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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아는 만큼 보이고, 보여야 풀 수 있다 - 학교폭력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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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9-02 17:13 조회 8,280회 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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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모둠활동을 하기 위해 책상을 이동하다보면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교실 한켠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아이가 종종 있다. 체험활동이나 학급행사를 할 때에도 모둠을 짓다 보면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는 이름, 어떤 모둠에서도 함께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가 있다. 아이는 울고 있다. 어떤 아이는 소리죽여 속으로 울거나 집에 가서 혼자 울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자리에서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거야?”라고 항변하며 큰 소리로 울기도 한다. 한 아이의 눈물 앞에 아이들은 웃는다. 혹은 짜증스러워한다.

한 아이가 맞았다고 했다. 돈이나 물건을 가져가 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맘먹고 조사해보면 비단 그 아이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는 억울하다고 한다. 자기만 하는 일이 아니라고 한다. 자신도 선배들에게 빼앗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상급학년, 상급학교, 지역사회로 연결된 먹이사슬 구조가 나타난다.

그 반에는 소위 일진이 없었다. 1년 동안 누가 누구를 때리고 무엇을 빼앗고 하는 눈에 띄는 폭력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들의 관계가 평등한 것은 아니었다. 서열이 있었다. 서열이 상위인 그룹의 아이들은 자유롭게 급식 새치기를 하고 맛있는 반찬도 산처럼 쌓아 받아가고, 누군가 좋은 외투를 입고 오면 자기 것인 양 마음대로 입고 다녔다.

학교폭력 감수성 높이기
교사로 살아가다 보면 폭력과 따돌림의 장면들과 일상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교사가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낄 때의 절망감과 무기력함.
폭력과 따돌림이 생각보다 훨씬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음을, 점점 더 일상화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두드러지고 눈에 잘 띄는 사건도 있지만 아이들의 권력구도 속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들도 많이 있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회부되어야 할 정도의 큰 사건만 아니면 우리 반은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교사들 스스로가 자신의 학교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점검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아이들 역시 때론 공기처럼, 폭력과 따돌림이 주변에 있음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괴롭힘과 고립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은 하루하루가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힘겨울 것이다.

『우아한 거짓말』(김려령 지음, 창비, 2009)은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로 시작한다. 천지가 죽음을 준비할 정도의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주변 누구도 알지 못했다. 죽음의 문턱 앞에 있는 이 땅의 수많은 아이들의 아픔을 짐작해보는 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예리한 문체로 따돌림의 아픔을 표현한 『나이프』(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양철북, 2004) 역시 학교폭력의 감수성을 높이는 데 충분한 도움을 준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다보니 주위에서 아이들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많이 듣게 된다. 아이 친구의 엄마들이 이럴 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는 문의를 해오기도 한다. 이미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해의 경험, 피해의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많다. 물론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들이 벌이는 일들이 중・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드러나는 행동들의 심연에 있는 마음 작용 원리는 그리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연필을 빌려달라고 하니 톡 부러뜨리고 주더라는 아이, 나쁜 말을 퍼뜨리고 놀이에 끼워주지 않고 기분 나쁜 문자를 보내며 따돌림을 주도한다는 아이, 짝꿍을 다분히 의도적으로 도둑으로 몰아가는 아이, 누구를 시켜 누구를 때리라고 했다는 아이, 누구를 시켜 누구의 우유에 침을 뱉게 했다는 아이….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데 며칠 전 아이가 빌려와 함께 읽었던 동화가 떠올랐다. 『양파의 왕따 일기』(문선이 지음, 파랑새어린이, 2001). 무엇이 우리 아이들의 동심을 일그러뜨리는 것인가. 양파란 양미희의 무리들, 그러니까 양미희파의 준말이다. 양미희는 초등 3학년임에도 불구하고 하는 행동은 요즘 회자되고 있는 소위 일진의 그 모습이다. 미희는 부모가 유학을 떠나고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마음의 불안정과 결핍이 아이에게 아픔으로 남아 있다. 그러고보니 엄마들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가해 아이들에게도 무언가 짐작되는 스트레스의 원인들이 있다. 어린아이들일수록 그런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여과 없이 나타나는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동화(소설)를 읽으며 줄거리 바꿔보기, 주인공들의 행동원인 유추해보기 등 활동들을 하다보면 그 가운데 자신들의 이야기가 나와 함께 치유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들의 이야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아이들의 폭력문제에 있어서 교사들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상의해도 찜찜하고, 해결해줄 만한 의지도 전문성도 없어 보인다는 것. 엄마이기도 교사이기도 한 나는 이 대목에서 나의 모습을 반성해본다. 교사들이 좀 더 민감해지고 전문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이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김경욱 외 지음, 양철북, 2009)다. 이 책은 어느 전문 소설가의 작품이 아니다. 글쓰기 수업을 받은 작가들이 쓴 화려한 기교의 작품이 아니다. 따라서 심한 과장이나 허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장교사들이 자신의 학급, 학교에서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그 실상과 구조를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하고 분석한 가운데 탄생한 작품이다. 그러나 읽어 내려가다보면 이게 사실일까?

정말 이 정도일까? 의구심이 든다. 처음엔 그 선생님들이 겪은 일들이 특수하다고 생각했다. 좀 심한 일들을 겪은 것이라고.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공부를 해갈수록, 폭력과 따돌림의 구조와 원리를 조금씩 이해해갈수록 알 수 있었다. 내가 덜 민감한 것이었고,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선생님들의 특수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학교폭력의 심각성은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유명한 문구는 역사 유적지에서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었다. 학교폭력 문제 역시 아는 만큼 보이고, 보여야 풀어갈 수 있는 것이다. 보다 민감하게! 보다 세심하게!!

조금 더 깊이 고민하기
종류와 형태, 내용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학급에나 폭력과 따돌림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아이들 사이의 폭력과 따돌림은 왜 일어나는가? 우리나라의 지나치게 경쟁적인 입시구조 때문일까?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는 아이들의 개인적인 성향과 문제 때문일까? 물론 관계가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 입시경쟁이 덜한 나라나 입시경쟁을 지양하는 대안학교 등에도 폭력과 따돌림은 존재한다. 성격이나 다른 생활에서 별 문제가 없는 아이가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학교폭력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이 문제가 되는 어떤 지점을 개선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그 아이가 아니었다면 다른 아이가 대상이 되었을 수도 있다. 학급의 권력구도 속에 아이들은 단지 희생양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깊이 고민해야 할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교폭력과 관련된 많은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좀 더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아이들의 관계와 집단의 모습을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따돌림사회연구모임의 한 선생님이 몇 년 전 학급의 아이들을 피라미드로 그려 놓은 그림을 가져온 적이 있다. 그 그림은 상담 과정에서 한 아이가 자기 반 아이들의 서열을 피라미드로 표현한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학급에나 그런 서열이 존재한다. 아이들은 왜 서열구조를 만드는 것인가? 서열의 기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이는 아이들의 인정욕망과 관계가 깊다. 아이들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공부나 성적 같은 공식적 영역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아이들은 어차피 소수이다. 아이들은 공식적 영역뿐만 아니라 비공식적 영역, 또래집단 내에서의 인정 또한 추구하게 되고 이는 투쟁의 양상으로까지 전개되는 것이다. 『사람은 왜 인정받고 싶어하나』(이정은 지음, 살림, 2005) 는 인간의 여러 욕구 중 인정욕구에 대해 고찰하고, 인정욕구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는지, 이것이 왜곡되었을 때 어떤 고통과 갈등을 초래하는지에 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이다. 『인정투쟁』(악셀 호네트 지음, 사월의 책, 2011)은 보다 풍부한 이론적 성찰을 가능하게 해준다.



‘아이들은 서로 어떤 대인관계를 형성하는가? 어떤 방식으로 교류하는가?’를 고민하다보면 학교폭력과 따돌림이 일어나는 원인에 좀 더 접근할 수 있다. 여기에 도움이 되는 이론이 교류분석이론이다. 에릭 번에서 출발한 교류분석이론은 본래 심리치료의 하나로 발전한 것인데, 사람들의 자아 상태와 그에 따른 교류의 방식을 분석함으로써, 사람들 저마다의 사물을 보는 사고방식이나 감정, 행동 패턴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면의 의도를 숨긴 채 일정한 결과를 유도하며 반복하여 일어나는 심리게임을 인식함으로써 이를 중단시키고, 아이들 간의 건강한 교류, 정직하고 열려진 관계 맺기를 도울 수 있다. 또한 저마다의 인생 각본을 분석함으로써 각자가 가지고 있는 패자 각본을 승자 각본으로 바꿔내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교류분석이론의 이해를 위한 책으로는 『자아실현의 열쇠, 교류분석의 이론과 실제』(M. James 등 지음, 정암서원, 1993), 『심리게임』(에릭 번 지음, 교양인, 2009) 등이 있다.

아이들 사회에는 어떻게 권력관계가 생겨나고 유지되는가? 피해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괴로움을 겪으면서도 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일까? 다수의 구경꾼들은 왜 침묵하는 것인가?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마이클 톰슨 외, 양철북, 2012) 은 아이들의 또래집단이 갖는 힘과 구조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아이들은 집단 속에서 살고 있다. 집단의 압력을 받고 있다. 그 집단에서 어떻게든 ‘안에’ 있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집단에서 배제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사회적 생명이 다한다는 것이다.



집단의 구조와 위력과 원리를 이해한다면 그동안 아이들을 보며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들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린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우정이란 어떤 의미인지, 우정은 어떤 발달단계를 거치는지, 때론 잔인하기까지 한 집단의 속성과 힘은 무엇인지, 그렇다면 부모와 교사는 어느 만큼의 거리에서 얼마만큼 개입해야 하는 것인지. 과학적 이해와 통찰은 분명 구체적 해결의 실마리와도 연결되어 있다. 부모와 교사가 과학적 인식으로 접근한다면 집단의 폭력적인 에너지의 방향을 틀어줄 수 있는 능력과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은근한 따돌림 역시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여자아이들의 따돌림은 어떻게 전개되는가? 남자아이들의 폭력과는 어떤 다른 특성을 갖는가? 왜 여자아이들은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서로를 따돌리는가? 여기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은 『소녀들의 심리학』(레이첼 시먼스 지음, 양철북, 2011. 홍익출판사의 『소녀들의 전쟁』을 다시 펴냄)이다. 소녀들의 은밀한 공격문화에 대해 다루고 있다. 소년들이 주로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사용하는 데 비해, ‘착한 소녀’라는 문화적 압력을 받고 있는 소녀들은 분노를 감추게 된다는 것이다. 소녀들의 공격은 그래서 은밀하고 간접적이고 비신체적이다. 세상의 절반, 소녀 시절을 지내온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겪었음직한 이야기들이다. 기억의 저편 속에 감춰 두었던 유년시절의 고통을 직면하고 나만의 경험이 아니었음을 통해 위로받는다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의 반 이상은 온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부모와 교사, 소녀들에게 전하는 구체적인 지침은 소녀들과 함께 걷는 길에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하여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는 이제 누가 누구를 때리고 따돌렸다는 어떤 사건으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를 접할 때 우리는 그 심연에 깔려 있는 아이들의 인정욕망과 권력구조를 볼 수 있어야 한다. 폭력이 발생하는 구조와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이제 사후처리가 아닌 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자 하는 교사들을 위한 안내서가 바로 『학교폭력예방 매뉴얼–따돌림, 폭력 없는 평화로운 학급 만들기』(학생생활연구회 지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실, 2010 : 전교조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가능)다. 학교폭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서부터 평화로운 학급 만들기를 위한 전략과 사례, 구체적인 문제 해결 방법까지, 학교폭력에 대해 고민하는 교사라면 가장 가까이에 두고 참고할 만한 책이다.

우리 아이가 학교폭력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면, 학교폭력 한복판에 직면한 상황이라면 도움받을 수 있는 책이 『폭력 없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학교폭력 화해로 이끄는 절차와 대처 기술 가이드 북』(조정실・차명호 지음, 학지사, 2010)이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조정실 회장이 지난 10년간 학교폭력 현장에서 피해가족과 뛰어다니며 체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쓴 책이기에, 학교폭력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사전 징후를 발견하고 예방하는 것에서부터 해결 과정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학교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중첩되어 있다. 또한 가해자 역시 고통 속에 놓여 있으며 치유받고 교육받아야 할 학생이다. 단순히 처벌로만 그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가 학교폭력의 고리를 끊고 평화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라면 학교폭력 문제에 적절하고 현명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혼자 꾸면 단순한 꿈에 불과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다. 평화로운 학교에 대해 더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꿈꾸고 함께 현실로 일구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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