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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오늘의 독서교육] 배우고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책모임, 백화현 선생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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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6-10 18:36 조회 7,70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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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늦은 저녁, 10여 년 동안 ‘책’과 ‘친구’가 함께하는 ‘도란도란 책모임’을 꾸려 오고, 최근 그 내용을『도란도란 책모임』이라는 책으로 엮어낸 백화현 선생님을 만나보았다. 형식적이고 틀에 매인 독서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배움의 즐거움을 알며 자기 존재와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독서교육을 실천해온 이야기를 들어보자.


가정독서모임을 시작하다

양일규(이하 ‘양’) 안녕하세요? 선생님께서 2010년에 8년 동안 이어온 가정독서모임 이야기를 『책으로 크는 아이들』로 엮어낸 바 있으신데요. 이번에는 학교에서 꾸려온 책모임에 관한 책을 세상에 내놓으신 걸 축하드립니다. 선생님께서 지금까지 가정과 학교에서 운영해온 독서모임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백화현(이하 ‘백’) 네,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오랜 시간 이러한 모임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안 해 봤고, 이렇게 책까지 펴낼 생각은 전혀 못해봤는데, 어찌어찌 걸어오다 보니 이렇게까지 되었네요.(웃음) 『도란도란 책모임』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이러한 책모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리 큰아이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공부는 좀 못했지만 심성도 곱고 시도 잘쓰는, 감성이 풍부한 아이였거든요. 그런데 중학생이 되어 학교와 주위 사람들이 오로지 공부만을 강요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는 마치 인생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아이처럼 몰아세우다 보니, 아이가 자꾸만 위축되고 스스로 열등감에 빠져들더라고요. 이건 아닌데 싶어 어떻게 해야 아이가 열등감을 벗어던지고 자존감을 갖고 살아가게 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졌지요. 그때 ‘친구+책’을 생각하게 되었던 겁니다.

자녀분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책모임’을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이네요. 그런데 전 잘 모르겠습니다. 책모임이 어떻게 아이의 자존감과 연결이 되는지….

그때 저는 우리 아이가 스트레스가 심하고 마음에 상처가 많다는 걸 느꼈거든요. 사춘기 아이들을 잘 아시잖아요? 이때는 부모에게 자신의 속 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려는 때잖아요. 그래서 자신의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편하게 주고받을 친구가 필요할 거란 생각을 했던 겁니다. 그런데 이런 친구를 찾기가 쉽지 않잖아요. 특히 요즘엔 어른들도 정신적 대화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고, 아이들은 특히 더 심하잖아요. 그래서 ‘책’을 매개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겁니다. 아무래도 책을 사이에 두다 보면, 책속의 인물이나 사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좋을 테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책모임이 좋을 것 같더라고요. 아이들이 책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자신의 상처와 고민들을 풀어놓다 보면 차츰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찾게 될 것 같고, 그렇게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읽기 능력과 사고력에도 힘이 붙게 될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여러 책들을 지속적으로 읽다 보면 그 속에서 롤모델도 만날 수 있고, 꿈도 찾을 수 있고, 더 넓은 세상도 볼 수 있을 것 같았지요. 그렇게만 된다면, 아이가 잃어버렸던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의 길을 자신이 스스로 찾아갈 수 있겠다 싶었지요.

아, 그렇게 연결이 되는 거군요. 그런데, 사실 아무리 친구와 함께 한다 해도, 책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아이들이 책을 잘 읽었나요?

맞습니다. 책읽기는 진짜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이 아이들도 처음에는 모여서 책 이야기는 별로 안 하고 잡담이 더 많았고요, 읽는 책들도 그림책과 만화책, 가벼운 동화와 소설이 주를 이루었답니다. 그러나 속풀이를하며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되었는지, 점차 책을 읽기 시작하고, 점점 고전에도 손을 대고, 비문학 도서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물론 중간에 제가 다른 분야의 책들도 권하긴 했습니다만.(웃음) 놀라운 것은, 그 전에도 우리 아이에게 고전과 비문학 도서들을 권했었지만 그때는 우리 아이가 들은 척도 하지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모임에서 정해서 읽기로 한 책은 읽더라고요. 놀라운 일이었어요. 이게 ‘함께 읽기’의 또 다른 힘이구나 싶었지요.
아시잖아요. 우리 아이들은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될수록 만화책과 가벼운 소설만 찾는다는 거. 한마디로 우리에게 독서는 스트레스 해소용이나 취미활동 이상의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아무도 봐주는 이 없고 들어주는 이도 없는 독서인데다 늘 공부 스트레스가 쌓여 있는 아이들이다 보니, 혼자서 하는 독서는 그런식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거지요. 그러나 친구와 책이 결합되어 있는 책모임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단순한 흥미나 스트레스 해
소용 책을 훌쩍 뛰어넘게 되더라고요.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지요.


가정에서 학교로 나온 독서모임
지금 선생님 표정을 보면 어떤 변화일지 대충 알 듯도 싶네요. 그렇다면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가정독서 모임을 진행했을 때 워낙 소수의 인원으로 오래 모임을 꾸렸기 때문에 얼핏 학교나 사회로의 확대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 소그룹 20~30개를 운영해서 대단위로 운동을 벌려 나갈까 했지요. 쉽지 않은 일이라 고민만 하며 미적미적 했지요. 다른 일도 많았고, 그런 차에 2011년 1월에 학교도서관담당자 모임 선생님들과 북미 학교도서관 탐방을 가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들은 이미 지식정보화사회에 독서와 정보 교육의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동의하고 학교 교육에서소화하고 있었어요.

미국은 대부분 배움의 주체가 학생들이었어요.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찾고 탐구를 해요. 우리는 독서모임에서만 그랬는데 이게 수업으로 확장된 거죠. 우리는 집에서 주말에만 아이들이 스스로 배움의 주체가 되어서 묻고 질문하고 탐구하고 여행을 떠나고 했다면 그곳은 늘, 수업활동이 그런 거죠. 거기서 충격을 받았어요. 우리나라 아이들은 학교공부도 해야 하고 진정한 배움의 길을 가기 위해 별도의 가정독서모임을 해야 한다면 이 아이들은 학교에서 다 하고 있더라는 거죠. 우린 왜 이중으로 해야 하나? 그럼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요. 그러나 교육의 내용과 평가 방법은 ‘교육 시스템’의 문제라 이것을 바꾼다는 것은 개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안 되고, 교과부 장관이나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금세 바꿀 수는 없는 일이 잖아요. 한 나라의 교육 시스템이란 오랜 시간을 두고 만들어진 것인 만큼 바꿀 때도 그만한 세월이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너무 빠른 속도로 시스템을 바꿔나갔을 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테니까요. 그렇다고 손 놓고 있어야 하나?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한 거지요. 그래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지식정보화 시대에 걸맞으며 인성교육까지 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생각해봤어요. 가정독서모임에서 처음에는 인성교육만을 생각하고 접근했지만 결국 성적들도 올라가면서 자기주도학습능력이 생겼지요. 배우는 것을 즐거워하게 되었고요. 그렇다면 길은 여기에 있는 거죠!
우리가 교육하고자 하는 것은 아이들의 평생학습의 기반을 쌓는 것이죠.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고 아는 사람들이 평생학습자가 되는것이죠. 거기다가 친구들과 모여서 자기 존재와 삶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고민거리를 털어 놓으면서 정서가 안정되었거든요. 정서 안정과 학습력 신장, 평생학습의 기반을 다 쌓았다는 거죠. 시스템 전체를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방과 후 몇 시간을 이용해서라도 가정독서모임을 그대로 학교에 옮겨 보자는 결심을 굳혔지요. 그리고 실천에 옮겨봤더니 반응이 폭발적이었고 가정독서모임 아이들에게 일어났던 변화처럼 학교에서 독서모임을 했던 아이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더군요!

학교와 사회에 책모임이 필요한 이유와 이 모임이 ‘보다 나은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큰 문제는 정서불안과 외로움이 아닌가 싶어요. 예나 지금이나 이 문제는 늘 인간에게 큰 문젯거리였지만, ‘경쟁’과 ‘성공’을 기치로 내세우며 빠른 속도로 사람을 몰아대는 이 시대에는 더 큰 문젯거리가 된 것이지요. 저는 한 박자 늦게 걸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도 어른도 경쟁이냐 성공이냐를 앞세우기 전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 내친구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무슨 고민이 있는지’ 깊이 들여다 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우리에겐 ‘나를 존중하며 살 권리가 있고, 친구와 오순도순 얘기 나누고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서불안의 근원은 ‘자존감의 상실’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외로움은 진정한 벗이 없기 때문인 거고요. 결국, 이 두 문제, 어찌 보면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이러한 문제에 구멍이 뚫려버렸기 때문에 오늘날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이렇게 힘겨워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책모임은 앞서도 말한 것처럼, 이 두 가지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줍니다. 뿐만 아니라, 책모임을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배움의 기쁨과 더불어 지식정보화 시대를 힘 있게 살아갈 토대도 탄탄히 마련해 주지요. 이러한 학교, 이러한 사회는 자신감이 있고 불안해하지 않지요. 따뜻하면서도 힘이 있다는 겁니다. 이거야 말로 오직 ‘돈’만 좇아 헐떡대거나 자신만의 ‘성공’을 위해 친구를 배척해야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삶’ 아닌가요?


운동으로서의 책모임을 시작하다

사회운동과 교육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예전에는 잘못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굉장히 위대한 사람이거나 정치가들인 줄 알았어요. 나처럼 이름도 없고 지위도 없고 능력도 없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세상이 바뀌질 않는 거예요. 내가 교사가 되어 이 교육은 이상하지 않느냐, 문제 있지 않느냐고 선배 교사, 교감, 교장, 교육감, 장관에게 물어도 다들, 문제는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어요. 너무 답답하고 비참했어요. 내가 어른이 되어서 아이들이 나를 쳐다보며 기대를 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미
안하고 부끄럽고… 충격이었어요.
자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누군가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결국 세상이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이 먼저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건 능력이 있거나 위대해서가 아닌 거예요. 일종의 책임이고, 양심의 문제인 거지요. 그때부터 교육운동에 뛰어들어 하나씩 바꾸려고 애를 썼는데, 정말 잘 안 되더라고요. 한번 굳어진 관습, 문화,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은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고 그 이후로 한 번에 어떻게 하겠다는 욕심을 버렸어요. 그래서 아주 작더라도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자리에서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자고, 조바심내지 말고 그냥 한걸음씩 뚜벅뚜벅 걸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렇게 걸어오다 만난 것이 도서관이고 책이었지요. 그러다 다시 ‘도란도란 책모임’을 발견하게 된 것이고요.


독서운동과 교육운동을 가정에서 학교로, 개인에서 사회로 확대하는 것을 지향하신다고 밝히셨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맨 처음에 시작한 가정독서모임이 부모로서 아이를 키우는 내용이 중심이라면, 학교 교사로서 학교에 독서모임을 접목시킬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지요. 더 많은 아이들에게 경험의 기회를 열어줄 수 있을까? 그 경험의 기회를 통해서 진짜 자기 자신을 만나고 배움의 기쁨을 얻고, 친구를 사랑하는 힘을 기를 수 있을까? 어느 정도 효과를 봤고,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 큰 변화를 봤기 때문에 이 방법을 담아낸 거죠.
더 나아가 꼭 학교만이 아니라 공공기관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대로 공공도서관에 접목시킬 수도, 아파트단지 내로도 접목시킬 수 있겠지요. 새마을 문고, 부녀회에서도 가능하고 회사나 구청, 시청안에서도 가능합니다. 어른들 역시 아이들 못지않게 불안정하고 우울해하고 사람들이 왜 사는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으니까요. 이런 어른들이 책모임을 통해 잃어버린 나를 찾게 되고, 사람들과 협력해서 뭔가를 이루어낸다는 것의 즐거움을 찾기 시작하고 있어요. 도란도란 둘러앉아서 서로 인생을 이야기하고, 옛날처럼. 함께 뭔가를 이뤄내고. 이건 어른에게도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사회(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같은 큰 단체가 움직이면, 운동이 더 빨리 확산될 거예요. 학교는 학교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공공도서관은 공공도서관대로, 각 사회 구성체마다 이런 모임을 하게 된다면 좋겠어요. 내가 퇴임
을 하게 되면 구상하는 것이 아파트 단지 안에서 대대적인 독서모임을 하는 거예요. 한국은 아파트 단지가 엄청많은데, 거기서 독서운동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정말 엄청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지적인 토대가 굉장히 많이 쌓일 거고요.


아이들을 편하게 해주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학교폭력’이 학교 안팎을 흔들고 있습니다. 배려, 정서적 안정, 협력의 키워드로 ‘책모임’을 제시하셨는데, 과연 책모임이 현재 교육 현장에서 ‘적극적 의미’의 해결책이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책모임이 절대적인 해결방식이 될 수는 없겠지만, 현재 학교폭력 대책은 ‘초등생 수준’이라 할 수 있어요. 왜냐면 학교 폭력이나 학교 문제는 큰 틀로 보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이 왜 폭력적으로 변했을까? 아이들이 왜 우울증에 빠지고, 정서불안에 시달릴까?’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부도 잠시 한쪽으로 비껴놓고. 아이들이 배움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가 되도록 해야죠. 아이들에게 여유를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쉴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도란도란 책모임처럼 감시나 관리가 아니라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서 배우게 해야죠. 좀 느리게 가면 안 되나요? 어른에게는 아이들을 편하게 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학교에서 꾸린 독서동아리 중에 ‘책 읽는 Best Friend’라는 동아리가 있어요. 그 아이들을 기다리는 데 성격 급한 나도 참 힘들었어요. 반 년 정도를 책도 안 읽고 빈둥거리더라고요. 그렇지만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며 기다렸지요. 일단 아이들 마음 깊은 곳에서 본심이 우러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자극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설득하되, ‘선택’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의 인생을 존중해주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죠. 그렇게 하다 보면, 아이가 점점 자신을 믿기 시작하고, 진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설 수 있는 거죠!
학교폭력이나 게임 중독 등 현상의 맥락은 같다고 봐요. 아이들에게 발산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놀고 싶다는 욕구를 발산하게 되면 다음 단계로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게 되더라고요. 자신이 인정받고 있고 존귀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책모임은 하나의 제안이 될 수 있습니다. 도란도란 친구와 얘기하고 함께 책을 읽으며 아이들 스스로 삶을 성찰하고 꿈을 구체화할 수 있지요. 또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겁니다. 나는 이것이 폭력을 예방하는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존감이 있고 인간에 대한 이해심이 있는 아이가 폭력적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지요.

‘책모임’을 활성화하기 전에 ‘세계고전읽기반’을 운영하시며 학생들에게 고전을 커리큘럼으로 제시하셨는데, 특별한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교사가 고전이나 추천도서 목록을 제시한다는 것은 동시에 무언가를 배제한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교사의 ‘의도성’이 오히려 자유로운 책모임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사고를 제한할수 있지는 않을까요?


고전 명작은 인간의 본질적인 면과 아름다운 면을 다루고 있어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본질적으로 파고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하지만 나도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고전을 읽히는 것은 실패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흥미와 관심 위주의 책을 선정하게 하여 모임을 이끌었지요. 어느 정도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후, 고전읽기를 통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아요.
교육은 무방비나 방임이 아니에요. 어느 선까지 개입하고 어느 선에서 빠질 것인지를 치밀하게 고민하고 계획하는 ‘고도의 작전’이 필요하지요. 루소의 『에밀』에서처럼 의도성 속에서 자유롭게 키우는 것처럼요. 나는 그러한 의도성을 완전히 배제하자는 게 아니에요. 단지 그동안의 교육은 학생을 대상화하고 ‘성적’이라는 하나의 잣대로만 평가하려고 했던 것이 문제라는 것이지요. 저는 학생들을 배움의 주체가 되게 하여 잃어버린 배움의 기쁨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진정한 자아를 스스로 발견케 하자는 것입니다.

교사 또한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결국 책모임이 학교, 사회를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고, 훌륭한 길이라는 데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모임 운동이 학교를 넘어 사회적으로 확산되기 위해 구심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공공 도서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공공도서관이 학교도서관으로부터 그 역할을 인도받아 확산시키려면 구체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사서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도서관이나 사서에 대해 우리나라는 그 동안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어요. 북미도서관 탐방 때 인상적으로 본 것은 지식인으로서 전문성과 자부심을 가진 사서와 사서교사입니다. 사서, 사서교사, 교사가 각자의 역할에 대해 사회와 그들 자신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서관에 있는 선생님이라면 단순히 대출반납 업무를 하는 기능인이 역할 뿐만 아니라 전문의식과 사명감을 갖고 교육을 이끌어 가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학교도서관이든 공공도서관이든 마찬가지겠지요.


 곁에서 지켜본 선생님의 열정적인 운동과 많은 활동이 도란도란 책모임에 응집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40여개의 자발적 독서동아리가 유지되었다는 것은 그만한 선생님의 열정이 발현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듯합니다. 그런데 이 말을 다르게 하면 그만큼의 교사의 희생과 봉사를 수반한다는 말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오히려 이 운동을 아무나 시도하지 못할, 확산시키기가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교사의 부담을 덜며 학교 시스템이나 정책적으로 이 운동을 학교로 끌어안을 제안이 있다면?

이미 교육청에서 자문을 구해와 조언을 하고 가닥을 잡은 상태입니다. 1회성 행사, 이벤트, 평가 형식이 아닌 자발, 자율, 지속적 운영의 모델로 독서동아리를 정책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교사들의 자각이나 필요에 의한 확산이 아닌 하달된 정책으로서 독서활동이 오히려 반발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킬까 우려됩니다. 오히려 교육부는 독서모임을 권장하는 정도의 역할을 하고 시민단체나 지자체가 함께하는 시민운동이나 교육운동의 형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사회, 어도연(어린이도서연구회), 도서관담당교사모임, 전교조 등 단체에서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참여가 필요합니다.

이번 책이 발간된 것을 보고 지인께서 ‘백화현 샘도 정상은 아니야!’라며(웃음) 혀를 내두르시더라고요. 크고 작은 강연과 바쁜 일정 가운데 책까지 내셨으니까요. 그만큼 열정적이시라는 이야기인데 제가 보기에도 건강에 문제가 없을지 걱정될 정도입니다. 건강은 괜찮으신지, 그리고 선생님을 이렇게 열정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열정은 개인차가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자신의 상황과 성향에 맞게 실천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다들 자신이 열정을 쏟고 싶은 일에는 제정신이 아니지 않나요?(웃음) 나는 이 일이 내 존재 이유라고 생각해요. 내 목숨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달려왔고, 내가 죽더라도 이 책을 끝내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집필했어요. 그만큼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독서운동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이 있어요. 그러나 책 서문에서 밝혔듯, 『꽃들에게 희망을』에서처럼 애벌레들의 경쟁에서 벗어나 내가 ‘나비’가 된다는 것에서 그치고 싶지는 않아요. 다른 사람들은 서로를 짓밟는 ‘애벌레 기둥’이 되어 있는데 홀로 나비가 된 것이 기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자신을 찾아나가는 길을 다른 이들과 함께 걷고 싶어요. 그 길 끝에서 호랑 나비이든 노랑 나비이든 각자의 무엇이 되어 함께 만나길 열망하고 있어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말씀해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도란도란 책모임’을 통해 진짜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도록 저도 현장에서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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