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함께 [교사의 책] 치열하게 교육을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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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6-21 14:33 조회 5,621회 댓글 0건본문
정재연 서울효제초 사서교사
발령 첫해로 기억한다. 1교시인 탓인지 영 아이들이 맥이 없었다. 먹기 싫어도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밥은 꼭 먹고 와야 한다는 지나가는 잔소리에 돌아온 의외의 답변들. “전 아침에 엄마를 깨워서 엄마 밥을 차려주고 오는데요?”, “우리 엄마도 자고 있는데…” 그때의 당황스러움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아이들은 고작 3학년인데… 우리 학교 학부모님은 대부분 작은 가게나 음식점, 봉제 일에 종사하시기 때문에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까지 일을 하고 새벽녘에나 눈을 붙인다는 사실은 그 후에 안 일이다. 그나마 친엄마 친아빠와 함께 사는 아이들조차 많지 않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용기 내어 현실을 직시하기
아이들의 환경이 너무 안 좋아서 일까. “교육의 배신 내몰리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이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에 남는다. 이 아이들에게 준비물을 왜 안 챙겨오고, 왜 어린왕자라는 책 제목조차 들어본 적이 없냐고 묻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가 이미 그 부모를 배신했는데, 그 아이들까지 배신 때리면 안 되는 일 아니겠는가. 그것도 학교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저자 박명섭은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배신 때리지 않기 위해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는 교사이다. 그 결과로 나온 300여 쪽의 책은 무겁고 아프다. 그가 밝히는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은 나 같은 얼치기 교사의 마음가짐으로는 잘 감당이 안 된다. 연간 300여 명의 학생 자살률, 대졸과 고졸의 임금격차 OECD 세계 2위, 어린이·청소년국제행복지수 세계 최하위, 학급당 학생 수와 교원 1인당 학생 수 세계 최상위, 11조에 가까운 사립대학의 적립금, 국민소득 대비 대학등록금 세계 1위, 기간제교사 확대 방침 등, 내가 외면하며 살고 있는 사실 앞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더욱이 우리 아이들이 내몰린 상황은 낮은 성적이나 부모의 무관심, 단순한 방황 등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끝은 비정규직과 실업자이다. 저자는 이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한국교육의 근본 문제를 “왜곡된 노동시장의 불평등 구조 혁신”에서 찾는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 국민이면 어떤 대학을 나오든 어떤 직업을 가졌든 상관없이 누구나 먹고살 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차갑다. 저자가 제시한 ‘학교 유형별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 통계’와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에 따른 자녀 대학 진학률 통계’ 자료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수준과 자녀의 성적은 완벽하게 정비례하고 학교 교육을 통한 계층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71쪽) 그래서 부모가 자식의 대학 진학에 목숨을 거는 현상을,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 졸업장이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특권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종신제 신분증”이기 때문이라고 표현한다. 교육의 목표가 “자기를 발견하고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부와 권력을 거머쥐기 위해 타인을 이기는 것”(79쪽)이 되어 버렸기에, 한국의 대학입시의 의미는 “개인과 집안 전체가 살아남기 위한 목숨을 건 계급투쟁의 속성”을 띤다는 반복되는 지적은 슬프고도 슬프게 다가온다.
1장에서 한국의 불편한 교육현실을 폭로하며 역설적으로 왜 교육개혁이 필요한가를 설명하고, 2장에서는 교육 경쟁력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를 찾는다. 경쟁의 본질은 “당신이 실패해야만 내가 성공할 수 있다”는 구조이며, 때문에 “경쟁은 교육이 아니다.”라고 강력히 말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경쟁 구조 안에서 1등은 꼴찌가 있어야 존재하므로, 복종과 순응의 논리에 따라 “전체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여 단순화”한다(113쪽)는 지적은 단순한 생각거리를 넘어서, 일제고사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숙제를 던져준다.
또한 현실고발에서 그치지 않고 청사진을 제시하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이다. 3장과 4장에서는 구체적인 대안을 담고 있는데, 교과부 해체와 국가교육위원회 구성・고교평준화 전환・반값등록금・국공립대 통합안, 교원 법정 정원 확보 등 모든 주장이 추상적이지 않고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까닭은 철저하게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려 225개의 주를 담고, 인용한 모든 통계자료에 일일이 출처를 밝힌 책은, 부끄럽게도 대한민국에서 만나기 쉽지 않다.
책 전체에 치열하고 냉정하게 한국 교육현실에 대한 고발을 담았지만, 무엇보다 일관되게 학생과 학교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저자는 좋은 학교란 명문대 합격자를 많이 배출하고 우수 학생들이 많은 학교라는 일반적인 생각에 반대하며, “학생들이 조금 부족할지라도 잘 가르치는 학교”가 좋은 학교가 아니겠느냐고 묻는다. 아! 얼마나 중요한 지적인가. 야생마 같은 아이들이 있는 우리 학교가 근방의 대학부설초등학교나 사립학교보다 더 좋은 학교라는 생각을 왜 예전에는 미처 하지 못했던가.
더불어 교육개혁에 대해 좀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신간은 아니지만 범교육국민교육연대가 발간한 『공교육 새 판짜기』와 『대한민국 교육혁명』을 함께 읽어 보길 권한다. 정말 얇지만 깊이 있는 책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온한 교사
앞의 책이 고발한 교육현실에 너무도 마음이 불편하다면, 그래서 나 하나부터라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현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시작되었다면, 이번에는 실질적으로 이 책이 도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혹 제목이 도발적이어서 꺼려진다면 잠깐만 그 마음을 내려놓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정독에 정독을 해본 결과 결코 내용은 ‘불온’하지 않다.
교육공동체벗이 2011년 ‘새내기 교사와 예비교사를 위한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이라는 이름으로 세 달 동안 진행한 강의를 다시 활자로 엮어낸 것인데,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다소 삐딱하면서도 유쾌한 접근이 책 곳곳에서 진행된다. 대한민국에서 교사란 모름지기 반듯하고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존재인데, ‘불온한’ 교사라니. 제목도 그러거니와 겉표지에 안내된 저자이름도 ㅎㅍㅌ순이다.
자세히 꾸려진 차례에서는 다소 진지한 빨간책(?)의 포스가 느껴지며, 한 장 더 넘기면 다소 어처구니없는 내용이 펼쳐진다. 책에 사용설명서가 있는 것이다. 사이즈는 305쪽이고, 내용은 red이며, 책꽂이에 묵혀만 두면 폭발할 수 있다는 주의사항에, AS까지 담았다. 이쯤 되면 모범적인 ‘착한’ 선생님들도 가벼운 웃음과 함께 긴장이 좀 풀어지시리라.
설명서의 ‘사용하기’ 안내와 같이 책 전체는 기초편・실전편・심화편 3부로 구성되어 총 9개의 강의가 정리되어 있다. 기초편에는 관점을 가지는데 필요한 이론과 개념 설명을 담았는데, 홍세화는 우리 교육의 국가주의적 성격의 뿌리를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 짚어주며, 이형빈의 한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지식과 능력은 결코 그만의 것이 아니라는 “능력공개념”과 전용주의 “힐링은 모든 문제를 개인화 한다.”라는 지적은 의미 있게 다가온다.
실전편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불온한 교사로서 학교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지 선배들의 실제적인 경험담을 만날 수 있다. 혼자가 아니라 옆의 다른 교사와 손잡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학교 문화를 조금씩 바꾸어나가고, 관리자와의 일상 싸움을 전투가 아니라 발랄함으로 풀어나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유쾌하다. 또한 심화편의 이야기들도 힘을 가득 실어준다. 자발적으로 승진을 포기하고 평교사로 퇴직하는 삶이 얼마나 멋진지, 심지어 학교 밖의 삶 조차도 그다지 두렵지 않을 수 있음을 담담히 말해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불온해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교육공동체 벗’의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것이라 하니 관심 있으신 분은 cafe.daum.net/communebut을 방문해보시기 바라며, 진웅용의 불온교사 필독서(195쪽)도 일독을 권한다.
당연함을 낯설게 바라보자
우리는 때로 익숙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연하다고 여기고 옳다고 여기는 것들이 참 많다. 사소한 예로 책상 줄을 똑바로 맞추어야 하고, 영어듣기평가는 전국의 모든 학교가 같은 문제를 같은 시각에 실시한다. 하지만 가만 가만 살펴보면 꼭 그래야만 할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낯설게 하기가 필요하다. 쿠바를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핀란드도 아니고 유럽도 아니고 쿠바라니, ‘거기 사회주의 독재국가고, OECD가입도 안된 못 사는 나라 아니야?’ 하며 의아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왜 하필 저자가 이 나라를 택했는지 고개가 끄덕여 진다. 놀랍게도 쿠바의 식자율은 100%, 유네스코의 국제학력시험 성적은 최상위이며,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교육비는 전액 무료이고, GDP의 12% 이상을 교육비에 지출한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의 학력과 졸업 후 소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나라, 돈이 없어도 행복한 나라, 쿠바. 왜 그럴까? 우리는 안 되는 것이 왜 이 나라에서는 가능할까?
저자 요시다 다로는 그 답을 찾기 위해 한 번 더 쿠바로 떠났다. 현지 르포형식으로 취재하여 그들의 교육 체제와 역사를 정리하였지만, 그의 지적대로 “고학력을 갖출 노하우”를 이 책에서 기대하면 안 된다. “교육을 통한 고용과 인간의 존엄, 그리고 평화”를 담았을 뿐이다. 또한 쿠바의 교육철학으로 대표되는 호세 마르티의 다음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인간은 교양을 갖추어야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저자의 『몰락선진국 쿠바가 옳았다』 , 『의료천국, 쿠바를 가다』도 함께 읽어 보기 바란다. 삶을 대하는 관점 자체가 신자유주의와 자본의 노예가 된 우리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름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발령 첫해로 기억한다. 1교시인 탓인지 영 아이들이 맥이 없었다. 먹기 싫어도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밥은 꼭 먹고 와야 한다는 지나가는 잔소리에 돌아온 의외의 답변들. “전 아침에 엄마를 깨워서 엄마 밥을 차려주고 오는데요?”, “우리 엄마도 자고 있는데…” 그때의 당황스러움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아이들은 고작 3학년인데… 우리 학교 학부모님은 대부분 작은 가게나 음식점, 봉제 일에 종사하시기 때문에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까지 일을 하고 새벽녘에나 눈을 붙인다는 사실은 그 후에 안 일이다. 그나마 친엄마 친아빠와 함께 사는 아이들조차 많지 않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용기 내어 현실을 직시하기
아이들의 환경이 너무 안 좋아서 일까. “교육의 배신 내몰리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이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에 남는다. 이 아이들에게 준비물을 왜 안 챙겨오고, 왜 어린왕자라는 책 제목조차 들어본 적이 없냐고 묻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가 이미 그 부모를 배신했는데, 그 아이들까지 배신 때리면 안 되는 일 아니겠는가. 그것도 학교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저자 박명섭은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배신 때리지 않기 위해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는 교사이다. 그 결과로 나온 300여 쪽의 책은 무겁고 아프다. 그가 밝히는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은 나 같은 얼치기 교사의 마음가짐으로는 잘 감당이 안 된다. 연간 300여 명의 학생 자살률, 대졸과 고졸의 임금격차 OECD 세계 2위, 어린이·청소년국제행복지수 세계 최하위, 학급당 학생 수와 교원 1인당 학생 수 세계 최상위, 11조에 가까운 사립대학의 적립금, 국민소득 대비 대학등록금 세계 1위, 기간제교사 확대 방침 등, 내가 외면하며 살고 있는 사실 앞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더욱이 우리 아이들이 내몰린 상황은 낮은 성적이나 부모의 무관심, 단순한 방황 등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끝은 비정규직과 실업자이다. 저자는 이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한국교육의 근본 문제를 “왜곡된 노동시장의 불평등 구조 혁신”에서 찾는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 국민이면 어떤 대학을 나오든 어떤 직업을 가졌든 상관없이 누구나 먹고살 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차갑다. 저자가 제시한 ‘학교 유형별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 통계’와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에 따른 자녀 대학 진학률 통계’ 자료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수준과 자녀의 성적은 완벽하게 정비례하고 학교 교육을 통한 계층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71쪽) 그래서 부모가 자식의 대학 진학에 목숨을 거는 현상을,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 졸업장이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특권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종신제 신분증”이기 때문이라고 표현한다. 교육의 목표가 “자기를 발견하고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부와 권력을 거머쥐기 위해 타인을 이기는 것”(79쪽)이 되어 버렸기에, 한국의 대학입시의 의미는 “개인과 집안 전체가 살아남기 위한 목숨을 건 계급투쟁의 속성”을 띤다는 반복되는 지적은 슬프고도 슬프게 다가온다.
1장에서 한국의 불편한 교육현실을 폭로하며 역설적으로 왜 교육개혁이 필요한가를 설명하고, 2장에서는 교육 경쟁력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를 찾는다. 경쟁의 본질은 “당신이 실패해야만 내가 성공할 수 있다”는 구조이며, 때문에 “경쟁은 교육이 아니다.”라고 강력히 말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경쟁 구조 안에서 1등은 꼴찌가 있어야 존재하므로, 복종과 순응의 논리에 따라 “전체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여 단순화”한다(113쪽)는 지적은 단순한 생각거리를 넘어서, 일제고사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숙제를 던져준다.
또한 현실고발에서 그치지 않고 청사진을 제시하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이다. 3장과 4장에서는 구체적인 대안을 담고 있는데, 교과부 해체와 국가교육위원회 구성・고교평준화 전환・반값등록금・국공립대 통합안, 교원 법정 정원 확보 등 모든 주장이 추상적이지 않고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까닭은 철저하게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려 225개의 주를 담고, 인용한 모든 통계자료에 일일이 출처를 밝힌 책은, 부끄럽게도 대한민국에서 만나기 쉽지 않다.
책 전체에 치열하고 냉정하게 한국 교육현실에 대한 고발을 담았지만, 무엇보다 일관되게 학생과 학교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저자는 좋은 학교란 명문대 합격자를 많이 배출하고 우수 학생들이 많은 학교라는 일반적인 생각에 반대하며, “학생들이 조금 부족할지라도 잘 가르치는 학교”가 좋은 학교가 아니겠느냐고 묻는다. 아! 얼마나 중요한 지적인가. 야생마 같은 아이들이 있는 우리 학교가 근방의 대학부설초등학교나 사립학교보다 더 좋은 학교라는 생각을 왜 예전에는 미처 하지 못했던가.
더불어 교육개혁에 대해 좀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신간은 아니지만 범교육국민교육연대가 발간한 『공교육 새 판짜기』와 『대한민국 교육혁명』을 함께 읽어 보길 권한다. 정말 얇지만 깊이 있는 책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온한 교사
앞의 책이 고발한 교육현실에 너무도 마음이 불편하다면, 그래서 나 하나부터라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현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시작되었다면, 이번에는 실질적으로 이 책이 도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혹 제목이 도발적이어서 꺼려진다면 잠깐만 그 마음을 내려놓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정독에 정독을 해본 결과 결코 내용은 ‘불온’하지 않다.
교육공동체벗이 2011년 ‘새내기 교사와 예비교사를 위한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이라는 이름으로 세 달 동안 진행한 강의를 다시 활자로 엮어낸 것인데,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다소 삐딱하면서도 유쾌한 접근이 책 곳곳에서 진행된다. 대한민국에서 교사란 모름지기 반듯하고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존재인데, ‘불온한’ 교사라니. 제목도 그러거니와 겉표지에 안내된 저자이름도 ㅎㅍㅌ순이다.
자세히 꾸려진 차례에서는 다소 진지한 빨간책(?)의 포스가 느껴지며, 한 장 더 넘기면 다소 어처구니없는 내용이 펼쳐진다. 책에 사용설명서가 있는 것이다. 사이즈는 305쪽이고, 내용은 red이며, 책꽂이에 묵혀만 두면 폭발할 수 있다는 주의사항에, AS까지 담았다. 이쯤 되면 모범적인 ‘착한’ 선생님들도 가벼운 웃음과 함께 긴장이 좀 풀어지시리라.
설명서의 ‘사용하기’ 안내와 같이 책 전체는 기초편・실전편・심화편 3부로 구성되어 총 9개의 강의가 정리되어 있다. 기초편에는 관점을 가지는데 필요한 이론과 개념 설명을 담았는데, 홍세화는 우리 교육의 국가주의적 성격의 뿌리를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 짚어주며, 이형빈의 한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지식과 능력은 결코 그만의 것이 아니라는 “능력공개념”과 전용주의 “힐링은 모든 문제를 개인화 한다.”라는 지적은 의미 있게 다가온다.
실전편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불온한 교사로서 학교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지 선배들의 실제적인 경험담을 만날 수 있다. 혼자가 아니라 옆의 다른 교사와 손잡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학교 문화를 조금씩 바꾸어나가고, 관리자와의 일상 싸움을 전투가 아니라 발랄함으로 풀어나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유쾌하다. 또한 심화편의 이야기들도 힘을 가득 실어준다. 자발적으로 승진을 포기하고 평교사로 퇴직하는 삶이 얼마나 멋진지, 심지어 학교 밖의 삶 조차도 그다지 두렵지 않을 수 있음을 담담히 말해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불온해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교육공동체 벗’의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것이라 하니 관심 있으신 분은 cafe.daum.net/communebut을 방문해보시기 바라며, 진웅용의 불온교사 필독서(195쪽)도 일독을 권한다.
당연함을 낯설게 바라보자
우리는 때로 익숙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연하다고 여기고 옳다고 여기는 것들이 참 많다. 사소한 예로 책상 줄을 똑바로 맞추어야 하고, 영어듣기평가는 전국의 모든 학교가 같은 문제를 같은 시각에 실시한다. 하지만 가만 가만 살펴보면 꼭 그래야만 할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낯설게 하기가 필요하다. 쿠바를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핀란드도 아니고 유럽도 아니고 쿠바라니, ‘거기 사회주의 독재국가고, OECD가입도 안된 못 사는 나라 아니야?’ 하며 의아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왜 하필 저자가 이 나라를 택했는지 고개가 끄덕여 진다. 놀랍게도 쿠바의 식자율은 100%, 유네스코의 국제학력시험 성적은 최상위이며,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교육비는 전액 무료이고, GDP의 12% 이상을 교육비에 지출한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의 학력과 졸업 후 소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나라, 돈이 없어도 행복한 나라, 쿠바. 왜 그럴까? 우리는 안 되는 것이 왜 이 나라에서는 가능할까?
저자 요시다 다로는 그 답을 찾기 위해 한 번 더 쿠바로 떠났다. 현지 르포형식으로 취재하여 그들의 교육 체제와 역사를 정리하였지만, 그의 지적대로 “고학력을 갖출 노하우”를 이 책에서 기대하면 안 된다. “교육을 통한 고용과 인간의 존엄, 그리고 평화”를 담았을 뿐이다. 또한 쿠바의 교육철학으로 대표되는 호세 마르티의 다음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인간은 교양을 갖추어야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저자의 『몰락선진국 쿠바가 옳았다』 , 『의료천국, 쿠바를 가다』도 함께 읽어 보기 바란다. 삶을 대하는 관점 자체가 신자유주의와 자본의 노예가 된 우리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름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