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함께 [교사의 책] 교실 속 사소한 변화를 끌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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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7-24 17:52 조회 6,067회 댓글 0건본문
정재연 서울효제초 사서교사
지극히 개인적이고 개인적인 책 구입 경향이지만, 철학서나 이론서처럼 곱씹으며 읽어야 하는 책은 사보고, 실용서는 빌려서 필요한 부분만 복사해 보곤 한다. 그런데 어떤 책들은 가끔 복사할 부분이 너무 많아 고민이다.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영원히 나의 서재에 귀속시켜 백발노인이 돼서도 반복해 읽고 싶은 책까지는 아니지만, 한번쯤 읽어보면 도움이 되는 책들. 이럴 때 좋은 방법 하나 귀띔한다. 바로 학교도서관에 구입을 신청하는 것이다. 수업에 꼭 필요해서 최대한 빨리 구입을 부탁한다는 멘트와 함께 달달한 마실 거리 한 잔이 따라간다면 효과는 만점일 터. 이런! 다들 이미 그렇게 하고 계신다고요? 하하… 멋쩍게 웃으며 오랜만에 실용서 몇 권을 소개한다.
스토리텔링 교육법이 뭐예요?
사람 사는 세상이다 보니 교육계에도 유행(?)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요즘 떠오르는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스토리텔링 교육’이다. 올해부터 개정된 초등학교 1, 2학년과 중학교 1학년의 수학교과서가 ‘스토리텔링 수학’이라는 이름 아래 크게 바뀐 것이 시작이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라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암기 위주가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배워나가자는 뜻이다. 예를 들어, 초등 2학년 아이들은 ‘단위’를 배우기 위해 임금님의 생일잔치 이야기를 듣는다. 임금님이 잔치에 입을 멋진 옷이 필요한데, 그때 필요한 천의 길이를 재는 과정을 통해서 단위라는 개념을 습득해나가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단순 암기가 아니라 흐름이 있는 이야기와 함께라면 교육효과가 높아진다는 것은, 우리가 잊고 있어서 그렇지 당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스토리텔링 교육법’을 소개하는 책을 만나보자. 서경대학교 국문과 교수 조정래는 『청소년을 위한 스토리텔링 교과서』(행복한미래, 2012)에 이은 또 한 권의 책, 『스토리텔링 멘토링』을 엮어냈다.(저자 이름을 보고 오해할 수 있겠다 싶어 소설가와 동명이인임을 안내한다.)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일종의 글쓰기 지도 지침서로, 중・고등학교 현장 교사를 위해 자세한 스토리텔링 교수법을 담고 있는 책이다. 스토리텔링을 전 교과에 접목시키는 방법까지 담은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국어라는 과목에 집중되어 있다.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책이라는 저자의 소개처럼, 곳곳에 담긴 민담·전설·영화 등 26개의 탄탄한 스토리는 교실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12가지 글쓰기 관련 고민 상담 내용은 그 답변이 상당히 실제적이어서, 무엇보다 저자는 스토리텔링의 의의를 “스스로 느끼고 깨우치게 하는데 있다”고 바라보며, 스토리텔링을 인성교육에 접목시켜 ‘나 찾기’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이 내용은 3부에서 구체적 학습지도안 및 지도 시 유의점과 함께 자세히 소개되어 있고, 상담이나 인성교육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더불어 2부와 4부 내용은 앞에 안내한 저자의 다른 책을 정리하여 다시 실은 것이란 점도 안내한다.
아침독서운동을 시작하려는 당신에게
책읽기에 관심 있는 교사라면 누구나 한번쯤 시도해보았을 아침독서운동은, 유행에 관계없이 현장에서 가장 꾸준히 지속되는 교육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주변에서 성공한 사례를 만나기 쉽지 않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헷갈릴 때도 있고, 일단 학급의 모든 아이들을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책에 집중하게 하는 일 자체가 힘겹다. 큰마음을 먹고 시작했는데 웅성웅성 떠들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보면 속상하기 마련. 무엇이 실수였을까? 혼자서 고민하는 당신께 이 책을 권한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판형에 두께까지 얇아 부담도 적다.
저자 재니스 필그린은 미국인으로 사범대학에서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외국 사례여서 마음이 긴가민가하다면 걱정을 접어도 무방하다. 중고등학교에서 22년 동안 아이들과 부대낀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집필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가 말하는 아침독서의 성공요소들은 단순히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다양한 실험을 통해 비교적 객관적으로 접근하여 찾아낸 것들이어서 신뢰가 간다.
일단 저자가 강조하는 아침독서의 성공요소는 이러하다. 다양한 읽기자료, 흥미로운 읽기자료, 독서 분위기 조성, 독서에 대한 격려, 교사연수, 비책무성, 추수활동, 빈번한 독서 등 총 8가지이다. 장학자료에나 안내될 법한 정말 이상적인 이야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한숨을 내쉬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이 모든 요소를 성공적으로 다 갖추기란 어렵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설득력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책 곳곳에 저자가 좌충우돌했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읽다보면 정말이지 안 해 본 시도가 없구나 싶다. 책을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 예산안을 들여다보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지역사회 기업들에게 기금을 요청하는 등의 노력은 아주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그는 사서보다도 많은 목록과 책들을 알고 있고, 어떤 아이들이 어떤 장르에 어떤 작가의 글에 반응하는지를 관찰하며, 학생을 믿고 스스로 책을 발견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교사였다.
그의 교육관은 오롯이 학생에게 집중되어 있는데, “아침독서 활동 초기에 학생들에게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전적으로 교사의 몫”(102쪽)이라는 지적을 읽을 때는 가슴이 뜨끔해지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들보다 학생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112쪽)라는 말은 권장도서목록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현장교사에게는 특히 6장과 7장이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6장의 부제는 ‘아침독서 활동의 현실적 적용을 위한 제언’으로 읽다보면 왜 우리 교실에서는 아침독서가 힘겨웠는지가 보이며, 제시된 대안들은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나도 이렇게 해볼까?’라는 생각이 든다. 7장에는 저자가 실제로 받았던 질의응답을 모았는데 제시된 답변들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적이라 반갑다. 아침독서 중간에 책을 바꾸는 아이들로 인해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면, 미리 책상에 4~5권의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어슬렁거리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아예 교실 뒤편에서 걸어 다니며 책을 읽게 했다는 그의 경험담은 재치가 가득하다.
꼭 아침독서운동을 해보려는 교사가 아니라도, 아침독서운동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궁금한 독자 역시 읽어보면 좋겠다. 책의 앞부분 30여 쪽을 차지하는 1장과 2장의 내용은 아침독서활동이 학습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조사한 30여 개의 다양한 연구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읽기 성취도에 영향을 미친 것은 문법수업 시수가 아니라 학생 개인의 읽기시간이었다는 공통된 연구결과는 정해진 교육과정 이수를 중시하는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영화, 그냥 보여주기만 하지 마세요!
우리 학교 역시 평범한 초등학교이다 보니, DVD 교실 대출 건이 학기말과 2월에 집중되어 있다. 진도를 다 뺀 학급의 수업 중 영화감상은 대한민국의 공공연한 비밀. 하지만 저자 차승민 교사는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영화를 선택했다. 그리고 자신이 지난 10여 년 간 아이들과 영화와 함께한 이야기를 차근히, 때로는 열정적으로 풀어놓는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초등학교 영화교육 지침서라고나 할까. 저자는 영화교육을 크게 영화감상과 영화논술 두 가지로 나누어보는데, 영화교육이란 개념 자체가 낯선 분이라면 67쪽에 소개된 “영화 〈인크레더블〉을 이용한 아이들의 속마음 읽기”를 가장 먼저 읽어보면 좋겠다. 영화감상 후 아이들의 생각을 나눈 구체적 사례를 담았는데, 고민의 방향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더불어 영화라는 대상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해나가야 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참고로 책에 정의된 영화 논술의 개념은 이러하다. “그저 아이가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느낌을 표현하게 하고 점차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영화 논술이다.”(66쪽) 그래서 그가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한 것은 아주 소박한 활동, 그냥 자신의 생각을 친구들과 선생님과 나눈 것이었다.
영화교육을 다룬 부분은 1·2·5장으로, 교사에게는 5장이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이고 그것을 어떻게 함께 보아야 하는지, 영화를 본 다음에는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등이 자세히 그러나 간결하게 안내되어 있다. 3장과 4장은 조금 특이하게 초등생의 자녀 교육법과 성교육 및 학교폭력 대처법에 대한 내용으로 꾸며졌는데, 학부모에게 유용한 자료이니 참고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이 책의 포인트는 부록으로 수록된 50여 편의 영화 목록으로, 영화소개뿐 아니라 구체적 감상방법 및 지도방법까지 안내하고 있어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고급정보이다.
또한 책 이곳저곳에 교육에 대한 작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생각거리가 숨어있어 반갑다. 무엇보다 “영화를 통해 아이에게 뭔가를 많이 가르치겠다는 욕심은 버리는 것이 좋다”(66쪽)고 말하는 저자의 생각에서 교육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고,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잔소리나 교훈이 아니라 위로”이며(33쪽), “아이들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깨우치는 데는 공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라는(79쪽) 지적은 우리가 일상에 쫓겨 잊고 있던 소박한 진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콩나물을 잘 키우는 특별한 기술은 따로 있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그가 시종일관 아이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 그것이 진짜 기술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차 교사의 반 아이들이 참 부럽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개인적인 책 구입 경향이지만, 철학서나 이론서처럼 곱씹으며 읽어야 하는 책은 사보고, 실용서는 빌려서 필요한 부분만 복사해 보곤 한다. 그런데 어떤 책들은 가끔 복사할 부분이 너무 많아 고민이다.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영원히 나의 서재에 귀속시켜 백발노인이 돼서도 반복해 읽고 싶은 책까지는 아니지만, 한번쯤 읽어보면 도움이 되는 책들. 이럴 때 좋은 방법 하나 귀띔한다. 바로 학교도서관에 구입을 신청하는 것이다. 수업에 꼭 필요해서 최대한 빨리 구입을 부탁한다는 멘트와 함께 달달한 마실 거리 한 잔이 따라간다면 효과는 만점일 터. 이런! 다들 이미 그렇게 하고 계신다고요? 하하… 멋쩍게 웃으며 오랜만에 실용서 몇 권을 소개한다.
스토리텔링 교육법이 뭐예요?
사람 사는 세상이다 보니 교육계에도 유행(?)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요즘 떠오르는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스토리텔링 교육’이다. 올해부터 개정된 초등학교 1, 2학년과 중학교 1학년의 수학교과서가 ‘스토리텔링 수학’이라는 이름 아래 크게 바뀐 것이 시작이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라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암기 위주가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배워나가자는 뜻이다. 예를 들어, 초등 2학년 아이들은 ‘단위’를 배우기 위해 임금님의 생일잔치 이야기를 듣는다. 임금님이 잔치에 입을 멋진 옷이 필요한데, 그때 필요한 천의 길이를 재는 과정을 통해서 단위라는 개념을 습득해나가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단순 암기가 아니라 흐름이 있는 이야기와 함께라면 교육효과가 높아진다는 것은, 우리가 잊고 있어서 그렇지 당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스토리텔링 교육법’을 소개하는 책을 만나보자. 서경대학교 국문과 교수 조정래는 『청소년을 위한 스토리텔링 교과서』(행복한미래, 2012)에 이은 또 한 권의 책, 『스토리텔링 멘토링』을 엮어냈다.(저자 이름을 보고 오해할 수 있겠다 싶어 소설가와 동명이인임을 안내한다.)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일종의 글쓰기 지도 지침서로, 중・고등학교 현장 교사를 위해 자세한 스토리텔링 교수법을 담고 있는 책이다. 스토리텔링을 전 교과에 접목시키는 방법까지 담은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국어라는 과목에 집중되어 있다.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책이라는 저자의 소개처럼, 곳곳에 담긴 민담·전설·영화 등 26개의 탄탄한 스토리는 교실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12가지 글쓰기 관련 고민 상담 내용은 그 답변이 상당히 실제적이어서, 무엇보다 저자는 스토리텔링의 의의를 “스스로 느끼고 깨우치게 하는데 있다”고 바라보며, 스토리텔링을 인성교육에 접목시켜 ‘나 찾기’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이 내용은 3부에서 구체적 학습지도안 및 지도 시 유의점과 함께 자세히 소개되어 있고, 상담이나 인성교육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더불어 2부와 4부 내용은 앞에 안내한 저자의 다른 책을 정리하여 다시 실은 것이란 점도 안내한다.
아침독서운동을 시작하려는 당신에게
책읽기에 관심 있는 교사라면 누구나 한번쯤 시도해보았을 아침독서운동은, 유행에 관계없이 현장에서 가장 꾸준히 지속되는 교육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주변에서 성공한 사례를 만나기 쉽지 않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헷갈릴 때도 있고, 일단 학급의 모든 아이들을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책에 집중하게 하는 일 자체가 힘겹다. 큰마음을 먹고 시작했는데 웅성웅성 떠들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보면 속상하기 마련. 무엇이 실수였을까? 혼자서 고민하는 당신께 이 책을 권한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판형에 두께까지 얇아 부담도 적다.
저자 재니스 필그린은 미국인으로 사범대학에서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외국 사례여서 마음이 긴가민가하다면 걱정을 접어도 무방하다. 중고등학교에서 22년 동안 아이들과 부대낀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집필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가 말하는 아침독서의 성공요소들은 단순히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다양한 실험을 통해 비교적 객관적으로 접근하여 찾아낸 것들이어서 신뢰가 간다.
일단 저자가 강조하는 아침독서의 성공요소는 이러하다. 다양한 읽기자료, 흥미로운 읽기자료, 독서 분위기 조성, 독서에 대한 격려, 교사연수, 비책무성, 추수활동, 빈번한 독서 등 총 8가지이다. 장학자료에나 안내될 법한 정말 이상적인 이야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한숨을 내쉬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이 모든 요소를 성공적으로 다 갖추기란 어렵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설득력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책 곳곳에 저자가 좌충우돌했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읽다보면 정말이지 안 해 본 시도가 없구나 싶다. 책을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 예산안을 들여다보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지역사회 기업들에게 기금을 요청하는 등의 노력은 아주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그는 사서보다도 많은 목록과 책들을 알고 있고, 어떤 아이들이 어떤 장르에 어떤 작가의 글에 반응하는지를 관찰하며, 학생을 믿고 스스로 책을 발견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교사였다.
그의 교육관은 오롯이 학생에게 집중되어 있는데, “아침독서 활동 초기에 학생들에게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전적으로 교사의 몫”(102쪽)이라는 지적을 읽을 때는 가슴이 뜨끔해지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들보다 학생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112쪽)라는 말은 권장도서목록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현장교사에게는 특히 6장과 7장이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6장의 부제는 ‘아침독서 활동의 현실적 적용을 위한 제언’으로 읽다보면 왜 우리 교실에서는 아침독서가 힘겨웠는지가 보이며, 제시된 대안들은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나도 이렇게 해볼까?’라는 생각이 든다. 7장에는 저자가 실제로 받았던 질의응답을 모았는데 제시된 답변들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적이라 반갑다. 아침독서 중간에 책을 바꾸는 아이들로 인해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면, 미리 책상에 4~5권의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어슬렁거리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아예 교실 뒤편에서 걸어 다니며 책을 읽게 했다는 그의 경험담은 재치가 가득하다.
꼭 아침독서운동을 해보려는 교사가 아니라도, 아침독서운동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궁금한 독자 역시 읽어보면 좋겠다. 책의 앞부분 30여 쪽을 차지하는 1장과 2장의 내용은 아침독서활동이 학습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조사한 30여 개의 다양한 연구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읽기 성취도에 영향을 미친 것은 문법수업 시수가 아니라 학생 개인의 읽기시간이었다는 공통된 연구결과는 정해진 교육과정 이수를 중시하는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영화, 그냥 보여주기만 하지 마세요!
우리 학교 역시 평범한 초등학교이다 보니, DVD 교실 대출 건이 학기말과 2월에 집중되어 있다. 진도를 다 뺀 학급의 수업 중 영화감상은 대한민국의 공공연한 비밀. 하지만 저자 차승민 교사는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영화를 선택했다. 그리고 자신이 지난 10여 년 간 아이들과 영화와 함께한 이야기를 차근히, 때로는 열정적으로 풀어놓는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초등학교 영화교육 지침서라고나 할까. 저자는 영화교육을 크게 영화감상과 영화논술 두 가지로 나누어보는데, 영화교육이란 개념 자체가 낯선 분이라면 67쪽에 소개된 “영화 〈인크레더블〉을 이용한 아이들의 속마음 읽기”를 가장 먼저 읽어보면 좋겠다. 영화감상 후 아이들의 생각을 나눈 구체적 사례를 담았는데, 고민의 방향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더불어 영화라는 대상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해나가야 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참고로 책에 정의된 영화 논술의 개념은 이러하다. “그저 아이가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느낌을 표현하게 하고 점차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영화 논술이다.”(66쪽) 그래서 그가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한 것은 아주 소박한 활동, 그냥 자신의 생각을 친구들과 선생님과 나눈 것이었다.
영화교육을 다룬 부분은 1·2·5장으로, 교사에게는 5장이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이고 그것을 어떻게 함께 보아야 하는지, 영화를 본 다음에는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등이 자세히 그러나 간결하게 안내되어 있다. 3장과 4장은 조금 특이하게 초등생의 자녀 교육법과 성교육 및 학교폭력 대처법에 대한 내용으로 꾸며졌는데, 학부모에게 유용한 자료이니 참고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이 책의 포인트는 부록으로 수록된 50여 편의 영화 목록으로, 영화소개뿐 아니라 구체적 감상방법 및 지도방법까지 안내하고 있어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고급정보이다.
또한 책 이곳저곳에 교육에 대한 작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생각거리가 숨어있어 반갑다. 무엇보다 “영화를 통해 아이에게 뭔가를 많이 가르치겠다는 욕심은 버리는 것이 좋다”(66쪽)고 말하는 저자의 생각에서 교육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고,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잔소리나 교훈이 아니라 위로”이며(33쪽), “아이들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깨우치는 데는 공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라는(79쪽) 지적은 우리가 일상에 쫓겨 잊고 있던 소박한 진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콩나물을 잘 키우는 특별한 기술은 따로 있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그가 시종일관 아이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 그것이 진짜 기술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차 교사의 반 아이들이 참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