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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바로잡는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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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6-07-06 16:17 조회 5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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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사를

새롭게 공부해야 하는 이유

문순창​ 경기 하안북중 역사교사,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원

○○당 이제 지지할 테니 제발 그만 설득하세요.”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하시는 걸 보니 선생님은 ○○당을 지지하시나봐요?”

두 발언은 최근 교실 안에서 실제로 나온 말이다. 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 무비자 입국 논란으로 혐중 시위가 번지던 지난겨울, 나와 언쟁을 벌이던 학생이 던진 말이다. 후자는 교과서에 근거해 인권과 민주주의를 가르치던 동료 국어교사가 들은 말이다. 두 발화가 공통으로 드러내는 것은 하나다. 보편적 가치라 여겨 온 인권, 평화, 민주주의가 학습자에게 더 이상 보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 그 순간 교육적 대화는 물론 교사와 학생 사이의 신뢰마저 흐려진다. 이 문제는 교실 밖에서도 확인된다.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에 한 커피 전문점이 내건 ‘책상에 탁’ ‘탱크 데이’라는 홍보 문구는 계엄군의 폭력과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한 것으로 큰 공분을 샀다. 단순한 실무자의 실수로 넘기기 어려웠던 이유는, 해당 기업의 CEO가 평소 기만적으로 사용하던 SNS 게시물의 문구라는 맥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부정은 이제 교실 안팎을 가리지 않는다.

심각해지는 역사부정과 12·3 비상계엄
사실 이 문제,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단식 농성장 앞에서 ‘폭식 투쟁’을 벌인 이들이 있었다. 같은 해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를 분석한 연구서1)는 혐오와 역사부정이 이미 특정 온라인 공간의 문법으로 자리 잡았음을 경고했다. 이러한 극단주의적 움직임은 ‘역사부정’이라는 이름으로 공론장과 역사교육에 등장한다. 그런 점에서 2019년은 역사부정의 원년이라 부를 만한 해로 볼 만하다.2) 이른바 ‘식민지근대화론, 뉴라이트 사관 등’을 강조하는 학자들이 『반일 종족주의』라는 도서를 펴내어 한국 근현대사에 관한 역사부정을 공론화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이종명, 김순례 의원이 주관한 국회 공청회에서는 5·18 북한 개입설, 유공자에 대한 망언이 쏟아져 물의를 빚

1) 김학준,『 보통 일베들의 시대』, 오월의봄, 2022.
2) 김육훈,「 역사부정 현상의 확산과 학교 역사교육의 과제」, 역사교육논집 77, 39~81, 2021.

 기도 했다. 2019년 7월, 안산 상록수

역 광장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훼손하고 모독하

는 일군의 무리도 등장했다. 서울 인

헌고에서는 교사들이 치우친 사상

을 강요한다는 이유로 일부 학생들

이 민주주의, 평화, 인권 교육을 거

부하면서 교문 앞을 점거하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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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졌다. 인헌고 사태는 역사부정의 흐름이 교실 안으로 들어왔음을 보여 주는 신호탄이었다. 교육 현장은 당시에도 이 조짐을 감지했지만, 그것이 교실 전체의 문법을 바꿀 것이라 예감한 이는 많지 않았다.

정파 간 갈등·극단주의 콘텐츠에 ‘홀릭’한 아이들
2024년 12월 3일은 마침내 온 ‘특이점’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는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한국의 공론장 지형을 근본적으로 흔든 특이점이었다. 이후 1·19 서부지법 폭동, 21대 대통령 선거에서의 극명한 세대별 투표 경향 차이까지,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되었다. 교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비상계엄을 ‘헌정 질서의 문제’가 아니라 ‘정파 간 싸움’으로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늘었다. 내가 실제로 만난 많은 교사들은 이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학생으로부터 탄핵이 지나치다거나 계엄이 정당했다는 발언을 들었다는 경험담이 교사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회자되기 시작했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극단주의 콘텐츠’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심각하다.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쇼츠로 유통되는 편향적 역사 서사는 교과서보다 훨씬 빠르고 강렬하게 학생들에게 닿는다. 특정 정파의 언어로 가공된 역사 해석이 ‘사실’처럼 소비된다.


대책이 곧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수준에서 흔히 나오는 답이 있다. “근현대사 교육을 강화하자, 민주시민교육을 더 체계적으로 하자”는 구호다. 실제로 교육부는 올해 2월, 학교 역사교육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고 이 중 중학교 근현대사 교육 비중을 30% 수준으로 늘리자는 제안이 화제가 되었다. 이 대책은 대안적 처방이 될 수 있을까? 지금의 1020 세대는 이미 근현대사 중심의 역사교육을 받았다. 2018 부분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이 도입된 2020년 이래 고등학교 「한국사」(공통과목, 수능 필수)는 근현대사 교육이 중심을 이룬다. 현재 학생들이 배우는 2022 역사과 개정 교육과정(2025년 도입)도 이 흐름을 따른다.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질적 깊이도 더한 수업 실천 사례가 다수 확인된다. 학교 밖에서는 대중 매체를 통해 이런 주제들이 활발히 소비되었다. 민주시민교육의 언어를 가장 많이 들은 세대가 바로 지금의 10대와 20대다. 지금의 상황은 교육의 효과가 투입-산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잘 보여 준다. 리터러시 교육의 강화도 많이 오르내리는 주제다. 도움이 될까? 출처를 확인하고 팩트
를 검증하며 비판적 사고를 확장하자는 취지의 리터러시 교육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근본적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역사부정의 역사관은 하나의 세계관에 가깝다. 정보가 부족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렌즈에 맞는 통계와 사례, 근거를 촘촘히 쌓아 논리를 전개한다. 자신의 프레임에 맞지 않는 정보는 소음으로 처리된다.3)
3) 윤세병,「 12.3 내란과 리박스쿨 그리고 역사교육에 던지는 질문」 <역사비평> 153호, 역사비평사, 2025.
그럼에도, 경멸하지 않고 대화를 시도한다면

일본의 역사교육 연구자인 오가와 코지(小川幸司)는 이 지점을 예리하게 짚는다.4) 그는 역사 수정주의적 주장을 하는 학생에게 ‘그것은 사실에 반한

다’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장 뒤의 세계관과 감정을

읽어 내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교사 출신인 저자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 미국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Arlie Russell

Hochschild)의 작업도 많은 영감을 준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에서, 환경 오염을 방치하는 정치인을 열렬히 지지하는 주민

들을 경멸하지 않고 그들과 대화를 거듭했다. 평생 공화당

원과 그렇게까지 진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그는 회

고했다. 그는 주민들의 뿌리 깊은 감정 층위, 즉 노력해 온

자신들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감각이 만들어 낸 세계관을

발견했으며 이를 저서 『자기 땅의 이방인들』에 담아냈다. 오늘날 제시되는 대책은 이런 근본 지점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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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小川幸司, 「歴史教育と遅塚忠躬 『史学概論』のもつれた糸をほぐす」 「思想」(1225) p.92~109, 2026.
대화를 복원한 교실, 서사를 경합하는 역사 수업
그렇다면 무엇이 가능한가. 우리는 당장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야 하고 그들을 돌봐야 한다. 당장에 시작할 대화를 준비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상대를 논파해야 하는 논객이 아닌 돌봄과 지지를 통해 학생의 성장을 도와야 하는 교육자의 자세를 준비해야만 한다. 두 가지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패배를 강요하지 않는 대화’가 가능한 안전한 교실을 만드는 일이다.

 극단주의적 발언을 하는 학생에게 논리로 반박하

고 도덕적 모순을 드러내는 것은, 교사가 얼마나

옳은지를 증명할 수는 있어도 학생의 변화를 이끌

어내지는 못한다.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학생

과 수 개월간 대화를 이어간 역사교사 맹수용의

기록(『계엄, 내란 그리고 민주주의』)은 이 지점에서 깊

은 울림을 준다. 그는 학생의 주장을 섣불리 논파

하지 않고 끝까지 경청했다. 학생이 공유하는 영상

을 함께 보고, 그 논리의 허점을 함께 찾아갔다.


둘째, 학생 스스로 자신의 역사 서사를 구성하고,

그것을 평등하게 경합시키는 수업을 한다.

역사교육이 민주주의, 독립운동, 인권 등과 관련한

서사를 고정된 정답으로 제시하거나 전달한 측면

이 있다. 심지어 학생들은 그 서사에 대해 ‘조상님

들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며 심리적 거리를 두는

상황이다(6월 민주항쟁도 내년이면 40주년을 맞는다). 반면 SNS나 극우 커뮤니티는 학생의 불안과 분노에 맞닿은 서사를 빠르게 제공한다. 선동은 이 과정의 성실한 촉매제다. 이에 맞서는 방법은 더 강한 정답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사료에 근거한 탐구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역사 서사를 만든 후 이를 다른 학생, 교사와 평등하게 나누는 교육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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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나 극우 커뮤니티는 학생의 불안과 분노에 맞닿은 서사를 빠르게 제공한다…
이에 맞서는 방법은 더 강한 정답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사료에 근거한 탐구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역사 서사를 만든 후
이를 다른 학생, 교사와 평등하게 나누는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는 일이다.
다양한 서사들이 교실 안에서 평등하게 경합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삶으로 민주주의를 체험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경험을 제공하는 일이다. 다양한 서사들이 교실 안에서 평등하게 경합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삶으로 민주주의를 체험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성찰의 일기장’을 쓰게 하는 역사교육
언제부턴가 선호하는 수업 후기가 바뀌었다. “역사 수업은 재밌어요!”라는 말보다 “왜 선생님은 우리를 생각하게 만드세요?” “답을 알 수 없어서 헷갈리는데 답답하지 않고 기분이 묘해요.”라는 말을 들을 때 더 뿌듯하다. 15년을 넘기고도 여전히 흔들리는 역사교사인 나에게 그런 반응은 큰 용기가 된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확신의 정답을 내어놓지 않는다. 단지 삶의 복잡미묘함을 이해하며 자신 나름의 답에 설득력을 높이고, 실천으로 증명하려 애쓸 뿐이다. 극단주의 역사관이 교실을 흔드는 지금, 역사교육에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정답이 아니라 더 깊은 질문이다. 확신의 대자보가 아니라 성찰의 일기장을 쓰게 하는 교육. 자신의 생각을 꺼내고, 다른 생각과 부딪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경험. 그것이 이 시대 역사교육이 해야 할 일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졸업한 학생 J는 수업 소감문에 이렇게 썼다. “역사가 기록에만 갇혀 있는 납작한 과목이 아니라 현재를 살리고 미래를 구하는 입체적인 어떤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교사와 학생,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 갈 역사교육의 모습을 학생이 먼저 그려 준 셈이다. 그 그림을 향해, 오늘도 교실 문을 연다.


살아내는 시민으로서의

한국사 초등 수업

오늘을 함께 사는 어린이 시민의 배움을 켭니다


2002 한일 월드컵은 붉은 악마와 거리 응원, 4강 신화로 기억된다. 그러나 지금 초등학생에게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일이다. 교과서에서 보거나 추억으로 듣는 역사다. 이 간극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요즘 학생들이 역사를 모른다고 탓하거나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다음 세대가 역사를 어떤 방식으로 마주하는지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사 수업은 어른의 기억을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기 삶의 감각으로 과거를 새롭게 만나도록 돕는 시간이어야 한다.

배성호 ​서울길음초 교사,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공동대표

사람들은 역사적 사건 한가운데서 어떤 마음으로 움직였을까?
역사는 교과서로만 배울 수 없다. 연애를 책으로만 배울 수 없듯, 민주주의와 평화와 인권의 역사도 교과서 문장만으로는 충분히 살아나지 않는다. 물론 교과서는 역사적 흐름을 붙잡아 주는 중요한 뼈대다. 그러나 정선된 교과서만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은 역사 속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만나기 어렵다. 역사적 사건의 원인, 의의를 익히는 일은 필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 시대를 살아 낸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제대로 알기 힘들다. 이에 한국사 수업에서는 사건을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사건 속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움직였는지를 학생들과 함께 알아보았다. 사람들이 왜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었는지, 어린이와 청소년은 그 역사 속에서 어떤 자리에 있었는지 탐구한 것이다. 그러면 역사는 왕과 대통령, 장군과 정치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이름 없이 거리에 섰던 시민들, 어린이와 청소년이 함께 만들어 온 이야기로 다가온다.

수업 1 어린이가 주인공인 역사를 익히는 교실
어린이는 미래의 시민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다. 아직 준비 중인 대상이 아니라, 학교와 마을, 도서관과 박물관, 거리와 광장에서 이미 공동체를 살아가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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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독립운동 한복판에 어린이가 있었음을 알린다
3·1운동 수업을 예로 들어 보자. 학생들은 흔히 민족 대표 33인이나 유관순 열사를 먼저 떠올린다. 물론 이분들의 역할은 중요했다. 하지만 3·1운동의 한복판에는 거리의 상인, 농민, 노동자, 학생, 여성, 어린이와 청소년도 있었다. 지금의 초등학생에 해당하는 보통학교 학생들도 만세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보호받아야만 하는 어린 존재가 아니라, 식민 지배에 맞서 자기 목소리를 낸 역사의 주인공이었다. 이 사실을 알려 주면 교실 속 학생들은 자주 놀란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독립운동의 한복판에 있었다는 사실이 낯설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 놀라움은 수업에서 매우 소중하다. 학생들이 역사를 자기 삶과 연결하기 시작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독립운동은 훌륭한 위인 몇 사람이 이끈 사건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두려움을 견디며 참여한 역사였다는 점을 알게 된다.

둘째, 학생들과 3·1독립선언서를 함께 읽는다
원문 그대로 읽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정부가 펼쳐 낸 「쉽고 바르게 읽는 3·1독립선언서」를 활용한다. 선언서는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고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밝히는 데서 출발하지만, 일본을 미워하고 복수하자는 선언에만 머물지 않는다. 잘못된 식민 지배를 바로잡고 세계 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함께 모색하자는 선언이었다. 독립은 단지 빼앗긴 땅을 되찾는 일이 아니라,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존중받아야 하는지를 묻는 일이었다.

셋째, 수업 마지막에 오늘의 선언서를 써 본다

 100여 년 전 사람들이 독립선언서

를 썼다면, 오늘 우리는 어떤 선언

을 써야 할지 생각해 본다. 그러면

학생들은 자기 언어로 문장을 써

내려 간다. 학생들은 독립선언서를

외우지 않는다. 대신 선언이 무엇인

지 온몸으로 이해한다. 부당한 현

실을 그대로 두지 않고, 더 나은 세

상을 향해 함께 말하는 일이 선언

이라는 것을 배운다. 4·19혁명을

배우는 수업도 같은 방향으로 풀어

갈 수 있다. 당시 많은 초등학생이

거리로 나와 민주 정의를 위해 싸

운다는 현수막을 들었다. 서울수송

전한승 학생처럼 시위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어린이도 있었다. 당시

같은 학교의 강명희 학생은 「나는

알아요」라는 시를 통해 그날의 마음을 남겼다. 이 장면을 함께 읽으면 학생들은 민주주의가 어른들만의 일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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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2 이웃의 역사로 배우는‘ 진짜 한국사’

한국사는 교과서 안에만 있지 않다. 아이들 주변 어른들의 삶 속에도 역사가 있다. 엄마, 아빠, 이모, 삼촌이 지나온 시간 속에도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장면들이 스며 있다. 3·1운동과 4·19혁명이 거리에서 시민이 역사를 만든 장면이라면, 녹색병원1)의 이야기는 일터와 병원과 마을에서도 역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한국사는 큰 사건의 연표만이 아니라, 아픈 사람을 혼자 두지 않으려 했던 이웃들의 발걸음 속에도 있다. 이 이야기를 학생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사람과 세상을 살리는 녹색병원 이야기』를 함께 읽었다. 한 권의 책을 사이에 두고 노동자의 아픔, 병원의 탄생, 서로를 돌보려 한 시민들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현대사는 조금 더 가까운 이웃의 얼굴로 다가온다.


1) 서울시 중랑구 사가정로에 자리한 종합병원. 직업병 환자를 위한 진료소가 있어 직업병 연구와 치료를 병행한다. 지역사회와 함께 만드는 삶의 질을 높이는 공익병원을 만드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출처: 위키백과).


 첫째, 문송면의 정신을 잇는 녹색병원은 어떤 곳일까?

녹색병원의 시작은 1980년대 원진레이온 직업병 문제와 열

다섯 살 청소년 노동자 문송면의 죽음 같은 아픈 역사와

이어져 있다. 문송면은 공부를 이어가기 위해 서울의 공장

에서 일하다 수은 중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원진레이온 공

장 노동자들은 독성 물질에 노출되어 큰 고통을 겪었지만,

당시 사회에는 직업병이라는 말조차 낯설었다. 아픈 몸은

개인의 불운으로 여겨지기 쉬웠고, 일터의 위험은 제대로 드

러나지 않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노동자와 시민, 의료진이

함께 힘을 모았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

는 바람으로 원진재단이 만들어졌고, 그 정신은 병원 설립

으로 이어졌다. 녹색병원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왜 아프게 되었는지를 묻는 병원을 꿈꾸었다. 돈이 없거나 차별받는 이유로 병원 문턱에서 돌아서는 일이 없도록,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병원이 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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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서로를 지키려면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할까?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문송면과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단순히 안타까운 사건으로만 다루지 않으려 했다. 왜 어떤 사람들은 아파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는지, 왜 병의 원인을 개인의 몸이 아니라 일터의 환경에서 찾아야 했는지, 그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어떻게 병원과 제도를 만들어 갔는지를 함께 살핀다. 그러면 학생들은 역사를 바꾼 힘이 특별한 영웅 한 사람에게만 있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서로를 살리려 한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이 제도가 되고, 병원이 되

고, 오늘의 권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만나

게 된다.

녹색병원의 정신은 전태일의 풀빵 나

과도 닿아 있다. 전태일이 어린 여성 노

동자들에게 자신의 차비 대신 풀빵을 건

넸던 마음은, 아픈 사람을 혼자 두지 않

으려는 의료와 돌봄의 마음으로 이어진

다.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한국사는

더 이상 학습만을 위한 내용이 아니다.

우리 이웃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고통

을 겪었으며, 서로를 지키기 위해 어떤 제

도와 공간을 만들어 왔는지를 묻는 공

부가 된다.


사람의 역사를 기억할 때, 오늘 함께

살아갈 힘이 생긴다

3·1운동에서 시작된 민주공화국, 대한민

국의 역사는 오늘날 또 다른 희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4·19혁명에서 학생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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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고, 5·18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의 역사 속에서도 청소년과 청년들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근 촛불 든 광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린이·청소년은 국가가 어떠해야 하는지, 민주주의는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시민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묻고 행동했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를 이겨내면서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민주주의는 한 번 만들어졌다고 저절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었다. 시민들이 국회와 광장으로 향하고, 서로의 안전을 지키며, 헌정 질서를 지켜 내는 과정을 보며 학생들은 3·1 운동과 4·19혁명, 5·18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이 과거가 아니라 오늘의 삶 속에서 다시 생각하며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역사임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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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수업은 결국 사람에 대한 애정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키우는 시간이라고 믿는다. 부끄러운 역사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서 서로를 살리려 했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고통의 기억을 가볍게 넘기지 않으면서도, 그 기억이 더 나은 제도와 공동체를 만드는 힘이 되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6 <학교도서관저널> 7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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