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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읽는 김에 떠나는 ○○○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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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12-04 10:49 조회 99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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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강원 플로깅 기행

깨끗한 자연, 건강한 여행을 위하여


주윤경 강릉 경포고 사서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강원도로 오게 되면서 이곳에 정착했다. 필자는 주말마다 강원도 전역을 다니며 여행을 했다. 첫 발령지인 삼척부터 시작해 동해, 강릉, 양양, 속초는 물론 인제 자작나무 숲, 원주 소금산 등을 다니며 아름다운 강원도의 자연을 만끽했다. 그러다 관광지의 숨겨진 이면을 본 적이 있다. 강릉중앙시장에서 마주친 엄청난 쓰레기 더미들이 그것이었다. 취식 테이블 위 가득 쌓인 쓰레기들. 일회용품 사용에 무감각한 사람들의 모습. 지구를 살리는 건강한 여행은 어려운 것일까? 고민을 안고 작년에 경포고로 학교를 이동하고 보니, 걸어서 경포호를 갈 수 있는 곳이었다. 필자는 그곳에서 지구를 위한, 친환경 여행을 위한 경포호를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여정을 기획했다.



준비 플로깅 수업 계획 작성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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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깅(plogging)’이란 건강과 환경을 함께 지키기 위하여,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가리키는 용어이다(출처: 두산백과). 아이들과 아름다운 경포호 둘레길을 걸으며 자연을 지키는 활동을 함께할 수 있어서 기대했다. 수업을 기획하면서 플로깅 기행만 진행하기보다는 환경보호 주제도서를 쓴 작가와의 만남, 내가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 활동 등을 사전에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행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출발하기 전 수업 기획·준비하기

플로깅 장비 개인별 장갑, 쓰레기봉투, 집게 등이 필요하다. 각각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들게 해 2인 1조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좋다. 조 편성에 맞춰서 준비물을 준비하면 된다. 집게와 비닐은 교내 환경인성부를 통해서 구할 수 있었다. 
 내부 기안 활동 내용, 장소, 예산, 안전교육 운영 계획, 일정표, 참가 학생 명단 등을 포함해서 내부 기안을 작성하자.
 학부모 동의서 플로깅 기행은 학교 밖으로 체험활동을 나가는 수업이다. 학부모 동의서를 사전에 받아서 문제시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다.


시작 경포호 플로깅 기행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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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깅 기행을 함께 가는 날, 시작점은 ‘녹색도시체험센터(강원 강릉시 난설헌로 131)’로 잡았다. 경포호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상생하며 살아가고 있다. 녹색도시체험센터는 경포가시연습지와 인접해 있어서 활동에 적합했다. 그리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아르떼뮤지엄, 경포아쿠아리움,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강원 강릉시 난설헌로193번길 1-16), 테라로사 경포호수점(강원 강릉시 난설헌로 145)도 모두 근처에 있어서 플로깅 활동에 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 코스는 여름에 강릉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추천하는 걷기 코스이기도 하다. 녹색도시체험센터에서 경포호로 넘어가는 작은 다리를 지나, 습지를 따라 쭉 내려가면 탐스럽게 피어 있는 연꽃 무리가 보인다. 경포호와 인접한 가시연습지는 대략 4,00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수생식물 가시연을 비롯해 큰고니, 수달, 삵 등의 30여 종의 멸종위기종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과거 농경지로 개간하여 사용하였다가 환경부 생태하천복원사업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회복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식지가 잘 회복된 건지 학생들과 플로깅 활동을 할 때 습지를 이동하는 철새 무리와 귀여운 수달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플로깅 활동을 시작하기 전, 준비물을 건네주며 간단한 주의사항과 이동 코스를 설명했다. 야생동식물이 자리하고 있는 지역은 출입을 자제할 것, 야생동물들에게 장난을 치거나 놀라게 하지 않을 것, 습지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을 것 등을 이야기했다.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본격적으로 플로깅 활동을 진행했다.
학생들과 플로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찾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여기 노다지예요!”, “담배꽁초가 모여 있는데요?”, “선생님 저기는 어떻게 넘어가요?”(개천 넘어 비닐이 나무에 걸려 펄럭거리고 있었다) 한 시간 뒤 우리의 손에는 다량의 담배꽁초, 검은 비닐에 담겨 구석에 버려진 빈 음료수병들, 일회용 음료컵 등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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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깅을 마친 우리는 인근 카페로 이동했다.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우리가 주운 쓰레기를 살펴보았다. 가장 많이 주운 것은 담배꽁초였고 40개비가 넘었다. 이렇게 많이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들은 흡연자들이 개인용 재떨이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것, 국가나 사회 차원에서 기업이 담배꽁초를 회수하여 처리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플로깅 활동을 통해 모은 쓰레기를 자세히 살펴보고, 쓰레기는 학교로 가져왔다. 뿌듯한 기분으로 플로깅 활동을 마치고, 학교로 복귀하여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며 활동을 끝맺었다.


마무리 깨끗한 강릉의 자연을 꿈꾸며

플로깅 기행을 마무리하며 아이들의 소감을 들어보았다. 작은 담배꽁초를 야생동물이 먹이로 착각하여 먹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부터 매일 걷던 길이 이제는 달라 보인다는 소감이 인상적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 누군가 쓰레기를 버리지는 않았을까 돌아보게 된다는 것이었다. 깨끗한 길이면 쓰레기를 버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는 소감도 있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부터!’ 아름다운 강릉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앞으로도 함께 고민하자고 이야기하며 여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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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경기 탐조 기행

수원에서 새를 만나는 다섯 가지 방법


박임자 탐조책방 대표



수원에는 전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작지만 특별한 책방이 있다. 새를 주제로 한 책이 한자리에 모인 국내 1호 탐조책방이다. 책방이 위치하는 곳은 100년 된 숲인 경기상상캠퍼스이다. 100년 전에는 농림학교였고, 최근에는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캠퍼스였으며, 지금은 경기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인 경기상상캠퍼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키 큰 나무들이 숲의 100년 역사를 말해 주는 이곳에 탐조책방은 2021년 문을 열었다. 탐조책방은 ‘도시에서 새를 만나다’를 주제로 한 책방이자 탐조(새를 보는 것)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탐조 프로그램과 탐조문화 기획을 하는 공간이다. 탐조책방이 처음 생겨난 건 그보다 1년 전인 2020년.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을 무렵 수원의 아파트에서 고요히 1년 동안 탐조를 다녔다. 이윽고 도시 아파트 단지에 47종이나 되는 새가 산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아파트에서 새를 보고 기록하는 프로젝트 그룹인 ‘아파트 탐조단’을 만들었다. 그 후 본격적인 탐조문화 기획을 하고 싶은 마음에 탐조책방을 열었다. 탐조책방에서는 매달 탐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국에서 탐조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수원의 명소가 되었다. 탐조책방에서 진행하는 ‘수원 새 산책’을 중심으로 탐조 기행을 소개한다.



탐조를 떠나기 전 개념 짚기 그리고 준비물

 
탐조란?
탐조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잠깐 소개하자면, 쌍안경으로 자연 상태의 새를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옛날에는 탐조라고 하면 먼 자연으로 가서 하는 것으로 여겼지만, 최근에는 내가 사는 지역의 작은 숲, 공원 그리고 아파트 정원 등에서도 새를 관찰한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새를 관찰하고 있다.

한 손엔 쌍안경, 주머니엔 조류도감
새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거나 새를 잘 알아보기 위해 쌍안경을 사용한다. 무엇보다 새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새를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서다. 새를 위한 배려가 담긴 준비물이라고 할 수 있다. 쌍안경은 10만 원이 조금 넘는 것을 선택한다면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한 가지 더, 주머니나 가방에 조류도감을 한 권 챙길 것을 권한다. 그림으로 구성된 『한국의 새』(이우신 외)와 사진으로 구성된 『화살표 새 도감』(최순규) 등을 준비해 보자. 도감이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면 『동네에서 만난 새』(이치니치 잇슈)나 『탐조일기』(삽사롱)도 좋고, 이야기가 담긴 『맹순 씨네 아파트에 온 새』(박임자, 정맹순)도 읽다 보면 새가 무척 친근하게 다가와 당장 내 주변의 새를 찾아나서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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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탐조 명소들

 
첫째, 탐조책방
탐조를 할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수원 탐조 기행’을 권하는 이유가 있다. 수원은 접근성이좋은 도시다. ‘수원(水原)’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물’이 많은 도시라서 그런지 도시를 흐르는 하천이 4곳이나 있다. 농사를 짓기 위해 파둔 저수지가 지금은 호수로 바뀌어 도시 곳곳에 호수가 있다 보니 내륙이지만 물새를 관찰하기 좋고, 크고 작은 산이 있어서 산새를 관찰하기에도 좋다. 탐조책방은 수원역에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다. 탐조책방이 위치한 곳에서 곧바로 탐조를 해 볼 수 있으니 책방도 보고 탐조도 하고 금상첨화다. 때에 따라서는 인공 새집 만들기도 해 볼 수 있어서 탐조뿐만 아니라 새들과의 공존을 위한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 탐조책방에서는 매달 ‘초보 탐조인’을 위한 탐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단체를 위한 탐조 프로그램도 있으니, 탐조 여행을 준비한다면 문의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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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100년 된 숲: 경기상상캠퍼스(봄·여름 탐조지)
탐조책방에 왔다면 가장 먼저 가 보기를 추천하고 싶은 탐조지는 경기상상캠퍼스다. 탐조책방이 있는 건물을 나서자마자 숲에 들어온 걸 실감하듯 웅장한 느낌을 주는 오래된 나무들이 즐비하다. 사계절 언제 방문해도 계절마다 색다른 철새들을 만날 수 있다. 숲 바로 옆에는 산책하기 좋은 오솔길들이 있어서 새소리를 들으며 걷기만 해도 참 좋다. 바로 옆에 있는 잔디밭에 텐트를 칠 수 있고, 그물 의자에 앉아 주변 숲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바라보는 일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탐조책방에서 몇 년 동안 관찰하고 기록한 새는 ‘네이처링 미션 상상캠퍼스’에도 기록되어 있는데, 그동안 기록된 새가 70종에 가깝다. 계절마다 만날 수 있는 새들도 다양하다. 여름에는 번식을 위해 오는 여름 철새가 12종이 넘고, 겨울에는 월동을 위해 찾아온 겨울 철새가 12종이 넘는다. 사람들에게도 소중한 숲이지만 새들에게도 얼마나 소중한 공간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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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일월화수목원 옆 일월호수(여름·겨울 탐조지)
상상캠퍼스에서 산새들을 만났다면 물새를 만나러 일월호수로 가 보자. 상상캠퍼스에서 10분 거리에 ‘일월호수’가 있는데. 그 옆에는 2023년 5월에 개장한 일월수목원이 있다. 새들이 좋아하는 열매 식물도 많고 무엇보다 초화류(땅에 떨어진 씨앗에서 싹이 나서 자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며 시들어 죽는 풀)가 많아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새들이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월호수의 물새들과 일월수목원의 산새들이 조화를 이루면 도시에서 살아가는 새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행복한 새들이 살아가는 행복한 공간을 걸으며 새들을 만난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일월호수는 넓지 않아 성인 걸음으로 20분이면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다. 하지만 새를 관찰하면서 돌다 보면 2시간도, 4시간도 걸릴 수 있다. 봄이면 새끼를 업어 키우는 걸로 유명한 뿔논병아리가 짝을 찾기 위해 일월호수를 무대로 춤을 추는 황홀한 모습도 볼 수 있다. 물 위 수초 위에 둥지를 짓는 모습도, 새끼를 업어서 키우는 모정도 볼 수 있다. 여름이면 물총새가 물 위를 가로지르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겨울이면 물이 얼지 않은 곳에 모여든 다양한 겨울철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특히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으로는 물닭이 먹이를 찾아 얼음 위를 달리는 모습을 손꼽을 수 있겠다. 운이 좋으면 새가 길가로 올라와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흔히 백조라고 부르는 큰고니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어느 계절에 방문해도 때마다 다양한 새들을 만날 수 있다.

넷째, 수원 화성 성곽길(봄·겨울 탐조지)
수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화성세계문화유산이다. 도시 한가운데 성곽이 이어져 성곽을 따라서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역사유적지로만 알고 있는 화성 성곽에서 새를 본다고? 화성 성곽과 탐조의 연관성을 높이는 데엔 정조가 한몫했다. 『정조, 나무를 심다』(김은경)을 보면 화성 성곽을 축조한 걸로 유명한 정조가 놀랍게도 우리 역사를 통틀어 나무를 가장 많이 심은 왕이라고 한다. 화성행궁 주위로 소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화성행궁과 그 뒤쪽에 있는 팔달산에는 소나무에 달린 솔방울 솔씨를 빼먹으러 노랑배진박새나 상모솔새 등 겨울철새들이 참 많이 찾아온다. 수원 팔달구에 자리한 지동시장 옆에 있는 동남각루에 올라 성곽을 따라 걸으며 수원 시내도 내려다보자. 성곽 안쪽 민가 주변에 심어진 감이나 산딸나무 열매 등을 먹는 새들을 가까이서 만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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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소리로 새를 만나는 곳: 광교산 소류지(가을 탐조지)
수원에는 크고 작은 산들이 있는데 가장 큰 산으로 광교산이 있다. 산 주변으로 큰 호수도 많고 새를 만날 수 있는 코스들도 있지만, 3년 동안 수원에서 새를 만나며 계절마다 소리로 새를 만나러 가는 곳이 있다. 동네를 지나 산으로 올라가면 나오는 작은 소류지는 소리가 모이는 곳으로 멀리 있는 새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여름에 가면 여름철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내가 더 애정하는 계절은 9월이다. 먹이로 가득한 이곳에서 새들의 행복한 ‘먹방’을 볼 수도 있을뿐더러 곤충들의 아름다운 세레나데를 들을 수 있다. 가히 환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차크닉(차를 타고 목적지로 가서 차에서 풍경을 즐기며 피크닉을 하는 것)’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름이 알려져 작고 조용했던 공간에 늘 사람들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 곳이기도 하다.

 

동네를 기록함으로써 새의 존재를 안다는 것


사실 도시에서 새를 탐조하는 일은 그리 다이나믹하진 않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 새를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큰 즐거움이 뒤따른다. 나의 이웃으로, 우리 동네 주민으로 함께 살아가는 새를 만나는 일은 내가 살아가는 주변 환경을 돌보는 일이기도 하다. 수원에 탐조책방을 열고 산책하듯 새를 만나며, 내가 사는 동네를 기록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함께 탐조하며 일상 속 새를 기록하는 방법을 알려 주고, 새를 기록하는 일의 소중함을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수원 새 산책’이다. ‘수원에서 새를 만나는 5가지 방법’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한 수원 새 산책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800명의 초보 탐조인들과 함께했다. 탐조를 하며 만난 새는 ‘네이처링 미션 수원 새 산책’에 기록하는데 어느새 126종이 기록되었다. 꾸준히 하는 기록은 힘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 아파트에서 혼자 탐조를 하며 기록한 새가 47종이었는데, 지금은 전국의 아파트에서 함께 기록하여 ‘아파트에서 만난 새’가 136종이 되었다. 작년에는 교육청 산하 기관에서 ‘아파트 탐조단’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요청해 ‘우리 학교 탐조단’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우리 학교 새 지도를 만드는 작업을 이끌었다. 
새는 인식하지 않으면 어디에도 없고, 인식하기 시작하면 어디에나 있다. 나에게 새는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대전환을 가져다주었으며 자연으로 안내하는 멋진 안내자다. 이 글을 읽고 설렜다면 지금 당장 쌍안경과 도감을 들고 학교를, 아파트를, 동네를 탐조해 보길 권한다. 쌍안경이 없더라도 산책을 하며 새소리를 듣다 보면 새라는 존재가 ‘나와 함께하고 있었구나.’ 알게 된다. 내가 탐조책방을 운영하는 이유는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생겨나 나의 삶을,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다. 탐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언제든 탐조책방을 찾아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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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대전 문화·예술 기행

100년 역사 대전,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들

 

조예은 버찌책방 대표



대전으로 이사 온 지 10년이 되었다. 낯선 도시였던 대전은 타지 출신이라는 말이 무색할정도로 내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제는 대전이 나고 자란 서울보다 좋다. 대전을 떠나 있으면 다시 대전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단순히 대전과 함께한 10년이라는 시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대전에 살게 된 이후 일상의 리듬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먹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동네 여행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나와 내 가족이 살아가는 도시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서, 유아차가 여행 캐리어라도 되는 것마냥 끌고 다니며 대전 곳곳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가 곁을 지키는 든든한 여행 메이트로 자라는 동안 대전은 참 많이 변했다.



대전이 품은 다채로운 자원을 찾아서

튀김 소보루(비표준어이나 명물인 점을 감안해 그대로 싣는다. ‘소보루’보다‘곰보빵’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와 칼국수 말곤 내세울 게 없다는 선입견은 대전을 좀더 깊게 바라보려는 마음을 닫게 만든다. ‘노잼 도시’라는 대전의 수식어가 어느 순간부터 달갑지 않게 느껴졌다. 틈틈이 동네 여행자로 살면서 도시의 매력을 발견하면 발견할수록 도시에 대한 사랑도커진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대전이 오명을 벗기 위해 곳곳에서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대전은 철도 개통과 함께 100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근대 도시로 성장했다. 20세기 초한국의 근현대사를 거쳐 대도시로 성장하는 곳곳에 남은 산업 개발의 흔적과 전쟁의 상흔은 희미해져 갔다. 그렇지만 대전의 이야기를 복원하는 공간들이 점차 생겨나고, 이야기를 테마로 열리는 문화 행사도 늘고 있다. 과학 도시답게 과학과 예술을 융합한 전시와 행사들은 해마다 발전된 모습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기도 한다. 근대 도시라는 과거의 정체성을 통해 현재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대전은 현대적이고, 예술적이다.

4년 동안 대전 변두리의 조용한 마을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면서 도시의 크고 작은소식에 더욱 관심을 두었다. 책으로 동네와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이젠 책으로 전국 각지의 책과 책방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중이다.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손님들에게 책방지기로서 대전의 즐길 거리, 책방이 있는 동네에서 즐길 거리를 제안하고 있다. 과거의 이야기를 품은 채로 오늘의 이야기를 새롭게 짓는 공간들은 책 속 이야기와 맞닿아있을 때도 있다. 필자가 추천하는 기행은 대전에서 도시여행자이자 책방지기로 살며 즐겨찾은 문화 공간들을 엮은 코스이다. 더는 대전을 ‘노잼 도시’라고 부르지 마시길. ‘꿀잼 대전’의 이모저모를 찾아 당일치기 여행을 시작해 보자.



시작 #모던 대전 #아트 대전

학교도서관에서 학생들과 ‘점자’ 혹은 ‘점자책’을 주제로 독서주간이나 독서의 달 행사를 시도해 본다면 어떨까? 매년 10월 15일은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정한 흰지팡이의 날이다. 11월 4일은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 불리는 송암 박두성 선생님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점자를 만들어 반포한 날을 기념하는 한국 점자의 날이다. 이런 날을 기념하여 도서관에서 관련 행사를 기획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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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근현대사전시관
경부선 철도와 함께 내륙 교통의 중심지로 떠올랐던 대전의 근대사를 알면 구도심을 이해하기 쉬워진다. 옛 충남도청사 본관(등록문화재 제18호)에 자리한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은 20세기 초부터 오늘날까지 대전의 변천사를 전시한다.

공유공간 커먼즈 필즈
근현대사 전시관과 함께 충남도청사에 자리하는 공유공간이다. 시민 누구에게나 열린 소통 공간으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열린다. 최근 서점의 날 기념으로 ‘대전 서점 대전’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인상적이다. 기본 커피와 차가 준비되어 있으며 머그컵은 사용 후 세척해서 제자리에 두면 된다. 눈치 볼 것 없이 여행의 피로를 잠시 풀기 좋은 공간이다. 구 충남도청 건물 내부를 현대적 감성으로 리모델링한 근현대사 전시관과 커먼즈 필드에 머무는 것만으로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단번에 경험하는 셈이다.

덥거나 추울 땐 지하상가를 활용한 구도심 여행
근현대사 전시관을 시작으로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는 대전역까지 연결되어 있다. 지하철로 두 정거장 정도의 거리다.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쇼핑과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앙로 지하상가 터줏대감 분식집 ‘바로그집’에 들르면 식사와 디저트가 한 번에 해결된다. 지하상가 통로를 따라가면 방문할 수 있는 대전 향토 기업이자 상점인 곳이 있다. 바로 지역 서점인 계룡문고와 성심당 문화원이다. ‘문화’ 기행인 만큼 튀김 소보루는 잠시 잊고, 다양한 풍경을 감상하기를(대전역 내에도 성심당이 있으니까!).

계룡문고
그림책 읽어 주는 늑대 아저씨, 이동선 대표의 활발한 독서교육 활동으로 유명한 지역 대표 서점. 종합 서점이지만 어린이책 코너만큼은 어느 종합 서점보다 큐레이션이 뛰어나며, 그림책 종수도 많다. 평생 독자로 자라나려면 ‘아이들이 용돈으로 직접 책을 사는 경험’을 어른이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이동선 대표는 강조한다. 여행하며 들른 지역 서점에서직접 고른 책은 지속 가능한 여행 기념품이 될 것이다.

성심당 문화원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 성심당의 경영 철학인 ‘나눔’의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마련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카페와 공유 공간, 전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심당은 추구하는 가치와 결이 맞는 지역 문화인들과 마켓, 북클럽, 체험 행사, 전시 등 다양한 협업을 해 왔다. 최근 홍빛나 작가의 유화전 ‘달달하게 빵빵하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으며, 5층 갤러리에서 성심당에 영감을 받아 홍빛나 작가가 작업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헤레디움
일제 강점기 대표적인 수탈기관이었던 (구)동양척식회사 대전 지점 건물(국가 등록 문화재제98호)은 충남도청 건물과 함께 1930년대 대전을 대표하는 신식 건축물이었다. 2022년 CNCITY 마음에너지재단에서 보수 및 복원 작업을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재생 건축의 취지에 맞게 ‘유산으로 물려받은 토지’라는 의미로 ‘헤레디움(heredium)’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클래식 공연과 전시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독일 미술 거장 안젤름 키퍼의 ‘가을’전이 내년 1월 말까지 열리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 30주년 기념 전시와 함께 감상하면 할인되는 이벤트도 있으니, 헤레디움 방문 후에 대전시립미술관을 가도 좋다.

대전시립미술관
과학과 예술의 도시로 거듭나는 대전시립미술관 30주년 기념 전시 ‘미래 저편에’는 빼놓을 수 없다. 93년 대전엑스포 개최 기념전 ‘미래 저편에’의 복원 전시로, 30년이라는 시립미술관의 시간과 ‘과학’ 도시 대전의 정체성을 전시장에 담았다. 야외에 있던 전시를 실내로 들여와 재배치하는 작업은 과거를 소환한다는 의미를 넘어 미래를 그리는 작업이다. 전시 공간을 거닐며 작품과 마주할 때마다 질문하게 된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전시는 오는 2024년 2월 2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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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수목원과 이응노 마술관
전시장 방문에 조금 지쳤다면 도심 속 산책은 어떨까? 녹지율이 높은 대전 한복판에 자리 잡은 한밭수목원과 이응노 미술관은 특별한 목적을 두지 않고 산책하며 여행의 템포를 늦추고 여유를 되찾기 좋은 장소다.
  
종점 반석역에서 타슈(공영 자전거) 타고 하천 따라 버찌책방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대전 문화 기행으로 알찬 하루를 보냈다면, 자연과 책에 둘러싸인 책방에서의 하룻밤은 어떨까? 대전 현충원 근처에 위치한 산속 전원주택 책방에 머물며 도시 공해로부터 잠시 벗어나 보는 것도 괜찮다. 북스테이를 이용하면 늦은 시간까지 책방 공간을 편히 이용할 수 있다. 책방지기 가족의 개인 소장 도서들로 사방이 둘러싸인 방에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다. 다음 날 책방지기가 직접 내려주는 모닝 커피를 마시며 동이 트는 새벽 시간의 고요함을 즐기는 것도 북스테이의 꿀잼 요소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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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3 <학교도서관저널> 12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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