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바로잡는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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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사를
새롭게 공부해야 하는 이유
1) 김학준,『 보통 일베들의 시대』, 오월의봄, 2022.2) 김육훈,「 역사부정 현상의 확산과 학교 역사교육의 과제」, 역사교육논집 77, 39~81, 2021.
기도 했다. 2019년 7월, 안산 상록수 역 광장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훼손하고 모독하 는 일군의 무리도 등장했다. 서울 인 헌고에서는 교사들이 치우친 사상 을 강요한다는 이유로 일부 학생들 이 민주주의, 평화, 인권 교육을 거 부하면서 교문 앞을 점거하는 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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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윤세병,「 12.3 내란과 리박스쿨 그리고 역사교육에 던지는 질문」 <역사비평> 153호, 역사비평사, 2025.
일본의 역사교육 연구자인 오가와 코지(小川幸司)는 이 지점을 예리하게 짚는다.4) 그는 역사 수정주의적 주장을 하는 학생에게 ‘그것은 사실에 반한 다’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장 뒤의 세계관과 감정을 읽어 내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교사 출신인 저자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 미국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Arlie Russell Hochschild)의 작업도 많은 영감을 준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에서, 환경 오염을 방치하는 정치인을 열렬히 지지하는 주민 들을 경멸하지 않고 그들과 대화를 거듭했다. 평생 공화당 원과 그렇게까지 진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그는 회 고했다. 그는 주민들의 뿌리 깊은 감정 층위, 즉 노력해 온 자신들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감각이 만들어 낸 세계관을 발견했으며 이를 저서 『자기 땅의 이방인들』에 담아냈다. 오늘날 제시되는 대책은 이런 근본 지점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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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小川幸司, 「歴史教育と遅塚忠躬 『史学概論』のもつれた糸をほぐす」 「思想」(1225) p.92~109, 2026.
극단주의적 발언을 하는 학생에게 논리로 반박하 고 도덕적 모순을 드러내는 것은, 교사가 얼마나 옳은지를 증명할 수는 있어도 학생의 변화를 이끌 어내지는 못한다.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학생 과 수 개월간 대화를 이어간 역사교사 맹수용의 기록(『계엄, 내란 그리고 민주주의』)은 이 지점에서 깊 은 울림을 준다. 그는 학생의 주장을 섣불리 논파 하지 않고 끝까지 경청했다. 학생이 공유하는 영상 을 함께 보고, 그 논리의 허점을 함께 찾아갔다. 둘째, 학생 스스로 자신의 역사 서사를 구성하고, 그것을 평등하게 경합시키는 수업을 한다. 역사교육이 민주주의, 독립운동, 인권 등과 관련한 서사를 고정된 정답으로 제시하거나 전달한 측면 이 있다. 심지어 학생들은 그 서사에 대해 ‘조상님 들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며 심리적 거리를 두는 상황이다(6월 민주항쟁도 내년이면 40주년을 맞는다). 반면 SNS나 극우 커뮤니티는 학생의 불안과 분노에 맞닿은 서사를 빠르게 제공한다. 선동은 이 과정의 성실한 촉매제다. 이에 맞서는 방법은 더 강한 정답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사료에 근거한 탐구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역사 서사를 만든 후 이를 다른 학생, 교사와 평등하게 나누는 교육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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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내는 시민으로서의
한국사 초등 수업
오늘을 함께 사는 어린이 시민의 배움을 켭니다
2002 한일 월드컵은 붉은 악마와 거리 응원, 4강 신화로 기억된다. 그러나 지금 초등학생에게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일이다. 교과서에서 보거나 추억으로 듣는 역사다. 이 간극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요즘 학생들이 역사를 모른다고 탓하거나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다음 세대가 역사를 어떤 방식으로 마주하는지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사 수업은 어른의 기억을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기 삶의 감각으로 과거를 새롭게 만나도록 돕는 시간이어야 한다.

100여 년 전 사람들이 독립선언서 를 썼다면, 오늘 우리는 어떤 선언 을 써야 할지 생각해 본다. 그러면 학생들은 자기 언어로 문장을 써 내려 간다. 학생들은 독립선언서를 외우지 않는다. 대신 선언이 무엇인 지 온몸으로 이해한다. 부당한 현 실을 그대로 두지 않고, 더 나은 세 상을 향해 함께 말하는 일이 선언 이라는 것을 배운다. 4·19혁명을 배우는 수업도 같은 방향으로 풀어 갈 수 있다. 당시 많은 초등학생이 거리로 나와 민주 정의를 위해 싸 운다는 현수막을 들었다. 서울수송 초 전한승 학생처럼 시위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어린이도 있었다. 당시 같은 학교의 강명희 학생은 「나는 알아요」라는 시를 통해 그날의 마음을 남겼다. 이 장면을 함께 읽으면 학생들은 민주주의가 어른들만의 일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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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2 이웃의 역사로 배우는‘ 진짜 한국사’
한국사는 교과서 안에만 있지 않다. 아이들 주변 어른들의 삶 속에도 역사가 있다. 엄마, 아빠, 이모, 삼촌이 지나온 시간 속에도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장면들이 스며 있다. 3·1운동과 4·19혁명이 거리에서 시민이 역사를 만든 장면이라면, 녹색병원1)의 이야기는 일터와 병원과 마을에서도 역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한국사는 큰 사건의 연표만이 아니라, 아픈 사람을 혼자 두지 않으려 했던 이웃들의 발걸음 속에도 있다. 이 이야기를 학생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사람과 세상을 살리는 녹색병원 이야기』를 함께 읽었다. 한 권의 책을 사이에 두고 노동자의 아픔, 병원의 탄생, 서로를 돌보려 한 시민들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현대사는 조금 더 가까운 이웃의 얼굴로 다가온다.
1) 서울시 중랑구 사가정로에 자리한 종합병원. 직업병 환자를 위한 진료소가 있어 직업병 연구와 치료를 병행한다. 지역사회와 함께 만드는 삶의 질을 높이는 공익병원을 만드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출처: 위키백과).
첫째, 문송면의 정신을 잇는 녹색병원은 어떤 곳일까? 녹색병원의 시작은 1980년대 원진레이온 직업병 문제와 열 다섯 살 청소년 노동자 문송면의 죽음 같은 아픈 역사와 이어져 있다. 문송면은 공부를 이어가기 위해 서울의 공장 에서 일하다 수은 중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원진레이온 공 장 노동자들은 독성 물질에 노출되어 큰 고통을 겪었지만, 당시 사회에는 직업병이라는 말조차 낯설었다. 아픈 몸은 개인의 불운으로 여겨지기 쉬웠고, 일터의 위험은 제대로 드 러나지 않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노동자와 시민, 의료진이 함께 힘을 모았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 는 바람으로 원진재단이 만들어졌고, 그 정신은 병원 설립 으로 이어졌다. 녹색병원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왜 아프게 되었는지를 묻는 병원을 꿈꾸었다. 돈이 없거나 차별받는 이유로 병원 문턱에서 돌아서는 일이 없도록,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병원이 되고자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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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서로를 지키려면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할까?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문송면과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단순히 안타까운 사건으로만 다루지 않으려 했다. 왜 어떤 사람들은 아파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는지, 왜 병의 원인을 개인의 몸이 아니라 일터의 환경에서 찾아야 했는지, 그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어떻게 병원과 제도를 만들어 갔는지를 함께 살핀다. 그러면 학생들은 역사를 바꾼 힘이 특별한 영웅 한 사람에게만 있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서로를 살리려 한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이 제도가 되고, 병원이 되 고, 오늘의 권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만나 게 된다. 녹색병원의 정신은 전태일의 풀빵 나 눔과도 닿아 있다. 전태일이 어린 여성 노 동자들에게 자신의 차비 대신 풀빵을 건 넸던 마음은, 아픈 사람을 혼자 두지 않 으려는 의료와 돌봄의 마음으로 이어진 다.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한국사는 더 이상 학습만을 위한 내용이 아니다. 우리 이웃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고통 을 겪었으며, 서로를 지키기 위해 어떤 제 도와 공간을 만들어 왔는지를 묻는 공 부가 된다. 사람의 역사를 기억할 때, 오늘 함께 살아갈 힘이 생긴다 3·1운동에서 시작된 민주공화국, 대한민 국의 역사는 오늘날 또 다른 희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4·19혁명에서 학생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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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고, 5·18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의 역사 속에서도 청소년과 청년들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근 촛불 든 광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린이·청소년은 국가가 어떠해야 하는지, 민주주의는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시민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묻고 행동했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를 이겨내면서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민주주의는 한 번 만들어졌다고 저절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었다. 시민들이 국회와 광장으로 향하고, 서로의 안전을 지키며, 헌정 질서를 지켜 내는 과정을 보며 학생들은 3·1 운동과 4·19혁명, 5·18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이 과거가 아니라 오늘의 삶 속에서 다시 생각하며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역사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사 수업은 결국 사람에 대한 애정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키우는 시간이라고 믿는다. 부끄러운 역사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서 서로를 살리려 했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고통의 기억을 가볍게 넘기지 않으면서도, 그 기억이 더 나은 제도와 공동체를 만드는 힘이 되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6 <학교도서관저널> 7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