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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덕후로운 생활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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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07-04 11:10 조회 81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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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감독의 Q&A:

좋아하는 마음을 말한다는 것


오세연 <성덕> 영화감독, 『성덕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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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큐멘터리 영화 <성덕>을 만든 오세연입니다. <성덕>은 청소년기 우상으로 삼았던 스타가 범죄자로 밝혀지면서 실망과 분노, 슬픔이라는 감정을 겪으면서 출발하는 영화입니다. 감독인 제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상처받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우리에게 덕질은 무엇이었는지, 누군가의 팬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건지 대화한 기록입니다. 나아가 마음껏 사랑하기 어려운 시대에 다시 누군가의 팬이 될 수 있을지 질문하고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 돌아보는 영화입니다. 극장 개봉 당시에는 마케팅팀에서 ‘X성덕의 덕심 덕질기’라는 귀여운 로그라인(짧은 문장으로 정리한 이야기의 설정문, 콘셉트를 함축한 것)을 붙여 주셨는데요. 아마도 영화에 대한 가장 간단하고 정확한 소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를 만들며 쓴 글들과 영화를 만든 후의 소회를 담은 필름 에세이 『성덕일기』도 출간했고요. 최근에는 밀리의 서재에서 단식원 체험기 「지금 굶으러 갑니다」를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영화를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이기도 합니다.


 

 

Q. “분노에 차서 카메라를 들었다”는 내레이션으로 막을 여는 영화 <성덕>을 제작하고자 마음먹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애정한 시간이 깊었기에 이를 다른 형태로 구성하고자 했을 때 어떤 어려움을 겪으셨는지 궁금해요. 


A. 사건(좋아했던 스타가 성폭행 혐의로 범죄자임이 밝혀진 일)을 마주한 후로, 제가 처한 상황을 아는 주변 사람들이 영화로 만들어 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저도 괜히 솔깃하기도 했고, 떠난 팬들과 남아있는 팬들을 지켜보면서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처음에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먹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잖아요. (웃음) 영화를 만들면서 제가 마주할 감정의 소용돌이나 어려움들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꽤 자신 있게 시작했던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후로는··· 그야말로 수난시대였죠. 어려운 점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요, 하나는 예상하시는 대로 감정적인 부분입니다. 강제로 탈덕을 하게 된 상황은, 어떻게 보면 예기치 않은 이별을 마주한 것과도 비슷한데요. 그렇다 보니 그 사람에 대해서 더 이상 보거나 듣지 않고, 감정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사건 이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작업을 시작했어요.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갖지 못한 상태로 영화를 만들었고, 나중에서야 떠밀려오는 감정들 때문에 꽤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영화를 끝까지 완성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커졌고요. 두 번째로 힘들었던 점은 기술적인 문제들인데요. <성덕>은 제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학부를 1년 반 정도 다니다가 휴학을 하고 만든 영화예요. 촬영 수업마다 지각하거나 과제를 안 했었는데, <성덕>을 만들면서는 대부분 장면들을 제가 직접 찍으면서 수업을 제대로 들었어야 했다는 후회가 마구 밀려오더라고요. 감독들이 절대 하지 않을, 부끄러워서 다 말할 수도 없는 실수를 정말이지 잔뜩 했습니다. 메모리 카드를 놓고 촬영을 하러 간 적도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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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가 범죄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팬들 역시 조롱거리가 됐던 현실을 열 명의 팬 인터뷰를 통해서 조망하셨는데요. 팬들이 입는 마음의 상처를 '2차 가해'라고도 하셨지만, 한편으론 통증을 나누며 연대한 시간이 소중해 보였어요. 인터뷰하며 어떤 발견을 하셨나요?


A. 누군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소연 파티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제게는 친구들 한 명 한 명을 만나는 과정이 마치 어떤 정거장을 지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영화라는 여정 안에서, 인터뷰이라는 정거장을 거치지 않으면 절대 목적지까지 닿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비슷한 상처를 받은 친구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었던 말들을 친구들의 입으로 들을 때 가장 놀라웠어요.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구나, 우리 모두 같은 마음이구나, 하고 확인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동시에, 서로의 감정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위로받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고, 나 스스로도 위로받고 싶다는 마음은 없었는데도요.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내게 이런 시간이 정말로 필요했다는 거, 나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이 필요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위로와 연대라는 것이 생각보다 거창한 게 아니라 그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걸 인터뷰를 하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인터뷰에서 들은 말들이 영화가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Q. 『성덕일기』에서 "누군가가 만든 무지개 속에서 이게 사실은 신기루였구나, 하고 돌아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대목이 와 닿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신기루가 아닐 수 있도록, 나의 덕질을 객관화한 비결은요? 


A. 무언가에 한창 빠져있을 때, 그런 상태의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건 어쩌면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영화를 만들면서, 덕질을 할 때의 마음가짐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한창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을 때는 즐거운 일만 가득해서 절망적인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덕질이 끝나도 덜 상처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영화를 만들면서야 하게 됐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내가 그 사람을 잘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 사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내가 보고 있는 그 사람의 모습이 다가 아니니까요. 특히나 연예인을 좋아할 때는,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 노출할 수 있는 부분만 보여 주게 되니까 내가 보고 있는 모습은 그 사람이 ‘보여 주고 싶은 모습’ 또는 ‘보여 줄 수 있는 모습’일 뿐이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싶겠지만, 사실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에,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늘 인지하는 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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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사랑하기 어려운 시대, 좋아하는 마음을 돌아보는 영화 <성덕> 중 한 장면 

 


Q. 십 대부터 아이돌을 열렬하게 좋아하는 현상을 하위문화로 여기고 사회적 트라우마를 겪어도 울타리는커녕 꼴불결 취급하는 어른들이 많습니다. 팬덤 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 같기도 해요. 스타를 좋아하는 자녀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특정 지식이 필요한 걸까요?


A. 저는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 본 적이 없고 저희 엄마 역시 누군가의 팬인 저를 나름대로 지지해 주셨기 때문에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싶기는 한데요. 그래도 자녀들과 대화를 많이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사람이 청소년기를 경유해 성인이 되잖아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청소년기는 감정적인 변화도 많고, 학업에 집중하고 친구 관계를 돌보고, 진로 찾기에 주력하는 등 고민이 많은 시기입니다. 삭막한 청소년기에, 나를 반드시 행복하게 하는 어떤 요소가 있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잖아요. 지나치지 않은 정도라면 취미 생활이라 생각하고 어느 정도 허락해 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저에게는 청소년기의 덕질이 ‘버틸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했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 줬거든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다 같이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해 이야기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건 청소년기의 특권이니까, 존중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요즘에는 모녀가 함께 ‘입덕(덕질을 시작하는 것)’해서 ‘오프(콘서트, 사인회 등 스타를 만날 수 있는 현장)’를 뛰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좋아하는 마음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조금은 믿고 지켜봐 주세요!

 


Q. 마음껏 사랑하는 일을 지속해 온 사람을 깎아내리는 말은 지금도 넘쳐 납니다. 팬덤 문화를 접하는 초심자가 지양하고 지향해야 할 태도를 꼽아 본다면요?


A. 모든 집단이 다 그렇겠지만, 팬덤은 유독 내부와 외부의 시선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그동안 매체에서 다루어 온 팬덤의 모습이 단순하고 무식하게 묘사되었고,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인지 하위문화 취급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팬덤도 작은 사회입니다. 좋아하는 대상이 같다는 이유로 모이게 된, 어쩌면 가장 순수한 형태의 집단인 것 같기도 해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아니고 더 많이, 더 잘 사랑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잖아요. 어떤 집단이든 문제점이 존재하지만, 일부의 모습만으로 전체를 판단하지는 말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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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모두는 "무언가를 좋아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기에 덕후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게 예찬받아 마땅합니다. 오늘의 덕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싶나요?


A.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라는 말도 있잖아요. 내가 속하는 사회에서, 무언가의 ‘덕후’인 나를 숨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존재하는 거죠. 우리가 살아가면서, 좋아하고 미워하고 사랑하고 상처받는 일은 무척 자연스러운 거잖아요. 그 대상이 누구든지 간에, 뭔가를 응원하고 아끼는 마음 자체를, 누군가의 팬인 나 자신을 좀더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봐 주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덕질하고 있는 모든 분들, 마음껏 행복하시고 마음껏 사랑하시길 바라요. 나중에 돌아봤을 때 분명 후회 없이 의미 있을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만끽하시면 좋겠습니다.



알아 두면 쓸모 있는 덕후 사전 



이수아 서울창신초 사서


학교도서관 사서는 10대들과 함께하는 직업인데, 그들의 언어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 급식체를 인터넷과 책으로 독학했었다. 자신만만하게 도서관에 온 아이들에게 응용하면 그땐 이미 사장된 단어가 되어 버려 곧 관뒀지만. 대신 ‘아이돌’로 접근하면 되었기에 포기가 빨랐던 것도 있다. 톱스타가 없던 시절 그러니까 10명에게 물으면 10명 모두 좋아하는 그룹이 달랐던 ‘스타 전국시대 시절’부터 필자는 아이돌 덕후 대장으로 활약했다. 덕후가 아니더라도 덕후 용어를 알아 두면 쓸모가 있다. 일단 어린이·청소년 이용자들과 대화가 된다. 아이돌 세계를 아는 자, 아이들 세계와도 가까워질지니! 관련 용어를 알아보자.



겸덕, 늦덕, 탈덕, 휴덕

나는 늦덕(늦게 입문한 덕질러)이자 겸덕(겸하는 덕질러)이다. 늦덕 시기를 데뷔 후 몇 년으로 정해 놓진 않지만 2013년 데뷔한 아이돌에게 2021년에 입덕했으니 늦덕이 맞다. ‘철새팬’ 같아 겸덕은 아이돌 판에서 환영하지 않지만 가요계 조상을 같이 덕질하니 난 예외로 삼아줬다. 휴덕(덕질 휴지기)은 자연스레 겪었으나 탈덕(덕질 졸업)은 생각도 해 본 적 없다. 발라드 조상께선 갈수록 신곡 내는 시기가 늦었다. 남친이 입대해 있는 동안 앨범을 내지 않는 비활동기(활동기를 성수기, 비활동기를 비성수기로 부르기도 한다) 덕분에 휴덕을 맞이했다. 고무신을 거꾸로 신을 수도 있는 기간이지만 휴덕은 할지언정 탈덕은 없었다. 이젠 30년이 넘었는데 그 세월 아까워서라도 더더욱 탈덕은 못 하겠다. 


눈밭, 피켓팅, 포도알, 이선좌

전성기 때조차 발라드 조상의 콘서트는 앞자리냐 뒷자리냐를 다투는 피켓팅이었다면, BTS 콘서트는 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피켓팅으로 전 세계적 싸움이다. 좌석을 고르는 건 사치, 자리가 어디든 ‘포도알’ 쟁취가 관건이다. 티켓팅 시 선택 가능한 좌석이 보라색이라 포도알이라고 한다. 예매시간 정각에 예매 버튼을 클릭해도 수요가 높은 공연일수록 대기자가 많고, 타는 속으로 대기열을 뚫고 예매창에 도달한들 누르는 포도알마다 ‘이미 선택한 좌석입니다(이선좌)’ 알림창이 뜬다. 더 최악은 포도알은 보지도 못하고 눈밭만 맞이하는 것으로 이미 모든 좌석이 매진된 거다.



덕계못은 성덕을 꿈꾼다

덕계못은 ‘덕후는 계를 못 탄다’는 줄임말로 덕질하는 대상을 가까이 보거나 만나기 어렵다는 의미로 성덕과 반대의 뜻이다. 요즘은 성덕의 의미가 다큐멘터리 영화 <성덕>을 만든 오세연 감독의 말처럼 변화하고 있어 감독님의 말을 옮겨 보겠다. “(옛날엔) ‘몇 번 만났나’, ‘몇째 줄에 앉았나?’ 같은 정량적인 것들을 따졌는데··· 내가 오랫동안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것, 그 시간 자체가 너무 행복한 것, 그래서 좋아하면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덕후가 성공한 덕후인 것 같아요.” 

덕메, 홈마
2002 월드컵 당시 왜 시청 광장으로 사람들이 모여 응원을 했겠나. 혼자보단 함께 관람하는 게 더 즐거워서다. 덕질도 마찬가지, 덕질을 함께하는 친구인 덕메(덕질 메이트)와 함께할 때 덕질이 훨씬 재밌다. 덕후에겐 덕메가 미래라는 말이 있고 현생(현실의 삶을 일컫는 신조어) 친구보다 가깝고 편하기도 하다. 승훈 오빠 덕메들과는 벌써 16년째, 현생의 절친이 된 지 오래다. 홈마는 전문가용 카메라로 아이돌을 찍는 사람을 뜻한다. 온라인으로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요즘은 더욱 발전하여 사진 전시회나 영상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덕후들의 윤택한 덕질을 돕는다. 믿기지 않겠지만 발라드 조상에게도 홈마가 있었고 당시 싸이월드에서 아티스트만큼 인기를 누렸다.

멜지벅플바스애, 써방

아이돌 덕후들의 또 다른 전쟁터인 음악 차트 멜론, 지니, 벅스, 플로, 바이브, 스포티파이, 애플뮤직의 줄임말이 ‘멜지벅플바스애’다. 멜지벅플바는 국내, 스애는 글로벌 차트였는데 멜론과 플로가 빌보드에 반영되어 글로벌 차트가 되었다. 그룹들끼리 경쟁이 치열해 차트는 팬덤 사이서 매우 예민하므로 써방(서치(search)와 방지의 합성어) 차원에서 서양수박(멜론), 진희 또는 램프(지니), 벌레(벅스), 파이(스포티파이) 등으로도 표현한다.

스밍, 팬챈트
가수 덕질의 꽃은 스밍(음원 스트리밍)과 팬챈트(떼창)를 꼽을 수 있다. 스밍은 음악 차트 상위권에 오를 수 있게 하는 응원법으로 내 아이돌에게 애정을 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팬챈트는 공연문화가 자리 잡으며 발전했다. 따라 부르며 소리 높여야 할 구간과 낮춰야 할 구간이 다르고, 간주와 간주 사이에 멤버 이름과 그룹명을 외치기도 하고 박수까지 겸하는 구간이 있다. 1990년에 데뷔한 신승훈은 비활동기에 핑클, HOT 등 1세대 아이돌 팬덤의 팬챈트를 부럽게 봤고, 2002년 8집 컴백 콘서트에서 자신이 만든 팬챈트를 팬들에게 가르쳤다. 너무 하고 싶다며 팬챈트를 부탁하는 가수의 요청으로 특정 구간마다 원하는 동작과 구호 “승훈짱”을 신명나게 외치며 2년 만에 돌아온 내 가수를 반갑게 맞이했다.

엠디, 굿즈, 공식 굿즈, 비공식 굿즈
엠디는 앨범, 콘서트, 팬미팅 등을 기념하기 위한 굿즈를 의미한다. 소속사에서 만든 공식 굿즈와 팬들이 만든 비공식 굿즈로 나뉘며 콘서트장에 가면 수많은 덕후들이 동일한 아이템을 착용한 진풍경을 볼 수 있다. 나름의 기준을 두고 합리적 소비를 했으나 내 방이 굿즈들로 점령된 건 금방이었다. 김 여사는 딸의 방에 웬 시커먼 남정네가 있어 식겁했다며 저런 커튼을 또 어디서 구했냐 째려보셨다. 엄마 아들보다 잘생기고 예뻐서 보기만 해도 배부르구먼.

용병, 취켓팅, 플미, 굴비석
슈가의 서울 공연은 이틀 모두 팬클럽 추첨제로 당첨자 중 취소한 자리만 예매석으로 나왔다. 예매일에 퇴근 후 PC방으로 향했다. 결과는… 나 포함 용병들까지 눈밭만 실컷 봤다. 피켓팅에 참전하는 용병 6명을 섭외했으나 BTS 슈가의 높은 인기에 경악하며 실패를 톡으로 알려 왔다. ‘플미’는 정가에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업자를 칭하며, 이번 슈가 콘서트는 400만 원(정가22만 원)까지 호가하는 거래 티켓이 나왔다. 국내는 플미 거래가 불법으로 이를 근절하고자 공연장에서 신분증을 꼼꼼하게 확인하니 암만 간절해도 암표를 사선 안 된다. 시시때때로 예매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취소 티켓을 노리는 취켓팅에 도전 중이다. 천장에 묶은 줄에 매달려서 공연을 봐도 좋으니 제발 굴비석이라도 마련해 주길. 

일코, 덕밍아웃
덕질을 밝힐 것인가, 숨길 것인가. 10때의 덕질은 철없으니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어느 정도는 존중받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아이돌을 좋아한다 하면 원하지 않는 훈수를 받는다. 이게 싫어 일코(일반인 코스프레), 즉 팬이 아닌 척했다. 학교 말고 몇 년간 몸담았던 일터가 있었다. 주말에 당직제로 근무했다. 근무 직전까지 주말 당직자가 정해지지 않아, 상사는 당시 막내였던 내게 결혼식이 예정된 게 아니면 나오라 했다. “저는 비싼 남자와 데이트가 있어요. 이미 돈을 냈고 1대 몇만 명으로 그 남자의 말만 들으며 저의 반응은고작 ‘꺄악!’일 뿐이지만 저는 가야만 해요.” 이토록 화려하게 발라드의 황제 팬임을 덕밍아웃(덕질 커밍아웃)했다. 

입덕 요정, 덕통사고, 입덕 부정기, 회전문
그룹마다 팬으로 유입시키는 멤버를 입덕 요정이라고 하는데, 돌이켜보면 난 태형이(V)로 입덕한 것 같다. 노래는 알았으나 아이돌엔 관심 없을 때에도 <DNA>(‘LOVE YOURSELF 承 Her’ 앨범의 타이틀 곡)에서의 묵직한 저음에 반했다. 보컬 라인의 고음과 랩퍼 라인의 저음을 조화롭게 잡아 주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난 발라드가 좋아’ 하며 애써 좋은 감정을 묻으며 입덕을 부정했다. 이후, 뽀얀 얼굴로 아이돌이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은 날것 그대로의 랩을 내뱉는 윤기에게 덕통사고(갑자기 어떤 대상에 몹시 집중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를 당했고 입덕 부정기(자신이 어떤 분야나 사람을 좋아하기 시작했음을 부정하는 시기)를 청산했다. 방탄소년단에 빠져드는 덕통사고로 태형, 윤기에 이어 지민, 남준(RM), 정국, 제이홉, 진에게까지 회전문을 돌며 앓이 중이다.

포카, 랜포
최근 한 학생이 누군지 맞춰 보라며 불쑥 포카(포토 카드)를 내밀었다. 아이돌 대장으로서 체면 구겨지게 알지 못했다. “선생님은 남돌(남자아이돌)을 더 좋아해서 여돌(여자아이돌) 멤버는 잘 모른다고 했잖아.” 학생은 어떻게 노래도 잘하고 예쁜 아이브의 레이 누나를 모르냐며 삐쳐 도서관을 나갔다. 세븐틴 13명은 다 알아도 아이브는 예능 프로 <뿅뿅 지구오락실>에 나오는 유진밖에 모르겠는 걸 어쩌랴(흥). 대개 앨범을 사면 신용카드 크기의 멤버들 포카가 딸려 있다. 랜포(랜덤 포토 카드)여서 최애 포카이길 바라는 덕후는 앨범 개봉 전 의식을 치르기도 한다.

현생, 덕생, 어덕행덕
덕후들은 현생(현실 생활)과 덕생(덕질 생활)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다. 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기 위해선 한쪽에 매몰되는 걸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귀하디귀한 내 스타에게 엉뚱한 불똥이 튕기지 않도록 나의 현생도 열심히 가꾸게 된다.

흔한 위계가 없는 덕후의 세계
덕후의 세계엔 직위도 나이도 없다. 그저 애정하는 대상만이 있다. 올 3월 윤기 없는 윤기 생일파티(덕후들에게 아티스트의 데뷔일과 생일은 국경일과 같고 팬들끼리 기념하며 축제처럼 즐긴다)에 초대되어 갔다. 다양한 연령층의 윤순이(윤기가 최애인 아미)들이 모였고 직업 등 사생활은 본인이 말하면 모를까 굳이 캐묻지 않았다. 다만 언제 입덕했는지, 실물을 본 건 언제였는지, 실물을 봤다면 그날의 온도와 분위기 등을 물었다. 덕질이 아니었다면 학교 밖 직업군을, 그리고 폭넓은 세대들을 만날 일이 있었을까. 어떤 이해관계도 없이 순수한 애정만으로 공감하고 용기도 얻으면서 행복으로 충만하다. 그래, 바로 이게 덕질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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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겜'의 결정체,

로스트아크를 소개합니다

 

권경진 서울 영등포여고 사서교사


누군가 내게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게임이라고 대답한다. 학생들과 수업이나 동아리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이면 보통 ‘진진가 게임(나를 소개하는 세 가지 문장 가운데 한 가지는 가짜로 설정하여 참과 거짓을 맞히는 게임)’을 하는데, 그때마다 “내 취미는 게임이다.”라는 문장을 꼭 넣는다. 학생들은 대부분 이 문장 때문에 고민에 빠지곤 한다. 여가 시간에 게임을 주로 한다고 하면 대체로 인식이 좋진 않다. 건전하지 못하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물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하면서 게임에만 빠져 있는 것은 문제가 맞다. 하지만 여가 시간에 신체적·정신적·경제적으로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게임을 즐긴다면 이 또한 하나의 문화생활로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건전하게 게임을 즐긴다면 분명히 매력적인 취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친구들과 게임이 취미인 게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오면 좋겠다는 얘기를 종종 한다. 이번 호에서는 요즘 내가 열정적으로 몰두하며 덕질하고 있는 갓겜(GOD+게임, 최고의 게임을 지칭하는 은어), ‘로스트아크’ 이야기를 풀어 보고자 한다.



로스트아크와 사랑에 빠지다

입문의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은 남동생이었다. 동생과는 이전에도 ‘메이플스토리’, ‘테라’와 같은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온라인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미션, 업적 등을 달성하는 게임)를 같이 했었다. 동생이 4년 전쯤부터 “로스트아크라는 게임이 있는데 재밌더라, 누나도 같이 하자”라고 권유했지만, 그땐 다른 덕질에 빠져 있었을 때라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보니, 남편의 취미도 게임인지라 집에 게임방을 하나 두게 됐다. 이왕 같이 사는데 같이 게임 한번 해 볼까 하여 로스트아크를 2년 전부터 시작했다.

로스트아크는 직업을 정해 캐릭터를 생성하고, 여러 콘텐츠를 통해 레벨을 올리고 장비를 강화하면서 내 캐릭터를 육성하는 게임이다. 로스트아크는 ‘아크라시아’를 침략하려는 악마들과 맞서 싸우는 것이 주된 배경 이야기이다. 다양한 대륙들을 방문하여 왕의 기사가 되기도 하면서 족장의 친구가 되기도 하고, 다양한 모험을 즐긴다. 로스트아크는 영상미가 좋고 스토리도 재밌다.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다가 감동적이거나 슬픈 이야기들을 많이 접해 운 적도 많다. 새로운 직업의 캐릭터를 키울 때마다 메인 퀘스트를 다시 해야 하는데, 메인 퀘스트를 건너뛸 수 있는 점핑권도 있긴 하지만, 일부러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스토리를 보기도 한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재탕’, ‘삼탕’하는 것과 비슷하다. 오히려 캐릭터마다 성별과 종족이 달라 같은 스토리인데도 다른 느낌이 나기도 한다. 로스트아크를 덕질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여태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게임들의 집합체였기 때문이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처럼 벌목, 채집, 낚시, 채광도 하고, ‘마인크래프트’처럼 벌목, 채집, 낚시, 채광 등의 결과물로 아이템을 만들어 나의 영지(인게임에서 집과 마을을 의미하는 개념)를 예쁘게 꾸밀 수도 있다. ‘메이플스토리’처럼 캐릭터를 예쁘게 꾸미는 것도 가능하다. 메이플스토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로스트아크는 옷을 사면 염색이 가능해 같은 옷이더라도 남들과 다르게 색깔, 광택, 패턴 등으로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다. 지금은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인 ‘테라’처럼 캐릭터를 만들 때 눈, 코, 입, 머리 색깔 등을 하나씩 조절하여 외형도 내 개성대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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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아크 배경화면과 환하게 빛나는 모코코 무드등 


핸드폰 게임 중 캐릭터나 마을을 꾸미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게임들도 종종 했다. 로스크아크를 덕질하는 두 번째 이유는 캐릭터들이 다 귀엽고 다 예쁘다는 것이다. 내 캐릭터야 내 취향대로 입히고 꾸몄으니 당연한 것이지만 무료로 주는 ‘펫(캐릭터의 성장을 돕거나 외형을 꾸미는 데 일조하는 크리처)’조차 정말 귀엽다. 게임 내 배경 그래픽도 대륙이나 섬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예뻐서 가는 곳마다 스크린샷을 남긴다. 내가 내 캐릭터에 취해 컴퓨터 바탕화면을 캡쳐한 캐릭터로 설정한 적도 있다. 특히 모코코라는 캐릭터가 정말 귀여워서 굿즈를 사 모으는 재미가 있다.
로스트아크의 최고의 장점은 “내실”이라는 콘텐츠다. ‘내실을 다진다’에서 나온 말로, 로스트아크에서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선 레벨을 올리거나, 장비를 강화하는 것 외에도 내실을 성실히 해야 한다. 내실을 하기 위해서는 아크라시아의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NPC(비플레이어 캐릭터)와 대화하여 호감도를 쌓거나, 대륙의 지역 특산품으로 요리를 만들고, 대륙 곳곳에 흩뿌려져 있는 ‘모코코’라는 씨앗을 주워야 한다. 모험을 하며 미술품이나 항해물도 수집해야 하고, 필드 보스도 잡아야 한다. 내실을 잘 다지면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는 포인트를 주기도 하고 캐릭터의 힘, 매력, 지성 등의 성향도 쌓을 수 있다. 할 것이 정말 많다 보니, 질릴 새가 없다. 내실을 하나씩 해 나가는 뿌듯함이 있다. 비슷한 종류의 MMORPG 게임은 많지만 로스트아크를 더 오래 할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는 내실에 있다. 내실은 캐시를 충전하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내실이 다져진다. 


모니터 속 나의 소중한 친구들

게임을 덕질하려면 당연히 매일 게임에 접속해 출석체크를 해야 한다. 로스트아크는 일일 숙제와 주간 숙제가 있다. 일일 숙제는 매일 던전에 가서 몬스터들을 죽이고 강화 재료를 보상으로 받아오는 것, 가디언을 토벌하는 것, 대륙마다 있는 NPC들의 의뢰를 해결해 주고 보상을 받는 것, NPC들에게 말을 걸거나 선물을 줘서 호감도를 쌓는 것 등이 있다. 레벨에 따라서, 캐릭터 수에 따라서 숙제의 양은 변한다. 모든 캐릭터의 숙제를 다 하면 캐릭터 육성이 빨라지지만, 나는 그날그날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즐기고 있다. 
주간 숙제는 악마군단장들을 처치하는 레이드를 하거나 주간 퀘스트를 완료하고 보상을 받는 것이다. 레이드는 보스 몬스터를 공대원들과 함께 협력하여 무찌르는 콘텐츠다. 적게는 4명, 많게는 8명이 함께한다. 직업과 포지션이 다양하다 보니 공대 구성원에 따라 시너지가 높아지기도 하고, 시너지를 전혀 못 받기도 한다. 그래서 길드 체제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팀을 이루고 포지션을 정하여 레이드를 가거나 다른 협동 콘텐츠들을 함께 즐기기도 한다.
로스트아크는 신규 캐릭터가 생성되면 이름 옆에 모코코 씨앗 딱지를 붙여 준다. 그래서 이곳에선 초보 유저들을 ‘모코코’라고 부른다. 모코코들은 내실을 하거나 레이드를 돌 때 지나가던 ‘고인물(고여 버린 물, 게임을 오랫동안 즐겨서 고수에 반열에 오른 플레이어를 뜻함)’들의 도움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이것도 내겐 하나의 감동 포인트였다. 상대방이 모코코면 일단 다들 도와주고 가르쳐 주고 기다려 준다. 내가 모코코였던 시절, 게임 진행에 도움을 받고 레이드를 같이 다닐 사람들을 찾기 위해 길드에 가입했다. 길드원들은 인벤토리(Inventory, 플레이어가 획득한 아이템과 물품을 보관하는 장소) 정리도 미숙한 나에게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씩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첫 레이드를 도와주면서 공략을 세세하게 가르쳐 주었다. 지금도 길드 사람들과 매일 디스코드(Discord, 게이머와 일반 사용자들이 간편하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음성 채팅 프로그램) 통화를 하며 숙제를 수행하고, 게임 팁을공유한다. 이번엔 누가 딜러로 갈지, 서포터로 갈지, 레벨이 높은 강한 캐릭터로 접속할지, 보상을 먼저 획득해야 하는 캐릭터로 갈지 상의하면서 협동 플레이를 즐긴다. 길드 사람들 덕분에 로스트아크에 잘 적응하고 푹 빠질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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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원들과 같은 종족의 캐릭터로 모여서 춤을 추는 모습 


길드원들은 온라인으로 알게 된 사람들이다 보니 연령대도 다양하고 서울뿐 아니라 충남, 울산, 부산, 인천 등 전국 곳곳에 살고 있다. “목포 놀러 갈 건데 맛집 아시는 분?” 물어보면 현지인이 인정한 맛집부터 인근의 분위기 좋은 카페까지 세세하게 추천받을 수 있다. 특별히 가깝게 친해진 사람도 몇 명 있는데 이 중 한 사람은 충남에서 근무하고 있는 고등학교 정보 교사다. 그 친구와는 직업이 같아서 사적인 대화도 많이 한다. 학교 관리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컴퓨터실 리모델링을 하며 어려움이 생겼을 때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기도 한다. 최근에 이 친구를 포함한 길드원 4명과 실제로 만나 막차 시간까지 놀기도 했다. 다들 직업도 다양해서 게임 얘기 말고도 내가 모르는 세상 얘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로스트아크를 덕질하고 난 후로는 유튜브 알고리즘도 많이 바뀌었다. 레이드 공략이나 직업별 육성 방법들을 찾아보다 보니, 게임 영상들이 늘 알고리즘에 뜬다. 예전에는 아이돌 안무 영상으로 가득했었는데 이제는 게임 채널들이 대부분이다. 레이드 공략부터 게임 스토리 요약 영상, 게임하다가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 로스트아크를 하는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유머 영상 등 게임을 안 하는 순간에도 계속 로스트아크를 보고 있게 된다. 
<학교도서관저널>에 로스트아크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원고를 마무리하는 지금까지도 정말 신기한 노릇이다. 아이돌, 프로야구, 유튜버 등 평생 덕질을 해 오긴 했지만 여러 가지 사유로 휴덕과 탈덕을 반복하다 로스트아크 덕질에 이르렀다. 이번 덕질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함께하는 동생과 친구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게 좀더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수요일, 로스트아크의 주간 숙제가 리셋되어 새로운 주간 숙제를 시작하는 요일이다(그래서 유저들은 수요일을‘로요일’이라고 부른다. 이번 주의 시작은 월요일이 아니라 로요일이다). 친구들과 얼른 퇴근하기를 기다린다. 앞으로는 게임 덕질이 조금은 더 긍정적인 취미로 인식되기를 바라 본다.


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3 <학교도서관저널> 7+8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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