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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함께 [사서샘의 테마수필] 집합연수의 의미망意味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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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11-25 16:21 조회 8,77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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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숙 동두천 송내중앙중 사서. 수필가


말할 수 있는 만큼 세상이 보이고 집합연수를 받는 만큼 도서실이 새롭게 보인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경기도 율곡연수원에서 사서 직무연수가 있었다. 제1기 사서집합연수로 경기도 사서 샘들 131명이 참여했다. 3박4일 일정표는 빡빡했지만 소화하는데 무리는 없었다. 다섯 명의 남자 사서 샘과 임신한 선생님이 눈에 들어왔다.



주관적인 눈과 객관적인 견해가 맞물린 채 하루하루 지나갔다. 자운서원의 주인공인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의 공적을 기리며 지금 여기에서의 제 몫을 생각한다. 늘 하는 말이지만 목소리는 제 몫을 다하는 것에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몫의 소리가 먹고 먹히는 관계처럼 치열하다. 제 몫을 다하고 있는 샘들의 질문에 공감의 여지를 두고 더불어 답을 찾는 가운데 연수 분위기도 깊어졌다.



전문가들의 강의를 듣는 것도 좋았지만 모둠활동이 제 몫을 했다. 모둠별로 앉아 좌우에 있는 샘들과 말을 섞고 나눴다. 말문이 열리자 마음문도 쉽게 열려서 동병상련 관계로 밀착된다. 모둠활동은 저녁식사 후에 이뤄졌는데 모둠장과 모둠원 하기 나름이다. 모둠이 주체적으로 움직일 때 관망하는 모둠원도 물론 있다. 모두가 생각이 다를 뿐 틀린 건 아니기에 모둠장으로서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모둠원의 이름과 근무하는 학교를 연결시켰더니 관계망이 의미망을 형성하는 가운데 모둠활동은 제자리를 찾았다. 모둠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첫날은 배정된 방 샘들과 친교하는 데 활용했다. 둘째 날엔 빈 방에 모여 각자의 도서실을 소개했는데 그야말로 빵 터졌다. 이보다 더 유쾌한 반전 모드는 없다. 그 날이 그 날이고 그 도서실이 그 도서실이 아닌 것이다. 마지막 밤에도 우리 모둠은 그야말로 은밀하고도 위대하게 빈방으로 모여들었다. 모둠별 발표 준비를 하다 보니 또 다시 도서실 얘기다. 어떻게 지금 도서실에 근무하게 됐는지에 대한 간단한 질문에 10인 10색의 스토리텔링이 시작됐다.

4개월 조금 지난 사서 샘부터 20년 경력의 사서 샘까지 북(Book)적북적 할 말이 넘쳤다. 초보 사서 샘이 폐기도서를 결재라인 밟으며 폐기 처리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갖다 버렸다는 말에 뒤로 넘어갔다. 연중 도서실 행사는 비슷한데 그 안에서 이뤄지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툭툭 터져 나왔다. 체득되고 체감되는 빈방의 추억으로 재생된다.
사서 샘 셋이 모이면 그 안에 멋진 강사도 등장한다. 초면인데도 낯가림 없이 서로를 신간서적 보듯한다. 우리 학교 도서실 이야기는 이곳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가면서 오픈시켰다.



자연스럽게 모여서 서로의 페이지를 넘기며 읽고 읽힌다. 3박4일 읽고 읽어도 다 못 읽는 분량을 가진 사람들이다. 정독하며 읽히는 사람도 있고 만화책처럼 다가오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모인다는 것만으로,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집합연수의 의미망은 형성됐다. 경기 남도와 북도의 만남이 의미망을 더욱 튼실하게 만들었다. 어느 모둠장은 연수1기 모임을 위한 네이버 카페를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

몇 가지 테마를 추려서 모둠별 토의를 가졌는데 평면적인 생각이 입체적으로 꿈틀거렸다. 학교 도서관 관련 주제들이 폭넓은 관심을 받는 가운데 긴장감을 유발시켰다. 모둠별로 선정된 패널들이 제한된 시간 내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발표하자 열띤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5모둠장으로 활동하면서 패널로도 출연해 사서의 전문성을 언급했다. 생수병을 보는 순간 나만의 주전자가 스쳤다. 주체성, 전문성, 자신감이라는 주전자다. 주철환 피디가 쓴 책에서 공감했던 것을 그 순간 공유하고 싶었다. 나만의 주전자와 우리들만의 주전자가 필요했기에 적시에 적소에서 풀어내야 할 말처럼 다가왔다. 말문을 열었을 때 5모둠을 비롯해서 전체적인 반응이 크게 다가왔다. 사서의 전문성은 주체성과 자신감마저 포함하는 더 큰 말로 의미를 드러냈다. 전문성이 있어야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은 지금 여기 서 있는 곳으로부터 흘러나간다.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성이 학교도서관 안에서 역동을 일으킬 때 사서의 입지는 견고해질 수밖에 없다.

폐회식을 앞두고 모둠별 3분 발표가 있었다. 무르익은 생각과 의식의 전환이 의미망을 형성했다. 콩트로 엮기도 하고
노래와 춤으로 패러디하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사서 샘들의 끼와 함께 숨은 무의식마저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서 샘들만의 공감 백배로 끝나지 않고 연수원 관계자들에게도 공감의 여지를 줬다. 포복절도하며 웃었지만 웃음에도 뒤끝이란게 있어서 생각하게 만들었다.



집합연수 받는 동안 내리 비가 내렸다. 모든 의미들이 촉촉하게 스며들면서 의미망을 구축하고 무너진 의미망을 재구축했다. 연수원엔 두세 명이 들어갈 만한 장우산이 준비돼 있다. 우산 안으로 뛰어드는 순간 모르는 사람들과도 친밀해졌다. 우산을 펼치고 접을 때마다 관계망이 형성되고 접혔다. 사서 샘들의 우산이 돼 주고 사서 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이가 누굴지 반문해볼 만하다.

이번 연수 주제를 연수가 끝난 후에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오래 곱씹었다. 때론 누군가와 공유하기도 했다. ‘튀어라! 그러나, 지지를 받아라!’인데 문장부호까지 곁들여야 의미가 생성된다. 창조적이고 공동체적 인간상을 모색하는 가운데 나아갈 바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사서의 권익을 위한 절절한 마음과 다르게 따로 놀았던 마음들이 공동체를 향해 열리는 순간이다. 사서들이 공동체 안에서 지지를 받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청사진이 그려진다.

‘같이’의 가치를 일깨우는 집합연수는 계속되어야 한다. 연수를 시켜주는 담당자들의 입에서 다양한 연수에 대한 약속이 흘러 나왔다. 모이고 배우고 흩어지는 가운데 집합연수는 집단 역동을 낳기 마련이다.
연수 받는 동안 우리는 서로를 볼 때마다 인사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잘 될 겁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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