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K-컬처, 제대로 말하는 법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소리꾼에게 듣는 Q&A:
판소리를 즐기는 레시피
김희재 소리꾼,『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 저자

안녕하세요. 유튜브 <청춘소리꾼 희재>로 우리 소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소리꾼 김희재입니다. 소리를 평생의 길로 삼은 뒤, 소리를 그만둘 어떤 유혹도 제 마음을 강력하게 흔들지 못했기에 오롯이 한 길을 걷다 보니, 판소리라는 하나의 갈래로 유튜브 크리에이터, 작가, 강연자, 최근에는 연기까지 확장해가고 있는 21세기‘ N잡러’ 소리꾼입니다.
(소리를) 하다 보니 26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합니다만, 마음은 늘 시작점에 서 있는 아이 같습니다. 숱한 파란이 있었지만 이제 그 모든 경험은 소리라는 하나의 축으로 오롯이 모아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전통음악 열풍은 크고 작게 꾸준히 존재했지만, 그 모든 것은 지나고 보니 그저 바람에 불과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열풍에 몸을 싣느냐가 아니라,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본질적 가치를 세우는 일입니다. 다만, 해방(광복) 후 80여 년, 앞만 보고 전투적으로 달려온 우리 사회가 이제야 스스로 본연의 가치와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긍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소리꾼으로서 이전보다 더 희망적으로 미래를 바라보게 됩니다.
Q.“ 판소리 기원설에 굿이 차지하는 지분은 상당”하다고 하셨는데요. 판소리가 정말‘ 굿’에서 비롯된 장르인가요?
A. 명확한 기록은 없으나, 판소리의 탄생을 살펴보면 무당이 굿을 할 때 이야기와 함께 들려주는 노래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서사 무가1) 기원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한국의 무속 신앙은 이 땅의 뿌리 깊은 정서이며, 거의 모든 전통예술은 그 영향 아래 있습니다. ‘굿’과 관련된 속담이 무려 50여 개가 넘는다는 사실은 무속이 얼마나 우리 삶과 밀착되어 왔는지를 보여 줍니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숱한 탄압의 역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속의 흔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수많은 예술과 우리 삶의 흔적이 그 정체성을 방증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종교나 신앙으로 그 존비(사회적 지위나 신분의 존귀함과 비천함을 일컫는 말)를 따지기보다, 우리가 형성해 온 문화의 정수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판소리도 그 거대한 문화의 바닷속에서 피어난 예술이라는 점은 너무 자연스러운 점입니다.
1) 소설이나 설화와 같이 줄거리를 갖춘 서사 양식에 속하는 무가이다. 무속신화·본풀이라고도 한다. 소설이나 설화와 같이 고유한 등장인물이 있고, 그 인물의 활동을 중심으로 줄거리를 갖추고 있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Q. BTS의 곡 <대취타>는 임금이 행차할 때 쓰이는 행진 음악인데, 본래 <대취타>는‘ 정악’이라고요. 정악은 뭐고 민속악은 무엇인지 도통 헷갈려요.
A. 우리는 국악의 수많은 장르를 ‘국악’이라는 한 단어로 묶어 인식하곤 합니다. 하지만 힙합 아티스트에게 단순히 ‘가요 한다’라고 하면 실례가 되듯, 국악 내부에도 엄격한 갈래가 존재합니다. <대취타>처럼 국가의 통치 이념이나 의례를 담거나, 상류층 선비들이 방 안에서 수양과 풍류를 위해 즐기던 음악을 통칭해 정악(正樂)이라 합니다. 말 그대로 ‘바른 음악’이라는 뜻이죠. 반면 시선을 우리네 삶으로 돌려, 민중의 희로애락을 생생한 음률과 가락으로 표현한 장르가 민속악입니다. 판소리와 기악 독주곡의 정수인 산조가 여기에 속합니다. 정악이 절제된 ‘품격과 질서’를 연주한다면, 민속악은 우리 삶의 ‘생동하는 에너지’를 노래한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
|
Q.'한 서린 분위기’로 판소리를 기억하는 독자들에게 일침을 날리셨죠.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에서 “우아하며 숭고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골계미”를 판소리의 매력으로 꼽으셨는데, 쉽게 설명하신다면요?
A. 판소리를 단지 ‘한(恨)’의 예술로만 가두기에는 그 안에 담긴 생명력이 너무나 거대합니다. 오랜 수련 끝에 마주한 판소리의 본질은 오히려 해학에 가깝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언급했던 골계미(滑稽美)는 비극적 상황조차 익살과 풍자로 뒤집어버리는 정신적 여유를 뜻합니다. 풍자는 상황을 객관화할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요즘 용어로 말하자면 높은 수준의 ‘메타 인지’가 발동된 상태죠. 슬픔에 매몰되는 대신, 고난 중인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태도는 우리 민족이 성취해 온 가장 강력한 정서적 지능입니다. 지독하게 우아하고 숭고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해학의 한방을 날리는 것, 그것이 판소리가 가진 하나의 매력입니다. 독자들이 판소리를 들으며 ‘한의 눈물’보다, 상황을 압도하는 메타 인지적 카타르시스를 먼저 느끼길바랐습니다.
Q. 판소리에 추임새가 많다던데, 관객이 어떤‘ 소리’로 추임새를 넣을 수 있을까요? 판소리 공연장에 갔을 때 필요한 기본 에티켓도 짚어 주세요. A. 현대 극장 문화에 익숙한 대중에게 추임새는 어렵게 느껴지곤 합니다. 하지만 내한한 팝가수들이 한국콘서트장의 강력한 ‘떼창 문화’에 깜짝 놀라는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그것이 바로 우리 안에 흐르는 추임새 문화의 현대적 모습입니다. 추임 새는 어려운 형식이 아니라 소리꾼을 향한 적극적인 ‘리액션’이자 깊은 공감의 증거입니다. 즐거울 때뿐 아니라 슬픈 대목에서도 ‘그렇지’ ‘음’하고 소리에 몸을 실어 화답해 주세요. 타이밍을 고민하다 놓치기보다 일단 마음을 얹어 보는 것이 중요합 |
|
니다. 추임새를 잘못 넣었다고 서운해할 소리꾼은 없습니다. 오히려 추임새 없는 고요한 판이 소리꾼을 가장 외롭게 하지요. 판소리판의 에티켓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핸드폰을 끄는 기본 매너 위에, 소리꾼과 고수 그리고 나를 잇는 삼각의 호흡에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열린 마음 하나면 충분합니다.
Q. 우리 명창계의 대들보들도 언급해 주셨는데‘, 이 세 분만큼은 알고 가자!’ 싶은 국내 명창의 대명사 3人을 꼽아 주신다면요?
A. 심하게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수많은 명창 중 제 개인적인 플레이리스트에 수록된 세 분을 꼽아 봅니다. 먼저 만정 김소희 명창입니다. 단아한 백자 같기도, 맑은 격조를 지닌 고려청자 같기도 한 그분의 소리는 <구음> 음반으로 꼭 접해 보시길 권합니다. 국악계의 명반으로 꼽힙니다.
이다음부터의 추천은 단순 음악 감상보다는 음 악 체험을 하셨으면 해서 영화 속 음악으로 추천드 려 봅니다. 영화 <춘향뎐> 속 조상현 명창의 <춘향 가>입니다. 이 영화는 조승우 데뷔작으로도 유명하 지요. 소리를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조상 현 명창의 통쾌한 소리 속에 어우러진 토속적 풍경 과 <춘향가> 이야기는 판소리라는 종합예술의 정 수를 느끼게 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스승님이 |
|
신 김수연 명창입니다. 현재 여류 명창 중 최고의 음악성과 깊은 한의 감수성을 지녔다고 평가받으시는 분입니다. 영화 <취화선>의 삽입곡 <흥타령>을 들어 보세요. 삶의 통속을 그려낸 그 소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 됩니다. 소리는 단지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삶의 결을 함께 체험하는 일이라는 말을 꼭 덧붙이고 싶습니다.
Q, 우리 전통음악을 처음 만나는 청소년에게 어떤 책을 추천하고 싶나요?
A. 전통음악 이론서보다 소리꾼의 삶이 녹아든 문학을 통 해 판소리 세계를 먼저 만나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다 음은 그렇게 꼽아 본 ‘우리 소리’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 추 천서입니다. 첫 번째는 소설 『이날치, 파란만장』입니다. 한때 우리를 ‘범 내려온다’라는 힙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 ‘밴드 이날치’의 모티브가 된 실존 명창 이날치의 일대기를 다룬 책인데요. 줄꾼에서 최고의 소리꾼이 되기까지의 파란만장 한 서사가 청소년들에게도 무척 흥미로울 것입니다. 두 번째는 문순태 작가의 소설 『도리화가』입니다. 조선 최 초의 여류 명창 진채선이 금기를 깨고 목소리를 내는 과정 은 그 자체로 커다란 용기를 줍니다. 이 소설은 영화 <도리 화가>로도 제작됐는데요, 수지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영화와 뮤지컬로도 유명한 작품 <서편제>의 원작인 이청준 작가의 소설 『서편제』를 추천합니다.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는 당연히 0순위 추천! ^^) |
|
코리안 소울푸드,
떡볶이에 얽힌 우리 역사
정은정 농촌사회학자,『 떡볶이는 언제나 옳다』 저자


K-POP 작사가를
막연히 꿈꾸는 청소년에게
안영주 작사가,『 요즘 아이들을 위한 요즘 K-POP 작사 수업』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