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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함께 [지은이가 독자에게]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책을 즐기는 세상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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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12-27 19:48 조회 6,26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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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책 사랑하는 아이 부모가 만든다』 저자


“선생님, 이번에 새로 낸 책입니다.”
며칠 전 성산동 동네책방에 회의가 있어서 갔다가 마침 그 자리에 오신 윤구병 선생님한테 책을 보여 드렸습니다. 회의용 책상 맞은편에 앉아서 건너다보던 윤구병 선생님이 대뜸 한 마디 하셨습니다.
“저런, 책 제목에 오타가 났구먼. 『책 사랑하는 아이가 부모를 만든다』가 『책 사랑하는 아이 부모가 만든다』로 됐네?”
“맞습니다. 역시 형님이네요. 다른 사람들은 이 제목이 오타라는 거 잘 모르던데. 하하”
둘이 맞장구를 치면서 웃었습니다. 제가 쓴 책이지만 책 제목을 볼 때마다 마음이 좀 아립니다. 책은 사랑의 대상은 아니지요. 좋아하는 정도면 되지. 또 부모가 자녀를 자기 마음대로 만들어서도 안 되고요. 그럼에도 출판사와 이런저런 제목을 이야기하다 이런 제목으로 결정한 까닭은 어른들한테 이렇게 협박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우리 아이들 독서 환경이나 독서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너무 척박하니까요.
물론 제가 1980년 어린이도서연구회를 만들면서 시작했던 ‘어린이책을 읽는 어른이 되자’는 독서운동이 30여 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참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부터 어린이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 별로 생경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고, 어린이책을 읽는 교사와 부모들도 많이 늘어났고 공・사립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들이 어린이책을 읽고 있으니까요. 이런 말은 30년 전만 해도 듣기 어렵던 말이거든요. 어린이도서연구회 사회부에서 국공립도서관 소장 도서 조사와 사서 교육을 처음 시작했을 때, 도서관 사서들이 전문가 영역을 시민단체가 침범한다고 반발하거나 사서들부터 어린이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에 거부감을 나타냈을 정도니까요.
이 책은 이렇듯 어린이 독서 환경이 척박했던 1980년 초부터 1990년 말까지에 제가 다니면서 강의했던 이야기나 우리 반에서 실천했던 독서활동 사례에서 골라 쓴 글이 대부분입니다. 1999년부터 1년 반 동안 <노동일보>에 주 1회 연재하느라 쓴 글입니다. 이 책 2장에 모아놓은 독서활동은 우리 반에서 실천했던 내용 가운데서 집에서도 하면 좋겠다 싶은 활동을 학부모들이 이해하기 쉽게 바꿔서 쓴 글입니다. 그러니 이 부분은 사실 ‘책 사랑하는 아이, 부모가 만든다’라고 할 수 있는 글입니다. 이런 독서활동은 그 이후 각급 학교나 공・사립도서관 운영사례에서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좀 식상하다 싶은 것도 있습니다.
전자책 전문 출판사에서 이 책을 전자책으로 내자고 했을 때는 어린이독서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는 초보들한테 간혹 필요할 수도 있겠다 싶어 부담 없이 냈습니다. 그래서 책 제목에 대해서도 출판사 의견대로 따라갔고요. 그런데 전자책이 생각보다 많이 나가는 겁니다. 전자책으로 나간다는 건 전자책을 읽는 20대나 30대한테 도움이 된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출판사 사장이 종이책으로 다시 내자고 했을 때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제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은 이미 40~50대가 되었는데, 전자책 판매를 보니 20~30대 젊은 부모나 교사들이 이런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가 보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종이책 출판 계약을 작년 봄에 했는데, 원고를 다시 손볼 테니 좀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마침 경민대학교 독서콘텐츠학과 4학년 학생들한테 ‘독서프로그램기획과 운용’에 대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강의 시간에 강독을 하면서 독서문화를 전문으로 공부하는 젊은이들 의견을 참조해서 첨삭을 했습니다. 주제나 소재나 행사에 따라 권장하는 책을 소개하는 3, 4, 5장에는 직접 학생들이 쓴 글도 여러 편 넣었습니다. 또 2000년 이후에 어린이도서연구회 회보, <학교도서관저널>,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계간
<어린이문학>, <아침독서신문>, 월간 <우리교육>, 그 밖에 가끔 일간 신문에 실었던 글을 옮겼습니다. 3, 4, 5장에 쓴 글 가운데는 이렇게 그때그때 청탁을 받아 쓴 글이 많아서 2000년대 이후 어린이책에 대한 종합 평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참 좋다고 생각하는 책 가운데서 빠진 것이 많아서 아쉽기는 합니다.
저는 이 책이 어린이들이 책을 마음 놓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독서 환경과 여건을 마련하는 데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걸음이 어린이책을 읽는 어른이 많아져야 합니다. 지금보다 백 배 천 배 많아져야 그런 독서문화, 좋은 어린이책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문화가 만들어지고, 좋은 어린이책에서 꿈꾸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동화 같은 세상, 그런 세상을 꿈이 아니라 현실로 이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이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내일 그런 부모를 만들 것입니다. 책 사랑하는 아이가 새로운 세상을 여는 새로운 어른들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이주영李柱暎
문학박사. 경민대학교 독서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어린이문화연대 대표,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회장, 계간 <어린이문학> 발행인, 월간 <개똥이네 놀이터>와 <개똥이네 집>기획·편집위원. 저서로는 『이오덕,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보리, 2011), 『책 사랑하는 아이, 부모가 만든다』(이펍코리아, 2011), 『이오덕 삶과 교육사상』(이펍코리아, 2011), 『이오덕 어린이문학논쟁사–참된 어린이문학으로 가는 길』(이펍코리아, 2012), 『삐삐야, 미안해』(고인돌, 2012), 『아이코, 살았네』(고인돌, 201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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