교 4학년, 5학년으로 떨어져요. 그 이유가 뭔지 아세요? 교대에 대학원이 생기면서 중등 사범대 출신 선생님들이 엄청나게 많이 교육대학교 교수가 되었는데 그분들이 그렇게 만들어 놓은 거예요.
중고등학교 이상은 종속과목강문계, 용어에 의해서 계열 정리를 하고, 초등학교는 관찰에 의한 분류를 해요. 그러니까 자기 느낌이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분류를 할 수 있거든요. 분류한다는 게 중요하지 학문적으로 맞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거예요. 또 하나는 만약에 쭉 굳이 꿰뚫어 얘기하려면 먹을거리 변천사, 놀이 변천사 이런 식으로 해서 어린이들한테 읽히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해요.
박 종 호 제가 궁금한 건 아이들이 역사를 배우는 데 만화라는 재미나 그런 요소가 더해져서 다가가는 책은 잘 팔리는데, 정작 만화가의 창작 정신이 올곧게 반영된 작품들은 안 팔린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출판사도 4권을 냈는데, 거의 손익 분기를 넘지 못했다고 해요. 이게 학부모 문제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어린이책 출판에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될 지점 중에 하나가 아닐까요? 만화는 만화로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지 수 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주류는 학습만화인 것 같아요. 나머지 일부 잡지에서 만화가 등장하는 거 말고는, 별도로 만화가 시장에서 활성화 되어 있는 것 같진 않거든요. 아이들도 여러 가지 취향이랄까 이런 부분이 있는 것 같고요. 제가 볼 때는 이런 식의 만화 말고도 예를 들면 이은홍 선생님의 『역사야, 나오너라』 같이 생각할 거리를 주는 만화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그 시기가 주변 아이들한테 영향을 많이 받는 시기고, 이렇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일시적으로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에는 열병과 같이 지나가는 시기라고도 생각이 되거든요. 이런 부분들이 한꺼번에 바뀌거나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조 월 례 이지수 선생님은 역사 만화를 추천한다면 어떤걸 추천하고 싶습니까?
이지수: 저는 이은홍 선생님이 쓰고 그린 『역사야, 나오너라』가 가장 분량도 작고, 그 책 같은 경우는 역사를 쓰면서 맨 뒤에 자신의 할머니 할아버지 이런 얘기로 마무리를 짓거든요. 역사가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가까운 역사라는 부분들을 얘기해주는 것이 좋은 측면이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조 월 례 역사 만화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를 했는데, 우리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만화를 어떻게 봐야 하나? 그림 요소도 있고, 내용도 있고, 여러 가지 책을 보는 요소들이 있는데, 책을 보는, 학습만화를 보는, 역사 만화를 보는 어떤 방법이랄까 여기에 대해서 편집자 입장에서 이대건 편집위원 말씀해 주세요.
학습만화 기획 생산 과정의 차이를 눈여겨 보아야
이 대 건 만화에서 보는 글 요소와 이미지 요소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신데요, 저는 먼저 학습만화의 제작 환경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큰 시장을 가지고 있는 학습만화에서 근본 문제 가운데 하나는, 생산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야기하는 역사학습만화의 경우, 한 사람의 작가가 기획부터 참여해, 천천히 한권 한권 큰 흐름을 가지고서 만들어가는 저작물이 있는가 하면, 시장에 맞춰 기획하고 단번에 제작해 배포하는 형태가 있습니다. 「만화조선왕조실록」은, 판권을 보았더니 기획하는 팀이 외부에 따로 있어요.
기획팀이 밖에 있다는 것은 어떤 하나의 기획 아이템을 가지고 그 기획회사에서 제작 진행을 끌고 가는데, 아주 집중적으로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한권 한권내서 독자의 반응을 보면서 그 안에서 수정을 해가고 뭔가 오류들을 바로 잡아가기보다는, 열권을 기획했다 하면 여러 명의 그림 작가에게 시나리오 작가를 붙여주어 짧은 시간동안 전면적으로 밀고 나가는 방식이에요. 그런 생산시스템에서 생겨나는 차이가 결국은 독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나 생각해요. 이 생산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글과 그림의 문제에서, 저는 지금 「만화조선왕조실록」은 작가들이 여럿이다 보니까 편마다 그림의 연속성이 조금 떨어지는 것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아까 3권부터 갑자기 그림이 격해지고 있다 하셨는데,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요? 저도 칼로 사람을 베는 장면에서 칼과 베이는 상황이 날것으로 드러나 있어서 놀랐습니다. 캐릭터 문제도 이야기하셨던가요? 조선왕조실록이라면 등장하는 캐릭터도 한국적인 캐릭터여야 할 텐데, 그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있었을까, 좀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동 림 캐릭터가 복장만 옛 것이지 얼굴은 신세대예요. 이대건: 모든 출판사가 그런 시스템으로 생산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내부에서 진행하는 것하고, 외부의 독립된 새로운 단위에서 진행하는 것하고 다른 흐름이랄까요? 아웃소싱 체제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될 수도 있을 텐데요. 보통 학습만화는 스무 권 남짓 일정한 규모를 갖기 때문에, 전체 이야기를 끌어가는 캐릭터가 중요합니다. 그 캐릭터가 출판사의 편집자나 내부 기획자 의도대로 100% 갈까, 하면 제가 보기에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도 결국 생산시스템의 문제겠군요.
조 월 례 오늘 「만화조선왕조실록」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비판적인 의견이 많이 나왔는데 그러면 이 책에 대한 우리 도서추천위원회 의견을 어떻게 가져갈까요? 독자들에게 어떤 안내를 해주는 게 좋을까요?
박 종 호 저는 오늘 논의한 걸 정리해서 글로 써서 잡지에 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논의한 거는 절대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있는 대로 드러내놓고 출판사도, 그림 그린 사람도 할 말이 있다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야지요. 그렇다고 우리가 불매운동으로 나가자든가 여기 그것까지 얘기하시는 분은 없다고 보는데요.
이 동 림 그건 아니지만, 만약에 논의한 걸 실으면, 사람들이 ‘어쨌길래 그러지? 사보자!’ 이럴까 봐 걱정이 좀 드네요.
김 경 숙 우리가 추천위원회 선정 기준도 정하고, 그 부분에서 우리 의견이 분명해지면, 학습만화에 대해서 추천할 거냐 말 거냐를 정해서 분명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적어도 이런 만화가 학교도서관에 들어가는 것은 반대합니다. 왜냐면 학교 도서관에 이런 책이 있으면 이게 권장의 의미가 돼요. 아이들이 집에 가서 조르면 엄마들이 사주게 돼 있거든요. ‘학교에도 있어? 괜찮은 책이네.’ 이렇게 되거든요.
박 종 호 우리가 창간 준비호에서 「만화조선왕조실록」을 <학교도서관저널> ‘권장도서’에 올렸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후속 조치는, 이 논의를 정리하여 지면에다 공개하는 것으로 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만화조선왕조실록」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내용에 대해서 토론을 했으니까요. 또, 앞으로 우리 추천위원회가 추천할 때 ‘학습만화, 역사 학습만화를 넣을 것이냐 말 것이냐’는 좀 더 토론을 해서 전체 추천위원회에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할 거라고 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조 월 례 학습만화 전체를 넣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뭉뚱 그려서 말하는 것이 타당할까요? <조선왕조실록>을 굳이 읽혀야 된다면 휴머니스트의 「조선왕조실록」이다, 근데 그것도 우리가 좀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검증한 다음에 이런 한계가 있으니 이런 한계를 감안하고 봐라, 이럴 수는 있겠다는 거잖아요?
김 경 숙 저는 다르게 생각해요. 「만화조선왕조실록」은 초등학생을 겨냥해서 나왔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한 목소리로 초등학생이 읽으면 무리다, 라고 비판했는데, 그래도 꼭 추천해야 한다면 만화가 아니어도 관심이 있는 아이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대안이 되는 책을 추천하면 좋겠어요.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읽힐 수 있는 글줄로 된 책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면 해요.
조 월 례 그러면 엄마들은 역사지식을 알아야 된다고 「조선왕조실록」을 사 주는데 <학교도서관저널>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경 숙 그걸 정해야 해요. 우리가 텔레비전 역사 드라마에 익숙하잖아요. 그에 관한 책이 나왔다니까 역사책을 빨리 읽게 하고 싶어 해요. 1학년인데, 어떤 역사전집을 사주냐 묻기도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일찍이 역사이야기 인물이야기가 다 만화전집으로 나왔어요. 그게 우리가 역사를 어렵게 여겨서 그렇고, 더 내려 미리 읽히고 싶은 엄마들의 선행 학습 욕심 때문이기도 해요.
조 월 례 저도 ‘백일 지난’ 아이한테 어떤 출판사 위인전이 좋으냐, 서너살 아이에게 어떤 출판사 위인전이 좋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러면 <학교도서관저널>에서는 「만화조선왕조실록」은 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어떻게 할까에 대한 의견을 주시지요.
김 버 들 저는 발제문에 밝혔듯이 왕조실록 자체를 권장도서로 넣을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어요. 권할 만한 역사책은 많은데, 왜 하필 왕조실록이냐? 그런 의문이 들거든요. 저희 추천위원회 이름으로는 권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이 수 종 저는 여기서 많은 것을 배우는데, 만화는 원작이 있는데 시스템으로 창작을 한다는 게 충격이었어요. 또 하나는 종적 기획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횡적기획을 만들어진 책은 상업적인 거다, 이런 것들을 제시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고, 조선왕조실록에 대해서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예요. 굳이 조선왕조실록을 초등학교 어린이들한테 권하기보다는 오히려 발달단계에 맞추려면 아까 말한 문화사나 작은 역사를 읽게 해주는 게 좋다고 봐요.
왕 지 윤 눈 가리고 아웅인지 모르겠지만, 아까 ‘노이즈마케팅’에 대한 염려도 있고, 특정 출판사에 대한 호의나 엄밀한 엄정한 잣대로 평가해 막연한 관심을 일으키기 보다는, 오히려 그런 책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논의했던 책 중에 역사 만화 이런 흐름이 있었는데, 이런 의견이 있었다, 정도만 밝혀도 뜻은 전달되지 않을까요.
김 경 숙 우리 잡지는 학교도서관을 운영하고 수서하시는 분들이 집중적으로 읽을 거니까 그분들에게 의견을 전해야 합니다. 그 분들은 학습만화를 사면서도 이용자들이 원해서 산다는 쪽이잖아요. 학교도서관에서 사주는 것만이라도 막아서 전체 파급을 줄여야 해요. 학교도서관에서 선택한 책들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보이고 바람직하게 나가는 걸 우리가 봐왔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저는 출판문화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조 월 례 우리가 지금까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만화조선 왕조실록」이 권할 만한 책인가를 두고 토론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고 갔는데 대체로 학교도서관에 이 책을 넣지 않도록 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지만 대안을 분명하게 제시하지는 못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이점은 앞으로 과제로 안고 풀어가야 하겠습니다. 다만 오늘 우리가 논의한 역사 만화에 대한 토론은 학교도서관에 놓여야 할 책을 어떤 관점으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 거리를 던져주었다고 봅니다. 앞으로 더 논의를 이어가면서 신중한 책 선정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학교도서관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토론회 참석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