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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 활동(3/3)
<학교도서관저널 , 2018년 03월호> 18-03-28 09:35
조회 : 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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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수고했어, 오늘도
독서동아리와 함께한 시집 제작 프로젝트
송정화 서울 문성중 사서교사
 
평범하게 일기처럼 시작하기
“그냥 소설 쓰면 안 돼요?
“시는 써본 적이 없어요. 어렵잖아요.”
동아리 학생들이 나를 둘러싸더니 원망의 눈빛과 한숨 섞인 목소리로 아우성이다. 올해 야심차게 준비한 시집 제작 프로젝트를 발표해 놓고 생각지 못한 아이들의 냉담한 반응에 고민에 휩싸였다. 함성 가득한 환호를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뜨뜻미지근한 반응일 줄이야… 아이들에게 친숙한 분야는 아니었지만 아이들과 시를 쓰고 싶었다. 미흡한 완성일지라도 시 한 편 쓰면서 마음 속 괴로움도 털어내고, 읽으면서 위로 받는 그런 시 말이다.
아이들 반응에 생각이 많아졌다. 시집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맞을까? 오히려 나의 무리한 강행이 아이들에게 시는 어려운 존재로 각인시켜 주는 계기가 아닐까? 그렇게 나는 이틀을 꼬박 고민했다. 시를 왜 쓰고 싶은지 나의 생각을 전달하면 조금은 생각이 바뀔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동아리 아이들을 불러 나의 얘기를 풀어냈다. 돌이켜 보니 ‘잘’ 하려는 마음, ‘잘’ 써야 한다는 부담, ‘잘’ 완성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아이들을 이렇게 겁쟁이로 만든 것 같았다. 단연 아이들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보다 더 부담을 갖고 있던 것은 사실 바로 나였다. 완성도 있는 시집을 제작해야 한다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잘’ 하고 싶었던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달되었던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이런 나의 고민들과 왜 너희와 시집을 만들고 싶은 이유를 얘기했다. 몇 년 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모아진 시인들의 시집처럼 완성도 있게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버리고 조금은 어설프고, 우스워도 우리만의 시집을 만들자고 얘기했다. 중학생의 고민, 나의 생각, 매우 평범한 하루하루가 모이고, 소소한 행복이 모여 나의 인생을 만드는 지금 이 순간의 우리들의 이야기 말이다. 그러자 한 학생이 나에게 물었다.
“그럼 정말 평범하게 일기처럼 써도 돼요?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요.”
주위 아이들이 모두 키득거리며 웃었다. 아마 나에게 꾸중을 들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나의 반응에 조금은 당황한 눈치였다. 잘 써야 한다고 잔소리로 시작할 선생님이 일상 이야기를 써도 된다니, 이제야 아이들이 그럼 한번 써보겠다면서 웃었다. 우리는 그렇게 시를 쓰게 되었다.
 
첫째, 길잡이 시집 정하기
공책에 ‘ㄱ’도 못 쓰고 애꿎은 연필만 빙글빙글 돌리며 첫 시간을 날렸다. 첫 문장을 쓰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길잡이 시집’을 하나씩 구입하기로 했다. 서점에 가서 충분히 둘러본 뒤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시집을 고르게 했는데 각자의 개성에 맞게 시집을 선택했다. 그런 후 고른 책을 구체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과 책의 크기, 제목, 디자인, 분위기, 목차, 문체 등 시 쓰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계획을 세웠다. 서로 어떤 시를 쓸 것인지 한참을 얘기하고 웃고 떠들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어쩌면 잡담이라고 느껴질 수 있던 그 시간을 통해서 우리는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갔다.
 
둘째, 마구잡이로 쓰기
하나의 시를 쓰는 데 필요한 시간은 무한대였다. 끝이 나지 않았다. 다 써 내려가기도 전에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고… 결국은 “못 하겠어요.”로 마무리되는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끝이 나지 않아도 이것 또한 시, 마무리가 어설퍼도 그것 또한 시라면서 너희들이 쓴 글을 아껴주라고 다독였다. 그래도 힘들어 하는 학생은 소설처럼 써 보자고 했다.
글을 써 오면 10줄에서 7줄로 줄이는 연습, 7줄에서 5줄로 줄이면서 점차 시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함축적 의미의 단어로 바꿔나갔고 사전도 참고하여 시를 써 나갔다. 첫 시를 완성하는 것을 어려워했지, 그 이후에는 방법을 터득했는지 처음보다 수월했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은 쓰지 않고 자유롭게 시집을 읽고 시상을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왔다. 대부분 아이들은 밤에 잘 써진다며 집에 가서 시를 써 왔는데 카카오톡 단톡방을 개설하여 서로 늦은 시간까지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했다.
 
셋째, 시 고르기
스프링 공책에 차곡차곡 모아진 시가 개인당 20∼30편 정도가 되었다. 그중에서 본인이 실리길 원하는 시를 10편씩 고르게 했다. 시를 고르는 것에 있어서 아이들이 서로 주고받는 도움이 매우 컸는데, 각자가 꼭 실렸으면 하는 시를 포함하더라도 10편만 고른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힘든 일이었나 보다. 아이들은 서로 어느 시가 좋은지 추천하며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대중성도 고려했다.
 
 
넷째, 첨삭하기
선택한 시는 워드 작업을 하여 공용 USB에 개인 이름으로 개별 저장했고, 난 그것을 확인하고 출력하여 다시 학생에게 주었다. 집에 ‘한글’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점심시간과 방과 후에 도서실을 이용하여 아이들이 직접 시를 옮겼다. 출력한 시를 보고 수정할 내용은 본인이 자유롭게 바꾸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손으로 가리고 쑥스럽게 시를 쓰더니, 어느새 서로 본인의 시를 봐달라고 건네기까지 했다. 나도 개입하고 싶었던 부분이 꽤 많았지만 맞춤법과 띄어쓰기 정도만 봐주고 아이들의 시를 그대로 넘겼다.
 
다섯째, 삽화 그리고 인쇄하기
시가 완성되니 삽화 그리기에 욕심이 생겼다. 자신의 시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는데 그림 그리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은 사진을 찍어오기로 했다. 삽화까지 완성되자 우리의 책을 인쇄할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여러 곳을 검색한 후 내가 결정한 곳은 ‘북토리(www.booktory.com)’였다. 소량 인쇄도 가능하고 책의 크기, 재질, 두께, 색상 등 하나씩 선택할 수 있는 곳이었다. 목차부터 아이들의 원고를 한 편씩 편집하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라 작업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하지만 아이들의 시를 옮기면서 그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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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만의 출판기념회
원고가 인쇄소로 넘어갔다. 아이들은 혹시나 책이 도착했나 싶어 매일같이 도서관을 찾아왔다. 책이 도착하던 날, 우리는 다 같이 모여 시집 한 권씩 들고 서로 말없이 순식간에 다 읽어냈다. 그리고 세상 제일 행복한 표정으로 나에게 오더니 연신 감사하다며 고생하셨다고 인사를 했다. 다 함께 작은 기념 파티를 하면서 서로의 시를 아낌없이 칭찬하는 모습에 뭉클했다.
아이들의 시를 한 권의 시집으로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시작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와 설득이 필요했고, 시 쓰기를 힘들어하는 학생을 다독이고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야 했고, 나도 스스로를 다독여야 했다. ‘왜 시작했을까?’ 아주 잠깐 후회한 적도 있었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라 부담이 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시를 읽으면서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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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낸 후 아이들이 스스로 시인을 찾아보고 시집을 읽는 모습, 학부모는 자녀들의 시를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고, 교내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해 주셨다. 그 덕분에 아이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훨씬 높아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의 고생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보람된 시간이었다. 혹시 지금 책 만드는 것에 망설이고 계신 선생님들이 계시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니 꼭 도전해 보시라고 적극 권하고 싶다.
 
 
 
 
 
나를 찾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책쓰기
전윤경 서울 봉영여중 사서
 
책 읽기는 글쓴이의 경험을 통해 독자에게 깨달음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렇다면 책쓰기는 우리에게 어떤 즐거움을 줄까? 책쓰기는 그간 데면데면 지냈던 자신과 오롯이 마주하는 시간을 선물로 주는 것이 아닐까? 나는 2014년부터 학생들과 책쓰기 활동을 시작했고, 올해로 5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나의 복잡했던 감정들이 정리되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곤 한다.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노래 부르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건 잠시 잊는 거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책쓰기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감정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는 게 큰 매력이다.
 
첫째, 책쓰기에 도전하기
대부분 도서관 활동이 그렇지만 책쓰기 활동도 참여 학생 모집이 가장 큰 난관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바쁘다. 그래서 나는 세 가지 방법을 이용한다. 첫 번째는 학기 초에 전 학년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도서관 이용 수업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도서관 이용 수업 말미에 도서관에서 이뤄지는 여러 활동들을 소개하면서 전년도 책쓰기 참여 학생의 글을 낭독해 주며 책쓰기 활동에 대해 소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정통신문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가정통신문을 이용하면 부모님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마지막은 평소 도서관에 자주 오는 아이들을 눈여겨봤다가 책쓰기 활동에 참여하라고 독려하는 방법인데,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둘째, 역할 정하기
참여 학생 모집이 끝났다면 기장과 부기장, 카페 관리자, 편집 총괄, 삽화 담당 등 역할을 정한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역할을 정하면 참여 의식도 높아지고, 자존감도 높아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주요 역할을 정한 후엔 부서원을 뽑아서 모두 참여하도록 해 낙오자가 없도록 지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책이 완성되면 책쓰기에 참여한 글 작가와 삽화가, 편집자의 이름을 잊지 않고 꼭 책에 실어 준다.
 
 
셋째, 본격적인 책쓰기
책쓰기의 부담감을 없애라
“책을 쓰자.”라는 말을 건네면 대부분 아이들은 “전 글 잘 못 쓰는데요.”라고 말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잘 쓴 글이 필요하면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 돼. 하지만 십 대만의 경험과 감성은 너희들만이 풀어낼 수 있잖아. 독자들은 글 솜씨가 아니라 너희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거야. 독자들은 솔직한 글에 감동 받거든!”, “책의 종류는 다양해. 자신의 여행 경험을 담은 책, 맛있는 요리를 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처럼 말이야.”라며 부담을 줄여준다. 책쓰기 카페를 만들어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는 카페에 하루에 한 단어씩 올리는데, 아이들은 그 단어가 들어간 짧은 글짓기를 해서 매일매일 카페에 올린다.
이 활동을 하는 이유는 짧은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져야 긴 글쓰기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 짧은 사설을 카페에 올리고 5줄 이내로 요약하는 활동을 통해 핵심만 요약하는 훈련을 했는데, 이를 통해 아이들의 책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 짧은 그림책을 읽고 뒷이야기 꾸며 쓰는 활동도 좋다.
 
주제를 정하자
책쓰기는 타인의 저작물을 도용하는 표절이 아니라면 제약이 없다. 하지만 주제를 정할 때는, ‘나’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모음’, ‘나의 가족’, ‘나의 여행’처럼 말이다. 자료를 검색하고, 대형 서점에 나가서 내가 쓰고 싶은 주제와 비슷한 책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해서 정해진 주제는 모두 모인 자리에서 발표하고 피드백 받는 시간을 통해 최종 결정된다.
 
롤모델 책에서 Tip을 얻자
내가 쓰고 싶은 책과 유사한 주제를 다룬 롤모델 책을 찾는 것은 망망대해에 등대를 만난 것처럼 책쓰기 활동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유익하다. 내가 쓰고자 하는 책과 비슷한 주제의 출판된 책에서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글의 진행 순서를 살펴보며 나만의 목차를 정하거나 진행 방향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스토리보드를 작성하자
주제가 선정되면 책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한 장의 스토리보드를 만들어 본다. 선후배가 한자리에 모여서 스토리보드를 발표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글에 살을 입혀라
책의 윤곽을 정한 후엔 본격적으로 글을 얻는 활동이 시작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책의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집을 지을 때 대들보와 네 귀퉁이에 기둥을 세우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첫 번째로 탈고한 글은 선배들의 조언과 첨삭을 거치고 수정하면서 다듬어진다.
 
보기 좋게 편집하라
2017년의 『MSG』는 1부 ‘가족’, 2부 ‘자유’, 3부 ‘행복’, 4부 ‘삶’이라는 4개 챕터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3학년 편집부장이 글의 주제나 성격에 따라 4가지로 나누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300쪽에 달하는 글을 편집할 땐, 서로 돌려가며 읽고 선배가 후배의 글을 읽고 수정과 편집을 도와주는 식으로 했다. 면지에 들어갈 그림도 아이들 중에 그림에 소질 있는 아이들이 학생 작가와 의논해서 손으로 일일이 그려서 넣었다. 이때 선후배들이 웃고 이야기 나누며 때로는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은 책쓰기 활동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책 제목을 정하라
책쓰기가 끝나갈 무렵, 생의 첫 책의 제목을 무엇으로 할지 학생 작가 12명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그때 나온 제목이 화학조미료를 뜻하는 ‘MSG’였다. 왜 ‘MSG’냐고 물었더니, “화학조미료는 몸에는 안 좋지만 조금만 넣으면 음식이 맛있어지잖아요. 꼭 우리들이 겪지 않았으면 좋을 것 같은 고민과 상처들처럼 말이죠.”라고 대답했다. 십 대만이 겪는 힘듦과 아픔은 때때로 삶을 깊이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부제를 ‘안 좋지만 그래서 더 끌리는 나의 진짜 이야기’라고 정했다.
 

책쓰기 연합 발표회로 함께 성장하자
2017년 12월, 양천 구립 갈산도서관에서 ‘양천구 중학생 책쓰기 연합발표회’를 개최했다. 양천구청과 학부모님까지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갈산도서관 강당을 가득 메워 발표회를 축하해 주셔서 학생 작가들에겐 더없이 뿌듯한 자리였다. 우리 학교는 4년 동안 학교도서관에서 학부모만 초청해서 발표회를 했다. 이런 뜻깊은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타인과 생각을 나누는 기회를 갖고 한 뼘 더 성장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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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책쓰기는 아이를 변화시킨다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도서관에 오던 한 아이의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왕따를 당했는데 정말 살고 싶지 않아요.”라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시절 전교회장을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속내를 어렵사리 꺼낸 그 아이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도서관에서 책쓰기 활동이 있는데 같이 책 써 보자.”라고 했다. 아이를 달래가며 그해 긴긴 책쓰기 활동을 했고, 아이는 『나는 살아있었습니까?』라는 자전적 소설책을 탈고했다. 아이가 졸업하며 내게 쓴 손 편지에는 “책쓰기 활동은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라고 쓰여 있었다. 책쓰기가 아이의 아픔을 치유하는 치료제가 된 셈이다.
4번째 『MSG』에는 불의의 사고로 오빠를 떠나보낸 아이의 편지글이 실렸다. 어느 날 갑자기 닥친 가족과의 이별로 힘들어하던 아이를 보다 못해 담임선생님께서 책쓰기 활동을 추천해 주셨다. 아이는 책쓰기를 통해 오빠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며, 마음의 짐을 덜었다고 얘기해서 선배들을 울렸던 기억이 난다. 이렇듯 책쓰기는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훌륭한 치료제다.
 
다섯째, 지도자가 유의할 점
간혹 책쓰기 지도자가 첨삭의 수준을 넘어 아이들의 글에 손을 대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그렇게 진행해서 만든 책은 아이들의 책이 아닌 그저 그런 어른의 책으로 전락해 버리기 십상이다. 잘 쓰고 못 쓰는 것보다 아이들 스스로의 힘으로 끝까지 완성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글쓰기에 젬병인 내가 과연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을까?’ 고민된다면, 일단 시작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쓰기는 아이들이 하는 활동이고, 지도자는 배가 산으로 올라가지 않도록 돕는 보조자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아이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는 마법을 체험하게 된다. 책쓰기를 시작하게 되면 아이들은 책쓰기 카페 대문에 붉은 글씨로 ‘마감의 노예’를 내걸고 쓰기의 힘겨움을 토로하곤 한다. 하지만 막상 책쓰기를 마친 후엔 “사서샘, 우리 책쓰기 언제부터 다시 시작해요?”라고 한다. 책을 다 만들고 난 후 밀려오는 뿌듯함과 자신감에 아이들의 어깨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아져, 보는 이를 기분 좋게 한다.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자서전 책쓰기’
이금희
대구 동문고 수석교사
 
‘1인 1책쓰기’가 화두다. 작가와 같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자신의 책을 출판하여 호응을 얻는 일반 저자들이 늘고 있다. 블로그나 홈페이지 형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학생도 예외가 아니다. 학생들의 책쓰기는 주로 동아리별로 하나의 주제를 택해 한 권의 책을 완성하거나, 각자 선택한 주제로 책을 써 한 권으로 묶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은 학창 시절 한 번쯤 경험했을 ‘문집 만들기’를 연상할 수 있다. 그러나 책쓰기는 문집 만들기와는 다른 교육활동이다. 책쓰기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책쓰기는 글쓰기가 아니라 자기 들여다보기”라고 할 수 있다.
 
‘책쓰기’는 글쓰기가 아니다
글쓰기가 아니라니? 책은 글을 쓰는 것 아닌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도서관의 책을 살펴보라. 활자만으로 된 책, 책과 사진이 함께 있는 책, 활자가 전혀 없는 사진집, 그림책, 숫자나 음표만으로 이루어진 책 등 형태가 다양하다.
책쓰기는 말 그대로 책을 쓰는 활동이다. 자신이 가장 말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세상에 없는 유일한 책을 만들어내는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활동이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다루기에 모든 관심사를 다룰 수 있고, 초중고 학생, 주부, 노인 등 누구나 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할 수 있기에 글을 쓰지 못해도 충분히 자신만의 책을 쓸 수 있다.
그리고 본문 내용만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필, 표지 디자인, 서문, 목차까지 완성해야 하기에 저자 겸 편집자 역할도 해야 하는 창조적인 활동이다. 그러다 보니 책쓰기를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성찰하게 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제대로 드러내기 위한 표현 방법을 익히게 된다. 나아가 책쓰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도 경청할 줄 알게 되며, 한 권의 책을 완성함으로써 큰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물론 학생들의 책 수준이 전문가만큼 높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활동을 함으로써 학생들이 성장하고 자신과 화해하고 진로를 찾아나간다는 것이다. 성인 대다수의 책쓰기가 ‘스펙과 전문성’에 중점을 둔다면 학교 교육으로서의 책쓰기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자기 성찰 능력과 표현력 신장’에 방점을 둔다. 전자가 결과를 중시하는 활동이라면 후자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책쓰기는 과정 중심 수행평가, 문제해결 중심 프로젝트 수업에 매우 적합하다.
나는 오랫동안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을 알아가고 자존감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런 소망에 책쓰기 교육은 마른하늘에 내리는 단비였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삼 년 전부터는 정규 교과 시간에 책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의 책쓰기는 ‘자서전 책쓰기’로, 학생들의 자아 성찰력과 표현력 신장을 목표로 한다. 한 학기 책쓰기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글쓰기가 두렵지 않아요.”, “책쓰기를 통해 저를 사랑하게 되었어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무엇이 학생들에게 그런 힘을 길러 주었을까?
 
자신에게 공감해 줘요
2017년 책쓰기는 2학년 전 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수업 시간에 17차시로 진행했다. 나는 2학년 문학 수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수업에 앞서 “왜 문학을 배우는가?”, “우리는 문학 수업으로 어떤 성장을 꿈꾸는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하여 내가 찾은 답은 ‘공감과 치유’였다. 나는 사람들이 문학 수업을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배우고, 자신의 삶을 공감하고 스스로의 삶에 질문을 던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믿는다. 아름답게도 학생들은 공감 능력이 탁월하다. 선입견 없이 대상에게 순식간에 마음을 열고, 순수하고 정직하게 자신의 손을 내밀며 말랑말랑한 심장의 온기를 건넬 줄 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도 의외로 그런 공감이 쉽지 않은 존재가 있다.
“얘들아, 너희와 제일 공감이 안 되는 존재가 누구니?”
“엄마요~” “선생님들요~” “시험과 공감이 안 되어요~”
왁자하게 아이들이 웃는다. “선생님이 보기에 너희와 제일 공감이 안 되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인거 같아. 친구한테는 진심으로 인정과 위로의 말을 건넬 줄 알면서도 정작 가장 잘 알아 줘야 할 자신에게는 별로 공감을 안 해 주는 거 같아.”

내가 곁에서 본 바로는 친구의 아픔에 함께 가슴 아파하고, 낙담한 친구에게는 긍정의 손길을 잘도 내미는 아이들이 정작 자신에게는 냉엄하고 차갑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해 주지 않고, 자신이 가진 가능성보다는 부족한 점에 매몰되고, 미래 앞에 주눅 들어 있다. 현재의 모습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한 존재라는 말을 자신에게는 건네지 못한다. 오랫동안 경쟁과 승부에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얘들아, 공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
“이야기를 들어봐야 해요!”
이렇게 자서전 책쓰기 수업에 대한 동기 유발을 한 뒤, 첫 시간에는 이전 학생들의 책을 본보기로 보여 주었다. 책쓰기에 대한 감을 잡고 자신들의 활동 결과를 예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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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우물 홀로 가만히 들여다보기
2학년 전체 학생이 자서전을 썼다. 글을 잘 쓰든 못 쓰든 누구나 할 수 있는 ‘자기 만나기’ 수업이었다. 가능하면 기나긴 글쓰기 수업으로 흘러가지 않게 부담을 줄였다. “열 줄이면 돼.”, “이미지로 페이지를 채워도 돼.”라며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하고 편하게 시작하도록 했다.
자신과 공감하기 위해서는 한두 번의 일회적 활동이 아닌 제법 긴 흐름의 들여다보기 시간이 필요하고, 그 대상은 철저히 ‘자신’이어야 한다. 시인 윤동주가 그의 시 「자화상」에서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가만히 들여다봅니다.”라고 말했듯이 말이다.
자신을 만나려면 번잡한 일상의 마을을 벗어나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에 있는 ‘외딴 우물’을 찾아가야 한다. 그 여행은 철저히 ‘홀로 찾아가’는 것이고 가서도 ‘가만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 우물에 달과 구름과 하늘이 보이다가 드디어 ‘한 사나이’가 나타날 때까지 홀로 가만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청년 윤동주처럼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컴퓨터를 우물 삼아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우물가에서 맴돌던 아이들도 어느덧 누군가와 만나 토닥토닥 어깨를 어루만지고, 미래의 낯익은 누군가를 만나 웃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 내내 시간의 돌다리를 두드리는 자판 소리가 고요하게 이어졌다.
학생들은 각자 24페이지가 넘는 자신만의 책을 만들어냈다. 자서전이었지만 과거의 경험과 함께 미래의 모습을 함께 쓰도록 했다. 과거를 들여다보면서 아픈 기억을 쓰다듬고, 기쁜 기억에 행복해하고, 새삼 어른스러운 마음으로 누군가를 용서하기도 했다. 미래를 쓸 때는 가장 행복한 장면을 상상하여 그것을 직접 경험한 것처럼 구체적으로 쓰도록 했다. 학생들은 대학 입학, 연애, 결혼, 사회적 성공, 여행 등 생각만으로도 흐뭇한 미래의 모습들을 잘 그려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막연할 것 같은 미래에 대해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되고 자신의 진로와 성향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게 된다.
본문 내용이 완성되면 사진과 삽화도 넣고 제목을 만들고, 서문도 썼다. 이 수업을 위해서는 책쓰기 선생님들의 수업이 겹치지 않도록 시간표를 조정하고, 컴퓨터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교사의 카페 운영도 중요하다. 나는 ‘비단쌤의 부쩍 국어’라는 네이버 카페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책쓰기 활동을 매 시간 업그레이드하도록 지도했다. 과정 체크 및 결과물 평가를 위해 카페 활용하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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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로 세상의 문을 열다
각자 쓴 자서전을 모아 반별로 2권씩, 총 24권의 ‘동문고 자서전 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우수 작품들을 모아 한 권의 『ATELIER』를 만들었다. 교사는 거들 뿐 모두 학생들이 편집하고 디자인했다. 그 결과물을 대구 책 축제와 전국 인문학 학생저자 책 축제에 전시했다. 『ATELIER』는 대구시교육청 출판 지원 대상 도서로 선정되어 올 봄이면 정식 출판될 예정이다. 이런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나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래와 같은 서문이다.
“낮은 자존감으로 이루어졌던 책쓰기는 어느새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멋진 과거와 꿈들로 물들어 아주 자랑스러워졌고 무엇보다 내 인생에 대해, ‘나’에 대해 자신감이 생겼다.”  ― 김규랑, 동문고 2학년
물론 책쓰기를 한다고 모든 학생이 글을 잘 쓰게 되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에 대해, 내 인생에 대해 이렇게 오래 집요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라는 학생의 피드백은 책쓰기 수업이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보여 준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교사가 일일이 지도하거나 점검하기는 쉽지 않다. 교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학생이 자신이 오랫동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그 시간이 충분히 가치 있음을 알려 주는 것이다. 자신에 대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책쓰기의 가장 큰 교육적 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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