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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가 서툰 아이들과 함께...[3/3]
<학교도서관저널 , 2019년 03월호> 19-04-04 10:37
조회 : 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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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 만화로 책의 재미 높이기
놀이처럼 적용하는 읽기부진아 소설 읽기 교육
박소영 서울 신월중 사서
 
학교도서관의 자유 독서 시간을 유독 견디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있다. 읽기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다양한 책을 추천해 봐도, 어렵다거나 읽기 싫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그리고 실제 이러한 아이들 중 상당수는 읽기부진을 겪고 있다. 읽기부진은 다른 영역의 부진에 영향을 미칠 확률이 크다. 그렇기에 학습 결손이 누적되지 않도록 적절한 시기에 학습 결손에 대한 교육적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읽기부진아 지도의 딜레마는 학생들이 읽기 행위 자체를 거부하는 데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만화책’을 떠올렸다. 아무리 책을 읽기 싫어하는 학생들이라도 만화를 권유하면 부담 없이 집어 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후에 적절한 조치를 통해 작은 읽기에 관한 성공 경험을 통해 읽기 능력과 흥미, 효능감을 높여 주고 싶었다. 읽기부진은 지능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 잘못된 학습 경험, 자신과 맞지 않는 학습 방법 혹은 기타 부정적 읽기 경험으로 인한 정의적 부분에 요인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읽기부진아를 대상으로 방학 프로그램으로 학교도서관에서 진행한 몇 가지 활동을 소개한다. 물론 부진의 이유는 학생별로 다양하므로 사전에 적절한 검사를 통해 부진 요인을 찾은 후, 그에 적절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가장 좋다. 여기서 소개하는 활동은 다른 능력에 비해 소설 읽기 능력이 조금 떨어지고 읽기에 대한 흥미, 동기, 효능감이 전반적으로 낮은 학생들을 위해 계획된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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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믿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 갖기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작은 변화들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초반부터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만화를 읽는 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책에 몰입하여 키득거리며 즐겁게 읽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정해진 분량을 다 읽었음에도 계속 읽겠다고 하거나, 책을 빌려가서 집에서 읽고 싶다고 하는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인지적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해 수준 확인을 위해 ‘기억나는 내용 말하기’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그 결과 처음에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대답을 하다가 포기하던 아이들이 점차 구체적인 내용까지 기억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다른 친구가 점순이가 닭에게 고추장을 먹였다고 이야기하자, ‘고추장이 아닌 고추장 물’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던 사건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부진아들의 잠재력을 발현시키기 위해 진정 필요한 지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는 아주 대단하거나 훌륭한 활동 혹은 특별한 기술이 아닌 것 같다. 애정 어린 개별적 관심과 사랑이 담긴 마음 그리고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잘 들어 주는 귀, 칭찬하며 격려하는 입 그리고 그들의 흥미와 취향, 수준을 반영한 교육 방법, 끝까지 믿으며 포기하지 않는 태도 말이다. 이러한 모습으로 함께한다면 분명 아이들의 놀라운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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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임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원주공고 독서동아리 ‘함께 가는 사람들’ 이야기

허보영 원주공고 국어교사
 
잃어버렸습니다1)
특성화고 발령 소식을 듣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아이들에게 읽힐 만한 책을 골라 짐을 쌌다. 남학생이 90% 이상인 공업계열 학교는 처음인지라 과연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 궁금했다. 불안한 마음을 누르며 ‘입시에 찌든 아이들이 아니니까 훨씬 여유 있게 책 읽기 수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갖기도 했다.
책 읽기에 최적화된 상태의 학생들을 만난 적은 없다. 그저 진심을 보이며 꾸준히 가르치면 변한다는 믿음과 실제로 책 읽기의 즐거움에 서서히 빠져드는 아이들 모습이 좋아서 함께 읽었을 뿐이다. 하지만 새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혹은 학교의 수업 분위기)은 상상을 넘어선 어떤 지점에 존재했다. 기본적인 생활 규칙을 지키는 것이 너무나도 힘든, 몸은 학교에 와 있지만 영혼은 먼 곳을 헤매는 아이들. 학습에 의욕이 있는 아이들은 취업을 향한 절박함에 국어교사인 나에게
한없이 영악스럽게 굴었다. 지적(知的)이나 학습 동기 측면에서 최악의 상황이었다.
 
거기다 국어 수업은 1주에 2시간(학급에 따라 3시간). 읽기를 꾸준히 지도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시수였다. 수업에서 전면적인 읽기가 어렵다면 동아리에 희망을 걸어 보자는 마음으로 동분서주한 끝에 도서부원 18명을 모집했다. 도서부 구성에는 성공했으나 문제는 모인 아이들이 책 읽기에 흥미가 전혀 없다는 것. 그저 조용히 있고 싶거나 갈 곳이 없어서 도서부를 지원한 것이었다. 아이들은 동아리 시간이 되면 ‘건들면 폭발한다!’라는 표정으로 앉아 있거나 도서관을 운동장처럼 뛰어다니고 핸 드폰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나는 손과 발이 묶인 것 같았다. 난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불면의 날들이 이어졌다.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모든 것과 불화하는 것만 같던 3월의 어느 날, 원주 지역 이현애 선생님의 소개로 독서 문화 플랫폼 ‘책씨앗’에서 하는 ‘책톡’을 알게 되었다. 학생 독서동아리만이 아니라 지역 선생님의 독서 모임을 직접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인적, 물적 기반이 전혀 없는 낯선 지역의 학교에서 뭔가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란 마음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함께 책을 읽고 활동할 학생들을 모으는 것이었다. 수업에서 함께할 만한 아이들을 설득하였다. 학교도 낯설고 드센아이들도 많다 보니 내가 힘들었던 만큼 아이들도 힘들었는지 몇몇의 아이들이 나의 제안에 선뜻 응하였다. ‘말수가 적고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소극적이고 사람과 친해지는 게 어려운, 독서에 흥미가 없는, 활자를 싫어하는’, 그래서 ‘함께 책 읽기를 통해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싶고 책 읽기에 흥미를 갖고 독서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2)는 바람을 지닌 7명을 모아 자율 독서동아리를 조직했다. 강원도는 매주 수요일을 ‘숨요일’로 운영하는데, 우리 학교도 3시 50분이면 일과가 종료되기에 아이들과 수요일 방과 후에 모이기로 약속했다.
 
첫째, 책 선정과 첫 만남 갖기
첫 만남에서 서로를 소개한 뒤 독서동아리 활동의 취지를 이야기했다. 모임 시간, 규칙 등을 정한 뒤 첫 번째 주제 도서를 정하였다. 이때 아이들은 책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책 정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사전에 교사가 읽을 만한 책을 몇 권 준비하여 그중에서 고르게 하면 좋다. 우리 아이들은 인지도 때문인지 김병만의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를 선택했다. 우리는 책을 다 읽고 수요일 방과 후 시간에 모여 독서토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독서토론을 위해 모인 아이들은 서로를 어색해했다. 자신을 표현하는 일에 서투르다 보니 책에 대한 감상만이 아니라 일상을 공유할 때에도 단답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다행인 것은 아이들의 절반 이상이 책을 읽은 덕에 그럭저럭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둘째, 질문을 통해 자기 삶과 연결하기
5월엔 『아몬드』(손원평)를 읽었다. 이 책은 원주의 ‘한 도시 한 책 읽기’ 지정 도서라 아이들이 호기심을 느끼기도 했고, 주변에 읽고 나서 재밌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어 이번 기회에 읽고 싶다는 의견이 많아 선정했다. 함께 모여 두
시간 정도 읽고 못 읽은 부분은 각자 읽은 후 모여 ‘나에게 감정이 없다면, 자란다는 것(성장)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선정하여 독서토론 을 진행했다. 6월의 주제 도서는 『열일곱, 내가 할 수 있는 것은』(오중빈)이었다. 아이들은 여행을 동경한다. 자신은 일상에 치여 엄두도 못내는 일을 같은 나이의 아이가 해내는, 거기다 여행을 통해 만난 낯선 이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이야기는 흥미와 깊은 공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작가가 음악을 통해 자신감을 얻는 부분, 고아원의 아이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느꼈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베푸는 모습을 닮고 싶어 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 베풀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나의 꿈은 무엇인가’ 등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책 내용에 자신의 삶을 비추어 생각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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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어색했다. 독서의 경험만이 아니라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거의 없는 아이들이었다. 거기다 낯선 친구들과 하는 활동이다 보니 마음이 얼어 있어 편안하게 이야기하기 힘들어했다. 생각을 말로 표현해 본 적이 없는 7명의 아이들과 진행하는 독서토론. 교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끊기거나 끝 모를 침묵 속으로 빠져들기 일쑤였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모임 시간이었다. 학교생활에 큰 애착이 없고 책 읽기에 대한 동기가 크지 않는 상태라 그런지 사정이 있다며 한두 명씩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인문계와 달리 방과 후 수업이 없어 일과 후 남아 활동하는 것이 수월하겠다는 생각은 철없는 교사의 머릿속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거기다 모임이 진행될수록 책을 완독하지 않고 오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꼬시기도 하고 책을 읽어 오지 않으면 모임을 진행할 수 없다고 화도 내어 보았으나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러 번의 의논 끝에 점심시간 30분씩 모여 활동을 지속하기로 했다. 교실보다는 도서관이 마음 편안한 장소라 그런지 아이들이 점심시간 약속을 대체로 지켜 안정적으로 모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지속적으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이들 사이의 벽도 서서히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모임 후에 점심을 함께 먹다 보니 더 친밀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다. 문제는 책을 계속 완독하지 않는 아이가 모임에서 멀어진다는 것이었다.
한 학기 동안 독서토론 모임을 진행하면서 책을 읽어 오지 않거나 독서토론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아이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 읽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힘든 아이들이 참 많았다. 처한 환경이나 개인적 역량 등의 이유로 학습 결손이 누적되었을 때 고등학교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그러한 아이들이 모여 있을 때는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생생하게 목격하는 날들이었다. 글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읽었다고 하더라도 단어나 문장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삶의 경험으로 대충, 눈치껏 버텨온 것이었다. 독서와 관련한 성공 경험이 거의 없는 아이들은 책 읽기 자체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거나, 자신이 읽을 수 없는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1학기를 꾸역꾸역 마무리하면서 심각한 고민에 빠져 들었다. 여기서 멈추는 게 낫지 않을까, 내가 욕심으로 아이들에게 무리한 것을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닐까. 고민이 깊어졌다.
 
길은…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첫째, 생각과 느낌 나누기
1학기 마무리 모임 날, 아이들에게 한 학기 동안의 독서동아리 활동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물었다. 솔직히 부정적인 의견이 많으면 2학기엔 해체를 선언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만큼 학교와 아이들에게 지쳐 있었다. 느릿한 말투로 수줍게 들려준 아이들의 이야기는 나의 생각과는 달랐다. 책을 읽고 친구 여럿이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시간이 좋고 어쩌다 동아리에 들어와 활동하게 되었는데 책도 많이 읽고 친구들도 알아가고 학교생활에 자신감도 생기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가 함께 읽은 책을 엄마도 읽고 참 좋다고 하셨다고, 자기 소유의 책이 없었는데 모임에서 책을 얻어갈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한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은 서툴지만 자기만의 속도로 책과 친구를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모임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한 아이의 말에 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투박하고 서툰 고백에 미안함과 혼란스러움이 교차했다. 난 이 아이들과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걸까?

둘째, 긍정적인 경험 안겨 주기
아이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교사가 되길 꿈꾸던 시절, 함께 읽는 책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책을 통해 삶을 나누고 싶었다. 독서교육의 길에서 여러 훌륭한 학생들을 만나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편견을 갖게 된 것은 아닐까. ‘그래도 고등학생인데.’ 하는 생각 말이다. 제대로 된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 보지 않은 아이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책이 아니라 활자 자체가낯선 아이들도 있다. 책의 용도는 그저 냄비 받침인 경우도 많다. 책을 읽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저절로 되지 않고 많은 노력과 긍정적인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자.
셋째, 만화책과 그림책 활용하기
2학기 첫 만남, 아이들에게 내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아이들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주었다. 혼자 단행본 읽기가 어렵다고. 그래서 자기 삶의 고민을 풀어낼 수 있는, 그러면서 이야기가 있는 만화책과 그림책을 함께 읽기로 하였다. 2학기에 첫 번째로 읽은 책은 『행복한 청소부』(모니카 페트)와 『저 청소일 하는데요?』(김예지)였다. 점심시간이 되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도서관에 모여 책을 읽거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흐름이 짧은 책을 읽으니 훨씬 생생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즈음 모임에 안 나오는 학생들은 정리하고 새로운 멤버를 충원하였
다. 수업하는 학급의 학생들 중 세 명이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만화 9급 공무원』(Sepia), 『고백, 손짓, 연결』(김민섭)을 함께 읽었다.
넷째, 넓게 공유하기
중간고사가 끝난 후에는 함께 영화 관람도 했다. 학교가 외진 곳에 있어 택시 잡기가 힘들어서 나의 고물차에 몸을 구겨 타고 시속 30km로 가면서 참 많이도 깔깔거렸다. 11월에는 원주 지역 책톡 동아리 연합 행사에서 우리들 활동 내용을 발표했다. 긴장하면서도 준비한 내용을 다른 학교 아이들 앞에서 펼쳐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이라는 책과 다양하게 만나는 아이들의 표정과 눈빛이 처음과 많이 달라졌구나 생각했다.내가 사는 것은,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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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이 이야기는 ‘그 후로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나지 않는다. 사실 아이들과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교사로서 크게 재밌지 않았다. 서툰 책 읽기, 떠듬떠듬 들려주는 이야기들, 내면 가득한 상처를 불편하게 내보이는 것, 마냥 기다려 주기… 나에게 낯설고 그래서 어려웠다. 하지만 아이들은 달랐다. 12시가 되면 어김없이 책을 들고 도서관 앞에 모여 나를 기다렸다.
 
책 읽기는 지적 활동인 동시에 정서적 경험이다. 어린 시절 누군가 읽어 주던 이야기에서 느껴졌던 낯설면서도 흥미진진했던 그 기억 덕에 우린 책을 찾게 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우리가 만나게 될 아이들 중에는 책 읽기에 대한 긍정적 원체험을 갖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내가 우리 학교에서 만났던 아이들처럼. 아이들은 우리 독서동아리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책을 통해 맺어진 관계가 다시 책을 읽게 만든다. 아이들은 모임이 끝난 뒤 우르르 점심을 먹으며 몰려간다. 친구와 함께 걸어가는 아이들은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뒤통수도 웃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일 년 동안 아이들과 한 일은 그저 옆에 있어 줄 사람을 함께 만든 것 아닐까?
 
수업 시간, 칠판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며 서 있는 순간이 있다. ‘교사로서 난 이 순간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내 편이 되어 주는 조용한 눈빛이 있다. 나에게도 내 편이 되어 주는 누군가가 간절히 필요했던 것이다. 어쩌면 나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내 옆에 있어 주는 누군가를 만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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