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잡이 길잡이 독서, 사색과 여유로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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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24 22:36 조회 5,601회 댓글 0건본문
책... 요즘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책장을 하나하나 넘겨가며 책을 읽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점
점 사라져 가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에는 공연장에서 어떤 외국 사람이 아이패드로 책을 보는 것이
신기해 힐끔힐끔 훔쳐보기도 했다. 지금 이렇게 컴퓨터로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봐도-참고로 나는 엄
청난 컴맹이고 디지털과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컴퓨터나 그런 디지털 기계에 수 십 권의 책을 넣을 수 있는데 굳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본다는 것은 어쩌면 시대에 역행하는 바보 같은 일일 수도 있다.
내가 책 자체와 친해지기 시작한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였던 것 같다. 물론 그전에 학교나 도서
관에서 책을 접하기는 했지만 내가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한건 아니었다. 부끄럽지만 내가 처음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책은 만화책이었다. 언니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 당시 만화책은 나에게 엄청난 감
수성을 키워 주었고 만화책을 보며 가슴 떨리는 감정도 느꼈다. 그 당시 금기시 되었던 만화책방도 친
구와 가기도 했으며 심지어 혼자 가기도 했다. 그렇게 만화책은 나에게 다가왔고 지금까지도 나의 가
장 오래된 친구다. 요즘은 만화방이 없어지고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쉽게 볼 수 있지만 나는 아직까지
도 책장 하나하나 넘기며 엄마 몰래 보던 그 만화책의 짜릿함을 잊을 수가 없다.
요즘은 책을 드라마나 영화로 각색해 인기를 끌면 그 이후 다시 책으로 발간돼 드라마 못지 않은
히트를 치는 경우도 많은 듯하다. 중학교 1학년인가 2학년인가 때에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가 당
시 엄청난 히트를 쳤다. 물론 나도 그 많은 시청자 중의 하나였고, 서점에 갔다가 『여명의 눈동자』 책
을 읽기 위해 처음으로 내 돈을 주고 직접 책을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와 같은 대치와 여옥이
의 사랑이야기를 기대했었으나 책의 내용은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에게는 너무나 무겁고 쇼킹한,
19금의 내용들이어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었다. 드라마의 팬이었기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지
그것이 아니었으면 중간에 다 읽지 못하고 포기했었을 것이다.
그렇게 책과는 인연이 없는 듯 했지만 내가 러시아 유학을 가고 난 뒤부터 나와 책과의 깊은 인연
은 비로소 시작되었다. 자의든 타의든 우울했던 러시아유학의 그 긴 시간을 달래주었던 것은 책이었다. 지금이
야 인터넷이든 뭐든 우리가 평소에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지만 90년대 초 당시 러시아 실정은 전화도 쉽
게 걸기 힘든 상황이었고, 러시아의 어두운 밤은 너무나도 길었었다. 또한 어린 나이에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 한
국 역사에 대해 잘 배우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신 어머니는 한국 역사에 대한 책들을 많이 보내 주셨다. 역사의
‘역’자만 나와도 하품을 하던 나였으나 뭐라도 읽어야 길고 긴 밤을 보낼 수 있었던 터라 『조선왕조 500년사』를 읽
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가 생기고,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눈에 쏙쏙 들
어오고 그 다음 장이 너무나 궁금해 점점 더 빨리 읽어 나가게 됐다. 그렇게 진정한 의미에서의 책과 점점 친해지
기 시작했고 나는 다양한 책들을 읽어나갔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가장 많은 책들을 읽었고 기억에도 많이 남
는다. 소설 『동의보감』, 『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상실의 시대』 등등
소설뿐만이 아니라 시집들도 읽었었다. 그렇게 만화책만 책이라 느꼈던 나는 그림 없이도 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나의 책과의 인연은 외국과 연관이 깊은 것 같다. 러시아에서 그렇게 책에 대해 흥미를 느꼈
었으나 한국에 돌아오면서 책과의 인연은 다시 멀어져갔다. 핑계를 대자면 바쁜 한국 생활에 치였다고나 할
까. 하지만 외국공연을 나갈 때면 책을 꼭 한 권씩 사간다. 이상하게 외국에서는 책이 더 잘 읽히는 듯하다. 많
은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하루하루를 사는 일상을 떠나서 비로소 사색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
일지도 모르겠다. 내일도 갈라공연을 위해 중국을 가는데 역시 책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진작 사뒀으나 아
직 끝내지 못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이번 여행에서는 꼭 끝내리라. 하루
키와의 인연도 외국이다.
처음 하루키의 책을 접한 것은 『상실의 시대』였으나 그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심
지어 왜 유명한지도 잘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네덜란드행 비행기 안에서 읽었던 『1Q84』는 10시간이나 되
는 비행을 한 시간처럼 느끼게 해줬던 책이었다, 10시간동안 나는 한숨도 자지 않고 그 두꺼운 책을 끝낼 수
가 있었고 그 이후 나는 하루키의 팬이 되고 말았다.
요즘은 외국에 나가는 일이 부쩍 많아져 책을 읽는 기회가 많아졌다. 외국에서 컴퓨터를 쓸 수 없어서 그
런지 책을 많이 읽게 된다. 또 바쁜 한국생활을 떠나 외국에서 차분히 나의 시간을 가질 수가 있어 책을 읽기
가 편하다. 나에게 책이란 여유로움이다. 이 바쁜 디지털시대에서 나는 자주 아날로그의 냄새가 그립다.
점 사라져 가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에는 공연장에서 어떤 외국 사람이 아이패드로 책을 보는 것이
신기해 힐끔힐끔 훔쳐보기도 했다. 지금 이렇게 컴퓨터로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봐도-참고로 나는 엄
청난 컴맹이고 디지털과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컴퓨터나 그런 디지털 기계에 수 십 권의 책을 넣을 수 있는데 굳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본다는 것은 어쩌면 시대에 역행하는 바보 같은 일일 수도 있다.
내가 책 자체와 친해지기 시작한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였던 것 같다. 물론 그전에 학교나 도서
관에서 책을 접하기는 했지만 내가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한건 아니었다. 부끄럽지만 내가 처음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책은 만화책이었다. 언니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 당시 만화책은 나에게 엄청난 감
수성을 키워 주었고 만화책을 보며 가슴 떨리는 감정도 느꼈다. 그 당시 금기시 되었던 만화책방도 친
구와 가기도 했으며 심지어 혼자 가기도 했다. 그렇게 만화책은 나에게 다가왔고 지금까지도 나의 가
장 오래된 친구다. 요즘은 만화방이 없어지고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쉽게 볼 수 있지만 나는 아직까지
도 책장 하나하나 넘기며 엄마 몰래 보던 그 만화책의 짜릿함을 잊을 수가 없다.
요즘은 책을 드라마나 영화로 각색해 인기를 끌면 그 이후 다시 책으로 발간돼 드라마 못지 않은
히트를 치는 경우도 많은 듯하다. 중학교 1학년인가 2학년인가 때에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가 당
시 엄청난 히트를 쳤다. 물론 나도 그 많은 시청자 중의 하나였고, 서점에 갔다가 『여명의 눈동자』 책
을 읽기 위해 처음으로 내 돈을 주고 직접 책을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와 같은 대치와 여옥이
의 사랑이야기를 기대했었으나 책의 내용은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에게는 너무나 무겁고 쇼킹한,
19금의 내용들이어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었다. 드라마의 팬이었기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지
그것이 아니었으면 중간에 다 읽지 못하고 포기했었을 것이다.
그렇게 책과는 인연이 없는 듯 했지만 내가 러시아 유학을 가고 난 뒤부터 나와 책과의 깊은 인연
은 비로소 시작되었다. 자의든 타의든 우울했던 러시아유학의 그 긴 시간을 달래주었던 것은 책이었다. 지금이
야 인터넷이든 뭐든 우리가 평소에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지만 90년대 초 당시 러시아 실정은 전화도 쉽
게 걸기 힘든 상황이었고, 러시아의 어두운 밤은 너무나도 길었었다. 또한 어린 나이에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 한
국 역사에 대해 잘 배우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신 어머니는 한국 역사에 대한 책들을 많이 보내 주셨다. 역사의
‘역’자만 나와도 하품을 하던 나였으나 뭐라도 읽어야 길고 긴 밤을 보낼 수 있었던 터라 『조선왕조 500년사』를 읽
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가 생기고,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눈에 쏙쏙 들
어오고 그 다음 장이 너무나 궁금해 점점 더 빨리 읽어 나가게 됐다. 그렇게 진정한 의미에서의 책과 점점 친해지
기 시작했고 나는 다양한 책들을 읽어나갔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가장 많은 책들을 읽었고 기억에도 많이 남
는다. 소설 『동의보감』, 『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상실의 시대』 등등
소설뿐만이 아니라 시집들도 읽었었다. 그렇게 만화책만 책이라 느꼈던 나는 그림 없이도 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나의 책과의 인연은 외국과 연관이 깊은 것 같다. 러시아에서 그렇게 책에 대해 흥미를 느꼈
었으나 한국에 돌아오면서 책과의 인연은 다시 멀어져갔다. 핑계를 대자면 바쁜 한국 생활에 치였다고나 할
까. 하지만 외국공연을 나갈 때면 책을 꼭 한 권씩 사간다. 이상하게 외국에서는 책이 더 잘 읽히는 듯하다. 많
은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하루하루를 사는 일상을 떠나서 비로소 사색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
일지도 모르겠다. 내일도 갈라공연을 위해 중국을 가는데 역시 책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진작 사뒀으나 아
직 끝내지 못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이번 여행에서는 꼭 끝내리라. 하루
키와의 인연도 외국이다.
처음 하루키의 책을 접한 것은 『상실의 시대』였으나 그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심
지어 왜 유명한지도 잘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네덜란드행 비행기 안에서 읽었던 『1Q84』는 10시간이나 되
는 비행을 한 시간처럼 느끼게 해줬던 책이었다, 10시간동안 나는 한숨도 자지 않고 그 두꺼운 책을 끝낼 수
가 있었고 그 이후 나는 하루키의 팬이 되고 말았다.
요즘은 외국에 나가는 일이 부쩍 많아져 책을 읽는 기회가 많아졌다. 외국에서 컴퓨터를 쓸 수 없어서 그
런지 책을 많이 읽게 된다. 또 바쁜 한국생활을 떠나 외국에서 차분히 나의 시간을 가질 수가 있어 책을 읽기
가 편하다. 나에게 책이란 여유로움이다. 이 바쁜 디지털시대에서 나는 자주 아날로그의 냄새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