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함께 [편집자가 독자에게]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4-16 02:13 조회 5,663회 댓글 0건본문
조일현 내인생의책, 36.5 편집자
세더잘
우리나라 중학생들은 이것저것 알아야 할게 정말 많습니다. 학교 공부로도 벅찬 마당에 논술이니 심층면접이니 하며 머리에 담아야 할 게 엄청나지요.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즐길 수 있도록 아이들을 돕자는 마음으로 3년 전부터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줄여서 ‘세더잘’) 시리즈를 펴내고 있습니다. 2010년 7월 『공정무역』으로 시작해 지금 준비 중인 『맞춤아기』에 이르기까지 벌써 30종 가까이 책을 만들었지요.
시간이 흐르며 책을 접한 중・고교 사회과 선생님들, 도서관 사서선생님들,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점차 늘고 있고 이따금씩 과분한 호평도 주시고 있습니다. 책을 만드는게 보람인 순간이지요. 여기에선 그간 ‘세더잘’ 시리즈를 만들며 고민했던 몇 가지 생각을 독자 여러분과 나눠볼까 합니다.
우리나라 중학생들은 이것저것 알아야 할게 정말 많습니다. 학교 공부로도 벅찬 마당에 논술이니 심층면접이니 하며 머리에 담아야 할 게 엄청나지요.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즐길 수 있도록 아이들을 돕자는 마음으로 3년 전부터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줄여서 ‘세더잘’) 시리즈를 펴내고 있습니다. 2010년 7월 『공정무역』으로 시작해 지금 준비 중인 『맞춤아기』에 이르기까지 벌써 30종 가까이 책을 만들었지요.
시간이 흐르며 책을 접한 중・고교 사회과 선생님들, 도서관 사서선생님들,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점차 늘고 있고 이따금씩 과분한 호평도 주시고 있습니다. 책을 만드는게 보람인 순간이지요. 여기에선 그간 ‘세더잘’ 시리즈를 만들며 고민했던 몇 가지 생각을 독자 여러분과 나눠볼까 합니다.
의미 있거나 참신하거나
좋은 책은 결국 좋은 콘셉트에서 출발합니다. ‘세더잘’ 시리즈를 만들 때 편집자로서 가장 힘든 부분도 좋은 주제를 고르는 일입니다. 명시적으로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그간 나온 ‘세더잘’ 목록을 곰곰이 훑어보면 한두 가지 특징이 있어요. 제1요건은 아이들이 알아야 할 의미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자본주의』, 『사형제도』, 『인권』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야기돼 온 고전적인 주제지만 그럼에도 다루지 않을 수 없었던 분야입니다.
주제가 의미가 있다면 성격이 다소 민감하더라도 피하지 않았습니다. 『낙태』나 『피임』이 그렇습니다. 중학생 아이들이라고 낙태와 피임이 뭔지 모르지 않아요. 문제는 그렇게 아는 것 중 설익거나 그릇된 게 많다는 거지요. 되레 이런 분야야말로 아이들이 ‘더 잘 알아야 할’ 지식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책이 나온 후 독자 여러분이 보여 주신 반응을 보니 저희의 판단이 잘못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원고의 참신성은 근래 들어 주목하고 있는 조건입니다. 『적정기술』, 『음식문맹』을 예로 들 수 있어요. 이 글을 읽는 분들중 ‘적정기술’이 무슨 뜻인지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분은 아마 많지 않을 겁니다. 적정기술이란 첨단기술을 쓰기엔 형편이 안 되는 저개발국의 사정을 감안한 중간 수준의 기술을 말하는 겁니다. 아프리카처럼 마실 물이 부족한 데서 간단히 만들어 쓸 수 있는 간이 정수기 같은 걸 이야기하지요. 인터넷이 보편화된 요즘 똑똑한 중학생들은 어른들이 그 나이였을 때보다 알고 들은 게 훨씬 많습니다. 청소년서도 경우에 따라 성인서 못잖은 최신의 트렌드를 다룰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같은 주제라면 다른 관점으로
수십 종이 넘는 책을 하나의 시리즈에 엮다 보면 주제가 서로 겹칠 때가 있습니다. 시리즈 안에서 겹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청소년서에서 이미 다뤄진 경우도 있지요. 그럴 때 저희의 편집 방침은 같은 주제를 다르게 쓰자는 겁니다. 주제는 같지만 다르게 접근하고 다르게 해석하면 전혀 다른 책이 만들어지니까요.
예컨대 『피임』을 만들 때가 그랬습니다. 대개 피임을 다룬 청소년서들은 인간의 생식기를 해부한 그림에서 시작해 청소년기의 건전한 이성 교제를 강조하는 내용으로 마무리 짓곤 합니다. 다소 용기 있는 출판사라면 피임법을 넣기도 하지요. 하지만 거기가 끝입니다. 차별점이라면 피임법을 넣느냐 마느냐 정도입니다. 하지만 저흰 그렇게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피임이란 주제는 임신을 피한다는 개인적인 차원에서부터 가족계획과 인구 조절 등 국가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아주 방대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출산율 억제는 지금도 제3세계에선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이슈지요. 선진국에선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한 방편으로 피임에 접근하고 있고요. 요컨대 저희는 피임에 인구사회학적 관점을 접목했습니다. 그 결과 청소년의 아름다운 성이란 관점에서 피임에 접근했던 그간의 책들과는 전혀 다른 ‘세더잘만의 피임’을 만들 수 있었지요.
수십 종이 넘는 책을 하나의 시리즈에 엮다 보면 주제가 서로 겹칠 때가 있습니다. 시리즈 안에서 겹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청소년서에서 이미 다뤄진 경우도 있지요. 그럴 때 저희의 편집 방침은 같은 주제를 다르게 쓰자는 겁니다. 주제는 같지만 다르게 접근하고 다르게 해석하면 전혀 다른 책이 만들어지니까요.
예컨대 『피임』을 만들 때가 그랬습니다. 대개 피임을 다룬 청소년서들은 인간의 생식기를 해부한 그림에서 시작해 청소년기의 건전한 이성 교제를 강조하는 내용으로 마무리 짓곤 합니다. 다소 용기 있는 출판사라면 피임법을 넣기도 하지요. 하지만 거기가 끝입니다. 차별점이라면 피임법을 넣느냐 마느냐 정도입니다. 하지만 저흰 그렇게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피임이란 주제는 임신을 피한다는 개인적인 차원에서부터 가족계획과 인구 조절 등 국가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아주 방대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출산율 억제는 지금도 제3세계에선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이슈지요. 선진국에선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한 방편으로 피임에 접근하고 있고요. 요컨대 저희는 피임에 인구사회학적 관점을 접목했습니다. 그 결과 청소년의 아름다운 성이란 관점에서 피임에 접근했던 그간의 책들과는 전혀 다른 ‘세더잘만의 피임’을 만들 수 있었지요.
논쟁이 뜨거운 분야는 균형 유지가 포인트
시사적인 주제를 다루다 보면 종종 찬반양론이 격한 사안과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아직 자신만의 시각이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책을 만들 땐 특히 고려할 게 많지요. 가령 『동물실험』이나 『안락사』를 만든다면 무엇이 핵심 관건일까요? 저희가 내린 결론은 균형 감각이었습니다.
찬반 양측의 주장을 공정하고 충실히 설명하는 건 기본입니다. 더 나아가 분량도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어요. 양쪽의 주장이 아무리 설득력 있게 기술됐어도 어느 한쪽의 분량이 다른 쪽보다 많이 할애됐다면 아이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메시지를 줄 수 있으니까요. 사진이나 그림 등 이미지 자료를 넣을 때도 균형감은 필요합니다. 기계적 균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아동청소년서 편집에선 중요한 부분이지요. 요즘 뜨거운 역사 교과서 논쟁에서 보듯이 청소년서에서 균형 잡기란 성인서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가급적 출판사나 편집자의 색깔이 책에 묻어나지 않게끔 노력하지요.
보다 더 국내 중심으로
그간 ‘세더잘’ 시리즈는 지나치게 영미권의 사례만을 다룬다고 하여 비판도 많이 받았습니다. 저희도 번역서의 한계를 인식하고 주제마다 국내 대학교수나 박사급 연구자들의 감수를 받아 보완했지만 결과가 항상 만족스럽진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앞으로 ‘세더잘’은 국내 저자를 발굴해 보다 더 한국적인 주제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뵙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