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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잡이 길잡이 [책 읽는 부모] 정신없이 놀이에 빠지고 제멋대로인 아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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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5-31 18:15 조회 5,86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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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개월 차이인 두 아들은 죽이 아주 잘 맞아서 온 집안을 다 헤집고 다니며 논다. 제발 정리 좀 하라고 한 곳에서 놀라고 소리 질러도 소용없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집은 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쓰레기 더미 같다.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노는 아이들, 아무리 못하게 해도 지칠 줄 모르고 반복하는 것 때문에 속상했다. 너무 산만하고 정신없는 우리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가 고민도 했다. 그러다가 정신없이 놀이를 찾는 아이에 대해서, ‘아이와 엄마의 관계에 대해서 관점을 바꾸게 되는 책 세 권을 만났다.

심심해서 그랬어윤구병 지음이태수 그림보리1997

    

재밌는 일을 찾은 아이를 부정하지 않은 엄마

심심해서 그랬어는 농촌의 한 아이가 혼자 마당에 앉아 막대기로 바닥에 뭔가 골똘히 그리는 장면이 보이고, “엄마랑 아빠는 호미 들고 밭매러 가고, 돌이랑 복실이는 집을 봅니다.”라고 시작한다. 같이 집을 보는 강아지 복실이가 돌이를 보지 않고 멍한 눈으로 딴 곳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니 이 놀이도 할 만큼 한 모양이다. 무료함이 화면에서 느껴지는가 싶더니 돌이가 아이, 심심해.”라고 한다. 이내 뒷마당으로 가서 돼지랑 소랑 염소, , 토끼들을 풀어 주고 같이 놀자고 한다. 노는 것도 잠시, 동물들은 밭으로 들어가 농작물을 뜯어먹고 파헤친다. 당황한 돌이가 안 된다고 말려도 소용없다. 돌이는 동물들을 말리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지쳐 앙앙 울고 집으로 돌아와 쓰러져 잠든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온통 엉망이 된 상황을 본 돌이 엄마는 동물들을 제자리로 들여 놓고 채소밭이 엉망이 되었다며 돌이를 야단치는 것으로 끝이다.

돌이 엄마는 동물들을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하고 채소밭이 엉망이 돼서 얼마나 속상하겠는가? 하지만 돌이 엄마는 아이가 심심함을 참느라 괴로워하는 것보다 재밌는 놀이를 찾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다시는 혼자 두고 일하러 나가지 못하겠다거나 너 때문에 못 살겠다는 등 아이의 특성이나 존재를 부담스러워 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 집에서 벌어진 일보다 더 수습하기 힘든 일인데도 돌이 엄마가 돌이에게 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돌이가 심심해서 지루해 하거나 짜증내지 않고 혼자서도 재밌는 것을 찾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안 돼, 데이빗!데이빗 섀논 지음지경사1999

 

지칠 줄 모르고 노는 아이, 위로의 순간을 아는 엄마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 데이빗, 표지부터 아슬아슬 위태로운 장면이다. 높은 곳에 있는 어항 속 물고기를 보겠다며 책을 쌓아 그 위에 위태롭게 올라가고, 선반 위에 있는 쿠키통을 내리려고 의자 끝에 매달려 닿을 듯 말 듯 손을 뻗칠 때 데이빗이 떨어질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하던지 데이빗 엄마 못지않게 안 돼!’ 하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의 안 돼!’ 소리가 계속되어도 데이빗은 개의치 않고 재밌는 것을 찾아낸다. 욕조에 물이 넘치는 것도 모르고 바닷속 놀이를 즐기고, 밥상에서 음식들로 멋진 인형을 만들어 낼 때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아이인가 싶다. 장난감을 방 가득 늘어놓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듯 텔레비전에 빠져있을 때는 집중력에 감탄하게 된다. 이번엔 야구선수가 되어 멋지게 공을 치려하고 있다. 엄마는 어김없이 실내에서 하면 안 된다고 소리치지만, 다음 순간 거실에 있던 화병이 와장창 깨진다. 엄마의 큰 목소리에도 굽히지 않고 꿋꿋했던 데이빗이 혼이 날까 봐 두려움으로 한없이 쪼그라든다. 데이빗의 엄마는 그 행동은 안 되지만 너는 그래도 돼!”라며 꼭 안아 준다. 끊임없이 재밌는 것을 찾아 노는 아이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쪼그라들었던 데이빗이 다시 회복되는 것을 보며 아이에게 정말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언제인지 알 것 같았다. 데이빗은 내일도 심심한 것을 참지 못하고 재밌는 모험을 하겠지만 예상치 못한 놀랍고 당황스런 일을 겪기 전과는 다를 것이다. 아슬아슬 위험한 놀이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조심하거나 또 정신없이 놀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덜 당황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으려 할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위험한 상황에 대해 생각이나 말로 들어서 아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겪으며 안다. 하지만 두려움으로 쪼그라들어 있는 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비하하며 자신감마저 잃어버린다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존 버닝햄 지음이주령 옮김시공주니어 1996

 

문제가 생겨야 해결하는 능력도 커진다

아이들은 한 가지에 집중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그것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생각하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은 먼저 경험해서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또는 발생할 문제를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이야기해 주고 어려움을 피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아이를 어른들의 생각 틀에 가두고 통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에서 동네 꼬마들과 동물들은 차례로 검피 아저씨에게 배를 태워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아저씨는 너희가 싸우지만 않는다면, 깡충깡충 뛰지만 않는다면, 날개를 푸드덕거리지만 않는다면, 고양이를 쫓아다니지만 않는다면하면서 각자 가지고 있는 특성을 상기시켜 주고 그것을 주의하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거다. 신나는 뱃놀이가 이어지고 곧장 꼬마들의 특성이 튀어나온다. 아이들이 얌전히 있지 못하고, 와글와글 흔들흔들하다가 배가 뒤집힌다. 꼬마들은 허우적허우적 물에서 헤엄쳐 나오고 검피 아저씨도 간신히 배를 끌고 강둑으로 올라오고, 모두 햇볕에 옷을 말린다.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이제 자기 집에 가서 따뜻한 차를 마시자고 제안하고 함께 모험을 나눈 이들과 멋진 마무리를 한다. 내일 또 놀러오라는 작별 인사까지.

꼬마들은 얼마나 신날까? 아저씨가 주의하라고 한 것을 안 지켜서 배가 뒤집히고 물에 빠져서 모두 고생했는데도, 아저씨는 내일 또 놀러오라고 한다. 아저씨는 어떤 일에 대한 위험을 알려 주고 우려했던 일이 생겼을 때 혼자 감당하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하고 그 수고에 대해 같이 축하했다. 주의를 하지 않은 것에 화를 내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꼬마들이 긴 시간 얌전히 앉아 있기는 힘들다는 특성을 알고 있고, 당황하거나 겁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꼬마들은 배가 뒤집힌 경험을 통해 배의 특성과 각자 자신들의 특성도 알게 되었을 거고, 문제가 생겼을 때 힘들었지만 함께 헤쳐 나오면서 성취감도 맛보았을 거다. 이제 꼬마들은 뱃놀이하다가 물에 빠지는 것쯤은 두려워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보다 조심하거나 어떤 문제 상황에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하루하루 즐겁게 살고, 뜻밖의 상황에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헤쳐 나가는 힘이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믿지 못하고 아이들의 뒤치다꺼리를 반복할까 봐 통제하려 한다. 아이가 정신없이 놀면서 난장판을 만들었을 때, 엄마는 아이가 얼마나 신나고 즐거웠을지 공감해 주고, 아이에게 내일 또 놀기 위해 흐트러진 것들을 치우고 정리하는 수고로움이 즐거움이 될 수 있음을 알게 해 주면 좋겠다. 돌이 엄마나 데이빗 엄마, 검피 아저씨가 아이들에게 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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