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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시민성+청소년 참정권(1/3)
<학교도서관저널 , 2018년 04월호> 18-04-03 10:48
조회 : 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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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 시민이다
어린이도 시민이다
 
이주영 어린이문화연대 대표
 
 
어린이 시민성에 대한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한참 생각했다. 어린이 시민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슬프지만 먼저 어린이와 청소년이라는 말부터 살펴봐야 한다. 어린이라는 말은 우리나라 법률 용어로는 영유아보육법에 어린이집 설치에 관한 규정에 있다. 이 법에서 “영유아는 6세 미만의 취학 전 아동을 말한다.”라고 규정해 놓았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아동이란 18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라고 규정해 놓았다. 청소년 기본법에서는 “청소년이란 9세 이상 24세 이하인 사람을 말한다.”라고 규정해 놓았다. 이렇게 어린이, 아동, 청소년 시기가 겹치기도 하고 혼란스러운 게 현재 모습이다. 법으로만 보면 어린이는 6세 미만에 해당한다.

나는 이렇듯 어린이라는 말을 없애려 하거나 유아기로 유폐시키려는 의도에 반대한다. 아동이나 청소년이라는 말을 굳이 만들면서까지 어린이라는 말을 초등학교로 좁히더니, 영유아보육법을 만들면서 6세 미만으로 유폐시키고 있는 이면에는 어린이를 억압하고 무시하는 우리 사회 지배계층 의식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독립된 한 사람으로, 어린이를 정당한 시민권을 가진 국민으로, 어린이를 대한민국 역사를 바르게 지켜온 주인공으로 모시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자원을 갈취하려는 탐욕을 들키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어른들이 조금 편하게 살려는 이기심과 욕심 때문에 어린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기와 물과 지하자원을 함부로 당겨쓰고 있으니까.
대부분 알고 있다시피 어린이라는 말은 1920년대 어린이 해방 운동을 일으켰던 방정환이 창조했다. 물론 그 전에도 일부 쓰던 말이기는 하지만 그전까지 ‘어린 사람’은 어른들이 소유하는, 미성숙해서 보호하고 이끌어주어야만 하는 작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1920년대 어린이 해방 운동가들은 ‘어린 사람’을 ‘앞선사람’이라고 해석했다. 어른보다 앞에 있는 사람이고, 어른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고, 어른이 뒤에서 따라가야 하는 사람이고, 어른이 내려다보는 사람이 아니라 올려다보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늙은이와 젊은이와 평등한 인권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으로 어린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시 어린이는 18세까지를 일컬었는데, 어린이라는 말에 담은 이런 뜻을 우리 역사에서 널리 펼친 것은 방정환과 김기전을 비롯한 수많은 어린이 해방 운동가들이었다.

방정환은 역사를 뒤로 돌려 보면 어른이 앞에 있지만 역사를 앞으로 내다보면 어린이가 10년 20년 앞서 나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어른은 그 10년이나 20년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 그런 어린이를 어른이 앞에서 마음대로 끌고 가려고 해서는 안 되고, 어린이 위에 올라타서 억압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이런 생각을 널리 펼치기 위해서 어린이날을 만들었고, 어린이날에 전국 각지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시가행진을 하면서 선전지를 뿌렸다.
 
- 어린이를 재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그들에게 대한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게 하라.
- 어린이를 재래의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만 14세 이하의 그들에게 대한 무상 또는 유상의 노동을 폐하게 하라.
- 어린이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에 족한 각양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절을 행하게 하라.1)
 
윤리적 억압과 경제적 억압에서 해방하고,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 수 있는 교육 시설을 갖추자는 건 당시 일제가 추진하던 식민지 노예 교육에서 해방시키자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써야 하지만 당시 상황에서 쓸 수 없었던 것이 “어린이를 모든 정치적 억압에서 해방해야 한다.”라는 구호라고 생각한다. 당시 일제 감시 아래에서 겉으로 주장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구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어린이 해방 운동 출발점, 곧 어린이를 대한민국 역사에서 주인공으로 나서게 한 계기가 3·1독립 운동이었다. 3·1독립 운동 첫날부터 파고다공원에 모인 18세 이하 어린이들이 앞장섰고, 유관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어린이들이 전국 곳곳에서 어른보다 앞장서 움직였다. 3·1혁명에는 남녀노소와 빈부귀천을 넘어 온 민족이 참여했으나 그 가운데서도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참여했고, 가장 큰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3·1혁명은 우리 민족이 처음으로 군주제를 버리고 민주제인 대한민국을 세운 사건인 동시에,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어린이들이 집단으로 사회를 이끌었던 사건이기도 하다. 그 뒤로 1926년 6·10만세운동, 1928년 광주학생의
거를 거쳐 1960년 4·19혁명에까지 이른다.
박정희 독재 세력은 군사반란을 일으켜 4·19혁명을 짓밟고, 초중등학교에서 학생자치권을 말살했다. 유신정권에서는 아예 초중고 학생회를 해체하고 학도호군단으로 바꾸었다. 초중고 학생회는 학생들이 선거권, 피선거권, 참정권, 운영권을 다 갖고 있었다.2) 그러나 학도호국단은 교사들이 임명하고 지도하는 것이었다. 나는 1972년을 기점으로 어린이들이 갖고 있던 학생자치권을 말살 당했다고 본다. 나아가 초중고등학교에서 정치교육을 하지 못하게 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정치교육을 못하도록 규제를 시작한 건, 대한제국기에 일제 통감부가 교육을 장악하면서부터다. 일제 통감부는 정치교육은 학교에서 못하도록 하였고, 정치교육을 하는 학교는 탄압했다.3) 애국계몽운동을 정치교육이라고 탄압했고, 유교 삼강오륜에 근거한 충효 교육을 모범교육이라고 권장했다. 이는 곧 일제식민지 정책에 충성하는 노예를 만들기 위함이었고, 일제 식민지 기간 동안 더욱 강화했다. 그러나 독립운동가들은 학교 안과 밖에서 정치교육을 하면서 맞섰다.
일제가 강력히 추진하던 초중고등학교에서의 정치교육 금지가 박정희 유신 독재 정권 아래서 완성되었던 것이다. 당시 문교부와 각 시도 교육청을 대구사범 박정희 동기생, 김종필을 등에 업은 공주 사범 출신들이 당시 문교부와 각 시도 교육청을 장악하고 충성 경쟁을 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 1970년대 초중등학교장들 역시 대부분 일제 때 사범학교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배운 대로 상부 지시에 절대 복종하고 순종하면서 초중등학교에서 민주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자치권은 물론 스스로 사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권까지 말살하려고 했다. 학교가 정치교육에 오염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두려워하고, 스스로 포기하는 노예교육을 했던 것이다. 사실 노예교육이야말로 일제와 독재 정권이 자행한 가장 나쁜 정치교육이다.
1987년 6월 시민항쟁으로 이러한 노예교육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들이 있었고, 1990년대에는 학생자치회로 많이 부활했지만 대부분 형식에 그치고 말았다.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경제성장 성과를 일부 특권층이 독점하면서 양극화가 극대화되었고,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이런 양극화를 극복하기보다 이에 편승하는 방향으로 나가면서 초중고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기계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는 어린이들에 대한 또 다른 경제적 억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억압 속에서 어린이들이 다시 사회에 정면으로 등장하는 사례로 효순이 미선이 사건, 월드컵 응원전, 광우병 촛불 시위, 2016년 촛불혁명을 들 수 있다.
1919년 3월 1일, 대한민국 시작과 함께 태어난 ‘어린이’는 100년 동안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그리고 이제는 어린이라는 말을 6세 미만으로 유폐시키려고 한다.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우리나라가 항상 새 나라가 되려면, 우리 역사가 앞으로 나가려면, 1920년대 방정환과 어린이 해방 운동가들이 창조한 ‘어린이’를 되살려내야 한다. 아니 그들이 솟구쳐 일어나는 것을 더 이상 억압하거나 왜곡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아동을 어린이로 바꾸고, 청소년을 원래대로 소년과 청년으로 나누고, 어린이집은 아기집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나아가 어린이와 젊은이와 늙은이가 모두 ‘한 사람’다운 권리를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대한민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헌법으로 만든 나라, 헌법으로 운영하는 나라다. 헌법 전문에 있는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는 것은 어린이들도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누릴 때 실현할 수 있다. 아니 헌법 이전에 자연법으로 부여받은 ‘한 사람이 갖고 태어난 권리’를 어린이한테서 빼앗거나 억압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우리 민족이 처음 세운 민주공화국이다. 곧 대한제국이라는 군주제를 버리고 민주공화국을 세우게 만든 3·1혁명은 미국 독립혁명이나 프랑스 시민혁명과 같다. 어린이들이 그 혁명에 주역으로 참여했으니 대한민국은 어린이들에게 진 빚이 크다. 민주주의가 위기를 당할 때마다 어린이들이 바로잡는 데 앞장섰으니 그 공 또한 크다. 그런 어린이들이 헌법에 보장한 한 사람이 가져야 할 기본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어린이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 ‘한 사람’으로 태어나면서 하늘로부터 받아서 나온 기본권은 그 어느 누구한테도 양도하거나 어느 누구도 양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기본권은 오로지 ‘한 사람’인 어린이가 갖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이라는 시민으로서 갖고 태어난 것이고, 헌법으로 부여받은 것이다.
 
 
 
1) 『어린이 문화 운동사』 이주영, 보리, 2014, 15쪽∼16쪽.
2) 『어린이 해방, 그 날로 가는 첫걸음』 이주영, 우리교육, 95쪽∼97쪽.
3) 『다시 읽는 조선근대교육의 사상과 운동』 윤건차, 살림터, 2016, 357쪽~358쪽.
 
 

 
 
 
어린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민주시민교육
 
배성호 서울삼양초 교사
 
 
흔히 어린이는 미래의 주역이자 희망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말에는 함정이 있다. ‘미래’ 사회의 주역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현재성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미래의 시민일 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와 학교 현장에서는 어린이는 교육받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어리고 미숙하다는 이유로 어린이들의 가능성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단견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린이들은 유쾌한 에너지로 세상의 통념을 뒤흔들면서 새로운 발걸음을 열어가고 있다. 어린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펼친 생생한 사례들을 살피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학생들과 함께 펼친 일련의 활동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발 딛고 선 지금 여기에서부터 교육을 펼쳐가고자 한 소박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삶터에 주목한다는 생각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오래된 미래’라는 말처럼 이미 사회과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강조된 점이었다. 다만 그 적용과 실천이 교육과정과 교과서라는 매트릭스에서 자유롭게 구현되지 못했을 따름이다.
 
‘학교 안전지도’ 만들기
아이들이 즐겁게 동네를 바꾼 사례가 있다. 바로 학교 안전지도 만들기를 통해서다. 학교 안전지도는 안전교육과 학생들이 직접 지도를 만들어 보는 과정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학교 안전지도 만들기가 좋은 점은 아이들의 생활공간 속에서 다양한 가능성과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 주변을 아이들이 직접 살펴보면서 흥미로운 점을 찾아냈다. 통학로를 비롯해서 스스로 평소 잘 노는 공간들과 위험한 공간들을 살펴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안전지도는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다. 우선 안전한 장소와 위험한 장소로는 어떤 곳이 있는지 살피고, 이를 조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한다. 그리고 실제 현장조사에서는 인터넷 등에서 학교 주변 위성지도를 출력해서 직접 해당 장소를 확인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인터뷰 등을 열어나가며 동네를 다채롭게 알아볼 수도 있다. 이후 모둠별로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함께 모여 지도를 작성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거친다.
 
 
학교 안전지도의 핵심은 지속적 관심과 참여
학교 안전지도는 여러모로 뜻 깊다. 학생들이 직접 학교 주변을 살피는 것은 자연스레 안전교육이 되고, 지도를 만드는 것도 교육적으로 의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이뤄지는 학교 안전지도 제작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그것은 지도 제작에만 집중하는 경향 때문이다. 물론 지도 제작을 하는 것만 해도 의미가 크다. 그런데 문제는 지도 제작만 한다고 해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학교 안전지도의 핵심은 위험한 곳으로 표시된 곳을 어떻게 안전하게 바꿔 가느냐이다.
실제로 여성가족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학교 안전지도 제작에 큰 관심과 지원을 하지만 정작 사후 프로그램에는 소홀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아이들과 더불어 학교 주변을 안전하게 만드는 활동을 추천하고 싶다. 참여를 통해 아이들이 민주주의를 직접 실천하는 과정으로 질적 전환이 이뤄지며 풍성한 민주시민교육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아이들은 지도 만들기에만 그치지 않고 학교 안전지도를 만들면서 알게 된 위험 지역을 안전하게 바꾸기 위해 구청장님께 편지를 쓰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갔다. 이 과정은 최근 『안전지도로 우리 동네를 바꿨어요!』라는 책으로도 나왔다. 이를 책으로 담아낸 것은 동네를 바꾸는 일은 특별한 누군가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초등학생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책에 나온 실제 이야기를 통해 공교육 현장에서 학교와 마을이 유쾌한 사회적 상상력을 펼쳐가는 가능성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민주시민교육은 지식이 담긴 명사로 존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역동적인 생활 세계와 함께 어우러지는 동사로,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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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수업들을 되돌아보면서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 떠올랐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징후들과 작은 사고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은 여러 모로 헤아려 볼 점들이 많은 내용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한 번의 큰 재해가 있기 전에, 그와 관련된 작은 사고나 징후들이 먼저 일어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큰 재해와 작은 재해,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점에서 ‘1:29:300 법칙’으로 부르기도 한다. 하인리히 법칙은 사소한 문제를 내버려둘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낸 것으로 산업 재해 예방을 위해 중요하게 여겨지는 개념이다.
실제로 하인리히 법칙은 학교 통학로 등 곳곳에서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최근 안전에 대한 이야기가 부쩍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대개 이때 안전은 개인이 조심하는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설명을 나누었더니 아이들은 ‘하인리히 탐험대’ 동아리를 만들어 위험한 학교 주변 통학로를 직접 조사하면서 이를 바꿔나가기 위한 활동을 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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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학교다.’라는 말처럼 아이들이 보금자리인 학교와 마을을 직접 답사하면서 찾은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며 아이들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과정에서 새로운 희망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사실 이와 같은 수업은 아주 특별하고 어려운 수업이 아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이미 2학년 때 마을지도를 그리는 활동이, 4학년 때에는 지역의 문제 해결을 배우는 과정이, 6학년 때에는 커뮤니티 맵핑이 사회과 교육과정으로 편성되어 교과서에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발 딛고 선 지금 여기의 삶터에서 어린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삶터의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 옮긴 학교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학교 앞 통학로 안전 문제다. 비탈진 지역에 위치하고 또 골목이 바로 차도와 연결되는 지역의 특성상 실제로 학교 주변이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들이 속상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아이들은 이내 용기를 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학교 안전지도를 마련하기 전 마음속으로 떠오르는 학교와 집을 중심으로 한 지도를 학기 초에 그려 보았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그린 지도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지도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과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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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담아간 지도 속에는 단순히 위험한 곳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평소 중요하거나 인상적으로 생각한 장면들을 고스란히 비춰볼 수 있었다. 더불어 올해에는 학부모님들과 지역 사회와 함께 학교 통학로 안전 문제를 나누고자 한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어른들과 사회도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눈으로 통학로 사진을 찍어서 전시회를 열어갈 예정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일상에서 마주하는 삶의 공간을 애정을 갖고 살피면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 가는 사회적 상상력을 열어가기 위해서다.
사실 일련의 과정에서 학교 주변을 바꿔내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더 마음이 간 부분이 있다.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몸소 민주시민교육을 체득해 가는 것이다.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처럼 진선진미(盡善盡美)의 자세로 목표뿐만 아니라 목표에 이르는 과정도 중요하게 여기면서 펼쳐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새로운 시작을 열어간 아이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시나브로 생각을 키우고 유쾌한 사회적 상상력으로 학교 주변 동네를 안전하게 바꿔나가길 응원한다.
 
 
 
 
어린이의 단단한 읽기, 더 튼튼한 시민으로
 
김혜진 그림책 독립연구자
 
 
자전거를 탄 아이가 넘어졌을 때 달려가 그 아이를 돕는 건 아이들이었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고 벌거벗었다고 말한 것도 아이였다. 아이들은 워낙 그런 존재였으나 어른들이 그걸 못하게 교육한 거다. 시답잖게 어른이라고 이런저런 책을 소개하기가 부끄럽다. 그래도 그림책을 읽은 아이들이 다른 눈을 뜨게되고 마음과 생각이 단단해질 수 있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아이들이야말로 바르고 건강하며 곧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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