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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엄마의 목소리로 교실에서 만나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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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12-13 09:08 조회 7,37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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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복
창원 안골포초 반딧불도서관 전담사서


책 읽어 주기 활동을 시작하다
2006년 초등학교 도서관 사서 일을 하게 되면서 명예사서활동 중의 하나로 책 읽어 주기 활동을 시작하였다. 장소는 도서관 옆에 골마루를 막아서 만든 쉼터라는 작은 공간. 저학년 점심시간에 어머니들이 3일, 사서가 2일을 맡아서 시작하였다. 시간은 정해 놓았지만 식사를 마치고 오며 가며 들르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아주 작은 음향기기조차 없이 책 선생님의 목소리만으로 하는 책읽기 활동은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서, 2007년에 좀 더 적극적인 시도를 해 보았다. 저학년 교실에 책 읽어 주기 활동을 소개하는 편지를 보냈다.



1~3학년을 대상으로 담임선생님께 편지와 개인적인 접근을 시도하여 반딧불도서관 책 읽어 주기 활동의 의의를 설명하고 희망하는 학급을 모집했다. 그저 아이들에게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머님들도 설득하여 총 10학급을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 아침 8시40분부터 20분간 활동을 했다.

시작에 앞서 책 읽어 주기 활동 시 주의할 점, 아이들을 만나기 전 준비 등에 대해서 간단한 연수를 실시했다. 그리고 책 읽어 주기 활동이 끝난 후에는 도서관에 모여서 활동가들은 그날 읽어 준 책을 소개하고 소개 받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책 공부도 겸하게 되었다. 책 제목과 책 소개 글, 아이들의 반응을 기록하는 활동일지를 통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만난 시간들
이렇게 시작한 책 읽어 주기 전통은 지금까지 7년째 이어오고 있다. 처음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 활동을 하고 있는 분이 여럿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초창기에는 정말 어려운 일도 많았고 뿌듯한 일도 많았다. 집에서 살림만 하시던 분들이라 아이들 앞에 서는 것도 힘들고 책을 구연동화처럼 재미있게 읽어 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단다. 듣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잘 들으라고 강요도 하게 되고 그 과정 중에 상처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어머니는 3학년 어느 한 반에 소란스러운 아이들이 여럿 있어 도저히 못하겠다고 한 적도 있다.



이런 반을 위해서 내가 지원을 나가기도 했는데, 그때 내가 들고 갔던 책은 미하엘 엔데의 『멋대로 학교』였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멋대로 학교’에 호기심을 보이다가 마지막에는 그냥 안골포초등학교에 남겠다고 하였다. 이 책을 통해서 아이들은 친구를 위한 배려를 배우게 되는 것 같았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활동 뒷이야기 중에는 자연스럽게 이 방해꾼들을 이기는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하였다. 그중에 하나만 소개하면, 책 읽어 주는 어머니가 교장선생님과 친하다며 떠들고 방해하는 학생은 교장실로 데리고 간다고 하면 조용해진다고도 하였다. 당시에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은 도서관에서 힘들게 하는 학생들을 데리고 가면 야단을 치는 게 아니라 교장실에 데리고 앉아 책을 읽게 했기 때문에 마음 놓고 교장선생님에게 아이들을 맡겼다. 활동 초반에는 우리가 아이들한테 책을 읽어 주겠다고 일주일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읽어 주려고 하는데 안 들어 주면 섭섭하고, 방해하는 게 미웠는데 세월의 힘으로, 경험의 힘으로 아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알게 되고 우리를 섭섭하게 하는 아이들보다는 기다려 주고 들어주는 아이들이 더 많이 보이게 되었다. 어머님들은 길에서 아이들이 “책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에 뿌듯해지고 보람을 느끼곤 한다. 그 힘으로 엄마들은 오늘도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엄마들의 의미 있는 활동에 학교도 움직인다
작년에는 엄마들의 내적 성장을 위해 그림책전문가 특강을 했다. 어영수 님을 초청하여 그림책의 진한 감동과 심오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을 마련하였으며, 창원문성대학의 김수경 교수님을 초청하여 엄마들에게 책 읽어 주기에 대한 좋은 이야기와 함께 독서치료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학부모들은 책 읽어 주기가 그냥 좋았는데 학문적이고 체계적인 내용을 듣고는 그림책 속에 푹 빠지면서 이 활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엄마들의 적극적인 활동에 선생님들도 한 분 두 분, 그림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반 아이들에게 읽어 주기를 하게 되었다. 수업 시간에 수업의 자료로 활용하기도 하고, 인성교육과 창의성교육에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며 자주 읽어 준다. 선생님들의 활동에 교장, 교감선생님도 약간의 힘을 보태 주었다. 교장선생님은 1학년 아이들에게 입학 기념으로 옛이야기를 읽어 주었고, 교감선생님은 6학년 아이들에게 졸업 기념으로 그림책을 읽어 주었다. 그래서 우리 학교 아이들은 모든 어른들로부터 책 읽기로 흔들리게 되었다.


책 읽어 주기 활동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안골포초등학교는 59학급으로 규모가 크다 보니 교실에서 책 읽어 주기 활동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명예사서 활동 팀 중 책 읽어 주기 팀을 가장 먼저 구성해야 한다.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기에 많은 활동가들을 필요로 하는데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너무나 어려워하고 두려워한다. 그래서 머뭇거리는 분들에게 ‘우리가 읽어 주지 않으면 초등학교 내내 한 권의 그림책도 만나지 못할 아이들에게, 일 년에 35여 권, 6년이면 200여 권의 책을 만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는 명분을 가지고 이 활동의 의미를 설명한다.

“일단 한 번만 해봅시다! 한 번으로는 용기가 덜 나시는 분은 딱 한 달만 해보세요! 도저히 안 되면 그때 놓아 드릴게요.” 하면서 아이들 앞에 서도록 한다. 그렇게 시작한 분들이 몇 년째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를 기다려 주는 아이들, 함께하는 이들이 있기에 이 활동이 조금 더 보람 있고 재미있는 활동이 아닌가 싶다.



교실 책 읽어 주기에 앞서 책 선정은?
이렇게 마음을 내주시지만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엄마들이 “책을 재미있게 못 읽겠어요, 떨려요,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한다. 우리가 책을 읽어 준다는 것은 동화구연이 아니라 엄마의 목소리로 들려주면서 좋은 그림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는 엄마이기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준 경험이 있으므로 잘 아는 책으로 시작하라고 한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당신들의 자녀에게 부탁을 하라고 한다.

책을 읽어 주고 난 후에는 활동가들도 함께 성장하는 의미로 ‘책 나누기 활동’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날 읽어 준 책을 소개하고 다른 분들의 책 읽는 방법도 소개를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책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다. 한 분씩 돌아가며 읽은 책 내용도 소개하고 아이들의 반응도 이야기한다. 이 시간을 통해서 개인은 한 권의 책을 선정하고 읽어 주었지만 우리는 총 10권의 책을 소개 받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과의 만남을 정리하는 활동일지를 작성하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어른들만 좋았던 책, 같은 책이라도 활동가들에 의해 여러 권의 책으로 변화하는 것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고르는 안목이 길러진다.

또 우리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한 권의 책을 선정하기 위해 10여 권의 책을 빌려 혼자 읽고 자기의 자녀들과 남편에게 읽어 주며 연습을 해 보라고 한다. 어떤 책을 교실에서 읽어줄 때 아이들 반응이 가장 좋을까? 정답은 집에 있는 활동가들의 자녀들이 추천하는 도서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선정한 책은 다른 아이들도 좋아한다. 자연스럽게 내 아이의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도 키워진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가정의 독서 분위기는 형성된다. 그저 남을 위한 봉사라고만 생각했던 책 읽어 주기 활동은 나를 변화시키고 내 가정과 이웃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마을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교실 책 읽어 주기 목록의 필요성을 느끼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우리 아이들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리라 생각한다.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들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이 활동에 대한 무게감을 느끼며 지속 가능한 활동으로 유지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목록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은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사전에 공지를 했지만, 주로 엄마들의 주관에 의해 책 선정을 하다 보니 신간도서 위주로 읽히는 경향이 생겼다. 그림책의 고전이라고 알려져 있는 오래되고 완성도 높은 책들이 아이들에게 소개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생겼다. 신간도서 위주로 책을 선정할 경우 출판시장의 흐름에 따라 유행하는 주제 관련 책만 읽게 될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상황을 이해하고 폭 넓게 사고하도록 도우려는 책 읽어 주기 활동의 취지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그림책은 연령을 구분하지 않고 0세에서 100세까지 보는 책이라 학년별 수준을 따로 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읽어 주는 활동이라 학년별로 중복 방지를 위한 목록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전담사서, 학년별 대표 1명씩, 책 읽어 주기 활동 초기부터 지금까지 활동하는 회원 9명까지 총 16명으로 구성된 ‘교실 책읽어주기 목록선정위원회’를 조직하여 우선 전년도 활동일지를 참고하고,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던 책들 중에서 아이들도 좋아하고 활동가들도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을 위주로 ‘아이들과 재미있게 만났던 책’ 목록 작업을 했다.
이렇게 완성된 목록만으로는 부족해서 새로운 목록의 필요성을 느꼈다. 회원들 16명이 각자 아이들에게 읽어 주고 싶은 책을 10권~20권씩 선정하여 다시 모였다. 그리고는 저학년 친구들에게는 재미와 감동이 있는 책, 중학년 친구들에게는 재미와 감동 그리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주는 책, 고학년 친구들에게는 생각해 보기, 알아보기 등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주제의 책들 위주로 선정한 ‘아이들에게 읽어 주고 싶은 책’ 목록을 완성하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렇게 완성한 두 가지 목록과 활동가들의 눈으로 선정한 다양한 책들로 매주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안골포초등학교 반딧불도서관의 역사가 깊어지는 만큼 해마다 아이들과 소통하는 책 읽어 주기 활동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이 생겨난다. 이 분들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우리들은 매주 아름다운 한 권의 그림책을 들고 “눈으로는 그림을 보고, 귀로는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머리로는 그림책 속 이야기를 상상해 보세요.”라는 주문을 시작으로 아이들과 즐거운 책 속 여행을 하고 있다. 그림책과 함께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과 어머님들이 있어 우리 모두는 오늘도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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