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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중고등학교 도서관에도 그림책을 구비해야 할까? - 그림책이 어린이책이라는 편견을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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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7-06 12:43 조회 9,33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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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슈렉」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슈렉」은 전체 관람 가능한 영화이지 어린이용 영화가 아니지요. 「슈렉」에서 피오나 공주가 보여주는 반전은 어른들에게 훨씬 충격이었습니다. 아마도 영화 「슈렉」의 원작이 윌리엄 스타이크의 그림책 『슈렉』이라는 것을 아는 어른들은 매우 적을 겁니다. 그림책은 어린이책이라고 생각하여 그림책을 보는 어른들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을 어린이책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습니다. 어른들이 상상하는 그림책은 대부분 자신이 어릴 적 보았던 코끼리, 사자, 비행기, 여객선 그림이 그려진 사물 그림책이나 ‘인어공주’ 같은 동화나 옛이야기에 그림을 덧붙여 놓은 책입니다. 이런 책은 그림책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일 뿐입니다. 지금은 글 없는 그림책을 비롯해서 그림이 글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생각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이 많습니다. 어린이 그림책뿐 아니라 어른 그림책도 많습니다.

그림 읽는 것이 낯선 사람들
당신과 제가 이렇게 지면으로 만나지 않고 눈으로 보면서 이야기를 나눈다면 서로에 대해 더 빨리 더 많이 알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제가 지금 그림책 몇 권을 펼쳐 보여드린다면 당신은 그림책의 그림이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나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 같은 명화와 다를 바 없다는 경이로움에 감탄을 쏟아낼지도 모릅니다.

시각언어가 때로는 글이나 말보다 더 선명하게 내용을 전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은 그림이라는 시각언어를 가진 책입니다. 이 그림은 1518년에서 1865년까지 아프리카 사람들을 북아메리카로 실어 나르는 노예선의 모습입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을 노예로 잡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사람을 짐짝처럼 차곡차곡 쌓아서 실은 모습은 충격적입니다.

우리가 의사소통을 할 때 글이나 말뿐 아니라 몸짓이나 표정도 중요합니다. 몸짓이나 표정이 의사소통하는 언어인 것처럼 그림도 메시지를 담은 언어입니다.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머리와 발을 교대로 쌓았습니다. 발 길이보다 층간의 높이가 낮아 발이 밖으로 나와 있습니다. 사람을 짐짝 싣듯이 빼곡히 쌓아 놓았습니다. 또 쇠사슬로 묶여 있어 대소변도 누운 자리에서 봐야 했겠지요. 그림을 자세히 읽을수록 충격은 깊어집니다. 그런데 그림을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그림책은 낯선 문학입니다. 어린아이들이 말을 듣고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처럼 어릴 적부터 그림책을 많이 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림을 읽지만, 그림을 단순히 글을 이해하는 보조 수단쯤으로 가벼이 본 사람들은 그림 읽는 것이 낯설고 그림책을 보는 즐거움을 모릅니다.



그림책은 경이로운 경험이다
그림책이 어린이책이라고 오해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분량이 적다는 것입니다. 보통 16쪽 안팎으로 구성되는 그림책은 글이 짧을 뿐 아니라 그나마도 그림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시’가 글 길이가 짧다고 어린이문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히려 소설보다 어렵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비유와 상징이 많고 짧은 내용에 숨은 긴 사연을 읽어내기가 때로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림책도 분량이 적다고 해서 어린이문학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림책의 내용은 한 편의 시처럼 짧지만 다양한 이야기와 감동을 담고 있습니다.



이민희의 그림책 『옛날에는 돼지들이 아주 똑똑했어요』는 인간이 일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편안함을 좇으면 돼지와 다를 바 없다는 심오한 철학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재미난 그림 덕분에 어린이도 쉽게 읽겠지만 청소년과 어른에게 더 깊은 생각거리와 감동을 전합니다. 널리 알려진 명화의 장면들을 패러디한 부분도 재미있습니다. 존 셰스카의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 삼형제』는 관점을 바꾸어 늑대 입장에서 바라본 아기 돼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프레데릭 스테르의 『아기돼지 세 자매』는 남성중심의 옛이야기를 여성주의 관점으로 보여줍니다. 데이비드 위즈너의 『아기돼지 세 마리』에서는 책 속의 인물들이 책 밖으로 걸어 나오는 놀라운 경험을 합니다. 이런 상상력과 창의력은 어린이에게는 그저 새로운 하나의 이야기지만 어른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경이로운 경험입니다.



그림책은 하나의 문학 장르다
그림책이 어린이책이라는 어른들의 편견 때문에 우리나라에 번역된 청소년과 어른이 읽을 만한 그림책에는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이라거나 고학년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그림책을 멀리하게 됩니다. 서점에서도 그림책은 어린이책 코너에 놓여 있어서 마음먹고 그림책을 찾지 않으면 청소년과 어른들은 그림책을 우연히 만날 기회조차 없습니다. 마루벌에서 나오는 ‘0100 갤러리’ 시리즈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보는 책이라는 의미를 담아 기획한 것이지만 이 역시도 어린이책 코너에 있습니다. 내용이 청소년과 어른에게 더 적합한 찰스 키핑의 그림책도 우리나라에 출판될 때는 ‘초등학생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문구를 표지에 붙이고 나왔습니다. 청소년들이 그림책을 보지 않는 우리의 문화 때문에 출판사에서 고민한 흔적이라 생각됩니다. 그림책을 어린이책 코너에 함께 두기보다 새로운 문학 장르로 분류해야 합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의 독서력은 차이가 큽니다. 독해력의 차이도 있겠지만, 긴 글을 읽기 힘들어하는 학생도 그림책은 쉽게 읽습니다. 그림책을 통해 이야기의 재미를 알게 되고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 다른 책도 읽게 되겠지요. 그림책만 보아도 충분히 책을 읽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림책은 학교 생활 틈틈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짧은 독서의 즐거움을 주고 그림 언어에 익숙해지는 좋은 길잡이도 됩니다. 또, 벽에 그림책의 그림 몇 장을 옮겨 걸어 두면 도서관이 멋진 미술관이 되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고 그림책이 어린이책이라는 편견을 버리게 되었다면 이제 서점의 그림책 코너로 발걸음을 옮겨 직접 그림책을 펼쳐보기를 권합니다. 천천히 그림을 먼저 읽은 다음 글을 읽으세요. 이렇게 멋진 책들을 학교도서관에서 만나고 싶어질 겁니다.

변춘희 어린이책시민연대 강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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