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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LGBT청소년과 안전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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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8-09 01:23 조회 6,51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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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릉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활동가
 학교에는 이성애자뿐 아니라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포함해 다양한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을 지닌 청소년들이 예로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여러 연구결과에 의하면 LGBT(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바이섹슈얼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청소년이 우리나라 청소년 인구의 5~12%에 이른다고 합니다. 결코 적지 않은 수입니다.
 학교는 이들과 다른 친구들이 함께 어울려 지내며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익히고 관계 맺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LGBT청소년들의 학교생활은 때때로 견디기 어려울 만큼 괴롭습니다. 또래 친구들의 불편한 시선들과 따돌림, 그리고 수업 중 빈번하게 행해지는 교사들의 혐오 발언과 외모나 복장에 대한 간섭과 조롱 때문입니다. LGBT청소년들은 친구들이 자기를 동성애자라고 소문내는 바람에 따돌림을 당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스스로가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괴물처럼 느껴진다고 증언합니다. 친구들로부터 “더럽다”, “호모새끼”, “레즈년”이라는 욕설을 일상적으로 듣는다
고 털어놓습니다. 괴롭힘을 혼자 감당하기 힘들 때는 선생님께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한마디라도 듣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하소연합니다. 때로는 선생님, 학부모, 또래 친구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어서 죽고싶은 마음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LGBT청소년들은 다른 청소년들에 비해 자살에 더욱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비단 성적소수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소위 여성스럽거나 남자답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청소년들 또한 학교에서 놀림감이 되거나 따돌림 당하기 일쑤입니다.
 이렇게 LGBT, 그리고 비전형적인 성별표현을 하는 청소년들이 다른 청소년들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접하고 이해할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청소년들은 그저 여자는 여자답게, 남자는 남자답게 꾸미고 행동하도록 지도받습니다. 여자라면 남자를 사랑해야 하며, 남자라면 여자를 사랑해야 한다고, 즉 세상엔 ‘이성애’만이 존재하며 그것만이 당연하고 옳다고 배웁니다. 이런환경에서는 청소년들이 자기표현 방식의 다양성을 상상하기 어렵고,타인의 성적 지향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수용할 수 없습니다. 이른바 여성다움이나 남성다움과는 거리가 멀거나 이성애가 아닌 성적 지향을 드러내는 청소년들이 다른 또래들에게 ‘비정상’으로 읽히기 쉽고, 그래서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 역시 성적소수자에 대해 잘 몰라서, 많은 오해와 편견을 지닌 채로 이런 상황을 묵인하거나 잘못 개입해 왔습니다.동성에게 향하는 심리적이거나 성적인 끌림을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시기에 경험하는 혼란으로 치부하면서, 교사들은 자기 학생이 성적 지향이나 성별 표현과 관련되어 다른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되면괴롭힘 상황에 주목하기보다 학생의 비전형적이고 유별나 보이는 특징을 문제 삼습니다.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피해학생이 행동을 변화시켜야 하고 ‘정체성 혼란’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모들은 내 자녀가 동성애자가 되어 ‘불행한 삶’을 살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느냐며 염려합니다.
 그러나 상담을 하면서 만나 본 많은 청소년들은 10대 때 일시적인 혼란에 빠진다기보다는 이때부터 적극적이고 진지한 자아 탐색을 시작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길 원하는지, 어떤 사람과 함께하길 원하는지 밤잠 설쳐가며 복잡하게 고민합니다. 그리고 이때의 탐색이 성인이 된 후의 삶과도 긴밀히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0대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정체성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임이 드러났을 때 뒤따를 부정적 시선이 두렵거나, 이를 혼자 감당해야 하리라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들은 자기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거나 그러길 원합니다. 성적 지향 탐색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써, 불행하기보다 설레고 즐거운 탐험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주변에 소수의 지지자만 있어도 이들의 삶이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불행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동성애자로 살면서 불행하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정체성 때문이 아니라 그가 혐오와 차별에 노출되는데도 가족이나 지인들이 지지나 도움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불행해질 것을 염려해 당사자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도록 막아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사와 학부모가 정말 염려하고 변화를 요구해야 하는 대상은, 자기가 원하는 삶을 용기 있게 탐색해 내고 살아가기로 결심한 청소년들이 아니라,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지닌 이들을 관용하지 못하게끔 교육하고 있는 학교라는 공간입니다. 무엇보다 또래들의 괴롭힘을 유별난 피해자 탓으로 여기고 방관하는 학교에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LGBT 청소년이나 본인의 성적 지향을 적극적으로 탐색 중인 청소년, 그리고 비규범적인 방식으로 성별을 표현하는 모든 청소년 들이 학교생활의 모든 면에서 다른 청소년들과 똑같이 대우받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무지개성상담소: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까?』(양철북)는 그간 학교가 특히 LGBT청소년에게 얼마나 차별적이고 안전하지 못한 공간이었는지 보여 줍니다. 그리고 학교를 보다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청소년들의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 성별 표현에 대해 관심 갖고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더 나아가자면, 교사와 학부모는 이 책을 통해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의 과정과 편견 점검하기, 관련 자료 정보 얻기, 그리고 실제로 LGBT청소년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과 적절한 표현 훈련까지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훈련을 거친 교사나 학부모의 태도와 행동, 말하기 방식은 LGBT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청소년들이 자기표현에 있어서 자유롭고 타인 역시 존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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