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품 검색

장바구니0

특집 K-컬처, 제대로 말하는 법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6-03-05 16:51 조회 49회 댓글 0건

본문


466b450b80ccbe530b4c0ba73c7c4a54_1772695148_0585.png
466b450b80ccbe530b4c0ba73c7c4a54_1772695148_1562.png
 



소리꾼에게 듣는 Q&A:

판소리를 즐기는 레시피

김희재  소리꾼,『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 저자


466b450b80ccbe530b4c0ba73c7c4a54_1772695223_2134.png

안녕하세요. 유튜브 <청춘소리꾼 희재>로 우리 소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소리꾼 김희재입니다. 소리를 평생의 길로 삼은 뒤, 소리를 그만둘 어떤 유혹도 제 마음을 강력하게 흔들지 못했기에 오롯이 한 길을 걷다 보니, 판소리라는 하나의 갈래로 유튜브 크리에이터, 작가, 강연자, 최근에는 연기까지 확장해가고 있는 21세기‘ N잡러’ 소리꾼입니다.


(소리를) 하다 보니 26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합니다만, 마음은 늘 시작점에 서 있는 아이 같습니다. 숱한 파란이 있었지만 이제 그 모든 경험은 소리라는 하나의 축으로 오롯이 모아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전통음악 열풍은 크고 작게 꾸준히 존재했지만, 그 모든 것은 지나고 보니 그저 바람에 불과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열풍에 몸을 싣느냐가 아니라,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본질적 가치를 세우는 일입니다. 다만, 해방(광복) 후 80여 년, 앞만 보고 전투적으로 달려온 우리 사회가 이제야 스스로 본연의 가치와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긍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소리꾼으로서 이전보다 더 희망적으로 미래를 바라보게 됩니다.



Q.“ 판소리 기원설에 굿이 차지하는 지분은 상당”하다고 하셨는데요. 판소리가 정말‘ 굿’에서 비롯된 장르인가요?

A. 명확한 기록은 없으나, 판소리의 탄생을 살펴보면 무당이 굿을 할 때 이야기와 함께 들려주는 노래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서사 무가1) 기원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한국의 무속 신앙은 이 땅의 뿌리 깊은 정서이며, 거의 모든 전통예술은 그 영향 아래 있습니다. ‘굿’과 관련된 속담이 무려 50여 개가 넘는다는 사실은 무속이 얼마나 우리 삶과 밀착되어 왔는지를 보여 줍니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숱한 탄압의 역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속의 흔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수많은 예술과 우리 삶의 흔적이 그 정체성을 방증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종교나 신앙으로 그 존비(사회적 지위나 신분의 존귀함과 비천함을 일컫는 말)를 따지기보다, 우리가 형성해 온 문화의 정수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판소리도 그 거대한 문화의 바닷속에서 피어난 예술이라는 점은 너무 자연스러운 점입니다. 


1) 소설이나 설화와 같이 줄거리를 갖춘 서사 양식에 속하는 무가이다. 무속신화·본풀이라고도 한다. 소설이나 설화와 같이 고유한 등장인물이 있고, 그 인물의 활동을 중심으로 줄거리를 갖추고 있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Q. BTS의 곡 <대취타>는 임금이 행차할 때 쓰이는 행진 음악인데, 본래 <대취타>는‘ 정악’이라고요. 정악은 뭐고 민속악은 무엇인지 도통 헷갈려요.

 A. 우리는 국악의 수많은 장르를 ‘국악’이라는 한 단어로 묶어 인식하곤 합니다. 하지만 힙합 아티스트에게 단순히 ‘가요 한다’라고 하면 실례가 되듯, 국악 내부에도 엄격한 갈래가 존재합니다. <대취타>처럼 국가의 통치 이념이나 의례를 담거나, 상류층 선비들이 방 안에서 수양과 풍류를 위해 즐기던 음악을 통칭해 정악(正樂)이라 합니다. 말 그대로 ‘바른 음악’이라는 뜻이죠. 반면 시선을 우리네 삶으로 돌려, 민중의 희로애락을 생생한 음률과 가락으로 표현한 장르가 민속악입니다. 판소리와 기악 독주곡의 정수인 산조가 여기에 속합니다. 정악이 절제된 ‘품격과 질서’를 연주한다면, 민속악은 우리 삶의 ‘생동하는 에너지’를 노래한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466b450b80ccbe530b4c0ba73c7c4a54_1772695383_0846.png 


Q.'한 서린 분위기’로 판소리를 기억하는 독자들에게 일침을 날리셨죠.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에서 “우아하며 숭고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골계미”를 판소리의 매력으로 꼽으셨는데, 쉽게 설명하신다면요?

A. 판소리를 단지 ‘한(恨)’의 예술로만 가두기에는 그 안에 담긴 생명력이 너무나 거대합니다. 오랜 수련 끝에 마주한 판소리의 본질은 오히려 해학에 가깝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언급했던 골계미(滑稽美)는 비극적 상황조차 익살과 풍자로 뒤집어버리는 정신적 여유를 뜻합니다. 풍자는 상황을 객관화할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요즘 용어로 말하자면 높은 수준의 ‘메타 인지’가 발동된 상태죠. 슬픔에 매몰되는 대신, 고난 중인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태도는 우리 민족이 성취해 온 가장 강력한 정서적 지능입니다. 지독하게 우아하고 숭고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해학의 한방을 날리는 것, 그것이 판소리가 가진 하나의 매력입니다. 독자들이 판소리를 들으며 ‘한의 눈물’보다, 상황을 압도하는 메타 인지적 카타르시스를 먼저 느끼길바랐습니다.



 Q. 판소리에 추임새가 많다던데, 관객이 어떤‘ 소리’로 추임새를 넣을 수 있을까요? 판소리 공연장에 갔을 때 필요한 기본 에티켓도 짚어 주세요.

A. 현대 극장 문화에 익숙한 대중에게 추임새는 어렵게 느껴지곤 합니다. 하지만 내한한 팝가수들이 한국콘서트장의 강력한 ‘떼창 문화’에 깜짝 놀라는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그것이 바로 우리 안에 흐르는 추임새 문화의 현대적 모습입니다. 추임

새는 어려운 형식이 아니라 소리꾼을 향한 적극적인 ‘리액션’이자 깊은

공감의 증거입니다. 즐거울 때뿐 아니라 슬픈 대목에서도 ‘그렇지’ ‘음’하고 소리에 몸을 실어 화답해 주세요. 타이밍을 고민하다 놓치기보다 일단 마음을 얹어 보는 것이 중요합

 466b450b80ccbe530b4c0ba73c7c4a54_1772695562_1136.png 


니다. 추임새를 잘못 넣었다고 서운해할 소리꾼은 없습니다. 오히려 추임새 없는 고요한 판이 소리꾼을 가장 외롭게 하지요. 판소리판의 에티켓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핸드폰을 끄는 기본 매너 위에, 소리꾼과 고수 그리고 나를 잇는 삼각의 호흡에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열린 마음 하나면 충분합니다.


Q. 우리 명창계의 대들보들도 언급해 주셨는데‘, 이 세 분만큼은 알고 가자!’ 싶은 국내 명창의 대명사 3人을 꼽아 주신다면요?

A. 심하게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수많은 명창 중 제 개인적인 플레이리스트에 수록된 세 분을 꼽아 봅니다. 먼저 만정 김소희 명창입니다. 단아한 백자 같기도, 맑은 격조를 지닌 고려청자 같기도 한 그분의 소리는 <구음> 음반으로 꼭 접해 보시길 권합니다. 국악계의 명반으로 꼽힙니다.

 이다음부터의 추천은 단순 음악 감상보다는 음

악 체험을 하셨으면 해서 영화 속 음악으로 추천드

려 봅니다. 영화 <춘향뎐> 속 조상현 명창의 <춘향

가>입니다. 이 영화는 조승우 데뷔작으로도 유명하

지요. 소리를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조상

현 명창의 통쾌한 소리 속에 어우러진 토속적 풍경

과 <춘향가> 이야기는 판소리라는 종합예술의 정

수를 느끼게 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스승님이

 466b450b80ccbe530b4c0ba73c7c4a54_1772695671_598.png 

김수연 명창입니다. 현재 여류 명창 중 최고의 음악성과 깊은 한의 감수성을 지녔다고 평가받으시는 분입니다. 영화 <취화선>의 삽입곡 <흥타령>을 들어 보세요. 삶의 통속을 그려낸 그 소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 됩니다. 소리는 단지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삶의 결을 함께 체험하는 일이라는 말을 꼭 덧붙이고 싶습니다.



Q, 우리 전통음악을 처음 만나는 청소년에게 어떤 책을 추천하고 싶나요?

 A. 전통음악 이론서보다 소리꾼의 삶이 녹아든 문학을 통

해 판소리 세계를 먼저 만나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다

음은 그렇게 꼽아 본 ‘우리 소리’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 추

천서입니다. 첫 번째는 소설 『이날치, 파란만장』입니다. 한때

우리를 ‘범 내려온다’라는 힙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 ‘밴드

이날치’의 모티브가 된 실존 명창 이날치의 일대기를 다룬

책인데요. 줄꾼에서 최고의 소리꾼이 되기까지의 파란만장

한 서사가 청소년들에게도 무척 흥미로울 것입니다.

두 번째는 문순태 작가의 소설 『도리화가』입니다. 조선 최

초의 여류 명창 진채선이 금기를 깨고 목소리를 내는 과정

은 그 자체로 커다란 용기를 줍니다. 이 소설은 영화 <도리

화가>로도 제작됐는데요, 수지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영화와 뮤지컬로도 유명한 작품 <서편제>의 원작인 이청준 작가의 소설 『서편제』를 추천합니다.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는 당연히 0순위 추천! ^^)

 466b450b80ccbe530b4c0ba73c7c4a54_1772695750_7629.png 


 

코리안 소울푸드, 

떡볶이에 얽힌 우리 역사

정은정  농촌사회학자,『 떡볶이는 언제나 옳다』 저자

영혼이 잠식될 것만 같은 날, 한국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찾을까? 세상엔 맛있는 음식들이 넘쳐 나지만 영혼을 위무하는 음식으로 우리는 단연 떡볶이를 꼽는다. 울고 싶을 때 매운 떡볶이를 먹으면서 흘리는 눈물은 그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세상이 나를 속일 때 쫄깃쫄깃한 떡볶이를 야무지게 씹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도 조금 누그러진다. 주머니 가벼운 이들도, 두둑한 이들도 떡볶이 앞에서는 평등하다. 산업화 시대,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한 여성들은 떡볶이를 팔며 생활을 꾸려 나가고, 떡볶이를 사 먹던 사람들 삶을 꾸려 왔다. 그래서 우리는 떡볶이로 손에 손을 잡은 동지다. 이렇게 한국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소울푸드 떡볶이는 이제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한국인의 인생 첫 요리, 떡볶이
보통의 한국사람이 ‘인생 첫 요리’로 라면을 꼽는다. 하지만 좀더 체계적인 조리 과정을 거치는 본격 요리로는 단연코 떡볶이를 꼽는다. 실제로 학교 안 요리 활동에서도 떡볶이는 주요 메뉴다. 조리 과정이 복잡하지 않고 식재료도 저렴한 편이어서 재료 마련에 부담이 적어서다. 어떤 재료를 넣는지에 따라 개성도 뚜렷해진다. 고추장 떡볶이가 대표적이지만 춘장을 넣은 짜장 떡볶이나 간장 양념을 넣은 간장 떡볶이도 있다. 매운 양념에 크림소스나 우유를 활용한 로제떡볶이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쫄면, 라면사리, 햄, 치즈 등으로 재료에 변주를 주어 다채로운 맛을 낼 수 있으니 “한 입만!” 하면서 서로 바꾸어 먹기에도 좋다. 취향 존중 제대로 할 줄 아는 떡볶이는 이제 한국인만이 아닌 외국인들의 첫 도전 음식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떡볶이는 어쩌다 우리들의 소울푸드가 된 걸까?

시대와 함께 변해 온 K-푸드, 떡볶이
떡볶이는 본래 콧대가 높은 음식이었다. 1938년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노래 <오빠는 풍각쟁이>의 가사에는 “떡볶이는 혼자만 먹”는 오빠가 나온다. 시쳇말로 ‘딴따라’인 풍각쟁이 오빠는 여동생에게 떡볶이도 한 개 주지 않는 얄미운 오빠다. 본래 떡볶이는 여성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 여겨지지만 당시엔 요릿집이나 주점에 드나들 수 있는 남성들이 먹는고급 요리였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먹고 즐기는 떡볶이와는 맛도 모양새도 사뭇 달랐다. 기근을 벗어나지 못하던 시대, 쌀밥은 고사하고 떡은 참 귀했다. 제사나 잔치에 떡을 올릴 수 있는 집도 적었다. 귀한 쌀떡에 고기와 버섯, 해산물과 갖은 채소를 간장과 참기름에 졸이듯 볶아 잣가루나 지단과 같은 고명을 얹는 떡볶이는 돈깨나 있는 가정에서나 먹을 수 있었다. 소위 ‘궁중떡볶이’가 이와 얼추 비슷하다. (하지만 궁중떡볶이는 문헌에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궁중에서나 먹을 수 있는 고급 음식이었다’는 과잉서사가 붙어 있는 정도라, 궁중 떡볶이를 떡볶이의 원형으로 삼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1950년대, 밀가루 공급과 함께 열린 ‘빨간 떡볶이’의 시대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빨간 떡볶이’는 1950년대 말에 등장한다. 1946년부터 우리나라엔 구호(救護)를 명목으로 원조 밀가루가 도입됐다. 여기서 ‘밀떡’이 나온다. 해방을 맞이하고 전쟁이 멈췄어도 쌀은 언제나 갈급의 대상이었다. 하여 그나마 흔한 밀가루로 밀떡을 만든 것이었다. 여기에 밀가루를 주원료로 한 공장제 간장과 값싼 고추장이 대량으로 생산되면서 빨간 떡볶이가 탄생한다. 본래 ‘장’이라 하면 발효의 시간을 거치지만 공장에서 생산된 양산 고추장은 따지면 매콤달콤한 고추장소스에 가깝다. 고추 양념에 물엿과 각종
466b450b80ccbe530b4c0ba73c7c4a54_1772696053_9965.png


감미료, 약간의 효모 분말을 넣어 만든다. 그렇게 밀가루로 만든 떡과 밀가루로 만든 공장 고추장이 만나면서 본격 떡볶이의 시대가 열렸다. 집에서 담근 고추장으로 떡볶이를 만들면 파는 맛이 나지 않는 이유는 양산 고추장이 끈끈하고 반짝거려 먹음직스러워지고 조미료가 들어가 감칠맛을 극강으로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매콤하고 달달한 공장제 고추장에 밀떡을 넣고 어묵까지 넣고 졸이면 어묵에서 용출되는 조미료 맛까지 가미되어 비로소 파는 떡볶이 맛이 완성된다. 수수한 가정 요리는 강렬한 맛과 색감을 지닌 사 먹는 떡볶이를 이길 재간이 없었다.

상경한 농촌 여성들의 자립 기반이 된 떡볶이집
1960년대 초, 공업에 기반한 산업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자원과 자본은 도시로 쏠렸다. 도시는 나날이 발전해 간다고 먼발치에서 소식은 들려오는데, 농촌의 삶은 점점 더 궁해졌다. 농촌 사람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이촌향도의 물결에 올라탔다. 하지만 여성들은 초등학교를 겨우 마친 정도의 학력 수준이었고 특별한 기술도 없었다. 가난한 농촌 살림을 정리해 도시로 떠나와 겨우 단칸방 하나 얻었을 뿐, 변변한 가게를 얻을 형편도 되지 않았다. 그녀들이 가진 유일한 자본은 농촌에서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했던 극한의 근면과 성실성이었다. 철들기도 전에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던 이들에게 요리 경험은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었다. 공업사회로 전환된 1970년대, 대량 생산된 밀떡과 어묵, 고추장은 구하기도 쉽고 값도 저렴했다. 즉 상경한 농촌 여성들의 창업 아이템으로는 떡볶이 장사나 풀빵 장사가 제일이었다.

값싼 떡볶이, 여학생과 여공들의 허기를 달래다
이후,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 문구점에서도 ‘숍인숍’처럼 떡볶이를 팔았다. 남녀공학이 드물던 때, 여중과 여고 앞에, 섬유나 제과 같은 여성 노동자가 많은 공단 지역에 떡볶이 노점이 많았다. ‘노점상(露店商)’은 길거리에서 음식이나 물건을 파는 상인을 뜻하지만, 본 뜻은 ‘이슬을 그대로 맞는 가게’라는 뜻이다(노점상의 ‘노’가 이슬 ‘노’ 자다). 노점 일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엔 추울 수밖에 없는 매우 고생스러운 일이다. 하여 당시 노점 단속반이 뜨면 상인들끼리 단속 정보를 주고받고 함께 대처하며 동지애를 키웠다. 이들은 리어카를 빼앗겨도 벌금을 내고 다시 찾아와 꿋꿋하게 떡볶이를 팔았다. 생계는 그토록 엄중했으며 산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었다. 그런 떡볶이를 농촌 출신의 여공들이 사 먹으며 허기를 채웠다. 때로는 ‘떡볶이 아줌마’의 고향 말씨를 통해 고향의 어머니를 떠올리기도 하면서.

466b450b80ccbe530b4c0ba73c7c4a54_1772696635_6763.png

남자 형제들에 비해 용돈이 궁했던 여학생들에게 길거리 떡볶이는 유일한 외식이었다. 그래서 ‘여고 앞 떡볶이’는 있어도 ‘남고 앞 떡볶이’라는 말은 없다. 1980년대까지 떡볶이는 낱개로도 팔았는데 개당 10원씩 하는 떡볶이를 이쑤시개로 집어 먹고 먹은 만큼 셈을 치렀다. 때로는 일곱 개를 먹어도 다섯 개 먹었다 속이고 50원만 내기도 했다. 비닐봉지를 씌운 접시에 떡과 만두, 삶은 계란, 튀김, 순대까지 갖춰 먹는 ‘골고루 떡볶이’도 있었지만 동전으로도 사 먹을 수 있는 낱개 떡볶이가 있었다. 이것이 지금의 ‘컵떡볶이’의 원형이다. 떡볶이는 이처럼 한국 사람들에게 ‘내돈내산’의 첫 음식이자 첫 외식 메뉴다.

쌀떡의 등장과 떡볶이의 세계화
1985년을 지나며 쌀은 충분해졌고, ‘쌀떡볶이’도 흔해졌다. 그래서 첫 떡볶이를 밀떡으로 시작한 ‘밀떡 파’와 훗날 맛을 들인 ‘쌀떡 파’가 나뉘기도 한다. 밀떡이든 쌀떡이든 떡볶이의 핵심은 쫄깃한 식감이다. 한국인들은 이를 좋아하지만 외국인들은 치아에 쩍쩍 붙는 식감을 낯설어해 떡볶이를 쉽게 수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떡볶이를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오고 K-POP 스타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떡볶이를 으뜸으로 꼽으면서 떡볶이는 자연스럽게 전 세계에 알려졌다. 외국인들은 한인마트에서 고추장을 비롯해 떡볶이 재료를 구해 직접 해 먹어 보며 떡볶이 경험을 늘려 갔다. K-푸드 열풍에 힘입어 식품 대기업의 떡볶이 밀키트까지 수출되면서 떡볶이 매력에 세계인들이 푹 빠져들고 있다. 떡볶이는 한 번 먹기가 어렵지, 먹다 보면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오늘날의 떡볶이, 진정한‘ K-푸드’ 되려면
대표적인 서민·대중의 음식이자 길거리 음식의 대표주자였던 떡볶이도 프랜차이즈화되고 대형화되는 추세다. 표준화, 고급화 경향도 강해져 가격 부담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우삼겹이나 모차렐라 치즈, 마라소스까지 더해지면서 가볍게 먹는 음식이 아니라 본격 요리에 가까워지고 있다. 점주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에 치러야 하는 비용들은 고스란히 떡볶이 값에 포함되고 이에 배달비까지 더해지면서 이제 떡볶이 값은 2∼3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본래 중소기업 적합 제품이었던 떡볶이떡 생산에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으며, 여기에 유명한 떡볶이집 이름을 딴 떡볶이 밀키트까지 대량으로 생산되면서 소상공인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떡볶이를 진정한 K-푸드라 부를 수 있을지도 고민해 볼 문제다. 쌀떡볶이의 원료가 대부분 수입산 쌀이기 때문이다. 밀떡은 이미 오래전부터 수입 밀로 만들어 왔다. 그래서 세계인이 떡볶이를 아무리 먹고, 전 세계에 K-푸드 열풍이 불어도 이는 한국 농민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 진정한 K-푸드라면 그 안에 한국 농업의 숨결도 깃들어야 하지 않을까. 오랜만에 ‘여고 앞’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국물이 많고 양념이 진하지 않은 밀떡볶이다. 만두피만 튀겨낸 튀김만두와 삶은 계란을 포크로 으깨 후추를 잔뜩 뿌려 먹는 방식이다. 그래서 ‘후추떡볶이’라고도 부른다. 그 시절 나와 친구들의 단골 떡볶이집은 1970년대 포장마차로 시작해 지금은 번듯한 매장을 갖추고 딸이 장사를 이어받은 노포다. 때로는 이곳의 떡볶이가 아니라 그 시절의 떡볶이 아주머니가 그리워 들르곤 했던 곳이다. 그런데 ‘떡볶이 아줌마’라 부르던 사장님이 보이지 않으셨다. 얼마 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아 나오시지 못한다는 근황을 들었다. 외로워도 슬퍼도 떡볶이로 우리의 허기를 채워주어 고마웠다는 인사를 전할 길이 없어졌다. 오늘의 떡볶이를 내일로 미루지 말았어야했건만… 바람에 후춧가루가 날렸나 보다. 떡볶이 접시 위로 눈물이 툭.


K-POP 작사가를 

막연히 꿈꾸는 청소년에게

안영주  작사가,『 요즘 아이들을 위한 요즘 K-POP 작사 수업』 저자

나는 K-POP 작사가이자 연예 기획사의 K-POP 아티스트들과 K-POP 작사가를 꿈꾸는 많은 작사가 지망생들에게 작사 지도를 하는 강사다. 작사도 하고 책도 틈틈이 집필하며 강의를 해 온 지는 벌써 6년쯤 되어 간다. 그런데 최근 부쩍 청소년 작사가 지망생들의 강의 문의가 늘고 있다. 주로 중고등학생이 대부분이다. 학업을 병행하면서 작사 공부를 하는 것이 가능한지, 청소년들도 작사가로 활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다.

청소년 작사가, 어렵지만 가능한 일
결론적으로 말하면 청소년들이 작사 공부를 해서 데뷔하는 루트가 아예 없지는 않으므로 성인보다는 다소 한계가 있지만, 청소년의 작사가 활동은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이미 작사가로 데뷔한 청소년 제자들도 있고 학업 시간을 쪼개 작사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질문을 종종 받는 내 입장에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진짜 너무 부럽다’이다. ‘라떼’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중·고등학교 때 작사 같은 것은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정보의 부재와 편견 때문에 감히 그런 시도는 해 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요즘 청소년들은 본인의 꿈을 디자인하고 그것을 구현해 내는 일에 훨씬 적극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정말하고 싶은 게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채로 생을 살아간다던데, 청소년기에 이미 열망하는 꿈을 지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고 건강한 일이다. 그게 K-POP을 짓는 일이라면 더더욱 응원해 주고 싶다.

K-POP 작사가, 어떻게 일할까?
K-POP 작사를 정의하기에 앞서 일단 작사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작사의 사전적 의미는 ‘노랫말을 지음’이다. 이를 K-POP 필드에 적용해 보면서 K-POP 아티스트들의 앨범 제작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 보겠다.

K-POP 앨범 제작 과정
일단 기획사에 소속된 특정 아티스트의 데뷔 론칭 혹은 다음 앨범 콘셉트 회의가 시작된다. 협의하에 콘셉트가 정해지면 그다음 과정은 ‘데모(DEMO, 앨범 정식 발매 전 시연·제안용으로 만들어진 멜로디)’ 수급이다. 앨범 콘셉트에 맞는 데모들이 타이틀곡 혹은 수록곡으로 구분되어 하나씩 정해진다. 중간에 수록곡이 타이틀곡이 되거나 타이틀곡으로 내정되어 있던 데모가 수록곡이 되는 변동도 종종 있긴 하지만 어쨌든 큰 틀 안에서 앨범의 콘셉트에 어울리는 데모들이 우선적으로 지정된다. 싱글앨범은 1곡, 미니 앨범 같은 경우는 3∼4곡 정도의 데모가 필요하고, 정규앨범은 10곡 정도의 데모가 필요하다. 이다음 과정에서부터 작사가의 역할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데모곡은 작곡가가 만든 후 기획사를 통해 아티스트에게 전달되는데, 보통 영어로 녹음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한국어나 중국어, 일본어로 녹음된 경우도 있지만 영어권 작곡가가 요즘 K-POP 씬에서 부쩍 활발한 활동을 보여 주고 있기도 하고, K-POP의 무대는 전 세계이므로 데모곡은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녹음된 게 대부분이다. 이 데모 위에 적절히 한국말을 입히는 과정이 K-POP 씬에서 작사가의 역할이다.

멜로디는 어떤 식으로 가사라는 옷을 입을까?
데모를 통해 작사 작업을 의뢰 받으면 우선 이 곡으로 기획사나 아티스트가 구현하고자하는 이미지나 메시지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작사가들은 작업 시 기획사로부터 ‘리드사항’이라는 것을 미리 제공받는데, 이 리드사항 안에는 마감 날짜와 함께 이런저런 요구사항들이 정리되어 적혀 있다. 얼핏 ‘작사가는 본인의 창의적인 생각대로 자유롭게 가사를 써 내려 가겠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글과 가사의 다른 점 중 하나는 의뢰인의 존재다. 쉽게 말하면 작사가는 가사를 의뢰해 준 기획사나 아티스트, 그리고 앨범 콘셉트에 맞게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가사를 맞춰 작성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면, 기획사 하이브의 K-POP 아티스트 ‘엔하이픈’의 <Daydream>이라는 곡의 가사 작업을 했을 당시 그 곡의 콘셉트와 스토리는 ‘낮 동안에 관 속에 갇혀 있어야만 하는 뱀파이어의 고독과 절망감, 그리움’이었다. 그러므로 작사가는 해당 데모를 듣고 아티스트의 세계관에 맞게 멜로디 구조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들을 짜임새 있게 풀어내면서도 아티스트가 가창하기 편한 발음으로 가사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전체 의뢰 중 20% 정도는 데모를 듣고 느껴지는 감정을 자유롭게 풀어 달라는 의뢰일 때도 있다. 그렇지만 작사가 입장에서는 이 ‘자유롭게’라는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즉 해당 아티스트가 평소 선호했던 노랫말이나 이미지를 크게 뛰어넘어 작사하기란 힘든 것 같다. 왜냐하면 작사가가 쓴 가사는 아티스트나 기획사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세상에 발매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사는 문학적인 표현력과 멜로디의 발음을 디자인하는 기술력, 기획사와 아티스트의 요구를 파악하는 통찰력 등이 전체적으로 필요한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의 현실적인 작사가 데뷔 루트
결론부터 솔직히 말하자면 청소년이 K-POP 작사가로 데뷔하는 것은 불가능하진 않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10대 대형 기획사는 보안 등의 문제로 청소년들과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협업을 하지 않는다. 
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5 <학교도서관저널> 12월호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목록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개인정보 이용약관 광고 및 제휴문의 instagram
Copyright © 2021 (주)학교도서관저널.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