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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은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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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고전, 어떻게 읽을까?』에서 새로운 고전 독법을 제안했던 인문학자 김경집의 두 번째 고전 이야기. 이번에는 저자가 청소년기, 청년기에 읽었던 고전을 시간이 지나 다시 읽었을 때 다르게 다가온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에게 고전은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같은 책이라 하더라도 나이가 들고 생각이 성장함에 따라 다른 의미,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사춘기 시절 강렬하고 짜릿한 기억을 선사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성인이 되어 읽었을 때 산업혁명기 영국 중산층의 욕망을 자극한 소설임을 깨닫고, 그저 지루하고 의미 없는 작품이라 여겼던 『고도를 기다리며』가 중년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는 작품 속 인물들의 속절없는 기다림이 마치 인간의 인생처럼 여겨졌다. 소설, 시, 에세이, 역사서, 인문서 등 장르를 넘나드는 27편의 고전 다시 읽기가 준 선물 같은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출판사서평|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책, 고전

인문학자 김경집의 새로운 고전 독법 두 번째 이야기

『고전, 어떻게 읽을까?』에서 나만의 도발적인 고전 해석을 시도해보라고 권했던 인문학자 김경집이 다시 새롭게 고전 읽는 방법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번에는 인생의 고전을 나의 시간에 따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읽는 방법에 대해 논한다.

저자는 왜 이미 읽은 책을, 그것도 고전을 다시 읽었을까? 수많은 책들 가운데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고 오랫동안 그 가치를 인정받은 책이 고전이다. 같은 고전도 내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저자는 청소년기, 청년기에 읽었던 고전을 시간이 지나 중년에 접어들어 읽었을 때 사뭇 다르게 읽히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 경험을 많이 했다. 이런 경험을 독자와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썼다.

『다시 읽은 고전』은 단순히 반복해서 읽은 독서에 대해 말하는 책이 아니다. 이미 읽어서 알고 있는 것들을 다시 읽었을 때 다르게 읽히는 까닭이 무엇인지 자문해보면 의외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새로운 이해, 변화된 판단, 뜻하지 않은 영감 등이 고전을 다시 읽을 때 얻는 선물이다. 즉 시간이 지나 다시 읽는 고전은 나의 성장과 진화를 가늠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되어준다. 저자는 동서고금의 고전 27권을 통해 그 경험을 입증해간다.

 

“그러니 가끔은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차분히 읽어보자. 새로운 책을 읽는 것과는 매우 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나이가 들고 생각이 자람에 따라 예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억압된 욕망이 폭발할 때_『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왜 그 책을 다시 읽었을까?

고전과 함께 나의 시간도 쌓인다

청소년기에 읽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사춘기 소년에게 강한 울림을 선사했다. 혹 내게도 그런 악의 모습이 내재돼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우면서도 이성적인 지킬 박사가 사악한 하이드로 변해 마음껏 욕망을 표출하는 모습에서 묘한 쾌락을 느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서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 완전히 다른 책으로 다가온 경험을 했다. 산업혁명기에 출간된 고전이 당시 영국인 중산층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은 이유에 대해 시대적 배경과 연관지어 그 의미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되어 이 책을 다시 펼쳤을 때 이전에 보이지 않던 문장의 아름다움과 은유적인 표현이 새롭게 보였다. 이처럼 저자에게 고전은 나의 성장과 함께 그 의미를 다르게 변주하는 책이었다.

저자는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 시절, 시간에 쫓기는 마음으로 읽은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에서 그려진 철거민과 빈자의 비참한 현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는 현실에 가슴아파하기도 하고, 지식인의 허위를 벗고 완전히 자유를 찾으라는 조르바의 거친 외침이 그리울 때면 종종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시 읽으며 인생의 굴레에 대해 돌아본다. 대학생 시절 에 수업시간에 만난 문학, 역사서, 인문서들도 21세기에 다시 읽었을 때 그 의미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위대한 개츠비』, 『백 년 동안의 고독』, 『축의 시대』, 『중세의 가을』, 『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 등이 그러했다. 저자는 이런 책들에서 시대 변화의 의미와 미래의 과제 등을 모색하며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저자의 학창시절 단성사, 피카디리, 허리우드, 중앙극장 등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또 다른 인생의 낙이었다. <노인과 바다>, <희랍인 조르바>, <알라바마 이야기>, <위대한 갯스비> 등의 영화를 본 후 원작소설을 찾아 읽으며 씨네키드, 문학청소년의 열정을 불태웠다. 고전을 다시 찾이 읽는 것은 그때의 추억과 낭만을 환기시켜 주기도 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옛날 극장과 음악 감상실, 삐걱거리는 의자가 있는 소극장은 저자의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이미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은 비생산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긴 호흡으로 하나의 문제를 성찰하고 그 과정에서 답을 찾고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스스로 판단하고 성찰하는 힘을 기를 때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미지의 새로운 책을 읽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예전에 재밌게 읽은 소설, 좋은 경험으로 남은 책들을 다시 꺼내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저자 소개|

 

김경집

인문학자로 시대정신과 호흡하고 미래의제를 모색하는 일에 가장 큰 의미를 두는 삶을 꿈꾼다. 서강대학교 영문과와 동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에서 인간학을 전담하여 가르치다가 스물다섯 해를 채우고 학교를 떠나 자유롭게 글 쓰고 강연하며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등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생각의 융합』, 『엄마 인문학』, 『고장난 저울』, 『청춘의 고전』, 『인문학은 밥이다』, 『나이듦의 즐거움』, 『생각을 걷다』, 『김경집의 통찰력 강의』 등이 있으며 2010년에 『책탐』으로 한국출판평론상을 받았고, 청소년을 위한 책으로는 『정의, 나만 지키면 손해 아닌가요』를 최근에 펴냈으며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고전 콘서트』,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철학교과서, 나』, 『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 등을 함께 썼다. 그리고 『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차례|

 

머리말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책에 대하여

 

1장 다시 읽은 문학

억압된 욕망이 폭발할 때_『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손수건만 한 그늘에서 읽은 소설_『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패배할 수 없는 인간의 처절한 사투_『노인과 바다』

끝이 없는 기다림의 시간_『고도를 기다리며』

절망의 시대에 마주한 마르케스_『백 년 동안의 고독』

자유의 인간, 조르바_『그리스인 조르바』

전설로 남은 현대소설의 정수_『무진기행』

일그러진 욕망의 초상_『위대한 개츠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던 감정들_『설국』

순수의 눈으로 목격한 차별의 풍경_『앵무새 죽이기』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악당_『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

시는 삶이고 세상이다_『거대한 일상』

봄 비 내리는 밤, 다시 읽는 두보_『두보시선』

 

2장 다시 읽은 인문

생의 마지막에 완성한 투쟁의 역사_『조선상고사』

새로운 축의 시대를 꿈꾸다_『축의 시대』

혁명가에게는 바이블, 통치자에게는 눈엣가시_『맹자』

중세는 암흑시대가 아니었다_『중세의 가을』

로마 공화정의 유산_『로마 공화정』

다산의 편지에 배어 있는 인품과 사상_『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시대의 통증을 절감하라_『매천야록』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다_『우리 문장 쓰기』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과학책_『거의 모든 것의 역사』

삶과 자연이 익어가는 감응의 건축 _『감응의 건축』

영혼이 울리는 감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_『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감옥 밖에서 받아든 감동의 성찰_『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올바른 공부의 길잡이_『격몽요결』

참된 믿음이란 무엇인가_『디트리히 본회퍼』

 

찾아보기

 

 

|책 속에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나온 1886년은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절정으로 치닫는 때였다. 이미 세상은 기존의 낡은 질서와 결별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과 사람들의 의식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스티븐슨은 여기에 주목해 억눌리고 잠들어 있던 욕망의 주체로 선 인간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러나 욕망만의 주체는 감당할 수 없었다. 스티븐슨은 인간의 내면에 이성과 욕망이 공존하고 있지만 그것을 동시에 발현하는 것이 힘들다는 현실 인식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가장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주체인 지킬 박사가 ‘어떤 약’을 통해 내면의 욕망을 현실로 드러내는 ‘출구’를 찾았다.

―「억압된 욕망이 폭발할 때_『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17~18쪽

이 소설을 다시 읽게 된 건 대학 입학 본고사를 마치고, 눈 쌓인 지리산으로 가는 밤 기차를 탔을 때였다. 설산으로 가는 설렘이 가득 찬 그때에 어울리는 소설로 『설국』이 제격이라 생각해 가방에 챙겼다. 조명도 침침한 야간열차에서 그 소설을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은 중학교 때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래봐야 고작 4~5년이 지난, 사춘기 끝자락이었는데 말이다. ‘난 그때 도대체 뭘 읽었던 거지!’ 스스로 책망하면서 차분히 다시 읽어내려 갔다. (중략) 모든 장면이 그대로 눈에 밟히고, 목소리들이 소곤거렸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던 감정들_『설국』」, 88쪽

 

카렌의 성찰이 야스퍼스의 것과 다른 점은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인간의 비참을 함께 슬퍼하는 공감과 자비의 정신을 축의 시대에서 발견했다는 점이다. 카렌은 폭력과 두려움에 직면한 인류가 축의 시대를 발견했음을 강조하며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수많은 난제들을 넘어 어떻게 미래의 비전을 찾아낼 것인가를 묻는다. 그 물음이 우리 가슴에 묵직한 돌을 던진다.

―「새로운 축의 시대를 꿈꾸다_『축의 시대』」, 149쪽

 

무주 프로젝트는 정기용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감응의 건축’ 프로젝트였다. 이제 정기용은 떠나고 세상에 없다. 그는 도심의 높은 빌딩을 칼날처럼 세우지 않았다. 다른 유명한 건축가들처럼 남기고 간 건축물이 많지도 않다. 그러나 그의 건축에는 사람과 자연이, 시간과 삶이 조용히 감응하며 익어가고 있다. 이 책을 읽고 그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느끼고자 하는 사람은 무주로 가보길 권한다. 그곳에서 직접 정기용의 철학을 느끼고 올 때 독서의 깊이는 몇 배 더 깊어질 것이다.

―「삶과 자연이 익어가는 감응의 건축_『감응의 건축』」, 2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