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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특집] 알 듯 말 듯 사서 고생 [3/3]
<학교도서관저널 , 2019년 11월호> 19-11-05 15:31
조회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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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 듣는 말들
“책 많이 읽겠어요.”
단연 가장 많이 듣는 말. “저도 그럼 좋겠어요.”

“재미있는 책 뭐예요?”
“재미있는 책 좀 추천해 주세요.”
‘재미’라는 어려운 말. “재미? 요즘 인문학이 참 재미있던데…” 하면 “그거 말고 재밌는 거요.”라고한다. 각자의 재미가 이렇게 다르다. 그러니 ‘어떤 재미’를 찾고 있는지 힌트를 줬으면!

“새 책 들어와서 좋겠어요, 샘.”
새 책이 들어오면 물론 좋지만, 손목이 굉장히 아프다. 파본은 없는지 확인하고 등록하기, 라벨 붙이고 길들이기 작업 그리고 도장까지 쾅쾅쾅 찍으면 한 권의 새 책이 우리 도서관 책이 된다. 도서관의 책으로 만들기 위해 손목이 그야말로 열일한다.

“샘, 여기 있는 책 다 읽어 봤어요?”
의외로 종종 듣는 말. 도서관의 장서 수를 매년 일러주어도 아이들은 다 까먹나 보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한 도서관의 책을 다 읽을 수는 없지 않을까 싶지만, 아무쪼록 이런 말은 너무 놀랍기도하고 한편으로는 책을 열심히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왜 갈수록 시간은 부족한가, 새 책은 점점 더 늘어나는데…

이상하게 꼭 그래
아는 듯 모르는 새 책
매일 각종 온라인 서점과 추천 도서 목록을 살피자면 손에 한 번 쥐어 본 적 없는 책이 이미 다 아는 책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수서 목록을 작성하는 경우라면 더 그렇다. 실물은 없지만 다양한 정보를 이리저리 살피며 고민하는 사이에 ‘표지와 미리보기’만으로 벌써 친해진 책들.

이상한 텔레파시
신간 도서는 당연히 신청자 우선으로 대출되니 그럼 서가에 잠자고 있는 ‘이 책’을 좀 읽어볼까 싶으면 그 한 권을 다 읽기 전에 신기하게도 꼭 그 책을 찾는 이용자가 나타난다. (물론 책을 쭉 읽을 만한 시간이 보장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참으로 이상한 텔레파시다. 그래서 우리 학교도서관에 있는책도 공공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도 한다.

열심히 살펴본다
어디를 가든 도서관에서 프로그램으로 적용할 만한 게 없는지 살펴본다. 공공도서관이나 요즘 많아진 작은 책방. 독립 출판의 형태 등은 물론이고, 다양한 전시회를 가더라도 그렇다. ‘어? 이거 좋은데?’ 하고 생각한다. (대부분 생각만 많이 한다…) 학교도서관에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아진다. 글을 쓰며 돌이켜보니 생각에만 머문 아이디어들이 다시금 궁금해진다. 잘 꺼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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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사서가 되었다. 책도, 사람도, 도서관도 좋다. 그래서 사서가 된 것이 참 좋다. 그런데 ‘누가 사서 아니랄까봐’ 이런 이야기를 여러 번 듣고 나서 사서 티 안 나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화요일! 병원에서
일주일의 시작은 항상 정신이 없다. 각종 공문을 처리하고, 무사히 하루가 갔다. 참, 오늘부터 도서관 밖에서는 아무도 내가 사서인지 모르게 살기로했지? 퇴근 후 사서인 거 티 안 내면서(?) 감기약 처방을 위해 병원으로 향하였다. 순서를 기다리다 앉은 자리가 하필이면 책꽂이 옆이다. 책들이 엉망으로 꽂혀 있었다. ‘안 보인다, 안 보인다’ 주문을 외워도 저 책만 제대로 꽂으면 될 거라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듯했다. 보는 사람도 없는데 눈치보며 한 권을 바로 세워 꽂았다. 그러자 옆에 누워있는 책도 보여서 살짝 세우고 나니, 작은 책이 안으로 쑥 들어가 안 보일 듯해서 가장 바깥쪽에 꽂아 두고… 아! 이건 병이 맞구나. 게다가 나 아팠는데. “사서이신가 봐요?” 간호사에게 들켰다.

수요일! 택시에서
서울도서관에 출장을 가야 했다. 이것저것 처리하다가 시간이 늦어서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탔다. “서울도서관이요.” 했더니, 택시기사님이 어딘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시청 앞에 있는 곳이라고 설명 드렸더니 그럼 진작 그렇게 설명하지 그랬냐고 살짝핀잔을 주었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그럼 국립중앙도서관은 아시는지 물었더니 그건 뭐냐고 되물었다. 고속버스터미널이랑 법원 사이 언덕에 있는 건물이라고 했더니, 성모병원 건너편에 도서관 있는거 안다고 했다. “혹시 도서관에서 일해요?” 택시기사에게도 들켰다.

목요일! 편의점에서
점심을 먹고 음료수를 사기 위해 도서관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들렀다. 음료수 종류가 많아서 뭘 마실지 고르고 있는데 누군가 “저기요.”라고 불렀다. 뒤를 돌아보았더니 여고생이 점원을 부른 것이었다. 점원은 못 들었는지 오지 않았고, 그 학생이 작은 목소리로 “아몬드 우유는 어딨지?”라고 말하는 것이 들렸다. 아무 생각 없이 내 앞에 있던 아몬드 우유를 그 학생에게 건넸다. 학생은 당황해서 인사를 하면서 빵 종류는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이 편의점이 빵이 좀 찾기 어려운 곳에 있다는 생각을 전부터 했던 터라 데리고 가서 알려 주었다. 그때 나를 전부터 알고 있던 점장님이 들어왔고, 그 학생에게 말을 건넸다. “이 분이 사서선생님이라 잘 찾아주었네.” 학생에게도 들켰다.

금요일! 친구네 집에서
남들은 불금이라고 모임을 잡는데 금요일 모임은 주말이 가장 바쁜 사서에게는 반갑지 않다. 아무튼 저녁을 준비한 친구네 집에 모였고, 책을 좋아하는 친구라서 마루에 있는 책꽂이에는 책이 잔득 꽂혀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 책꽂이를 마주보며 앉은 것이 문제였다. 책 여러 권이 거꾸로 꽂혀있는 것이 계속 눈에 거슬렸다. 평소에도 이런 책을보면 내가 거꾸로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불편했는데, 이 집에는 그런 책이 꽤 있어서 나를 괴롭게 했다. 정말 티 안 내려고 몇 번을 참다가 물어보았다. 알고 보니 친구 남편이 읽지 않은 책은 거꾸로 꽂아 두고 다 읽으면 바로 꽂는다는 것이다.
이해가 가면서도 그 책들이 거슬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이야기를 여러 번 했나보다. 친구가 남편을 향해 이야기했다. “얘가 직업이 사서라 그래. 이해해라 자기야!” 친구 남편에게도 들켰다.

토요일! 서점에서
독서동아리에서 읽어야 할 책이 있는데 도서관 책으로 읽다 보니 줄을 치면서 읽고 싶을 만큼 좋아서 서점에서 사기로 했다. 서점에 도착해서 책을 찾았다. 보통 여기쯤 있어야 하는데… 그 자리에 없었다. 찾기 어려운 곳에 있는 도서검색대를 겨우 찾아 책의 위치를 확인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도 그 책은 없었다. 찾는 책을 빨리 찾지 못하면 가슴
이 뛴다. 이것 역시 병이 확실하다. 결국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여기 보면 이 책 복본이 2권이라고 되어 있는데 한 권도 자리에 없는데요. 이 서점은 무슨 기준으로 도서를 찾으면 될까요?” “복본요? 아!재고량이요. 잠깐만요.” 서점 직원에게도 들킨 것같다.

일요일! 우리 집에서
딸이 책을 읽다 말고 핸드폰을 하고 있다. 책날개를 읽던 페이지에 껴놓아서 책날개가 두껍게 접혀있었다. 얼른 가방 안에서 책갈피를 꺼내서 그 책에 끼우고 책날개를 다시 잘 접어놓았다. 잠시 후 딸이 책을 다시 읽었고, 다음번에 책을 읽다가 멈출 때는 책갈피를 사용했다. 책을 좋아하는 남편이 다음 주에 도서관에서 책을 한 권 빌려오라고한다. 아무리 검색해도 그 제목은 없다. 내용이랑 저자에 대해 좀 더 물어보았더니 저자의 국적, 역사… 이런 키워드만 이야기한다. 잠시 후 그 책의 정확한 제목을 찾았다. “사서라서 참 좋네.”

월요일! 다른 도서관에 가서
월요일은 우리 도서관 휴관일이다. 그런데 굳이 다른 도서관에 간다. 내가 관심 있는 청소년 분야의 책이 어딘가에서 소개되었는데 내가 읽지 않았다면 견딜 수가 없다. 그런데 그걸 알게 되는 것이 꼭 쉬는 날이다. 다행히 우리 동네 도서관이 청소년도서 특화도서관이라 자주 가는데, 문제는 그 도서관 청소년 서가의 책들이 많이 쓰러져 있거나 잘못꽂혀 있다는 것이다. 그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가 정리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다른 이용자들이 내게 청구기호가 적힌 종이를 내밀면서 책을 찾아달라고 한다. “아휴 고마워요! 이렇게 빨리 찾아주시다니… 내가 찾았으면 한참 걸렸을 거예요.” 그 이용자에게 칭찬까지 들었다.
이렇게 일주일을 보냈다. 티를 안 내기보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고 있는 행복한 직장인이라는걸 보이는 편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사서가 되기 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사서가 된 것이 먼저였을까? 이 병(?)이 먼저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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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 집단은 교양 있는 집단이고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중요한 안건에 대해서는 민주적인 회의를 통해 의사 결정을 한다.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는 민주적인 회의를 통해 다수결로 결정을 내린다는 것에 대해 한 번도 의심을 품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사서교사로 근무하면서 다수라는 집단에게 힘을 부여하는 게 민주주의 모순이란 게 무슨 말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다수결이라는 숫자의 마법에 가려진 소수자의 그늘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민주주의는 더욱 교묘해진 차별의 정당화 방법일 수도 있다.1) 민주주의 체제가 소수자에겐 억압과 배제의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절대 다수의 교대 출신 선생님들 사이에 소수자로 근무하면서 견고한 머리 수의 힘을 절감할수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성과급 회의를 들 수 있다. 이것에 대해서는 많은 사서교사들이 말하지 않아도 공감할 것이다. 선명하게 이분법적으로 드러나는 예가 성과급 회의인 것이지, 실상 소수자는 일상의 모든 면에서 거론하면 유치해지는 다양하고 사사로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의사소통은 입장의 동일함을 기반으로 하는데 같은 이해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다른 입장에 있는 한 사람 간에 진정한 의사소통은 힘들다.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기 위해 의사 표현을 강하게 하면 상대는 ‘우리는 다 손해 보면서도 가만히 있는데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자기 이익만 챙기려고 하는 걸까? 저 사람은 사사건건 그냥 넘어가는 게 없어.’와 같이 피곤한 사람으로 여기기 십상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신영복 선생의 책으로 큰 위로를 받았다. 나의 상황과 마음을 딱 맞게 표현해 주는 것. 거기에 말의 힘, 책의 힘이 있다. 그렇게 왜곡하지 않고 과장하지도 축소시키지도 않은 딱 맞는 표현에 뒤엉킨 마음이 풀린다. 이것이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 사색』 중에서

이런 일을 십 년 넘게 반복해서 겪으며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수도 없이 되돌이표를 만들어가며 생각해 보았다. 평생 사서교사로 살아갈 텐데, 나는 훌륭하고 유능한 사서교사가 되고 싶은게 아니라 행복한 사서교사가 되고 싶은데, 자꾸 불합리함에 분노하게 되고 위축되게 되었다. 내가 바라는 건 이런 사서교사가 아닌데 잠잠할 만하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소수자로서의 참담함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미로 속에 갇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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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충분히 억울해 봤으니까, 사소한 것에도 충분히 억울한 약자들의 심정에 더 공감해 줄 수 있다. 주로 약자의 입장에 처하게 되고 십 년 넘게 문제 제기를 해도 머리 수에 밀려 개선되지 않는 소수자의 입장에서 살다 보니 저절로 생각과 마음도 낮아졌다. 그래서 여러 가지 면에서 십 년 전과 달라졌는데, 내가 전보다 더 유능해졌다거가 더 멋져졌다거나 하는 건 아쉽게도 없다. 전보다 나아진건 약자의 입장에서 전심으로 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폭넓게 만나는 일, 나보다 더 약자들을 생각해 보는 건 어쩌면 조금 더 행복해지는 일이다. 내가 그들보다 더 나은 입장에 있다는 안도감이나 위로 때문이 아니다. 내가 가진 편견이나 독단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저지르게 되는 수많은 다양한 폭력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으니까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약자와 소수자의 입장에 있어 보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덜 폭력적일 수 있을 테니까.
지금은 생각한다. 사서교사는 축복받은 직업이구나. 항상 책을 가까이 할 수 있고, 반복적으로 소외된 자리에 있어 봐서 소외된 존재들의 마음에 공감해 줄 수 있고, 상대적으로 의사소통 구조상 약자에 속해 봐서 나보다 더 약자들의 입장에서 같이 설 수 있고, 약자들이 표현하지 못한 입장을 조금이라도 그들의 입장에서 표현하도록 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겠구나 싶다. 그렇게 십년 전의 나보다 더 낮아지면서 더 행복한 사서교사가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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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수를 세어 보니 벌써 15년을 사서교사로 지내왔다. 언제부터 매너리즘에 빠진 걸까? 한 오 년 정도된 건가? 운전하며 잠시 되돌아보니 한 7∼8년쯤된 것 같다. 매년 반복되는 한 해를 보내기 때문에 3월이면 바빠지고 4월에 정신없이 지내다가 중간고사 기간에 잠시 쉬고 어영부영 지내다 보면 새로운 행사를 할까 마음먹다가도 기말고사 기간이 되면 ‘2학기에 하지 뭐…’ 하며 나태해진다. 막상 2학기가 시작되면 마음속에선 다시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내년에는 좀 열심히 해보자는 자조적인 마음에다시 속아준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찾아보니 매너리즘(mannerism)은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이라고 나와 있다. 내가 틀에 박힌 일정이나 태도를 가져온건 맞는 것 같은데 ‘신선미’나 ‘독창성’이 있었던가? 신선한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았던 게 언제였던가 되돌아보았다. 결혼을 할 즈음 일상의 무게 중심이 일에서 멀어지다가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완전히 떠난 게 아니었을까?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일 거다.
사서교사 단체채팅방에서도 잠수 타고 다른 사서교사들이 하는 활동들을 보며 자극을 받아도 잠깐 일렁이는 열정이 일상에선 금세 힘을 잃고 사라졌다. 몇 년 전부터 아이 육아를 핑계로 활동하는 모임들을 하나둘 그만두고 사명감보다는 내 삶이 더 중요하다는 군색한 변명으로 쉬운 편함을 찾았다. 한 번 발을 끊으니 모임에 나서기가 더 어려워진다. 지금보다 젊을 때에는 학교도서관계에서 경력이 좀 되는 40대 사서교사가 중요하고 필요한일들에 앞장서서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스스로는 그러지를 못하고 있어서 조금 부끄럽다.
몇 년 전 구청 사업비를 받아 진행했던 진로 탐색 방과 후 수업을 하며 느꼈던 기쁨을 떠올려본다. 방학을 통해 20여 명을 모아 진로를 탐색할 수있는 다양한 활동을 하며 도서반 학생 외에 책을잘 읽지 않는 학생들을 책으로 이끈 경험은 교사로서 느낄 수 있는 큰 기쁨이었다. 심리검사를 하고, 자신이 관심 있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알아보며 스스로를 알아가고, 관련된 분야의 책을 찾아 읽고, 영화를 찾아 볼 수 있게 안내해 주었다. 자신이 꼭 그 분야로 가지 않더라도 한 분야에 대해 열심히 찾아보고 경험할 수 있게 과제를 내주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진로 탐색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꿈을 발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도와주었다.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직접 찾아가서 인터뷰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멘토와 접촉을 시도하고 직접 만나게 하니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았다. 방과 후 수업을 통해 자신의 삶이 바뀌고 꿈을 좇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아이들의 눈에서 빛이 났다. 그 녀석들이 졸업을 하고 몇 년이 흐른 뒤에 찾아와 나와의 수업 덕분에 삶이 변한 것 같다고 말해 줘서 교사로서 큰
보람이었다.
요즘은 몇 년 전부터 담임 업무를 맡으면서 새로운 기쁨을 느끼고 있다. 담임을 맡으며 우리 반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아침 조회를 하고 아침독서를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덕분에 도서관 대출자 수도 늘어나고, 좋은 책들을 서로 소개해 주며 책 읽기를 즐기는 학생들이 늘어가고, 학습 분위기도 좋아지는 것 같아 기쁘다. 담임 업무도 하다 보니 도서관 운영에 소홀해지는 것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 아이 한 아이를 더욱 깊이 만날 수 있어서 힘이 들더라도 할 수 있는 만큼 더 오래 담임을 해보고싶다.
최근 읽은 글 중에 마음에 푹 안긴 사자성어가 있어 함께 나누고 싶다. 충북교육청에서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앵행도리(櫻杏桃梨)’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을 변화시켰다. 앵두꽃, 살구꽃, 복숭아꽃, 배꽃이 꽃의 모양은 서로 비슷하지만 피는 시기도, 열매도 제각각 다르다는 걸 알았다. 우리가 품고 있는 아이들도 교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비
슷하지만 제각각 꿈도 다르고 그 열매를 맺는 시기도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되니 아이들이 한 명 한 명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 아이들이 내게 맡겨진소명인데 내 이기적인 게으름으로 이들이 꽃을 피우고 잘 열매 맺을 수 있게 돕는 일을 소홀히 했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무겁고 정신이 번쩍 든다. 앵행도리를 우리 반 아이들에게 들려줬더니 다들 너∼무 좋다고 꽃처럼 눈을 반짝였다.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독서지도를 하려면 억지로라도 글을 읽어야 하는 직업을 가져 너무나 행복하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더라도 빠져나올 기회를 자주 만나는 사서교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직업이다. 오늘도 내일도 감사하며 순간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부끄러운 일기를 이렇게 적은 이유는 혹시나 못난 고백을 통해 자극받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 때문이다. 부디 ‘똥은 화장실에, 일기는 일기장에’라고 면박 주지 않으면 감사하겠다. 오늘은 랑가나단 박사의 도서관 5법칙을 프린트해서 모니터 위에 붙여 놓고 내 사명을 잘 감당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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