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우리는 문학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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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를 안아 주는 달달한 마음
동화작가가 들려주는 어린이 독자와의 만남

얻었다. 지금껏 쉼 없이 (코로나 시국에는 온라인으로) 어린이들을 만나 왔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어린이들은 나를 보며 여전히 묻는다. “진짜 김유 작가님이에요?” 신기하고 기대되고 떨린다는 어린이들 말을 들으면 웃음이 난다. 내 마음도 다르지 않아서다. 매번 처음 만나는 어린이들이기에 아무리 강연을 많이 했어도 신기하고 기대되고 떨린다. 결국 작가와 독자의 마음은 같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닌다는 사람이 믿거나 말거나 장롱면허다. 그래도 나는 정말 갈 수 있을까 싶은 곳들까지 간 몇 안 되는 작가이지 싶다. 대중교통이 쉽지 않은 경우,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이 옆 동네 철도역으로 마중과 배웅을 해 주시기도 한다. 공짜 관광을 시켜 준다고 강연료 이상을 들여 운전사를 구하기도 한다. 단골 운전사이자 일등 공신은 김응 언니다. 나를 기다려 주던 언니에게 “김응 시인님도 사랑해요!”하며 어린이들이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일 때도 있다. 장마철 물난리로 여수에서 서울까지 고속열차가 저속열차가 되어 여덟 시간 만에 도착한 날, 태풍으로 보길도 가는 배가 안 뜰까 봐 노심초사하던 날, 부산에서 울진 찍고 축
산항 찍고 동해안을 달려 속초로 오던 날, 서울에서 포천 과 철원을 지나 화천과 양구를 거쳐 소똥령마을 넘어 버 스 여행을 한 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이런 기회가 아 니면 평생 살며 여행으로라도 와 볼까 싶은 곳들에 발 도 장을 찍고, 그곳에 사는 어린이들을 만나는 마음은 특별 할 수밖에 없다. 한번은 강연이 끝나고 한 어린이가 다가와 말했다. | |
“작가님 책을 세 살 때부터 읽었어요.”

마음이 꼭 맞는 ‘찐친’ 같은 동화를 마주하면 손에서 놓 을 수가 없다. 자꾸 이야기하고 싶고 또 펼치고 싶어진다. 어린 나는 동화라는 세계에서 내 마음을 알아주고 토닥 여 주는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아무것도 되지 못할 거라 고 생각했는데 내일을 기다리며 꿈을 품기도 했다. 나는 동화를 쓰면서 늘 바라는 게 있다. 어린이들이 혼자라고 느끼지 않길, 어떤 어린이도 외롭지 않게 나아가길. 그 길 에 우리의 만남과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반딧불처럼 빛을 밝혀 주면 좋겠다. 너와 나, 우리를 안아 주는 달달한 마 음이 여기에서 저기로 저기에서 여기로 퍼져 나가면 더없 이 좋겠다 | |
재밌고 정직하게, 만나러 갑니다
소설가가 들려주는 청소년 독자와의 만남
“학교를 가는 이유가 뭐지? 나에게 학교가 왜 필요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필요 없었다. 결과적으로 난 중학교
자퇴 후 일터로 향했다. 그렇게 평생 노동자로 살며 학교
와 인연이 완전히 끊어진 줄 알았는데, 사람 인생은 참
모른다. 지금은 학교 강연만 매년 300회가 넘도록 다니는
작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도저히 안 갈 수가 없었다.
“작가님. 요즘 학생들이 정말 책을 안 읽는데, 유일하게
작가님 책은 봐요.”
작가로서 이런 말을 듣고 어떻게 안 갈 수가 있겠는가?
사서선생님들의 그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날 보며 기뻐하고, 신기해하고, 궁금해하고, 행
복해했다. 가끔은 깜짝 놀랄 친구도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던 친구가 날 보자마자 울어버리는 게 아닌가? 왜 그러냐고 했더니 “좋아서요”란다. 세상에! 난 학교 강연을 무조건 다녀야겠다!
“죄송한데, 아이들이 집중을 좀 못 할 수가 있어요."
"학생들이 좀 잘 수도 있어요. 죄송해요."

이런 말을 들으면 그동안 작가 강연 행사 때마다 펼쳐졌을 풍경이 그려진다. 사실 그건 어쩔 수 없다. 일반적인 강연은 자발적 참여지만, 학교 강연은 강제 착석인 경우가 많으니까. 학생들이 떠들거나 졸아도 어느 정도는 정상참작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졸거나 어쩌거나 앵무새처럼 준비한 말만 혼자 떠들고 돌아올 순 없다. 좋은 시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좋은 강연의 기준은 이러하다. 재밌고, 진실하기. 그래서 난 아재 개그로 강연을 시작한다.
“물고기 중에 가장 높은 곳에서 잠을 자는 물고기가 누군지 아십니까? ‘도미’입니다. 도미노피자! 도미…높이…자…!”
뜬금없는 아재 개그에 공격당하면 세 가지 반응이 나온다. 폭소와 야유, ‘이게 뭐지??’
“아침에 똥 쌌어요?”“통장에 얼마 있어요?”“마지막 키스가 언제죠?”“브롤스타즈1)하세요?”“여기서 제일 잘생긴 학생이 누구죠?
1) 2018년에 출시된 슈퍼셀의 모바일 슈팅 게임
“20년만 기다려주시면 작가님과 저랑 나이 비슷해져요!”
“예? 20년 동안 저도 나이를 더 먹는데요?”
“아하!”

그 탄식이 너∼무 웃겼다. 이 일이 더 인상 깊게 남은 이유는 그 녀석의 친구 때문이다.나는 강연 중에 중학교 중퇴 사실을 솔직하게 밝히는데, 바로 “자퇴하지 마세요!” 하고 농담처럼 덧붙인다. 근데 그 친구 무리가 막 웃었다. 왜인가 했더니, 와우.
"이 친구가 며칠 뒤에 진짜 자퇴하거든요."
"작가님 강연만 듣고 자퇴하려고 했어요."
진짜 자퇴 예정인 친구가 내 강연은 듣고 자퇴하려고 기다렸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왜 자퇴하느냐고 묻지는 않았다. 이유가 있을 테니,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는 것 정도였다.
"자퇴해도 잘 될 수 있긴 해요. 저도 잘됐거든요. 잘 되세요, 파이팅!"
덕분에 학교가 보람차고, 너희들로 인해 학교가 행복하기를 말이다. 판교의 한 중학교. 모든 행사가 끝난 뒤, 사서선생님과 도서부 학생들의 떡볶이 회식 자리에 꼽사리를 낀 적이 있다.
"고생했다. 너희들 덕분에 무사히 행사가 끝났다."
사서선생님의 그 말이 참 좋았다.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의 표정도 참 좋았고. 그래서 나도 항상 강연의 마지막 인사를 그렇게 한다.
"고생하셨습니다!"
내 강연을 잘 들어주어서 고맙습니다. 두 시간 동안 무척 고생하셨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오늘 참 즐거웠습니다.
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6 <학교도서관저널> 9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