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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작가와의 만남, 어떻게 할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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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12-05 15:16 조회 10,27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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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 행사를 기획하다 보면 항상 하는 고민이 있다. 양과 질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사실 어느 쪽에 우위를 두든 큰 의미는 없지만 나는 소규모 행사를 알차게 꾸리는 것에 더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여기서 ‘알차게’란 참여자의 70% 이상이 “하길 잘했다”라고 말하는 것에 목표를 둔다는 뜻이다. 그럼 학생들이 만족하는 작가와의 만남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여기에 적은 것은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얻은 작은 깨달음의 기록이다.

1. 작가 선정하기
학교도서관의 모든 활동은 학생들의 삶과 유의미하게 연결되어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그래서 활동 주제는 가급적 교과와 연계하되 학생들의 삶을 관통하는 고민들, 예를들면 진로 선택, 친구 관계, 학습활동 더 나아가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인 이슈를 염두에 두고 정하는 게 좋다. 초청 작가를 선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에게 만나고 싶은 작가를 물어보든지, 동아리 학생들에게 초청하려는 작가의 책을 읽혀 학생들의 반응을 미리 가늠해 보면 좋다. 작가와의 만남과 교과 연계를 고민한다면 교과교사와 상담하자. 교과교사에게 교과 밖으로 확장하고 싶은 단원이 있는지 물어보거나, 특정 단원이나 활동에 적용하고 싶은 책을 물어보자. 교과교사들은 종종 수업을 교과서 밖으로 확장하고픈 갈증을 느낄 때가 있다. 그 부분을 학교도서관이 건드려 주면 협력수업을 통해 작가와 만남까지 연결이 가능해진다.

2. 작가 섭외하기
출판사 등을 통해 작가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연락을 취해 본다. 그러다 보면 작가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있고, 강연료 책정 등으로 소통이 거북한 경우가 생긴다. 개인적으로 섭외하게 되면 각종 행정적인 절차에 시달려야 하니 출판사나 공공도서관 등 기관 지원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매년 2월쯤에는 시청이나 공공도서관 등에서 강사를 지원하는 내용의 공문이 쏟아진다. 그것들을 눈여겨보다가 적절한 것을 골라 신청해 두면 강사 섭외부터 강사료 처리까지 행정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 나는 3월 전에 강사 섭외를 완료하고, 매년 초 수립하는 학교도서관 운영계획을 검토하면서 작가와 만남을 도서관 운영 전체 흐름 속에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했다.

3. 사전 활동
강연의 성패는 참여자들의 독서 여부가 가른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책을 읽을까?

가. 학년별 권장도서 목록
학년별 권장도서 목록에 해당 작가의 책을 포함하면 학생들에게 홍보할 때 요긴하다.

나. 작가와의 만남 전시 코너 운영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기 전에 해당 작가의 책을 종류별로 구입해서 작품 해설과 함께 전시한다. 작품 해설은 독서동아리 학생들이 읽고 기록할 수 있다. 동아리 운영이 어렵다면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 소개를 흥미롭게 꾸며서 붙여 두어도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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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교과 연계 활동
작가를 선정할 때 교과 연계를 머릿속에 두고 시작한다. 특히 2018학년도부터 한 학기 한 권 읽기 활동이 국어 교과에 들어오면서 수업 시간 중에 책 읽기 시간이 확보되어 이를 적극 활용했다. 국어 교과와 협의 하에 초청하는 작가의 작품을 한 권 읽기 목록에 포함시키고 수업 시간에 읽도록 한다.

라. 독서동아리 활용
독서동아리 아이들이 해당 작가의 작품을 읽고 서평, 소감문 등을 작성해서 도서관 내·외부에 전시하면 다른 학생들의 독서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다. 특히 교사 독서동아리의 파급력이 크다. 담임교사나 교과교사의 발언 여부에 따라 해당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학생 동아리가 작가의 작품 중 한 장면을 협동화로 제작하여 전시하거나 책 소개 북트레일러를 제작하여 전교생에게 방송을 통해 상영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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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사전 학습지(참가 신청서) 작성
사전 학습지는 신청서에 학습 요소를 가미하여 작성한다. 책을 읽고 감상을 길게 쓰라고 하면 대부분 학생들이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책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이해한 내용을 학생의 삶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해 짧게 쓰게 했다. 아울러 작가에게 하고 싶은 질문, 인상 깊었던 장면 등을 질문에 넣는다. 학생들이 쓴 내용을 출력해서 강연 장소에 전시해 두면 강연 중 작가와 학생들이 소통 할 수 있는 좋은 매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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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강연 진행
1시간 이상 가만히 앉아 강의를 듣기란 성인에게도 곤욕스러운 일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중학생들을 장시간 강의에 집중하게 하려면 수업 중에도 집중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작가에게 양해를 구하고 강의 자료를 미리 받아 강의 도중에 작성할 수 있는 활동지를 만들되, 강의에서 들은 내용을 간단히 메모할 수 있는 정도로 만든다. 작가가 직접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활동지를 준비해 오는 경우도 있으니, 사전에 작가와 충분히 소통한 후 제작한다. 담당자가 강연 활동지를 만들어야 할 경우 비교적 무난한 형식이 ‘마인드맵’이다. 학생들이 강의를 들으며 배운 내용을 그림이나 단어 지도로 표현 할 수 있도록 하고, 잘된 작품은 간단한 상품을 제공한다고 학생들에게 사전에 공지한다. 이렇게 제작된 강연 활동지는 강연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도 강의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독서 전시물이 된다.
사전 활동지를 통해 수집한 ‘인상 깊은 장면’, ‘명대사 선정’, ‘작가에게 던지는 질문’ 등은 출력하여 보드판으로 붙여 강의 자료로 제공한다. 작가가 생각하는 주제와 학생들이 읽고 느낀 주제가 겹쳐도 좋고 다르면 다른 대로 이유를 듣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강연을 하나의 공연처럼 식순을 정해 학생들이 사회를 보도록 진행할 수도 있다. 도서부 학생이나 독서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작가 소개’, ‘학생들이 제출한 질문’, ‘명장면 명대사’ 등을 소개하며 행사를 진행하면 교사가 개입하는 것보다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게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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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무리(후속활동 및 결과물 처리)
강의가 끝난 후 학생들에게 뭔가 더 요구하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다. 2시간 동안 집중해있던 긴장이 완전히 풀리기 전에 한 장짜리 설문지를 배포한다. 설문지에는 후기 이벤트가 설명되어 있어서 학생들 중에서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만 설문지를 제출하여 강연 후기 작성 용지를 받아가도록 한다.
설문지에는 강의 내용 만족도를 5점 척도로 표시하게 한다. 이렇게 수집한 설문 결과는 다음 행사를 준비할 때 참고해서 불편사항이나 부족했던 점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참가후기를 꼼꼼하게 쓰게 하면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던 학생들을 유인할 수 있다. 글쓰기가 힘든 학생들을 위해 어떤 내용으로 쓰면 좋을지 참고할 수 있는 항목을 함께 제공하면 내용이 있는 후기를 받을 수 있다.

6. 그 외 알아두면 좋은 것들
작가와의 만남을 기획하다 보면 작가의 작품을 어느 영역에 집어넣어야 할지 고민스러울때가 많다. 소설이라고 해서 모두 문학에 속하는 것이 아니듯이, 주제를 정할 때는 소설이라는 형식보다 전달하는 내용에 포커스를 맞추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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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화 작가처럼 주제가 뚜렷하게 환경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과학 교과와 연계하기 좋지만 박영란 작가의 『편의점 가는 기분』, 김혜정 작가의 『오늘의 민수』 등은 한 작품 안에 여러 가지 주제를 함께 품고 있다. 『편의점 가는 기분』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학교 밖 청소년과 그 주변 사람들을 통해 급격한 사회화·도시화의 문제점, 빈부 격차, 거대 기업 프랜차이즈의 불평등한 소득 구조 비판 등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함께 다루고 있다. 『오늘의 민수』는 청소년 성장 소설이지만 그 안에 세대 차이, 진로 고민, 가족과의 소통 등 청소년의 삶과 연결되는 문제의식을 함께 다룬다. 『공무원 덕림씨』는 실제로 공무원 생활을 오래 한 저자의 실제 경험담으로, 진로 독서에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생태·환경에 대한 저자의 깊이 있는 시선과 생태공원 조성 경험을 함께 읽어낼 수 있어 과학 교과의 생물 종 다양성 단원과 엮을 수 있다.
과학, 사회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책은 교과 연계를 통해 발췌독 형식의 보고서쓰기, 의견 쓰기 등의 활동을 해 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한 권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진득하게 한 권을 다 읽지 않으면 깨닫기 어렵지만 국어 교과의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연계하면 통독이 가능해진다. 이런 식으로 국어와 진로, 국어와 사회, 국어와 과학 등 교과연계 활동으로 수업을 확장하고, 해당 도서의 작가를 초청하여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한다. 이렇게 책 한 권으로 서로 다른 교과를 연계해 두면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과제 수행을 지도해야 하는 교과교사의 평가도 훨씬 수월해진다.
사실 작가와의 만남은 기획부터 진행까지 매우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교과 또는 학생들의 삶과 유의미한 주제를 선정하고 선정한 주제에 맞는 작품을 학생들의 읽기 수준에 맞춰 골라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고른 내용에 맞는 강의를 해줄 수 있는 작가를 섭외하고, 강의료부터 활동지까지 온갖 행정적인 일들을 혼자 처리해야 한다. 그야말로 복잡다단하기 그지없는 ‘거대 일거리’다. 그렇게 힘들여 초대한 작가의 강연을 듣고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라며 투덜거리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이상 힘 빠지는 일이 또 있을까. 부족하지만 실패를 통해 얻어낸 힌트들이 오늘도 학교도서관에서 홀로 고군분투하시는 사서선생님들의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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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여섯 번째 작가 초대 행사를 했다. 본교 작가 초대 행사는 아이들이 책을 읽고 투표를 통해서 초대 작가를 정하고, 아이들 손으로 직접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한다. 2012년에 한 문화 기획 단체가 ‘청소년이 직접 선정하는 청소년 문학상’ 프로젝트를 우리 학교에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 무렵 나는 프랑스에 ‘앵코뤼프티블(incorruptible)’이라는 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것은 어린이들이 직접 심사위원단이 되어 어린이책 작가에게 주는 상이라고 했다. 나는 ‘우리 학생들이 국내 처음으로 이런 상을 해 준다고? 우리도 프랑스처럼?’이라는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첫해 행사를 무사히 그리고 성황리에 마친 덕분에 2013년 이후부터는 외부 지원 없이 학생들과 꾸준히 이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한 번 해보고 나니 꾸준히 하는만큼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고, 중1 아이들 힘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작가초대 행사는 삼정중학교의 자랑이 되었다. 해마다 새 학기가 되면 전교생 독서 수업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작가 초대 행사, 올해는 이기규 작가(『아빠와 나 그리고 아빠?』, 휴먼어린이)를 모시고 8월에 진행했다. 올해 한 학기 동안 이 행사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정리해 봄으로써, 다른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권해 보고 싶다.

1. 작가 뽑기 전 준비
1~2월: 후보도서 8권 선정
작가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후보도서 선정이 필요하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후보도서 선정을 위해 마음이 바빠진다. 청소년소설이나 동화 중에서 최근 3년 이내에 나온 책들 위주로 읽는다. 평소에 신문이나 홍보 책자, 인터넷 서점 등에서 보고 메모해 놓은 책 제목과 청소년문학 출판사에서 상을 받은 작품,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신간이 있는지 살핀다. 단편집보다는 장편을 고르고, 주제도 키워드를 메모하면서 겹치지 않도록 한다. 해마다 학생들이 좀 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생각해 봤으면 하는데, 올해는 장애, 반려동물, 낙태, 미래(로봇), 학교폭력, 성소수자 등을 다룬 책을 넣었다. 책을 읽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면 읽을 수 있는 책도 한두 권 넣는다. 분량이 조금 많고 수준이 높다 싶어도 재미있게 잘 읽히는 책이면 포함한다. 아이들과 읽는 책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순전히 나의 주관적 판단이지만, 재미에 의미까지 있는 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며 넣고 빼고를 반복하면서 8권을 고른다. 후보도서를 잘 골라야 한
학기가 수월하다. 수업시간마다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이지 않아도, 재밌는 책은 아이들이 알아서 잘 읽기 때문이다.

3~4월: 모둠별 책 읽기, 책 홍보하기 발표
새 학기 첫 수업시간이 되면 한 학기 수업 흐름, 즉 작가 초대 행사를 위한 프로젝트를 설명한다. 아이들에게 우리 손으로 뽑은 작가가 우리 학교에 오니까, 잘 뽑기 위해 잘 읽어야 한다고 당부하면 1학년 아이들은 의아해한다. “선생님, 진짜 (우리가 뽑은 작가가) 와요?” 나는 “당연하지!”라고 말하는데, 나의 호언장담 때문인지 이제까지 한 번도 1등으로 뽑힌 작가님이 못 오신 적이 없다. 모두 흔쾌히 본인의 당선(!)을 영광스러워하면서, 한걸음에 달려오셨다. 아이들에게 후보도서 8종을 소개한다. 아이들은 세 명씩 여덟 모둠을 짜서, 모둠별로 한 종씩 복본으로 준비된 책을 가져가 읽는다. 아이들은 세 시간 동안 읽고, 한 시간은 해당 책을 친구들에게 홍보할 준비 시간을 가진 뒤, 발표한다. 책을 홍보할 때는 PPT를 쓰지 않게 한다. 단순한 설명이 아닌 창의적인 방법으로 책의 핵심 내용(스포 금지)과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발표하게 한다. 북토크, 연극, 홈쇼핑, ‘그것이 알고 싶다’ 저자 인터뷰 등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책 홍보를 위한 발표를 한다. 이 날 발표 수업을 마치고 1차 투표를 한다. 1차 투표를 통해서 8권의 책 중에서 3권을 뽑는다.

5~6월: 3권의 후보도서 읽기, 팀별 토론하기
3권의 책이 결정되면 이때부터 6∼7차시 정도는 다 함께 최종 후보로 오른 책을 읽는다. 최종후보 3종은 학급당 10권씩 복본을 준비한다. 책 읽는 속도가 느려서 3권을 다 읽기 어려운 경우, 최소한 2권은 읽도록 독려한다. 책을 빌려주지 않고, 학교에서만 읽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 아이들의 집중력이 높아진다. 전교생이 주 1회, 독서 시간에 책을 읽는데 학교 행사로 수업이 빠지는 반이나, 개인적으로 책 읽는 속도가 느린 아이들은 투표 전 주말을 이용해 책을 빌려준다. 책을
읽을 때는 매시간 인상적인 구절과 감상을 간단히 기록하게 한다. 이 기록장을 토대로 작가 행사에서 상영할 ‘책 속 한 문장’, ‘나도 한마디(소감)’ 영상 자료를 만든다. 책 읽기가 끝나면 3종의 책에 따라 팀별 토론을 한다. 우리 책이 왜 뽑혀야 하는지 주제나 책의 장점을 이야기하고, 서로 질의응답을 하면서 책에 대한 감상을 좀 더 비판적으로, 주체적으로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2. 작가 선정과 본격적인 행사 준비
7월 초: 행사 준비팀 구성, 최종 투표로 작가 선정하기
작가 행사를 위한 준비팀은 1학년 독서동아리 학생들 중에서 희망자로 구성한다. 이 행사를 1학년이 준비하는 이유는 2012년 첫해의 경험 때문이다. 그 해는 내가 1학년 국어 수업만 맡아서, 1학년 아이들과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했는데 성공적으로 잘 끝냈다. 2016년부터는 주 1회 전 학년 독서 수업을 하면서 이 행사가 전교생 프로젝트가 되었지만, 전통을 따라 1학년으로 준비팀을 꾸리고 있다. 본교의 특성상 2, 3학년은 학생회가 많은 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끄는데, 상대적으로 1학년은 학교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적다고 보기 때문이다. 1차 투표로 뽑힌 3권을 모두 읽고 학급 내 팀별 토론까지 끝내면 최종투표는 7월 초, 점심시간에 급식실 출구에서 이뤄진다. 투표 홍보, 투표함 설치, 당일 투표 및 개표의 전과정은 1학년 준비팀(18명)이 하는데, 최종적으로 작가가 결정되자마자 나는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작가가 올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아이들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행사 준비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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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 역할 분담 및 준비
준비팀은 작년 행사 프로그램을 참고해서 올해 진행 순서를 짠다. 학생들은 방학 과제로 독후활동 작품을 만든다. 글, 그림, 영상 중 한 가지 분야를 골라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단순히 독후감만이 아닌 논설문, 소설 뒷이야기 쓰기, 작가에게 편지 쓰기 등을 할 수 있고 표지 그림 바꾸기, 삽화 그리기, 4컷 만화 등 주어진 틀이 없이 자유롭게 아이들의 재능을 발휘 할 수 있게 한다. 진행팀도 역할을 세분화하여 무대에 올라갈 사람(사회자, 인터뷰어, 퀴즈 진행자
등)을 정하고, 연극팀, 영상팀, 홍보팀, 선물팀 등으로 나눈다. 연극팀은 방학 중에 오프닝 공연(연극) 대본 제작부터 캐스팅을 하고, 영상팀은 행사에서 보여 줄 영상을 미리 만들어 놓는다. 개학후 홍보팀은 학생들 그림을 활용해 행사 포스터를 만들고, 선물팀은 학생들의 글과 그림, 롤링페이퍼를 이용해서 작가님께 드릴 선물(소책자)을 만든다. 행사는 개학 후 2주 정도 후에 하게 되므로, 개학을 하면 학생들이 연극팀 연습에 총력을 기울인다. 한편에서는 무대 그림을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배우들이 연기 연습을 한다. 팀장을 정하고 역할 분담만 잘하면 교사의 지시가 없어도, 아이들은 스스로 움직인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진행하는 행사라는 생각에, 책임감을 갖고 욕심을 내는 모습도 보인다. 리허설은 행사 전날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지만 아이들은 피곤한 기색 없이 최종 점검을 위해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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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작가 초대 행사 당일 및 평가
드디어 작가가 오는 날, 학생들은 방과 후에 강당에 모여서 행사를 진행한다. 오프닝 연극, 작가소개, 작가 강연, 인터뷰(질의응답), 영상 우수작 상영, 퀴즈, 행운권 추첨 중에서 작가 강연만 빼고 모두 학생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오른다. 2시간 가까운 행사에서 작가에게 제공하는 시간은 50분 정도지만, 나머지 시간도 무대에 올라가는 학생들이 계속 바뀌니 집중도가 높다. 2012∼2013년에는 1학년 전체가 교육과정 중에 시간을 빼서 행사를 참여했는데, 2016년부터
는 전교생 대상으로 방과 후에 행사를 하다 보니 참여율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그래도 1학년 위주로 많이 오는 편이고, 진행팀은 이 날 행사와 준비과정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한다.
전교생이 모이는 큰 행사를 자기 힘으로 무사히 치렀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은 두고두고 아이들에게 큰 자산이 된다.
행사 준비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고 작가의 사인 받기를 끝으로 행사가 끝나면, 준비팀은 평가회를 갖는다. 아이들은 힘든 일보다는 즐거웠던 일을 말한다. 어색했던 친구들과 행사를 준비하면서 친해진 일, 특히 학원을 빠질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이 꼭 나온다. 자유학년제로 정기고사의 부담이 없는 중1이지만, 아이들 대부분이 학원을 다닌다. 하지만 학원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통해 친구들과 한마음이 되었던 작가 초대 행사를 아이들은 좋아한다. 그런 아이들 모습이 내게도 보람으로 남기에, 해마다 이 행사를 이어가는 힘이 된다.
지금까지 정리한 것은 삼정중의 사례일 뿐, 모든 학교가 이 과정을 똑같이 따를 필요는 없다. 학교마다 상황에 맞게, 한 학년만 할 수도 있고, 후보도서를 2∼3권으로 하여 투표를 한 번만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주체로 세우는 일이다. 작가를 뽑는 것도,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도 모두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결정권이 있을 때 주인의식을 갖는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질문도 생기고, 기대도 커지고, 책임감도 강해진다. 한편, 해가 거듭될수록 이 행사
의 가장 큰 수혜자(?)는 작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행사를 다녀가신 작가들이 고마워한다. 자신의 작품으로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아이들 스스로가 준비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교사는 책과 아이들 사이를, 아이들과 작가 사이를 연결해 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다. 다양한 끈을 내밀어, 아이들이 세상의 좋은 어른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내년엔 어떤 책을 후보 도서로 정할지, 신입생으로 어떤 아이들이 들어와서 행사를 함께하게 될지, 어떤 작가를
초대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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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는 일 년 동안 크고 작은 행사를 많이 하는데, 그중 빼놓지 않고 하는 행사 중 하나가 바로 ‘작가와의 만남’이다. 매년 진행하면서도 매번 어떤 작가를 섭외하고,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이 된다. 글을 잘 쓴다고 해서 말도 잘하고 아이들과 소통도 잘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통 2시간 정도 진행되는데 아이들이 2시간 동안 계속 집중할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지루한 건 참지 못하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당황스러워 하는 작가, 자칫하면 우왕좌왕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채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에서 마주하지 않으려면 준비를 잘할 수밖에 없다. 여러 선생님들의 조언을 한 해 한 해 따라해 보며 효과적이었던 몇 가지 팁을 기록해 뒀다.

1. 작가 섭외
일단 어떤 작가를 섭외할지는 학교도서관 운영위원회 등 학교 구성원의 협의를 거쳐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섭외하고 싶은 작가가 결정되면 출판사에 문의한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작가를 연결시켜 준다. 요즘에는 한 학기 한 권 읽기와 연계해서 책 선정부터 작가 초청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도서는 교과서 수록 도서 중 한 권이 선정되는 경우가 많아서, 더더욱 해당 도서의 판매량부터 작가 초청행사까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래서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에서는 지역별 작가 명단을 만들어서 배부하고 있다. 우리 지역의 작가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이 명단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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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상자 선정
초등학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별 수준 차이가 많이 난다. 일단은 그래서 메인이 될 책을 한 권 선정하고, 그 책이 아우를 수 있는 학년군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작가는 많지 않다. 자칫하면 이도 저도 아닌 행사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가정통신문에 대상자 자격 기준을 포함하고 공지한다.(1차 가정통신문 배부 후 신청이 저조할 경우, 학부모도 함께 들을 수 있게 있도록 학부모 신청을 받거나 담임선생님을 통해 재신청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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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루함을 날려 버리자!
먹거리 준비와 체험 활동
-오진희 작가의 경우, 감자와 옥수수 등 자연 먹거리를 준비해서 작가님과 함께 간식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고정욱 작가의 경우, 장애인을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실습 시간을 가졌는데 매우 유익했다.
-최향랑 작가의 경우, 작가님과 함께 직접 그림책 속의 꽃잎드레스를 만들어서 전시하는 활동을했다.

반짝 퀴즈 타임
분위기가 저조하거나 썰렁할 때 미리 준비한 PPT로 퀴즈를 푸는 시간을 가지면,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아난다. 중간중간에 한두 문제씩 퀴즈 타임을 갖고 작은 선물도 준비한다. 선물은 작가의 책이나 출판사에서 협찬 받은 책을 활용할 수 있다.

초대권 활용 질문지
참석 아동에게는 초대권을 각 학급으로 보낸다. 귀빈이 된 느낌 아니까∼! 질문을 적은 초대권중에서 하나씩 뽑아서 중간중간에 강연 내용을 기초로 작가님이 퀴즈를 내면 행사가 끝날 때까지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집중한다.

책을 연극처럼
노경실 작가를 초청했을 때는 책의 일부 내용 중 대화 부분을 학생 두 명씩 나와서 연극하듯이 낭독하는 시간을 몇 차례 가졌는데 아이들이 무척 재미있어 했다.

만화책 제작
소공 만화가를 초청했을 때는 기본 4컷 만화 만들어 보기를 진행했다. 평상시 만화를 좋아하고 만화가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많이 참여했다. 작가님이 아이들 작품에 일일이 피드백을 주고 모두 거둬 간 후, 웹툰책으로 묶어서 학교에 보내 주셨다. 우리 학교만의 만화책이어서 도서관에 두니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었다.

4. 소소한 확인 사항
작가와의 만남 행사 안내는 도서관 소식지, 어린이 사서 독서 방송, 어린이 사서 광고 포스터를 만들어서 교내에 부착하거나 담임선생님을 통해 홍보할 수 있다. 행사 한 달 전부터 광고 제작에 힘쓴다. 행사 홍보만으로도 아이들이 도서관에 더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다.

-빔 프로젝트, 냉난방기, 마이크, 물이나 음료 준비, 행운권 추첨 시 선물로 줄 책이나 작은 선물, 풍선, 테이블보 준비한다.
-미리 작가의 책을 별치해 두고 아이들이 최대한 많이 읽고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한다. 우리 도서관은 따로 비치한 후 대출기간을 1박 2일로 제한했다.
-플래카드: 학교 플루토로 간단하게 포토샵으로 제작해서 직접 인쇄해서 사용했다.
-장애인 작가를 초청할 때는 장애인용 주차장 확보, 강연장까지의 이동에 문제가 없는지, 학교 보안관에게 미리 알렸는지, 엘리베이터 작동 등을 확인한다.
-상자를 재활용한 응모함이나 작가님 선물함을 준비해 놓는다.
-작가님에게 궁금한 점은 미리 예쁜 포스트잇에 써오도록 해서 행사 전부터 전시한다. 작가님이 그중 몇 가지를 뽑아서 답변해 주는 시간을 가지면 호응이 좋다.
-어린이 사서 등 사회를 맡은 학생이 사전 협의를 통해 미리 시나리오를 준비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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