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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잡이 길잡이 편집자의 시선 - 어린이 만화시장, 여전히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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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1-06 17:46 조회 9,48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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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편집자에서 어린이 만화 편집자로 자리 이동한 것은 새로운 도전이다. 새로운 둥지인 만화전문출판사 거북이북스는 내게 있어 신세계다. 성인 독자를 위한 ‘작가주의 기획만화’와 어린이 독자를 위한 ‘학습만화’, ‘창작만화’ 시리즈와, 만화와 동화를 함께 구성한 ‘만동화’ 그리고 그림책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활력 넘치는 일터다. 무엇보다 배워야 할 것이 산더미다. 특히 어린이 만화출판의 지형도를 살피는 일이 급선무다. 우리나라 어린이 만화 시장은 크게 학습만화와 순수 창작만화로 나뉜다. 전통적인 만화잡지 시장이 오랜 침체기를 맞으며 순수 창작만화 시장은 크게 위축된 상태다.

거북이북스가 설립된 2005년도 다르지 않았다. ‘그리스로마 신화’(가나), ‘마법천자문’(아울북), ‘살아남기 시리즈’(아이세움) ‘Why’(예림당) 등 시리즈 학습만화의 성공에 고무된 출판계는 학습만화 기획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대박을 꿈꾸며 수많은 학습만화 시리즈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잡지연재를 하던 만화가들이 학습만화 작가로 이동하고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작가진은 새롭게 정비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거북이북스는 어린이들에게 만화 본연의 즐거움과 재미를 선사할 순수창작만화의 새로운 부활을 꿈꾸며 제작한 『크로니클스』(전6권)를 런칭했다. 동양고전 『서유기』에 동양신화를 더해 각색한 판타지물이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제작지원선정 우수기획만화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독자(학부모)의 니즈는 무엇이라도 배울 수 있는 학습만화였다. 과열된 교육열이 어린이 만화시장에서도 편중되게 한 셈이다.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어도 웰메이드 창작만화의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한 만큼 새로운 어린이만화를 기획하는데 자양분이 되었다고 한다. ‘마법천자문’, ‘Why’ 시리즈가 엄마가 골라주는 학습만화라면 MMO RPG 온라인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메이플 스토리’(서울문화사) 시리즈는 어린이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은 창작만화 시리즈이다. 특별한 학습성이 없어도 게임과 연계된 흥미진진한 콘텐츠는 어린이 독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게임만화의 창작 스토리텔링에 초등교과목 학습을 함께 구성하는 학습만화 시리즈라면 어떨까? 학부모 독자와 어린이 독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거북이북스의 ‘테일즈런너 킹왕짱' 시리즈이다, 어린이 유저에게 친숙한 레이싱게임 ‘테일즈런너’의 캐릭터와 모험이 계속되는 흥미 진진한 스토리텔링과 수학・영어・과학・역사 네 과목 교과학습 콘텐츠를 결합한 ‘테일즈런너 킹왕짱’ 시리즈는 기획부터 경쟁력이 충분했다. 처음부터 거대 기획은 아니었고 한 권 한 권 정성을 다해 만들다보니 시리즈 볼륨이 제법 커진 셈이다. 총 65권이 130만 부 이상 발행되었고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나는 ‘테일즈런너 역사 킹왕짱’의 책임 편집자인데 편집자로서 자긍심을 느낄 만큼 콘텐츠의 퀄리티가 높다고 자부한다. 동서양의 역사를 종횡무진 펼치는 이 시리즈는 해외판권 수출이 활발히 되고 있는 수학, 영어, 과학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콘텐츠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전체적인 출판 불황으로 판매 속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도 이만큼 온 게 어디인가? 기존 콘텐츠를 꾸준히 관리하면서 신선한 새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 그것이 나의 역할일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콘텐츠 산업통계’를 보면, 오프라인 출판 어린이 만화의 70% 이상을 학습만화가 차지한다. 어린이 학습만화가 급성장을 거둔 것은 만화에 대한 사회 문화적 인식 변화와 맞물려 탄탄한 기획력과 오락성, 정보 전달의 적절한 조화로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집자로서 아쉬운 점도 많다. 시장의 원리이고 고객의 니즈 때문이겠지만 만화편식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학습만화와 더불어 창작만화 기획도 활발해진다면 어린이 만화출판 토양이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거북이북스도 다양한 어린이 만화를 기획하고 있지만 좋은 결과를 내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소박하면서도 정감어린 그림체로 아이들에게는 아름답고 생생한 농촌 풍경을, 어른들에게는 고향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최신오 작가의 고향만화 『영산강 아이들』(전4권)을 발행한 것은 고무적이다. 보리 출판사에서 발간한 김홍모 작가의 『두근두근 탐험대』는 독특한 창의력이 숨 쉬는 소중한 창작 만화다.

다행인 것은 다양한 어린이 만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 국공립도서관과 학교도서관 등 도서관 네트워크를 통해서 좋은 어린이 만화 목록을 보급하고 권장하려는 <학교도서관저널>의 노력이 반갑다. <고래가 그랬어>와 <개똥이네 놀이터> 같은 어린이 잡지에서는 어린이 창작 만화를 꾸준히 연재하고 단행본으로 묶어 출간하고 있다. <고래가 그랬어>에 연재되었던 『피터 히스토리아』(북인더갭)는 전형적인 학습만화와는 다른 스타일로 두 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된 뒤, 2012년 부천만화대상을 수상했다. 비룡소의 만화 브랜드 ‘고릴라박스’는 총 상금 3,000만원을 걸고 어린이 만화 공모전을 시작했다. 이런 크고 작은 노력들이 어린이 만화 시장에 작은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출판시장의 불황으로 모두 어려운 지금은 미래를 걱정하는 한숨 소리가 가득하다. 아직도 초판 20만 부를 찍는 ‘마법천자문’ 등 몇몇 콘텐츠를 제외하면 발행부수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피부로 느끼지만 새로운 가능성은 있다. ‘마법천자문’의 OSMU 사례를 보더라도 어린이 만화시장은 고무적이다. 공중파 MBC를 필두로 재능TV, 카툰네트워크, JTBC, 대교어린이 TV에서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고 있다. TCG(Trading Card Game) <천자탄>, 아케이드 게임 <한자배틀> 등 끊임없는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아직 희망이 보이는 것은 어린이 만화시장이다. 다양한 성공사례, 실패 사례 모두에 배움이 있다.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고, 해외로 시장을 넓히고, E–book, App–book, 무빙코믹스(Moving Comics) 등 뉴미디어와의 결합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다면 새로운 결과를 얻을 거라 믿는다. 더 좋은 어린이 만화를 꿈꾸며 오늘도 경쟁력 있고 글로벌한 어린이 만화 콘텐츠 기획에 계속 도전하자. 어린이 만화시장, 힘들고 괴롭고 미래가 불투명해도 여전히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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