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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아이들, 질문을 통해 성장하다 : 작가와의 만남, 인문학적 독서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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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6-28 21:06 조회 7,57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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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순 전주솔내고 사서교사
◆1 질문하는 독자 : 개별독자가 책 속에 있는 쟁점을 찾아내고, 그 것을 뒷받침하고 있는 전제가 무엇인지 따져보는 등 저자의 저술 목적을 파악해봄으로써 생 기는 질문을 정리하는 것이다. 또한 동일한 책을 읽은 독자들 과 질문의 답을 책 속에서 찾으 며, 확장된 질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2 공감하는 독자 : 개별학교에서 형성된 질문을 2개씩 회신 받 아 4개의 질문으로 확장하는 것 이다. 일정 시간 동안 1개의 질 문에 대해 작가와 독자가 만나 질의응답을 한다. 이를 한 작가 당 질문을 달리하여 2회 반복한 다. 4명의 작가방이 준비되어 있 고, 2회의 질의응답이 끝나면 총 16개의 확장된 질문이 생성된 다.(버즈세션)
◆3 소통하는 독자 : 16개의 토론 주제 중 원하는 토론 자리에 찾 아가 30분씩 4회에 걸쳐 토론하 되 횟수를 더 할수록 질문을 심 화시키면서 비경쟁 자유토론을 한다.(월드카페)
 
2013년 여름방학, 전북 부안에서 제1회 고교생 독서토론 인문학캠프가 1박 2일로 진 행되었다. ‘행복찾기–일상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40개 학교 160여 명의 학생이 참여 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참여하기를 꺼려했다. 일정한 형식을 갖춰 말빨로 싸워야 한 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회가 끝났을 때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고,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통 해 질문하는 것이 재미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단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쉴 새 없이 조잘거리던 아이들 모습에서는 대회 당일 불안해하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인문학 독서토론 캠프는 ‘저자–책–독자’가 만들어가는 독서의 장이다. 질문하는 독자◆1, 공감하는 독자◆2, 소통하는 독자◆3를 중심축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세 개 의 축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질문이다. 캠프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질문으로 시작 하여 질문으로 끝난다. 소크라테스가 그랬던 것처럼 질문을 통해 앎을 시작하는 것이 다. 스스로 묻고 답하기, 집필 의도를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아 물어보기, 같은 문제를 공유하는 지식인을 찾아 물어보기. 이 삼박자가 본 캠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질문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다음해에 선 정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한 학교에서 4명에게만 참가 기회가 있는 것이 아쉬웠다. 개별학교에서 인문학독서토론을 진행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4명의 작가를 모시고 진행했던 것을 1명으로 축소하고, 한 저자의 다양한 책과 생각거리를 충분히 활용하면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그렇게 시작된 고민은 본래 계획했던 2시간짜리 작가와의 만남을 5시간으로 확장하여 60명의 학생을 참여시킬 수 있었다. 질문하는 기쁨을 만끽한 시간이었다.
 
인문학 독서토론 사전 준비 사항
학교에서 인문학토론한마당을 진행할 때 사전에 준비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프로그램 주제이다. 인문학은 그 범위가 넓어 콘셉트를 잘 잡지 못하면 방향 을 잃고 만다. 청소년 눈높이에 맞는 인문학 주제를 잡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은 길담 서원에서 집필한 책이 콘셉트를 잘 잡고 있어 활용하면 좋다. 한 글자 인문학(돈, 집, 몸), 두 글자 인문학을 소재로 꾸준히 책을 낸다고 하니 여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집을 소재로 ‘나는 어떤 집에서 살아야 행복할까’를 주제로 프 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이일훈, 송승훈 선생님의 『제가 살고 싶은 집은』(서해문집)을 기 본 책으로 선정하였다. 함께 읽을 책으로 『나는 어떤 집에 살아야 행복할까』(조광제 외, 철수와영희),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이일훈, 사문난적), 『부동산 계급사회』(손낙구, 후 마니타스), 『10대와 통하는 부동산』(손낙구, 철수와영희)이 있다.
둘째, 질문이다. 인문학 독서토론한마당의 콘셉트는 질문의 크기를 확장하는 것이 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꼬리를 물고 질문을 확장하는 것. 고미숙은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북드라망)에서 질문을 공부라고 말하고 있다. “공부란 세상을 향해 이런 질문의 질문망을 던지는 것이다. ‘크게 의심하는 바가 없으면, 큰 깨달음이 없다.’(홍대용) 고로, 질문의 크기가 곧 내 삶의 크기를 결정한다.”
국영수 위주의 점수 올리기가 공부의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 지는 것. 이것은 앎의 시작이며 평생 해야 하는 공부를 지치지 않게 해준다. 따라서 신 청서를 배부할 때 기본이 되는 책을 읽고, 독후감과 질문 3개를 제출하는 학생을 참가 학생으로 뽑으면 좋다. 질문 수준이 낮더라도 난생 처음 질문을 해보는 아이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된다. 이 질문을 본대회에서 다듬어 확장해 보면 아이들은 질문하는 법 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셋째, 학교 독서프로그램과의 연계성이다. 그동안 진행했던 독서 프로그램은 일회 성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작가와의 만남, 독서감상문대회, 독서골든벨, 독서퀴즈대회 등 학생들이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도서관을 알리고 독서흥미를 유발하는 것도 좋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학생들이 스스로 독서습관을 기르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 학교 독서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이들 프로그램이 연계할 수 있도록 구성하면 좋다. 우리 학교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자율)시간을 활용하여 1, 2학년을 대상으로 발췌독 수업을 하고 있다. 발췌독을 하면 주제 찾는 연습이 되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독서토론한마당을 기획했다. 이외에도 독 서토론 동아리, 5개월간의 백권가약, 연말 백권가약 PBL발표, 독서감상문대회, 문학기 행 등 개별적인 독서프로그램을 발췌문 활동과 연계하면 일 년이 알차게 꾸려진다.
넷째, 진행방법에 대한 고민이다. 본교에는 ‘책사랑’이라는 도서부가 있다. 진행을 맡 기면 아이들이 책임감 있게 잘 해낸다. 5교시가 시작되는 1시부터 9교시까지 아이들 에게 파트별로 진행을 맡긴다. 총 세 가지 파트로 진행되는데 1부는 작가와의 만남 시 간이다. 작가를 직접 만나 강연을 듣고 질문하는 시간이다. 참가신청서에서 제시했던 질문도 좋고, 나중에 생각난 질문도 좋다. 이 시간을 통해서 아이들은 질문을 재미있는 놀이로 생각하게 된다. 2부는 놀이마당 및 방장모임 시간이다. 총 6개의 방을 리드 해 갈 6명의 방장을 선발한다. 각 방의 주제는 방장들이 질문종이들과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선정한다. 이 시간에 나머지 참가학생들은 도서부가 기획한 놀이마당에 참가 한다. 3부는 비경쟁 독서토론으로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다. 인문계 고등학교여서 시간 내기가 쉽지 않지만, 일 년에 한 번 진행되기에 담임교사 및 지도교사들의 이해 를 얻을 수 있다.
 
프로그램 운영 시 유의사항
첫째, 6개의 방을 꾸려갈 방장들에게 진행방식을 설명해야 한다. 본 프로그램이 시작 되기 전 신청자 중에서 잘 이끌어갈 학생을 미리 선발해도 좋다. 하지만 작가와의 만 남을 통해 방장을 하고 싶은 학생도 있기에 신청을 받아 지도교사가 조율하면 좋다. 그리고 방장에 대한 교육은 2부에 진행되는 놀이마당 시간에 10분 정도 설명하면 된 다. 설명 내용으로는 질문에 대한 답을 서로 나누고 또 다른 질문을 생성하라는 것. 확 정된 질문은 참가자들이 알 수 있도록 우드락에 크게 쓰라는 것. 그리고 총3회 토론을 진행하고 나서 오고갔던 이야기를 A4 한 장으로 정리하라는 것이다.
둘째, 참가자들이 선별한 질문을 사전에 공지하는 것이 좋다. 작가와의 만남을 갖기 전 어떤 질문이 모였는지 미리 공지한다면 아이들이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떤 질문이 모였는지 비교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질문이 형성될 수 있다.
셋째, 6개의 방에 최대 인원은 방장을 포함하여 10명으로 한다. 이때 특정 방에 학 생들이 몰리지 않도록 인원을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1, 2학년이 함께 참여 하는 경우 1학년이 방장인 방에서는 2학년들이 참여하기 꺼려한다. 자신보다 낮은 학 년이 방장이 되면 뒷짐 지고 방관하는 경향이 있으니 방장을 선정할 때 2학년을 위주 로 선정하는 것이 좋다.
넷째, 전체 기록서기를 2명 배정하면 좋다. 작가와의 만남이 진행되는 2시간 동안 작가와 오고간 이야기를 적는 것이다. 한 명은 손으로 작성하고, 한 명은 컴퓨터로 타이핑한다. 각자 정리한 것을 추후 수정・보완하여 정리해 두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짚을 수 있다. 정리한 것을 토대로 3부에는 각방 방장에게 A4 1장으로 첫 번째 토 론 주제에서 마지막 토론 주제까지 어떻게 흘러갔는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작성해 보라고 하면 좋다.
다섯째, 프로그램 기획단계에서 작가와 사전에 어디까지 참여할 수 있는지 이야기 해 보면 좋다. 작가 강연으로만 끝나도 의미 있지만,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함께하여 토론을 짚어 준다면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본교에서는 당일 5시간을 함께하기 어려워 독서문화탐방을 별도로 기획하였다. 독서토론한마당에 열 심히 참가하거나 참가 후기를 작성한 학생을 20명 뽑아 송승훈 선생님 댁을 직접 방문 하여 토론을 이어갔다. 토론이 끝나면 프로그램 주제와 맞는 활동을 해보는 것이 인문 학 독서토론의 취지를 잘 살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섯째, 동료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전체 사진 촬영, 간식 배부, 소감문 배부 및 회 수 등 손 가는 일이 많다. 특히 각 방을 돌며 질문의 방향을 바로 잡아 줄 교사의 지원 이 필요하다. 보충수업으로 동료교사의 지원을 받기가 어려웠는데 이 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수업 일정을 미리 확인하여 지원교사가 충분히 도와줄 수 있도록 보충수업 시간표를 사전에 변경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
 
인문학 독서토론의 효과
첫째, 방장 역할을 하면 한 편의 이야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총 세 번의 토론이 진행 되는데, 질문이 변화하는 과정, 의견이 오가는 과정을 방장은 오롯이 혼자 느끼게 된 다. 이것을 잘 엮으면 논리력이 향상되고, 질문을 확장하는 연습이 된다.
둘째, 토론 참가자는 다양한 토론주제를 뷔페식으로 맛볼 수 있다. 큰 토론 주제(나 는 어떤 집에서 살아야 행복할까?) 아래 관련 주제 6개가 펼쳐지니 관심 있는 주제로 이동 해서 다양한 생각을 가진 아이들과 의견을 교류할 수 있다.
셋째, 각 파트별 프로그램 진행 학생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도서부는 학 급에서 중요 직책을 맡기보다는 부차적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도서관 행사에서 는 주체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서부의 숨은 끼를 발견할 수 있고, 단합된 모습 을 볼 수 있어 도서관 운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넷째, 무엇보다 교사 스스로가 만족하는 프로그램이다. 독서골든벨 같은 화려함을 갖춘 채 내실 있는 토론도 이루어지기에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뿌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준비과정에 비해 마무리가 아쉬웠던 독서골든벨을 대체할 수 있는 프로그램 이라고 생각한다.
 
마치며
이전에 운영했던 프로그램은 정해진 틀과 흐름 안에서 아이들이 따라갔던 것들이 대 부분이다. 하지만 인문학 독서토론은 아이들이 끌고 가는 독서 프로그램이다. 큰 얼개는 프로그램 기획자가 일정하게 갖추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내용은 아이들의 몫이다. 질문의 수준이 높건 낮건, 형식이 잘 갖추어졌건 미비하건, 아이들이 고민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순차적으로 지켜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공부란,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했던 것처럼. 질문의 방향과 핵심을 뽑는 연습을 계속한다면 풍부한 상상력과 삶에 대한 열정이 아이들을 단단하게 성장시킬 것이라고 본다. 이런 학생들의 반짝이는 모습을 보는 것은 교사에게 축복이라 생각하고, 이런 모습이 교사를 지치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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