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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청소년도 그림책을!]그림책 활용하는 즐거운 국어수업 - 그림책의 매력, 고딩에게도 통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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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2-04 22:01 조회 10,32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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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에게 그림책 읽어주는 선생님
저는 전문계 고등학교 국어교사예요. 그림책을 읽게 된 동기는 순전히 어린 딸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함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딸은 책보다 제 품에 안겨 있는 것에 더 만족을 하는 듯하였고, 정작 그림책에서 재미와 감동을 느낀 것은 저였답니다. 좋은 그림책을 제게 많이 선물했던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그림책은 어린이가 읽는 책이 아니라, 어린이부터 읽는 책이라고.”

그림책은 아름답고 익살스런 그림과 함께 쉽고 단순한 이야기 방식으로 감동을 전달해요. 아름답고, 재미있고, 쉽고 단순하면서도 깊게 와 닿는 감동! 게다가 짧은 시간에 완독이 가능하잖아요. 혼자만 좋아하기가 아까워서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담임을 맡고 있던 고등학교 1학년 남녀공학반 아침자습시간에 시작해봤어요. 그림책 읽어준다니까 애들이 웃었어요. 평소에는 지식채널을 시청하기도 하고, 설문조사를 하거나, 전달사항을 전달하고, 수다도 떨고 하던 시간이었거든요.

그림책, 쉽고 부드럽게 접근할 수 있어 좋아 맨 처음 읽어준 책이 『100만 번 산 고양이』(사노 요코, 비룡소)’였어요. 고양이가 기괴한 모습으로 100만 번을 죽는 내용이 우스꽝스럽죠. 내용이 웃기기도 하고, 담임이 애교를 떨면서 구연을 하니까 학생들이 조금 관심을 가져주더라구요. 그런데 100만 번이나 죽었다 살아나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고양이가 진실한 사랑을 만나서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었고, 사랑하는 아내고양이가 죽자 슬퍼하다가 그곁에서 죽음을 맞이하고는 결국 다시는 살아나지 않았다는 끝부분에서 학생들이 잠시 숨을 멈추는 거예요. 뭔가 느껴졌던 거죠. “우리를 진실로 살게 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는 삶을 살면 참 좋겠다. 그치?” 그림책을 다 읽고 났는데, 앞에 앉은 학생이 그림책을 빌려 달래요. 다시 읽어 보겠다고. 재미있대요. 그래서 돌려 읽으라고 교실에 두고 나왔어요. 읽는 데 5분도 안 걸리잖아요.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서로 돌아가며 그림책을 읽더라구요.

한번은 학교규칙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학생들의 반발이 심하게 일어났던 때가 있었어요. 남학생은 남학생대로, 여학생은 또 여학생대로 학교규칙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그때 함께 읽은 그림책이 『하찮은네 개의 작은 귀퉁이』(제롬 뤼예, 큰나)라는 책이에요. 네모가 동그라미들과 놀다가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문이 동그란 거예요. 네모는 동그란 문에 들어가려고 몸을 뒤틀고 머리를 밑으로 처박고, 접어보기도 하는데, 여전히 집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요. 보다 못한 동그라미 친구들이 네모의 네 귀퉁이를 잘라내려고 하자 네모가 너무 아파했어요. 그러자 동그라미 친구들이 모여서 아주 오랫동안 의논을 했고, 고쳐야 할 것은 네모가 아니라 동그란 문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죠. 하찮은 네 개의 문 귀퉁이를 잘라내고 네모는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고, 모든 친구들이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이에요. 학생들은 문을 고치는 부분에서 좋아했어요. 무조건 문에만, 규칙에만 맞추려고 했던 시각에서, 문이, 규칙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가지게 된 거죠. 그리고 잘못된 규칙은 서로 간의 신중한 의논을 통해서 고쳐질 수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죠. 어떻게 보면 아주 어렵고 심각한 이야기인데, 그림책을 통해서 쉽고 부드럽게 접근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림책, 참 재밌고 생생하고 유용한 학습자료
학생들이 그림책은 어린이들만 읽는 책이 아니라는 저의 생각에 조금씩 동의해 주었어요. 금방 읽을 수 있고, 어렵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고 감동적이라고 하더라구요. 자기들도 나중에 아이 낳으면 그림책 많이 읽어주고 싶다고도 했어요. 그래서 용기를 얻어 그림책을 좀 더 수업에 활용해 보기로 했어요.

문학 연구수업이 있었는데, 「맹진사댁 경사」(오영진)라는 희곡 작품이었어요. 구식 혼례 제도의 모순과 어리석은 인간의 권력욕과 허세에 대한 풍자를 주제로 하는 내용인데, 구렁이 신랑 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죠. 구렁이 신랑 설화를 『구렁덩덩 새 선비』(이경혜, 한유민, 보림) 그림책으로 소개했더니, 학생들이 재미있어 했어요. 대부분 배경설화는 제목 정도만 기억해 놓고 내용을 요약식으로 이해하는데, 그림책으로 생생하게 소개했더니 훨씬 기억을 잘하게 되었고, 작품의 주제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어요. 수많은 설화들이 우리나라 전래동화 그림책으로 나와 있잖아요. 배경설화를 가지고 있는 작품을 수업할 때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어요.

‘시’는 그림과 정말 잘 어울리는 장르죠. 백석의 시 ‘여우난 곬족’을 그림책 『여우난골족』(백석, 홍성찬, 창비)으로 읽어주니, 시의 분위기나 주제를 쉽게 잘 이해하더라구요. 또 교실의 학급 게시판에 『넉 점 반』(윤석중, 이영경, 창비)을 붙여 놓았어요. 아름다운 그림과 앙증맞은 시가 교실을 환하게 만들어 줬어요. 학생들보다 선생님들이 더 좋아하시던대요. ‘규중칠우쟁론기’처럼 한자어가 많이 섞여서 읽기도 전에 학생들을 겁먹게 하는 단원이 있잖아요.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아씨방 일곱 동무』(이영경, 비룡소)를 읽어줬어요. 전체적인 내용을 쉽고 예쁜 그림으로 먼저 풀어내니, 학생들이 본문에 좀 더 쉽게 접근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림책에서 감동과 진리를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림책은 참 유용한 학습 자료예요. 어른들이 장황하고 힘들게 말해도 잘 전달하지 못하는 진실을 어린이들은 간단하고 쉽게 말해 버리잖아요. 계산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진실하니까요. 그림책은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어렵게 말하지 않아도, 거창한 수식어나 전문 용어가 없어도 많은 깨달음과 감동을 주죠. 고등학생들에게도 그러한 그림책의 매력이 통하는 모양이에요. 그림책 안 들고 들어가면 왜 안 가져 왔냐고, 재미있는 그림책 보여 달라고 하는 학생도 생겼답니다.

딸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그림책을 찾는 일이 좀 게을러졌지만, 좀 더 노력해서 좋은 수업 소재를 그림책에서 계속 찾아내고 싶어요. 수업도 더 풍부해지고, 제 학생들의 미래의 자녀들에게도 좋은 매뉴얼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제자들에게 농담처럼 말해요. 나중에 너희들이 엄마·아빠가 되면 자녀를 품에 안고 이렇게 재미있는 그림책을 꼭 읽어주라고. 아이는 부모의 품속에서 행복하고, 너희들은 그림책 속에서 아름다운 진리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아마도 제 그림책 수업의 진정한 수혜자는 제 학생들의 자녀들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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