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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모두가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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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8-09 00:36 조회 6,45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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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소연 안산원곡초 교사
 
저는 『살아있는 다문화교육 이야기』의 저자입니다. 저는 안산에서 8년 넘게 외국인근로자 자녀 특별학급과 다문화가정 자녀 특별학급의 담임교사를 하면서 150명이 넘는 국제결혼가정의 자녀, 외국인근로자가정의 자녀, 북한이 탈주민의 자녀를 가르쳤습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하나도 모르는 다문화가정 중도입국학생들을 가르 칠 때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서로의 문화와 표현방식이 달라 오해를 해서 얼굴 붉히며 언쟁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간단한 의사소통도 할 수 없었던 순간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고, 서로 적응하려는 노력을 통해 지금은 보석처럼 빛나는 스승과 제자가 되었습니다. 한국 학교에 처음 온 날 손을 꼭 쥐고 제 등 뒤에 숨었던 녀석들이 이제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삶을 살겠다는 기특한 아이들로 성장했습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심각한 고민들과 부딪히는 안타까운 순간들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어머니가 인도네시아 분인 유신이는 친구들이 갈색피부를 놀려서 “하얀 피부를 주세요.”를 크리스마스 소원으로 빌어야 했고, 유난히 검은 피부를 가진 콩고에서 온 부롱카는 까맣다는 이유로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에서 중학생 형들에게 맞기도 했습니다. 체육을 굉장히 잘하는 몽골에서 온 에덴은 평소 사이좋게 지내던 한국 친구들이 피구시합을 하고 나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를 질러대는 바람에 울기도 많이울었습니다. 정원이는 말을 할 때마다 튀어나오는 북한말투 때문에 친구들이 북한사람이라고 싫어할까봐 조개처럼 입을 꼭 다물고 교실에서 불안한 하루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다문화가정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한국어를 아주열심히 공부했지만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볼 때마다 받는 시험 성적 때문에 자존심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합니다. 모국에선 공부도 꽤 잘하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수학을 잘하고, 미술이나 체육을 뛰어나게 잘하고, 중국어・몽골어・영어・아랍어도 잘하지만 한국어를 잘 몰라서 성적이 낮은 것인데 친구들이 마치 다 모르는 아이인 것처럼 말을 하니 속도 꽤 상했습니다. 한족인 효빈이는 한국어로 문제가 제시되어 성적이 낮은 것이니까 친구들이 “너는 중국어를 잘해서 괜찮아!”하고 격려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한국 친구들도 오늘 당장 배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에 가면 다문화적 학생(Multi–culturalstudent)이 됩니다. 스페인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내가 내일 당장 스페인어로만 공부를 하고 생활해야 하는 학교에 가야 한다면 걱정이 태산이라 오늘 밤 잠을 자지 못할 것 같습니다.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하면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에서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지 잘 알게 됩니다.
 강의를 하러 가면 “우리 학교에는 다문화 학생이 단 두 명밖에 없어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라는 선생님들도 있고, “우리 지역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1퍼센트도 되지 않기 때문에 심각하지 않아서 신경 쓸 필요가 없다.”라고 말하는 지역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저는 늦은 결혼과 출산으로 얻은 귀한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를 길러본 선생님이나 부모님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아이가 성장하면서 가정에 주는 기쁨과 행복이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예쁘고 소중한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이 겨우 몇 명, 가벼운 몇 퍼센트라서 큰 문제가 아니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학교에선 겨우 1퍼센트의 다문화가정 아이일 수도 있지만 그 아이가 잘 성장하지 못할 정도로 상처받고 사회 편견에 병들어 간다면 그 가정의 불행지수는 100퍼센트일 겁니다. 아이들은 몇 퍼센트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다루어질 수 없고, 하나하나가 온전한 100퍼센트입니다.
 더러 사람들은 제 학생들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니 일반가정 아이들보다 문제가 많지 않겠느냐고 묻습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일반가정의 아이들과 다른 어려움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어서 문제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일반가정의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보이는 특성을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도 똑같은 성장통을 겪으며 이겨 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다 같습니다. 아이들은 일 년에 열두 번도 넘게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고, 사랑을 받으면 받은 만큼 예쁘게 자라는 것이 우리 아이들입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도 사랑으로 지켜봐 주고 기다려 주는 지혜는 모든 아이들에게 적용되는 명약입니다. 편견 없는 눈으로 우리 아이들을 품으면 우리 아이들은 모두 밝고 건강하게 자라서 대한민국의 소중한 구성원이 되리라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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