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언택트 독서, 도서관 활동[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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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5-26 13:10 조회 11,656회 댓글 1건본문
어린이를 위한 홈스쿨링 독서 전략
염광미 화성 예당초 사서교사
학교가 문을 닫았다. 교육부는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날마다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학교도서관도 문을 닫았다. 그런데 아이들의 독서권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대책도 없다. 독서는 단지 개인의 기호와 선택의 문제일까? 학교도서관진흥법에 따라 전문 인력에 의해 운영되는 학교도서관이 늘어나면서 스스로 책을 선택하고 꾸준히 읽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던 터였다. 또 정보활용교육과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의무화되는 등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학교도서관은 당황했다. 오프라인 개학이 이뤄지더라도 학교도서관은 다중이용시설로 분류되어 한동안 폐쇄될 확률이 높다. 전자책, 오디오북 등 몇몇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않다. 안타깝지만 각개전투로 헤쳐 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의 독서할 권리를 위해.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독서 전략
비록 도서관 이용은 어렵지만, 집에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독서활동 몇 가지를 소개한다. 일명 홈스쿨링 독서 전략. 여기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우선 어렵지 않아야 한다. 지속적이어야 한다. 흥미로워야 한다. 재미있는 홈스쿨링 독서 전략을 잘 활용한다면 아이들의 독서 습관이 생기고 독서 실력이 좋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1. 온 가족이 함께 낭독하기
가족이 함께 같은 책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이다. 먼저 공공도서관이나 인터넷서점을 이용하여 가족이 함께 읽을 책을 선택한다. 가족이 각자 한 권씩 보면 좋겠지만, 두 명에 한 권씩 봐도 좋다. 시작하기 전에 낭독 규칙을 정한다.
낭독 규칙 예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8시에 읽어요.”
“또박또박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요.”
“다른 사람이 읽을 때는 잘 들어요.”
책이 준비되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돌아가며 한쪽씩 낭독한다. 간식을 먹으면서 읽으면, 독서와 달콤함이 연결되어 책을 더욱 좋아하게 만들어 준다. 낭독 중에 어려운 단어가 나오거나 토론 거리가 생기면 잠깐 중단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면 쿡쿡 웃음이 나오고, 슬픈 장면이 나오면 눈물이 핑그르르 돌기도 하는데, 그 감정이 옆 사람에게도 전해져서 감동을 배로 느낄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가장 인상 깊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질문을 할 때 ‘왜’, ‘만약’, ‘어떻게’를 넣으면 생각을 자극할 수 있다. 황금 같은 문장을 만나면 필사를 함께해도 좋다.
2. 책 없이 책 내용 상상하기
책 없이도 책의 일부분을 보고 주인공이나 내용을 상상해 보는 활동을 할 수 있다. ‘교보문고’, ‘인터파크 도서’, ‘yes24’, ‘알라딘’ 등 인터넷서점에서 제공하는 책 내용의 일부를 활용하면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인터넷서점 사이트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찾아 미리보기 페이지를 끝까지 본 후 그 뒤의 이야기를 상상해서 써보는 것이다. 뒷이야기를 쓸 때는 마치 자신이 작가인 것처럼 감상은 빼고 써야 한다. 줄거리를 쓰듯 인물, 인물의 변화, 사건, 사건의 결론 정도만 간단하게 쓴다. 다 쓴 후에는 가족에게 읽어 준다. 이야기로 쓰기가 어렵다면 ‘뒷이야기 상상화 그리기’를 한 후 적당한 장소에 붙여 전시한다. 오프라인 개학 후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뒷부분을 마저 읽는다면 완벽한 독서활동이 될 것이다.
3. 스피드 책 게임
책으로 하는 스피드 게임은 최소한 두 명 이상이 필요하다. 부모와 아이, 형제, 자매 모두 훌륭한 게임 친구가 될 수 있다. 더 흥미진진하게 즐기려면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이긴 사람에게 줄 작은 선물을 미리 준비한다.
책 제목 첫소리 퀴즈
먼저 A4 용지 1/4 크기 정도의 종이를 여러 장 준비한다. 그러고 나서 각자 자신이 알고 있는 책이나 옛이야기의 제목 또는 집에 있는 책 제목의 첫소리(초성)만 종이에 적는다. 한 장에 한 권의 첫소리만 적고, 상대방이 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여러 장이 준비되면 상대방에게 한 장씩 보여 주며, 제목 맞히기 게임을 한다. 문제가 조금 어렵다면 힌트를 준다. 제목 대신 책 속 주인공의 이름으로 할 수도 있다.
책 제목 스무고개
이 게임은 책이 없어도 할 수 있다. 먼저 한 사람이 어떤 책이나 이야기의 제목을 마음속으로 떠올리면, 상대방이 스무 번까지 질문을 하여 제목을 맞힌다. 원칙적으로 질문은 “옛이야기인가요?”, “도깨비가 나오나요?”와 같이 “예”와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 간단한 단어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다섯고개, 열고개 등으로 질문 개수를 조정할 수 있다.
책 속 ○○ 문장 찾기
웃긴 문장, 슬픈 문장, 화나는 문장 등 책 속에 있는 다양한 문장들을 이용하는 게임이다. 먼저 각자 집에 있는 책 중에서 한 권씩 고른다. 얇은 책보다 두꺼운 책이 좋고, 읽은 책보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더 좋다. 각자 책을 덮고 있다가 한 명씩 돌아가며 ○○문장 찾기 문제를 낸다. 문제를 낸 사람을 포함하여게임 참가자들이 동시에 책을 훑어보며 문제에 가장 적합한 문장을 재빨리 찾는다. 먼저 찾은 사람이 손을 들고 그 문장을 모두에게 읽어 준다. 문제에 딱 맞는 문장일 경우 나머지 사람들이 공감의 의미로 손가락 하트 표시를 해 준다. 마지막에는 지금까지 나온 문장 중 오늘의 명문장 뽑기를 하고 뽑힌 사람에게는 작은 선물을 준다.
책 속 ○○ 문장 찾기 문제 예시
“배꼽 빠지게 웃긴 문장을 찾아라!”
“눈물 나게 슬픈 문장을 찾아라!”
“구린 냄새가 나는 문장을 찾아라!”
“가장 사랑스러운 문장을 찾아라!”
앞으로의 독서교육을 대비하며
지금까지는 인쇄된 책이 전자책보다 장점이 더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특히 공교육에서 도외시되어 왔던 전자책이 전환점을 맞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1인 1스마트패드’를 갖추게 될 것이고, 전자책의 활용이 일반적인 모습이 될 것이다. 독서교육도 디지털기술을 활용하게 될 것이다. 매리언 울프는 『다시, 책으로』에서 어린아이들에게 ‘양손잡이 읽기 뇌’를 키워 주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양손잡이 읽기 뇌’란 인쇄 기반 읽기 능력과 디지털 기반 읽기 능력을 모두 갖춘 뇌를 말한다. 앞으로 독서교육을 할 때는 종이책 읽기 교육과 함께, 스크린으로 책을 읽는 동안 이해한 것을 규칙적으로 점검하고 세부 내용을 기억하는 훈련을 꼭 시켜야 할 것이다. 학교도서관의 미래 모습이 궁금하다.
초등학교에서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활용하기
양소라 서울금북초 사서교사
왜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인가?
2016년 금북초등학교는 학년별 100권 독서퀴즈가 중심이 된 독서인증제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독서교육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히, 도서관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학교도서관의 방향과 프로그램을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교육의 주요 주체들인 학부모, 사서교사, 담임교사 등이 모여 수차례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학생들의 학습활동의 변화와 정보 환경의 발전을 반영하여 오프라인에서 진행되었던 독후활동을 온라인으로 옮겨서 수행하기로 결정했다. 다음으로 온라인 독후활동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활용하기로 했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1년의 독후활동을 체계적으로 확인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는 점, 학급별로 독후활동 진행 상황 파악이 용이한 점, 온라인으로 활동하는 것이 학생에게 적극적인 동기
유발이 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1) 교육과정 재구성
온라인 독후활동은 질적인 면보다 양적인 면을 보게 될 수 있고, 정보 기기 이용 환경이 갖춰져야 가능하다. 또한 집에서 활동할 경우 보호자의 지도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독서교육과정을 재구성하기로 했다. 당시, 본교는 교과교사 TO가 1명을 더 배정받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2017학년도 교육과정을 교과교사 1명, 사서교사 1명이 1∼6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국어(문학) 수업을 하도록 재편성했다. 이 같은 재편성은 독서교육의 재편성이 아니었다. 전체 교육과정 재편성이 함께 이루어져야 했으며, 오프라인 독서교육에서 온라인 독서교육으로 변화하는 것에 대해 교사들의 동의도 받아야 했다.
2) 교사 연수
교사 전체 연수를 통해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의 필요성과 활용 방법을 안내하고 이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 시스템만 도입하고 교육과정에서 활용되지 않는다면 시스템 활용도가 낮아질 뿐만 아니라 참여 학생에게는 학습활동이 추가되는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교사가 시스템 도입에 동의하고 학급에서의 활용방안을 고민하고 공유할 때,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면서 독서활동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 학년을 대상으로 한 지도가 어렵다면 점차적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첫해는 3∼4학년을 대상으로 사서교사가 지도를 하고, 다음해에는 지도를 받은 학생들의 담임교사가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학생들 스스로가 독후활동을 하도록 독려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학년 초 담임교사에게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의 활용 방법과 지도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연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3) 디지털 정보기기
독후활동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온라인 접근을 보조할 수 있는 충분한 디지털 정보기기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정보 접근성이 취약한 학생들을 위한 지원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도서관에 태블릿PC 35대를 비치하고 이를 적극 활용했다.
학년별 온라인 독서교육 내용
본교는 1∼2학년 생태학교, 3∼4학년 독서학교(책으로 크는 학교), 5∼6학년 진로학교로 학년군 특색교육을 하고 있다. 1∼2학년을 대상으로 독서를 위한 기초적인 교육이 이루어졌다. 독서를 지원하는 도서관 이용교육부터 그림책 놀이, 하브루타 등의 독서프로그램과 주제별 책 읽기를 지도했다. 2학년 말에는 3학년부터 시작되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활용을 위해 준비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수업을 진행했다.
2017년도에는 3학년∼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활용한 독서 수업을 진행했다. 2018년부터는 3∼4학년을 대상으로 사서교사가 시스템을 활용한 독서교육 수업을 진행했고, 5∼6학년 학생들은 기존 교육을 바탕으로 스스로 활동하고 담임교사가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였다. 물론 5∼6학년의 경우에도 사서교사가 행정적인 지원이나 Q&A 공간 운영 등을 지원했다.
1) 시스템 활용 전 3학년 학생을 위해 할 일
3학년은 처음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접하게 된다. 3월 말에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활용한 독서수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수업 시작 전 선행되어야 기초 작업은 다음과 같다.
•2학년 아이들에게 겨울방학에 한글 타자 연습을 해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3∼6학년 담임교사들과 교사 연수를 실시하고 교사 및 학생 아이디 생성방법, 시스템 활용방법, 독후활동 우수상 시상 등을 안내한다.
•가정통신문을 통해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안내하고 학생이 원하는 아이디를 수합한다.
•도서관에서 자체적으로 회원가입을 한다. 초등학생은 아이디와 비빌번호 관리가 어려우므로 학교에서 자체 가입과정을 거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충분히 기억하도록 한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활용 독후활동 우수상에 대한 기준표를 3월에 제작하여 학생들의 알림장에 붙일 수 있도록 한다.
•시스템 사용 시, 2년마다 개인정보 동의를 해야 하는데, 초등학생은 동의 작업이 어려우니 교사가 시기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들에게도 미리 안내할 필요가 있다.
2) 3학년 학습내용
3학년은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처음 접하므로 태블릿 PC 활용,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의 기능 및 독후활동,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활용한 ‘한 학기 한 책 읽기’를 중심으로 학습할 수 있다. 구체적인 학습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활용 독서 활동
전체 학생이 학급별로 주 1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1주일 동안 읽은 책 1권을 가지고 도서관에 방문하여 온라인 독후활동을 수행하도록 했다. 학생 중에서 태블릿 PC 도우미를 선발했다. 그리고 그 학생에게 담임교사와 사서교사 지도하에 수업 전에 태블릿 PC를 준비하고 수업 후에 정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또한 독후활동 우수상 시상 제도를 도입하여 학생들의 독후활동 참여를 장려했다.
자칫 독후활동의 양적인 면만 추구될 수 있으므로 교사의 지도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학년별로 일정 글자수 이상 쓰도록 했다. 독서축제 기간에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의 기능 중 하나인 ‘우리 학교 토론방’을 통해 전체 토론을 진행했다. 2019학년도 독서축제 기간에는 우리 학교 토론방에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인정하고 관리하기로 한 WHO 방침을 따를 것인가?”라는 주제로 전체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많은 학생들이 높은 흥미를 보이며 도서관 이용 시간에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학생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으며, 댓글을 통해 반론도 제기하며 뜨거운 토론의 장이 되었다.
독후활동이 끝나면 독서 마일리지를 받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 독서 마일리지는 대출권수를 늘려준다거나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독서 프로그램에 활용할 수 있다. 사이버 독후감 대회도 가능하며, 독서동아리를 운영할 경우 동아리방을 온라인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개선점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활용해서 학생들의 독서를 장려하고, 독후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독서 효과를 높이기 위해 몇 가지 개선되어야 할 점들을 생각해 봤다.
1.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어플로 만들어서 모바일 버전으로 최적화하여 음성 타자가 가능하다면 초등학교 저학년의 활용이 쉽지 않을까 싶다.
2. 추가했으면 하는 기능은 담임교사가 이 달의 우수작을 선정하여 학급 친구들에게 공개할 수 있는 기능과 읽은 책 목록만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이 기능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3. 독후활동을 원하는 도서가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 도서 등록(제목, 저자, 출판 년도 등)을 학생이 직접 해야 하는데, 초등학생들은 출판 년도(제목, 저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느껴서 도서 등록이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데이터베이스와의 연동을 통해 도서를 검색하고 등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다.
홈리딩 프로젝트로 독서 열기를 잇다
김혜연 강화여고 사서교사
코로나19로 누구나 당혹스런 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사서선생님들 역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한 가운데 휴업을 하고 1∼2주를 보냈다. 전국의 몇몇 학교에서는 언택트 도서관 활동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강화여고는 비교적 빨리 논의가 진행되어, 3월 임시 기획회의에서 온라인 학습에 대한 방안을 교과별, 부서별로 고민하고 토의했다. 그리고 내가 담당하는 인문소양부의 ‘도서관과 독서교육’ 관련해서는 ‘홈리딩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대회와 행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언택트 도서관 활동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구체적인 프로젝트 방안을 제안했다.
강화여고 홈리딩 프로젝트 준비하기
학교에서 학생들과 대면하며 진행하던 독서 행사만 하다가 갑자기 온라인 행사를 진행하려다 보면 누구나 막막함이 먼저 다가온다. 당장 도서구입비 운영 예산을 써도 될까 등 기본적인 부분부터 누군가 명쾌하게 답해 주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창체나 교양수업을 맡을 수 있고, 교과교사들의 온라인 수업을 지원하는 것이 사서교사의 역할이기도 해서 우선 교과 선생님들의 온라인 수업을 위한 참고 도서부터 조사해서 주문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없는 동안 도서관을 정비한다는 생각으로 각종 테이블 위치를 변경하고, 독서 위생을 위해 필요한 소모품을 부지런히 구입했다. 그 후 학생들과 온라인 독서 행사를 진행할 준비를 했다.
첫째, SNS를 통한‘ 1인 1고전’ 독서감상 나눔마당
나는 매년 학생들마다 관심 분야를 고전 작품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비대면으로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SNS가 떠올랐다. 평소에 네이버 블로그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독서감상이나 서평을 꾸준히 올리고 있었기에, SNS를 활용하면 아이들이 더 잘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SNS를 활용한 ‘1인 1고전’ 독서감상 나눔마당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이 활동을 통해 자유롭게 읽고 싶거나 도전하고 싶었던 고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누군가 먼저 시작하면 동기 부여가 되기에, 참가 학생이 많아지기도 한다. 진행 방법은 다음과 같다.
독서감상 나눔마당의 진행 순서
1.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고전을 선택한다.(고전 선정 시, 사서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해도 된다고 안내한다.)
2. 읽은 책에 대한 감상과 서평을 작성하되, 연관된 사회이슈나 다른 매체의 작품과 비교 분석해 보는 활동을 추천한다.
3. 자기 글을 읽는 데에서 더 나아가 서로 작성한 URL을 공유해서 댓글로 공감하게 한다.
4. 전체 공개 게시물로 작성하고, 해당 URL을 사서선생님의 이메일로 전송한다.
둘째, 지구를 위한 한 시간, 'Earth Hour Campaign'
우리 학교에선 주제중심교육과정으로 매년 공통 주제를 정해서 한 학기 동안 전 교사와 학생들이 같은 주제로 다른 활동을 하며 탐구하고 학습한 후 학술제를 개최한다. 지난 2월에 전교사 워크숍에서 학년별, 부서별, 교과별로 회의를 통해 어떤 교육활동을 펼칠 것인지 논의했다. 나는 몇 가지 환경·생태 관련 독서행사를 제안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지구를 위한 한 시간, 강화여고 Earth Hour Campaign’이었다. 달력에는 대부분 사람들이 들어보지 못한 기념일이 많다. ‘Earth Hour Day’ 역시 내가 『지구를 위한 한 시간』이란 그림책을 접하지 않았다면 까맣게 몰랐을 기념일이었다. 학생들
이 각자 집에서 참여하고 인증샷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이 캠페인을 기획했다.
Earth Hour Campaign의 진행 순서
1. 캠페인에 가족 단위로 참여한다.
2.『 지구를 위한 한 시간』을 읽는다(필자는 개인 블로그에 그림책 스토리와 이미지, 서평을 올렸고 링크를 공유했다).
3. 매년 3월 넷째 주 토요일 오후 8시 30분~9시 30분으로 정해진‘ Earth Hour’에 맞춰서 각 가정에서 모든 전등을 끄고 캠페인을 한다.(캠페인의 취지를 고려하여 촛불을 켜고 환경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것이 좋다. 인증샷을 찍는 건 기본!)
4. 오후 9시 30분이 되면 전등을 켜고, 인증샷과 참여 소감을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린 후 링크를 사서선생님 이메일
로 제출한다.
그날 9시 30분이 되자마자 메일 도착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렸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기념일인 줄 알았는데, 일 년에 한 번이라니 놀랍다는 학생, 어둠 속에서 가족과 대화하며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서 좋았다는 학생, 자신은 이 캠페인을 매달 진행하겠다는 학생 등 다양하고 훈훈한 소감이 많이 올라왔다. 특히, 다른 환경 캠페인에도 참여하겠다는 학생이 있었는데, 실제로 연간 달력에 적힌 다양한 캠페인을 살펴보고, 온라인으로 홍보하고 ‘따로 또 같이’ 함께할 수 있는 독서행사를 진행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셋째, 삼삼오오 ‘또래독서단’ 온라인 독서 모임
우리 학교에선 매년 3∼5명을 한 모둠으로 구성하는 자발적인 독서 모임을 꾸준히 운영했다. 학기마다 200여 명이 참여했는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 귀한 독서 모임을 접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안과 구체적인 진행 방법을 모색했다. 우선 아이들의 대화 기록을 추후에 파일로 기록할 수 있는 SNS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3∼5명씩 모둠을 구성하고 모둠장까지 결정한 후에 참여 신청을 하도록 했다. 모둠장에게는 나와 수시로 소통하면서 독서 모임 진행 방법에 대해 안내하도록 했다.
한 권의 책을 선정하는 과정부터 독서 모임의 ‘대화’가 시작됨을 강조함으로써 자발적인 독서 모임의 취지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또한 책 한 권마다 5∼6회의 독서 대화 과정과 진행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모임을 원만하게 꾸려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학교와 협의하여 도서관 자료를 학생들의주소지로 일괄 배송하는 택배 서비스까지 확보했다. 특히, 학생들에게 SNS 토론이나 토의 과정에서 주의할 점을 안내했다. ‘독서 프로그램의 취지를 고려하여 비속어, 비하 발언 등이 있을 경우 참가 무효’라는 문구를 굵고 빨간 글씨로 강조했다. 혹시 모를 위험한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학생들끼리 토의나 토론 주제를 정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없도록, 주제를 정하는 방법도 예시로 제시했다.
언택트 독서, 도서관 활동의
또 다른 가능성
언택트 도서관 활동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안정적으로 실시함으로써, 학생들의 독서 생활을 지원하고 독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활동 외에도 전자 자료를 활용한 방안도 충분히 있다.
‘학술논문 미리보기’는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나진학 희망 학과에 관련된 논문을 찾아서 읽고, 한 페이지로 요약·정리하게 하는 것이다. 이 활동을 하면 자신에게도 공부가 되고, 그것을 친구들과 공유하며 서로의 관심 분야와 꿈을 격려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재택근무 등으로 가정에서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오히려 서로의 생활 방식으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러한 갈등을 없애려면 대화의 시간이 중요한데, 이것은 독서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가족 독서 대화 사례 공모전’ 독서 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어린 동생의 수준에 맞는 책으로 온 가족이 함께 읽고, 감상을 나누고, 서로를 포용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더욱이 환경·생태 주제로 한정해서 제안함으로써 가족 단위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지구 사랑, 환경 사랑 방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실천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독서 행사가 온라인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당황할 필요는 없다. 진행 방식이나 접근 방식을 조금만 바꿔서 생각하고, 정보 보호를 위한 주의사항을 참고해서 행사를 기획한다면, 오히려 더 풍성한 독서 행사로 꾸려나갈 수 있다. 물론 혼자 생각하기 어렵다면 함께 논의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아무런 지침이 없다고 그냥 있지 말고, 도서관 전문가로서 우리만의 프로그램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머리를 맞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