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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잡이 길잡이 [편집자의 시선]청소년 인문사회 기획, 일반인 대상 인문사회 도서에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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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1-05 14:32 조회 7,24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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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와영희가 처음 기획한 청소년 책은 2007년 12월 출간한 『10대와 통하는 정치학』이다. 당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책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책을 내자고 결심하게 되었다. 관련도서를 검색하다보니 당시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관련 책은 외국도서를 번역한 책 2종밖에 없었다. 외국도서다보니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개론서 수준이거나, 그 나라의 정치현실을 반영한 우리와는 다른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였다.

당시는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국내 도서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만든 문학서밖에 없었고, 사계절출판사에서 청소년 문학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발 빠르게 ‘1318시리즈’를 만들어 청소년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시장을 개척하며 자리 잡고 있을 시기였다. 그 외 출판사들도 청소년 문학시장이 커지자 청소년 문학으로 매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인문서가 없었다. 성인을 대상으로 펴낸 책 중에서 그나마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도서가 청소년 인문서로 읽히고 있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 등이 청소년들이 읽을 수 있는 인문사회 책들이었다.

『10대와 통하는 정치학』을 만들면서 이제는 어른들의 시각으로 만든 책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문법으로 만든 인문사회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청소년 인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그 이후 철수와영희는 ‘10대를 위한 책도둑’이라는 시리즈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인문사회 책을 꾸준히 펴내고 있다.



청소년 책들을 기획하면서 배운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청소년 책을 기획하는데 있어 다른 청소년 책들의 흐름을 보고 판단하면 좋은 기획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참고는 해야 되지만 한 발 늦은 기획만 나오게 되어 있다. 차라리 성인 인문사회 출판의 흐름을 읽을 경우 좋은 기획이 나온다. 성인도서 중 출간되고 나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면, 당시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었다는 이야기다.

또는 사회 흐름을 제대로 읽긴 했는데, 출간 시점 등 뭔가 이유가 있어 주목은 받았지만 판매에 실패한 경우도 도움이 되었다. 그 책의 실패에서 간접적으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청소년 책들을 기획하는 데 있어 유사 성인도서의 반응을 살핀다면 기획을 재점검하고 시장 상황을 파악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시대의창)에 대한 독자 반응이 좋았기에 청소년 책인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사계절출판사)는 안전하게 출간을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삼성전자의 백혈병 문제를 제기하며 주목을 받은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아카이브)이 있었기에 『사람냄새: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보리)가 독자들 곁에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본다.

청소년 책들의 좋은 주제가 될 유사 책들은 이미 성인도서로 많이 나와 있다. 출간된 수많은 인문사회 도서 중에서 다루지 않은 주제가 없을 정도다. 문제는 이 주제들을 어떻게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어, 출판사의 출판 방향을 가지고 내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둘째, 출간을 준비하는 책과 유사한 주제의 청소년 책이 나와 있고, 게다가 출판의 방향마저 비슷하다면 과감히 접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고민을 던져주는 의미 없는 중복 출판이 된다. 청소년 책 기획에 있어 성인 독서 시장에는 형성되어 있지만 청소년 독서 시장에는 없는 차별성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 유사 도서를 만드는 시간에 차별화된 다른 책을 기획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 그래서 유사 청소년 책들의 출간 경향을 참고하는 것은 현재 기획하는 도서의 출간 준비를 계속하느냐 아니면 접어야 하느냐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중요했다.

요즘 철수와영희에서 주목하는 인문사회 책이 두 권 있다. 『88만원 세대』(레디앙)와 『욕망해도 괜찮아』(창비)다. 같은 저자로 철수와영희에서는 만들 수 없는 책이지만 레디앙에서 우석훈, 박권일 저자가 청소년 세대에 대한 청소년 책과 창비에서 김두식 선생이 욕망에 관한 청소년 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위 두 책은 청소년들에게 청소년들의 문법으로 널리 읽혔으면 하는 책들이다. 물론 청소년 책 중에 이미 위 두 권과 유사한 청소년 책이 있다면 접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궁금하실 것 같아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말씀드리면 철수와영희에서 나온 청소년 책 중에서 『10대와 통하는 부동산』의 유사 성인도서는 후마니타스에서 나온 『부동산 계급사회』이며, 『10대와 통하는 정치학』을 만드는데 참고한 성인 책은 지금은 절판되었지만 백산서당에서 펴낸 『정치학의 기초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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