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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향이의 졸업식-셋넷학교 탈북청소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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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8-09 01:06 조회 9,45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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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셋넷학교 대표교사
 
 탈북청소년(새터민으로도 불려집니다만 법률상 공식 명칭은 ‘북한이탈청소년’입니다.)이란 명칭은,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에 온 20대 전후 연령층의 북한 청소년을 지칭합니다. 이들은 북한 사회체제의 불안과 경제시스템의 붕괴로 생존의 위협을 받았고, 이로 인해 가족해체를 경험했습니다. 이들이 탈북과정에서 겪었던 일들은 성장기의 미성숙한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합니다. 불법이주민이라는 신분상의 문제로 탈북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잡혀가서 모진 고문을 받습니다. 때로는 못된 중국인들을 만나 오지마을로 정처 없이 팔려가기도 한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운명입니다. 이들은 고향과가족을 떠나, 중국과 동남아지역에서 3~5년간 떠돌다가 남한에 입국하게 됩니다.
 이들이 남한에 무사히 입국한 후에도 이들의 탈북은 끝나지 않습니다. 남한정착 후 탈북과정에서 생긴 상처와 고문 후유증 때문에 몸과 마음에 심각한 고통을 겪습니다. 게다가 낯선 자본주의 사회에 단기간에 적응하기 위해 현실적인 압박을받으며 문화 충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합니다. 촘촘한 정보의 네트워크로 정교하게 돌아가는 정보화사회에서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거나 주어진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탈북청소년들은 한없이 외롭고 불안합니다. 셋넷학는 이러한 탈북청소년의 적응과 현실적인 정착을 돕기 위하여 2004년 세워진 민간주도의 비인가 비영리 비종교 대안학교입니다.
 
<탈북보다 더 어려운 남한생활>
 셋넷학교는 현장체험학습을 많이 다닙니다. 사람들은 아이들의 이상한 말투에 관심을 보이다가 고향이 북한이라는 사실을 알면 꼭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남한이 좋으니, 북한이 좋으니?” 아이들은 남한이 좋은 것도 있고, 북한이 좋은 것도 있다고 별 고민 없이 대답합니다. 사람들은 의외의 대답에 실망한 얼굴빛을 감추지 않습니다. ‘제대로 먹지 못하던 북한에서 왔는데 당연히 남한이 더 좋은 것 아닌가? 이 녀석들이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나 보다.’ 하지만 이어서 아이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들이 품고 있었던 편견과 오만의 실체를 볼 수 있습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는 목이 마르면 마을 앞 개울물을 그냥 떠서 마셨고, 참 달고 맛있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반면 서울은 숨 쉬기가 힘들 정도로 공기가 나쁘다고 눈살을 찌푸립니다. 탈북 아이들이 그리워하는 고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셋넷학교를 거쳐 간 아이들은 죽음의 경계선을 몇 차례나 넘으며 하늘의 도움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탈북 과정에서의 아픔보다 남한에 와서 사람들에게서 받은마음의 상처가 더 크다고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나이에 중학교 2학년에 들어간 탈북청소년이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남한의 어린 중학생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뱉습니다. “이런 것도 할 줄 아니?” 뭘 잘 못해서 우물쭈물 서툴게 할지면, “그럼 그렇지. 탈북한 애가 뭘 하겠어.” 학교에서 만난 탈북청소년 중 많은 숫자가 북한도 남한도아닌 중국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북한은 생존하기에 너무나도 각박해서 더 이상 살 수가 없을 것 같고, 자신들을 동물원에 있는 이상한 동물 취급하는 남한에서는 살고 싶지가 않고, 그저 자신들도 평범하게 섞여 살 수 있는 중국이 자신들의 최종 종착지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끝나지 않은 졸업식>
 지난 2월 셋넷학교의 열 번째 졸업식이자 원주캠퍼스에서의 첫 번째 졸업식의 주인공인 향이가 생애 첫 졸업을 하면서 울먹였습니다.
“저는 고향에서 초등학교 졸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졸업식을 하는 날 아버지가 집을 나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학교도 못가고, 졸업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채 초등학교를 마쳐야만 했습니다. 가난 때문에 중도에 포기해야 했고 어쩔 수 없이 생활전선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고향을 떠난 지 벌써 6년이 되었습니다. 엄마를 보지 못한 채 6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미워하고 원망해오던 부모를 보고 싶어서 혼자 소리 내어 울어도 보았습니다. 졸업식장 저 뒷자리에서 내가 추는 춤과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엄마가 참 미안하다, 정말 장하구나’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어느 날 교장 선생님이 부르시는 <라구요>라는 노래를 듣고는, 남자친구 철만이가 하늘나라로 간 아빠 생각이 난다며 울었습니다. 홀로 탈북한 철만이는 남한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습니다.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모습으로 남자친구가 내 앞에서 아빠가 보고 싶다며 울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쩌지 못하고 같이 울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웁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통일이 언제면 될까? 얼마나 기다려야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내 생에 가장 소중한 졸업식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날이 와야 나의 졸업식이 끝날 것입니다.”
 지난 15년간 우연히 만났던 수많은 향이들을 떠올렸습니다. 그 아이들 대부분은 풍족하고 안전한 남한사회에서 행복하지 못했고, 저는 그런 모습들을 한동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개인의 선택과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북한을 탈출하고 배고픔과 공포에서 벗어난다 해도, 헤어날 수 없는 어떤 기억들로부터 도망칠 수 없었던 겁니다. 결코 끊어낼 수 없는 어둡고 아픈 과거 때문에 지금 여기에 머물지 못한 채 기약도 없이 온몸으로 아파합니다.
 
<그리움과 아픔을 극복하는 방법>
 셋넷학교는 학생들을 짓누르는 과거의 기억들을 엮어서, 이들과 함께 매년 5개월에 걸쳐 집단창작극을 만듭니다. 탈북청소년들이 어린 시절 고향에서 겪었던 아픈 기억들을 두려움 없이 마주할 수 있어야 비로소 마음의 평화에 다다를 수 있다고 믿습니다. 풍요롭게만 다가왔던 남한사회에 일방적으로 적응하면서 받아야 했던 오래된 편견과차별들에 맞서 나갈 수 있어야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나간 과거에 짓눌려 고통스러워하고, 오지도 않은 낯선 미래 때문에 두려워하는 대부분의 탈북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남한식의 성공이 아닐겁니다. 그 성공을 위해서 자신의 과거를 숨겨야 하고, 탈북 경험을 부끄러워해야 하고, 자신의 비참한 운명을 부정하는 삶은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고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자기정체성에 물들게 됩니다. 부끄러움과 두려움 없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비로소 자기를 사랑하게 됩니다.
 남한과 북한은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분리된 채, 이질적인 문화와 사상체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서로의 다름과 차이들이 공존할 수 있는 문화적인 통합은 현실적인 정착에 아주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서둘러 가르치고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라고 다그치기 전에, 탈북과정에서 비롯한 상처를 치유하고 제2의 고향 남한에서 긍정적인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문화를 차별이 아닌 다름으로 이해하려는 보다 적극적인 문화적 소통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소통은 남과 북이 미움과 증오로 대립하면서 생겨난 편견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기 있게 줄여 가는 사회적인 환경에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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